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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O/백종] 백종 학원물 망상 | 인스티즈












어느 덧 여름이 다가오나 싶었다.아이들의 교복 차림새도 대부분이 하복으로 바뀌었고,김종인과 나 역시도 그랬다.여름이긴 여름인 모양인지,매일 아침 김종인을 기다리다보면 날로 더워져가는 날씨 덕분에 교복은 이미 땀으로 축축해지기 일쑤였다.그런 나를 보며 김종인은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시간을 정해 슈퍼 앞에서 보면 되지 않겠느냐 하지만 나는 그럴 마음이 없다.특별한 이유는 없다.단지   그렇게 되면 내가 김종인을 볼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들게 되니까.      
김종인은 모른다.걔는 내가 둘러댄 변명을 믿고 있을 거다.김종인은 원래 그런 애고,그런 새끼니까.애초에 김종인이 눈치가 조금이라도 있는 놈이였다면 우리는 이미 상종도 하지 말았어야 한다.하지만 우리는 아직도 본분을 다해내고 있다.김종인은 내게 친구로써,나는 김종인에게 연인으로써의 본분이지만 말이다.






아침부터 자는 김종인은 사랑스럽기보다는 한심하다.얘는 대체 커서 뭘 하려는건지 수업마다 안 자는 시간이 없었다.덕분에 나는 매 쉬는시간마다 김종인을 깨우는 것은 일상이 되어버렸다.귀찮지는 않다.뭐,잠에서 덜 깬 김종인의 모습을 보는 것은 덤이고 하니.나는 책상에 엎드려 곤히 잠든 김종인의 자리로 갔다.세상 모르게 잠든 김종인은 잠귀가 어둡다.아마 밖에서 미사일이 터져도 듣지 못할 놈이다.나는 김종인의 옆에 의자 하나를 끌고와 앉았다.아무 말 없이 자는 김종인은 귀엽다.그렇다고 해서,깨어있는 김종인이 싫은 것은 아니다.단지 말없는 김종인이 조금 더 귀여울 뿐이다.나는 이 시간이 제일 좋았다.아이들의 시선을 받지 않고,잠든 김종인을 맘껏 볼 수 있는 시간.가끔씩은 식은 땀을 흘리며 끙끙대는 김종인을 볼 수도 있었고,흘러내린 앞머리를 정리해줄 수도 있었다.나는 김종인이 눈치도 없고,잠귀도 어두운 놈이여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지금의 나에겐 김종인을 보는 것 만으로도 충분하니까.




"일어났냐? 존나게도 잔다,밤에 집에서 뭐해?"





김종인이 부스스한 머리를 한 번 쓸고는 잠에서 벗어나지 못한 모양인지 꿈벅꿈벅 감기는 눈을 억지로 뜨고서는 갈라진 목소리로 힘겹게 대답했다.응.... 자라,어차피 다음 시간 일본어야.응.....
김종인은 내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다시 책상에 엎드렸다.그새 잠이 든 모양인지 다시 색색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다음 시간에는 매점이나 다녀와야겠다.김종인은 자고 일어나서 시원한 걸 마시고 싶다고 투정부릴 게 뻔했기 때문이다.내가 이렇게 김종인을 알고 있는 건 내가 김종인을 좋아해서가 아니라 그저 김종인은 단순하니까였다.김종인은 박찬열도 인정한 바보였다.단순한 김종인,그러니까 아직도 넌 날 친구로 생각하고 있는거다.애초에 난 김종인에게  내가 널 좋아한다 말하지 않을 거였고,김종인은 내가 생각하는 시나리오에 벗어나지 않은 행동을 하고있다.사랑은 머리를 쓰면 안된다지만,난 그게 짝사랑은 포함하지 않는거라고 생각한다.짝사랑은 말이다,특히나  동성인 친구를 짝사랑하는 건 머리를 쓰지 않으면 안된다고 생각한다.내가 언제 친구같은 모습을 보여줘야하고,내가 언제 김종인을 바라보는 눈빛이 틀려도 되는지 계산해야되니까.아,머리가 아프다.이번 시간은 김종인 옆 자리에서 실컷 김종인이나 봐야겠다.너는 모르게.






