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하다. 무료해. 이런 날에는 배 깔고 누워서 우리 애들 얼굴이나 봐야 되는 건데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린다고 이 좋은 날 아침 댓바람부터 스무디나 빨아야 되는 건지.
“스무디 맛있어?”
끄덕 끄덕-
맛있으니까 먹겠지. 맛없는 걸 그 돈 주고 왜 사 먹냐.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들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왜냐, 나는 조신한 여자니까.
"카톡 프사 바꿨네?"
"응"
"이번에는 또 누구야?"
헐
이름을 그렇게 알려줬는데 아직도 못 외웠어.
머리에 똥만 찼네, 똥만 찼어.
"저번에 말해줬잖아~ 애는 디오야, 디오."
"아, 기억난다. 그 어좁이?"
"어좁이라니. 이게 어좁이면 세상 사람 다 어좁이겠다~"
참자. 참아야 돼. 근데 저 새끼 지는 얼마나 어깨 깡패라고 우리 경수한테 어좁이래. 완전 어이없는 새끼네.
“걔 말고, 우리 저번에 같이 찍은 사진 있잖아. 그거 프사로 하면 안 돼?”
“어?”
“너랑 사귀는 건 난데 맨날 엑소가 뭔가 걔네만 프사로 해놓잖아. 배경화면도 그렇고.”
“응? 엑소는 엑소고 너는 너잖아.”
“그러니까. 프사 그 사진으로 바꾸자.”
“안 돼. 오랜만에 경수로 해놨단 말이야.”
“아깐 디오라며.”
그게 그거잖아. 새끼야. 머릿속으로 참을 인을 수도 없이 쓰면서 화를 참아냈다.
“아무튼, 그 사진은 나중에 해줄게. 알겠지?”
“야.”
“어?”
“프사 한 번 바꿔주면 어디가 덧나냐? 프사 한 번 해준다고 걔네가 너랑 밥 한 번 먹어주는 것도 아니고. 내가 뭐 대단한 거 해달라고 했어?”
지금 프사 지 사진으로 안 바꿔줬다고 화낸 거야? 나한테?
“야, 왜 그런 걸로 화를 내.”
“그런 거? 너한테는 그런 거 일지 몰라도 나는 진짜 빡치거든. 너 우리 50일 날에 약속 있다고 못 만난다고 했지.”
녀석의 말에 아무 말도 못한 채 입만 뻐끔거렸다.
이 새끼 뭐 알고 있는 거야? 난 정말 완벽했는데. 어떤 새끼가 입 놀린 거야.
“말 못하는 거 보면 맞네. 너 그날 김종대랑 엠칸가 뭔가 갔더라.”
그 말만은 말았어야지... 정녕 네 새끼가 그 말만은...
김종대 오면 시킬까? 아니야. 또 이상한 거 주문했다고 혼날 수도 있어.
아니야. 아니야. 주문을 안 해놨다고 혼날 수도 있는데.
세상에 내 맘대로 할 수 있는 게 하나도 없어.. 안 그래도 서러운데!
“이모님~”
먼저 시키면 어때. 어차피 내가 사는 건데.
내 부름에 이모님이 헐레벌떡 뛰어오신다. 저 같은 닝겐에게 그러실 필요까지 없는데. 오랜만에 보는 이모님 뒤로 후광이 비치는 것 같았다.
“쭈꾸미 정식 두 개랑요. 처음처럼 하나 주세요.”
내 말에 다정하게 웃어주시고 뒤를 돌아 주방으로 가셨다.
역시 맛있는 거 만드는 사람 중에 나쁜 사람은 없어.
김종대가 오길 기다리며 문을 멍하니 쳐다보자 하품을 쩍쩍하며 들어오는 김종대가 보였다.
예의상 눈곱만 떼고 온 것 같은 비주얼을 뽐내며 말이다.
“세수는 했냐?”
“오자마자 시비야. 시켰어?”
“정식으로 시켰어.”
“잘했네. 근데 왜 풀세팅이냐?”
“그럼 됐어.”
“아무튼 웃기지 않냐? 똥차 가고 벤츠 온다더니, 갈수록 더한 놈들만.”
“네가 똥차라는 생각은 안 해봤냐?”
...?
“내가 뭐가 못났는데! 얼굴도 이 정도면! 어?!”
“그래! 얼굴은 아니어도 몸매는!”
다시 짜게 식어갔다.
“성격은 괜찮네!! 내가 얼마나 쿨한데.”
“그게 문제가 아니라. 엑소 말이야.”
“엑소? 우리 애들이 왜.”
“너 남자 만나고 싶은 거 맞아?”
“당근. 이럴 때 만나야지, 언제 만나냐.”
“너 이태껏 만났던 남자들이랑 헤어진 이유가 다 뭐야.”
종대의 말에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내가 왜 헤어졌을까.
이태껏 남자라고는 세 번 밖에 만나보지 못 했다.
첫 번째는 수능을 끝내고 피자집 알바를 했을 때 만났던 나보다 한 살 많은 오빠였다.
헤어진 이유는 단순했다. 그 오빠의 생일날이었는데 하필이면 그날이 콘서트에 가는 날이었다. 나는 당연히 그 오빠 말고 콘서트를 택했고, 그 날로 나는 차였다.
두 번째는 길거리에서 내 번호를 따간 남자였다. 그 남자한테는 일주일도 가지 않아 차였다. 철없이 아이돌만 쫒아다니는 모습이 싫다나 어쨌다나. 지가 좋다고 번호 따갔으면서.
“이유가 다 단순한데? 다들 완전 좀생이 같아.”
“이유에 공통점이 뭐냐고.”
“엑소..?”
“그렇지. 그니까 문제는 너야.”
“그게 왜. 이해 못 해주는 게 이상한 거 아니야? 연예인 좋아할 수도 있는 거지.”
“그럴 수 있지. 근데 넌 좀 과해.”
“과하기는. 나는 아직도 부족하구만.”
“과해. 그렇니까 다들 기겁하고 너랑 헤어지지.”
“야..”
그건 좀 상처다. 그게 뭐 그렇게 잘못된 거라고..
말하려는 순간 음식이 나왔고 우리 둘 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니까 하나만 하라고. 엑소가 그렇게 좋으면 남자 안 만나도 되잖아.”
잔에 소주를 따라주면서 사람 좋게 웃는다.
쳇- 내가 이래서 김종대를 미워할 수 없지.
“고맙네.”
“나 밖에 없지?”
“그래. 역시 김종대 밖에 없네.”
순탄한 연애를 못하는 이유가 엑소라니 괜히 신경이 쓰였다.
달달한 연애냐, 엑소냐. 그것이 문제로다.
두 말할 필요 없이 당연 엑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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