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날도 마찬가지였다.낙서만이 무성하게 채워진 노트를 쥐고 쏘다녔다.매일같이 갈 곳없이 서성이는 습관은 아버지에게서 비롯된 것이였다.아버지는 제가 보기에도 극심한 자유주의자였다.여행을 좋아한다지만,실은 그 여행이라는 것도 자유를 느끼는 방법 중 하나였고,그것은 아버지가 선택한 방법이였기도 했다.아버지의 여행에서 목적지는 애초에 정해져있지 않았다.아버지의 발길이 닿는대로,걸음이 옮겨지는 대로 달라졌다.소식은 간간히 전해져왔다.가끔 아버지의 발걸음이 도심 속으로 들어왔을 때 보낸 편지라거나,입소문을 타고 흘러 내 귀에 들어오기도 했다.나는 아버지가 보낸 편지가 올 때마다 답장을 보냈었다.어릴 땐 그 편지에 병신같이 답장을 기대했더랬다.중학교에 가서야 나는 깨달았다.아마도 내가 아버지께 보낸 편지는 단 하나도 아버지께 갔을리가 없다는 것을.그 이후로 나는 답장을 보내지 않았다.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아버지가 가끔씩 동봉해서 보내주는 사진들을 편지와 따로 모아놓거나,아버지가 빨리 돌아오시기를 빌거나 같은 사소한 것이였다.아버지가 보내오는 사진들은 모두 아버지의 발자취를 따라 찍힌 사진들이였는데,나는 많은 사진들을 태워버렸지만 내 또래의 아이와 환하게 웃고 있는 아버지의 사진은 버릴 수 없었다.아버지가 내게 마지막으로 전해 준 소식이자,많은 사진들 중 유일하게 아버지 자신을 찍은 사진이였기 때문에.사진을 들어 안주머니에 담뱃갑과 겹쳐 넣었다.나는 언제 쯤 이 사진을 그릴 수 있을까요,아버지. *** 매일 지나치기만 했던 곳은 꽤나 좋은 시설을 갖추고 있었다.생각보다 탁 트인 수영장은 제법 괜찮았다.코를 찌르는 염소 냄새를 제외하면,쉬어가기 좋은 곳이였다.주머니에서 꺼내 불을 붙이고 입에 물었다.미술실보다 좋네.왼 쪽 반대편에서부터 물과 마찰되어 나는 발소리가 들려왔다.방과후라 아무도 없을 터였다.멀리서부터 한 뼘정도 작아보이는 남자가 목에 수건을 걸친 채로 걸어왔다.남자는 잔뜩 인상을 찌푸린 채로 다가와 말했다. "끄라고." "네?" "끄라고,그거." 너 그러다 폐병 걸려.그의 검지손가락이 가슴팍을 향해 가리키고 있었다.입에 물고 있던 것을 손에 쥐고는 버릴 곳을 찾아 두리번거렸다.남자는 그런 나를 지켜보다 내 행동의 의도를 눈치챈 모양인지 들고있던 종이컵을 보이며 말했다. "이리 줘,버려줄게." 나는 멀뚱히 남자의 손에 쥐어져있는 종이컵을 바라봤다.안은 아직 때묻지 않은 투명한 것이 가득 채워져있었다.나는 망설여졌다.잠시 간의 정적이 흘렀다.남자는 소리를 내며 살풋 웃어보였다. "괜찮으니까 버려." 아, 나는 바보같이 짧은 한 마디를 내뱉었다.그는 내 손에 쥐어진 것을 빼앗아 종이컵에 담았다.물에 담긴 담배꽁초가 뿌연 연기를 내며 요란한 소리와 함께 식어갔다.그는 손으로 연기를 내저으며 기침을 내뱉었다.연기가 흩어질 때 까지 그의 미간은 찌푸려져있었다.수영 선수,맞나보네. *** 이른 아침이였다.그 날은 왠일인지 평소보다 이른 시간에 몸을 일으켰다.시계는 아직 여섯시를 가리키고 있었다.간단하게 샤워를 마치고 알맞게 구워진 토스트를 꺼냈다.냉장고에 있던 잼을 꺼내 조금은 흐를 정도의 양을 덕지덕지 발라 입에 물었다.아,벌써 다 먹어가네.오늘 오면서 하나 사야겠다.병은 한 달도 채 안돼 바닥을 드러냈다.요 근래 밥을 먹기에는 부담스러운 나머지 토스트로 아침을 자주 때워서였다.느릿하게 잠옷을 벗고 교복으로 갈아입었다.오전 일곱시 십분.평소보다 이른 걸음을 학교로 옮겼다.생각보다 쌀쌀하진 않았다.오히려 시끄럽지 않아 귀가 피로하지 않았다.아침 등굣길은 언제나 시장통을 방불케 할 정도로 시끄러웠기에 매일마다 귀에 이어폰을 꽂고 등교하는 것은 버릇이 되어버렸다.그대로 교실로 옮기려던 발걸음을 멈추고,어제 마저 정리하지 못한 재료들이 생각나 미술실로 향했다.미술실은 새로 생긴 수영장 옆에 있는 별관에 자리잡고 있었다.수영장,어제의 그는 아마도 학교에 소속된 수영 선수였을 것이다.어쩌면 유망한,장래가 촉망되는,걱정없이 자란.아버지의 옷장에서 가져온 담배 하나를 입에 물었다.이것도 버릇이였다.아버지에게서 물려받은 습관이였다.생각이 많아지면 자연스레 손이 가게 되었다.지금도 마찬가지였다.그에 대한 생각이 많아졌다. "너 일찍 오는구나?" 어제의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그는 스포츠가방을 한 손에 등져 메고는 반갑게 웃어보였다.아무래도 그는 이 시간에 등교하는 것이 익숙한 모양새였다.그래서 한 번도 못 봤던 건가. "아니예요,어제 대회준비하느라 마저 정리를 못해서." "무슨 대회?" "상고 대회요." "미술해?" "네." "의외네." "선배도요." "뭐가?" "수영하면 키 큰다던데." "누가 그래?" 언제나 달라진 게 없이 돌아와서 뭔가 기분이... 백종 백도 변백현 풀네임이 백현이오빠라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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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거 = 걍 신혼임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