점심시간이 다 돼서야 김종인은 완벽히 깨어난다.그러니까 눈만 떠있는게 아니라 정신도 돌아왔다는거다.김종인이 내가 사놓은 환타를 말끔히 마시면 이제는 잠이 오지 않는다는 뜻이였다.그래봤자,점심을 먹고난 뒤 5교시가 되면 곧바로 잠이 들어버렸지만 말이다.
그런 김종인이 저런 몸을 유지하는 건 짬을 내서 하는 농구 덕분이였다.김종인은 뭐든 귀찮아했지만,내기가 걸린 농구에는 내가 보기에도 필사적으로 임하는  게 보였다.애들은 보통 무더운 여름날에는 아이스크림 내기를 했고,시려올 정도로 추운 겨울에는  붕어빵 내기를 하곤 했다.그 중에서도 특히나 더위를 많이 타는 김종인이 사족을 못 썼던 것은 아이스크림이였다.가끔 여름보충 때,더위를 못 이겨 맥을 못 추리는 김종인이 안쓰러워 아이스크림을 건낼 때에도 열이면 아홉 사양않던 김종인이였다.추위를 많이 타는 나와는 달리,더위를 못 견디는 김종인은 아이스크림 없이는 여름을 나지 못했다.그렇기 때문에 김종인은 여름을 좋아하지 않았다.물론 더위에 못 견뎌 개새끼마냥 혀를 쭉 내밀고 헥헥거리는 김종인을 보는 맛에 나는 여름이 즐겁지만 말이다.그러니까 결국은, 김종인은 지금도 농구를 하러 운동장으로 향했다는 이 말씀이다.개새끼,내가 환타 조공까지 바쳤는데 혼자 홀랑 가버리냐.시계는 한 시 삼십분을 가르키고 있었다.슬슬 걸어가면 한 판 끝났겠네.한 손에는 레몬맛 사탕,다른 한 손에는 딸기맛 사탕을 챙겼다.주머니에 사탕을 쥔 손을 넣고 터덜터덜 발걸음을 옮겼다.한 손 가득 잡힌 물기에 주먹을 폈다 다시 쥐었다.사탕,김종인이 좋아할텐데 잊어버리지 말고 줘야지.





"깜종! 형님 배가 고프시단다! 밥먹으러가자!"                           
                                           




               

내가 저를 부르는 소리에 김종인이 내가 있는 방향으로 돌아봤다.예상대로 거하게 한 판을 한 모양인지 교복은 땀으로 범벅되어 있었다.
땀에 푹 젖은 꼴이 솔직히 조금 섹시해보였다는 건 김종인은  몰라도 될 비밀이다.






"하루 종일 덥다라는 말을 달고 다닐 거면서 농구는 하긴 왜 해?"




"너는 그게 문제야.허구한 날 교실에만 있으니까 키가 안 크지."





"그게 키랑 무슨 상관?너도 큰 편은 아니거든?" 






"적어도 너보단 크면 됐지.땅에 붙어 다니면 어떤 느낌이세요?"




"몰라,새끼야.그냥 사탕이나 쭉쭉 빠세요."           



주머니 속에 넣어둔 터라 따뜻해진 사탕을 김종인에게 건넸다.사탕을  주겠다는 일념으로 꼭 쥐고 있던 사탕에는 포장지 표면에 알알이 물기가 맺혀있었다.
김종인은 두 눈을 땡그랗게 뜬 채 내 손에 놓인 사탕을 바라보고만 있었다.단 거 좋아하는 김종인이 왜이러나 싶을 정도로.





"왜? 너 레몬맛이랑 딸기맛 좋아하지 않냐? 아니면,내가 주니까 설레서 그래?"






"아니..니가 왠일로 나한테 잘해주길래 믿기지가 않아서 그랬지."






"야,너 매일마다 일어나서 마시는 음료수도 다 내가 사줬잖아,병신아."






그건 또 그렇네.얄밉게 웃어보이며 말하는 김종인이 정말로 미워졌다.
앞으로 내가 음료수를 바치나봐라.사주면 뭐해.받는 애가 누가 주는지 관심이 없는데.하여튼 먹는 거만 마냥 좋지,그냥.비뚤어진 입이 꾹 다물어졌다.급식소로 가는 동안 내 눈치를 살피는 모양인지 말이 없던 김종인이 화가 났냐고 장난이라며 내게 말을 걸어왔다.그제서야 나는 정신을 차렸다.지금 김종인은 나를 얼마나 이상하게 보았을까를 안 것이다.나는 그저 내 평소 행동에 대해 놀린 것에 대해 화가 난 척 해보였다.사실은 그게 아니지만  말이다.알고 있다.한 순간 나도 모르게 난 화는 이런 조잡한 이유가 아니라는 것을.그래도 차마 그렇게 말할 수는 없지 않는가.밥을 먹는 내내,나는 화가 난  척을 하느라,진을 뺐다.내 기분에 맞춰주느라 웃어보였던 김종인의 웃음을 내 눈 안에 가득 담은 것은 뜻밖의 수확이였지만 말이다.





"야,사내새끼가 그것가지고 아직도 그러고있냐?"





내 화를 달래던 김종인이 이제는 못하겠는 모양인지 나를 향해 꽥꽥 소리를 지른다.백날 지르나봐라,내가 눈 깜짝하나.나를 보면서 바락바락 소리를 지르는 김종인마저도 귀여웠다.덩치는 이마이,피부는 저마이 까매.근데도 왜이렇게 귀여운거야,쟤는.아무튼 연구대상이라니까.외모 면에서든,성격 면에서든.그리고 애인 면에서든.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거야.나는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괜한 생각은 금물이었다.혹시나 내가 이 말을 내뱉으면 어떡해.




"야,변백현.듣고있어? 백현아,화 좀 풀때도 되지 않았냐?"





백현아.나는 김종인이 저렇게 나를 불러주는 게 좋았다.저건 김종인이 내가 화가 났을 때나 우울할 때만 불러주는 말이였는데,김종인을 포함한 다른 애들은 다 징그럽다해도 나는 좋았다.역성을 내면서든,나지막히 부르는 것이든,뭐든 괜찮았다.백현아,라고 부르는 김종인 목소리는 언제나 사탕같았으니까.그래서 내가 김종인에게 사탕을 주는 것인지도 몰랐다.사탕 많이 먹으면 목소리도 더 단 맛이 나겠지.
레몬 맛을 먹은 날에는,레몬 맛 목소리같이.




"됐어,수업 시작하겠다.잠이나 자라."





"뭔데?"





"지리.눈치껏 깨워줄게.맘 놓고 자."







"알았어.꼭 깨워줘야한다?"


            
"보고."
                          


김종인은 또 쥐도새도 모르게 잠에 빠졌다.나는 또 저 멀리서 자고 있는 김종인을 바라보고 있다.단지 성이 노여서 노지리라고 불리우는 선생은 제법 깐깐하지만 교탁 주위를 벗어나지 않아 곤히 자고 있는 김종인을 맘놓고 볼 수 있는 시간이다.그러니까 나는 수업에는 전혀 집중하지 않고 턱을 괴고선 김종인을 보고 있을 수 있다는 거다.김종인은 불편한 모양인지 이리저리 몸을 뒤적였다.그 모습에도 귀엽다고 느끼는 나를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종인아,김종인아.내가 잘 때마다 깨워줄테니까 백현이라고 계속 불러줄래? 내가 음료수 매일마다 맛있는 거로 사줄테니까 한 번만 안아줄래? 김종인아,답 좀 해라.나 답답하게 하지말고 대답 좀 해줘. 큰일났다.나 진짜 너 좋아하나봐.





지리시간이 끝날 때까지 김종인은 깨어나지 않았다.나는  또 잠든 김종인 곁으로 갔고,또 다르지 않는 일상의 반복이였다.너는 모르는 나만의 일상.시끄러운 아이들 사이에서 너를 바라보다,내 품에서 잠이 드는 너를 상상하며 혼자 살풋 웃다,더위를 많이 타는 너를 위해 부채질을 해주다,니가 깨어날 때 쯤 매점에서 음료수를 사오는.네게는 그저 사소한 것이지만 내게는 그저가 아닌.그런 것들.나는 이런 게 너무 좋다,종인아.혼자서 되뇌이는 속마음에도 마음이 간질거렸다.내가 하는 말은 전해지지 않은 모양인지 무심하게도 자는 김종인 얼굴을 한 번,시계를 한 번.규칙적으로 내쉬는 숨소리를 따라 움직인 고개를 다시 한 번 시계로 돌렸을 때,쉬는 시간은 어느 새 빠르게 흘러가있었다,다음은 보자,수학이네.수학은 자는 애는 깨워서 기합 받게 하니까 깨워야겠지.야,야.김종인.다음 시간 수학이야.일어나자,종..아니 김종인아,좀 일어나라.다행히도 김종인은 잠결에 듣지 못했는지 아직도 비몽사몽 헤매고 있었다.이래서,생각은 길어지면 안된다니까.그래도,한 번쯤은 불러봤다.네 이름을 불러봤다.그건 내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더 좋았고,설렜고,나를 더 아프게 했다.내가 왜이러지.종인아,아마도 너는 내 생각보다 깊숙히 들어왔나봐.그래서 점점 더 깊어져만가는 모양인가봐.그래서,그래서였나봐.내가 여전히 너를 좋아하는 이유가 말이야.



아. 수학 공식들이 어지럽게 얽혀있는 종이뭉치가 내 머리를 맞고 바닥으로 떨어졌다.떨어진 종이를 주워,웃고있는 김종인을 힐끗 쏘아보고는 구겨진 것을 폈다.




변백현,토요일에 약속 있어?




없어,있어도 없어. 라고 쓰고싶은 맘을 꾹 누를 채 없어. 라는 두 글자를 빠르게 날려쓰고는 김종인에게로 던졌다.더 자세히 말하자면 김종인의 머리였다.아.작은 읊조림과 함께 김종인이 두리번거렸다.둔한 새끼,나한테 보냈으면 날 봐야지,왜 다른 애를 봐?




머리에 다시 종이가  맞고 떨어졌다.쉬는 시간에 말로 하면 되지,하여튼 덜떨어진 새끼.저런 놈을 내가 아니면 누가 데리고 가겠어.



없으면 우리 집 올래? 엄마아빠 다 어디가셔서 나 혼자 있음 ㅠㅠ   



그래,갈게.대신  맛있는 거 사놔라.



백현이가 사오면 안되나?



이럴 때만 그러지.뭐 먹고 싶은데?



아이스크림.진짜 큰 거.



지금 먹고 싶은 건 아니고?





어,어떻게 알았어?진짜 더워,이 자리.





김종인이 그렇지,뭐.쉬는시간에 매점 가자,사줄게.





옆 짝지에게 슬며시 쪽지를 건넸다.김종인한테.쪽지가 아이들의 손을 거치는 과정을 따라 시선이 움직였다.쪽지는 무사히 김종인에게 돌아갔고,김종인은 나를 보며 웃고는 손으로 알았다는 표시를 해보였다.먹는 거 주면 아무나 따라가겠다?저 단순한 개새끼.지네집 몽구랑 뭐가 달라.꼬리만 없다 뿐이지,식성 좋기는 어쩜 그리 같은지.몽구는 김종인 네 강아지 이름이였다.갈색의 푸들인데,왜 이름이 몽구인지는 주인도 모른다.언제 한 번 내가 물어봤을 때에는,그냥.애가 몽실몽실하잖아. 라는 김종인 수준의 대답만이 돌아왔었다.김종인의 생각으로  치면 치치와는 빡구였다.털이 없으니까.이것도 언젠가 한 번 그럼 너,니가 만약에 키우는 개가 치치와면 어쩔거였어? 라는 물음에 돌아왔던 답이였다.나는 그 때 김종인을 발로 차버렸던 것 같다.하여간,말이 안 통해요.라는 말과 함께 말이다.이 대화가 불가능한 주인 밑에서 자란 몽구는 몸만 컸지,정신연령은 전혀 진화하지 않았다.역시 반려동물은 주인 하기 나름이라던데.3개월 된 손바닥만한 강아지에서 두 발로 일어서면 내 허리까지 오게 클 때까지 몽구는 그 흔한 앉아도 하질 못했다.






"야,왜 니네집 개는 앉아도 못해?"





"그런 게 왜 필요해?배변 잘 가리고,아무 탈 없이 잘 자라면 되지."




김종인의 말에 나는 허, 웃음을 뱉었더랬다.장하다,장해.개의 자유를 지켜줄려는 정신에  칭찬의 박수라도 쳐드려야겠어요.물론 개를 아끼는 마음은 이해할 수있다.저런 동작따위 훈련돼있지 않아도 됐다.그럼에도 내가 이렇게 화를 내는 건,저 망할 놈의 개새끼가 나만 오면 신나게 짖어대는 거였다.언제부터였는지는 정확히 모르겠다.아마 작년 이맘때 쯤 이였을거다.김종인네 집 앞마당에서 나랑 김종인이 한참 야구를 하고 있던 도중이였다.정확히는,야구라기엔 거의 캐치볼 수준이였다.김종인이 던진 야구공이 내게 직진할 때 같이 직진하던 것이 있었다.몽구였다.주인을 닮아 띨띨한 개새끼는 저에게 던져주는 공인줄 알고 내게 몸을 던졌던 것이다.거대한 푸들이 달려오는 모습에 나는 공을 피했고,몽구는 그대로 빠르게 날아오던 야구공에 몸을 맞았다.아마도 그 때부터였다.몽구는 필시 내가 야구공을 맞게 했다고 생각함이 틀림없었다.물론,내가 피한 건 사실이지만 말이다,몽구 이 놈이 사자마냥 달려오지 않았어도 일어나지 않을 일이였다고. 문제는 거기서부터였다.나만 보면 짖어대는 몽구 때문에 김종인은 이웃들을 위해  나에게 출입금지라는 명을 내렸고,덕분에 나는 그 때 이후로 김종인 네 집을 방문할 수 없었다.고로,나는 김종인과 더 가까워질 수 있는 기회가 없어졌다는 거였다.아침에 깨어나자마자 김종인을 보는 것도,김종인이 만들어주는 아침도 다 포기해야 됐다는 것이다.나는 울며 겨자먹기로 김종인의 말을 지키고 있었다.차마 김종인에게 아침에 일어나서 네 숨결을 느끼고 싶어 란 말따위는 꺼내지 못하고.
그런 김종인이 우리 집에서 라면 먹고 갈래? 와 동일시한 내용의  쪽지를 보낸 것은 부모님이 여행을 가신 게 틀림없었다.물론,망할 놈의 개새끼를 데리고 말이다.어머님,아버님 복 받으실 거에요.





"김종인,쉬는 시간에 아이스크림 사달라며.또 자?자는 거 지겹지도 않냐?"





"응.....나중에..나중에..."





"나중은 없는데? 나야,잠이야."




"나 근데 지금 진짜 잠오는데...."





"그럼 아이스크림은 필요없다 이거네?잘 생각했다,몸을 위해서라도 그건 덜 먹는 게 맞지.그나저나 매점에 새로운 아이스크림이 들어왔다던데.이름이 뭐더라?그,그.메로나랬던가?"





김종인의 다리가 움찔거렸다.포개진 두 팔도 함께 말이다.메로나는 김종인이 제일 좋아하는 아이스크림이였다.자다가도 깨어날 만한.사실 매점에 들어왔는지 아닌지는 나도 모른다.
나는 그저 아이스크림을 사준다는 데도 자버리는 괘씸한 김종인을 놀려주고 싶었다.아,같이 매점에 가고 싶기도 했나? 뭐,조금은 그랬을수도 있다.김종인 피부 중 까만 피부만큼 정도.
김종인은 메로나라는 말에 본능적으로 몸을 벌떡 일으켰다.이 새끼는 나랑 메로나가 물에 빠졌을 때 메로나부터 구할 놈이야.메로나는 무슨.메롱이다,새끼야.
아무 것도 모르는 김종인은 나의 말에 고분고분하게 매점으로 따라왔다.매점은 학생들로 인해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기다리고 있어,사올게.김종인에게 최대한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형 멋있지,몽구야. 




"어떡하냐,메로나 다 팔려서 없대."



"왜?진짜?메로나만 없대?"



"그러게,다들 좋아하나보다.형이 나중에 사줄게."


"....."


"아니,내가.내가 나중에 메로나 서른 개 사줄게."




"진짜지?약속,변백현.아,뭐야.나 그럼 자도 됐었잖아."



그러게,아쉽다.그렇게 헛웃음을 지어주며 김종인에게 메로나 대신이라며 쭈쭈바 하나를 건넸다.단순한 김종인은 주는 대로 열심히도 빨아먹었다.
그럴 수록 내 입꼬리는 조금씩 올라갔다.김종인아,사실 그거 내가 입 댔다 뗀 거야.



"어,여기 뭐 묻었다."



"어디? 많이 묻었어?"



"여기.저기도 묻혀놨네.하여튼."



"뭐.하여튼 뭐?"




"....김종인이 그렇지 뭐."




닦기나 하라고,새끼야.닦아주고 싶으니까.내가 닦아주면 기겁을 하고 도망칠 거면서.전에도 이런 적이 있었다.작년 여름,방학 보충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도중이였다.
한창 후덥지근한 날씨에 김종인은 이미 넉다운이였고,나조차도 버티지 못해 둘 다 기다시피해 집으로 가고 있었다.김종인 네 집은 골목길에서 오른편으로 돌아 큰 길을 쭉 따라 나가다
맨 처음 나오는 주택이였고,우리 집은 주택을 넘어 조금 걸어가다 요 근래 새로 생긴 편의점 앞 아파트 단지 중 하나였다.
큰 길을 걷다 보면 조그마한 슈퍼가 하나 나오는데,이름은 비단이였다.비단 사러 온 물건뿐만 아니라 다른 것도 사게 되리라는 주인 아저씨의 처절한 소망이 담긴 이름 이였다.
그렇지만 사람들 대부분은 그 집 강아지 이름을 따서 자주 불렀다.강아지 이름이 진주였던가.아마도 그랬던 것 같다.엄마도 자주 진주네,진주네 라며 얘기하시곤 하셨으니.
우리는 그 진주네에 잠시 들려 아이스크림을 사먹기로 했었다.나는 보석바,김종인은 역시나 메로나.



"살 것 같다."



"맛있냐?"



"응.입에서 아주 녹음."



"아이스크림이니까 녹아야지,병신아."



"말을 말자,어떻게 하나를 말하면 열을 몰라."



"열을 알 게 뭐가 있다고."



"그냥 먹어,좀."



김종인이 내 손을 잡고 아이스크림을 입에 물렸다.솔직히 말하는거지만,나는 지금도 그게 김종인과 나의 첫 스킨쉽이라고 생각한다.물론 나중에라도 김종인이 알게 된다면 이불에서 하이킥 하게 될 흑역사지만 말이다생각해보면 그 때의 나는 지금보다는 적극적이였었던 것 같다.지금의 나는 친구라는 명목 상으로 충분히 해줄 수 있는 행동마저도 잘 해주지 못한다.이제는 김종인과 내가 이뤄질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아버렸기 때문이였다.하지만 그 때의 나는 조금 달랐다.어렸고,어리석었고,현실을 직시하지 못했다.나는 지금 그 때로 돌아갈 수 있다면,휴지를 하나 들고 가고싶다.제발 내 어리석은 손이 김종인의 입술에 닿지 못하게 말이다.







뭐이런건데 올린적도 있었던지라 근데 변한건 없네요 ㅎㅎㅎㅎㅎ
글은 못 쓴다는 거 알았으니까 망상으로 길게 이어가고 싶은 마음에 물론 망상도 잘하는것도 아니고 그냥 내가 진짜보고싶은 망상이지만서도 
절대 새벽에 굿바이 썸머 듣다가 필받아서 올리는거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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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이거 독방에 올린적 있으시죠ㅠㅠㅠ????? 저번에본것같아요ㅠㅜㅜㅜ아 이란 분위기 좋아요...수는 아무것도 모르고 공이막 챙겨주고 짝사랑하고 으으ㅠㅠㅠ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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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3
백종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좋아요 좋아요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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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4
ㅇ으아니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백종이라니ㅠㅠㅠㅠㅠㅠㅠㅠㅠ새벽에눈물흘ㄹ릴뻔ㅠㅠㅠㅠㅠㅠㅠㅠ감사합니다..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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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5
ㅠㅠㅠㅠㅠ백종 ㅠㅠㅠㅠㅠㅠㅠㅠㅠ아좋아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죽겠어여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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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6
백현아~힘내라!!!누나가 응원할게!!
12년 전
비회원도 댓글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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