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석]덕후의 바람직한 연애생활 04
"왜? 내 눈에는 예쁜데."
지금 저 새끼가 뭐라고 씨불인 거지..?
내 눈엔 예쁜데?!
내.. 눈에는..예쁜데..?
저 선배가 미쳐도 단단히 미쳤나 보다.
도대체 저런 멘트는 어디서 배워온 거지.
90년대 구닥다리 멘트보다 더 한 듯...
"선배님, 굉장히 빨리 갔다 오셨네요."
정말 오질 나게 빨리여ㅠㅠㅠㅠㅠㅠ
제가 천천히 오셔도 된다고 그렇게 마음속으로 빌고 빌었는데ㅠㅠㅠㅠ
"나 보고 싶었구나?"
"네가 그럴 줄 알고 후다닥 갔다 왔지."
전 그런 적이 없는데여ㅠㅠㅠㅠ
김종대는 계속 차가운 시선만 보낼 뿐, 내게 아무런 도움도 주지 않았다.
이게 도대체 누구 때문인데.
뭐? 준면이 오빠가 이상한 사람이랑 자리를 만들 일이 없어?!
없기는 개뿔이 없다!!!!!!!!
지금 여기 있잖아!!!!!!
"네가 어제 찾던 초코우유, 이거 맞지?"
초코우유...?
내가 어제 초코우유를 찾았었나.
기억이 1도 없다.
"애 이거 안 먹어요."
"그래? 어제 초코에몽. 초코에몽 거리던데 이게 아니었구나."
술 먹고 매번 찾는 초코우유라 함은 초코에몽이 맞긴 한데..
내가 기억하지 못 하는 어제 일이 남았나 보다.
하지만 별로 기억하고 싶지는 않음;;
누가 자기가 당한 수치플을 기억하고 싶을까.
있으면 데리고 와봐ㅇㅇㅇㅇㅇㅇㅇ
"그 말을 하기 전에, 인사 먼저 하는 게 예의 아닌가?"
"요즘 애들은 선후배 개념이 아예 없는 건가?"
"내가 휴학하는 동안 학교가 많이 바뀌었나 보네."
"아님, 내가 만만해서 그런 건가?"
아오, 꼴에 선배라고.
인사를 꼭 받으셔야겠어요?!
우리 종대 무안하게시리ㅠㅠㅠㅠㅠ
어디서든 예쁨받는 종대인데ㅠㅠㅠ 이런 대접받는 사람이 아뉜데ㅠㅠㅠ
"죄송합니다. 선배님."
"그럴 의도는 아니었는데 그렇게 느끼셨다니, 다시 한 번 사과드리겠습니다."
종대의 표정은 딱딱하게 굳어있었다.
저럴 애가 아닌데..
종대는 어딜 가나 예쁨을 받았다.
애든 어른이든, 모두가 종대를 예뻐했다.
종대를 싫어하는 사람은 드물었고, 종대가 싫어하는 사람은 더더욱 없었다.
그래서인지 지금 상황이 어색함 그 자체였다.
"저기.. 저희 뭐 먹을까요?"
"우리 후배님이 배가 많이 고팠구나? 나돈데, 우리 혹시 운명이 아닐까?"
절대 아닙니다만.
혹시 운명의 뜻을 모르시는 게 아닐까요.
운명은 저랑 백현이를 두고 하는 말입니다만.
"딱히 드시고 싶은 게 없으시면 제가 고를게요."
"괜찮죠?"
"그렇게 해."
"김종대. 너도 콜?"
김종대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 완전 가시방석이다.
이 상태로는 절대 못 있는다. 오늘도 취해야겠다.
저 선배도 취하고, 종대도 취하고. 나도 취하고...
술을 많이 먹을 수 있는 안주가 뭐가 있을까.
삼겹살?
아니. 그건 안 된다.
삼겹살 먹다가 내 용돈이 탈탈 털릴 것이다.
그러면... 회?
는 더더욱 안 된다.
뭘 먹어야 되는 거야ㅠㅠㅠㅠㅠㅠㅠㅠㅠ
모두가 취하고 맛있는 음식이 뭐가 있을까ㅠㅠㅠ
그래.
오랜만에 닭발이 좋겠어.
닭발이 부족하다 싶으면 막창도 먹고ㅠㅠ 닭똥집도 먹구ㅠㅠㅠㅠㅠ
"선배님, 닭발 어떠세요? 닭발 드실 줄 아시죠?"
못 먹어도 먹어야 한다.
그냥 예의상 물어본 말이었다.
설마, 닭발을 못 먹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간혹 여자애들 중에 '나는 그런 거 무서워서 못 먹겠더라ㅠㅠㅠ 너는 그런 거 어떻게 먹어?'
하는 애들이 있다.
씨발, 나는 없어서 못 먹는다;;;
"그럼, 그럼. 나는 후배님이 좋은 거면 다 좋아."
실로 이상한 사람이었다.
"김종대 너도 콜?! 우리 오랜만에 닭발에 소주 한 잔, 캬~ 어때? 너도 좋지?"
"너는 무슨 이틀 내내 술이야. 술 안 마시면 콜."
"안 돼. 종대야. 닭발을 먹는데 소주가 빠지다니, 그런 일은 일어날 수 없는 일이야."
"그래. 어련하시겠어요. 오늘만 봐준다. 오늘은 제발 좀 적당히 마셔라."
"오예~ 닭발, 오늘은 마시고 죽어야지."
"ㅋㅋㅋ그렇게 좋으세요?ㅋㅋㅋㅋㅋㅋ 어제는 닭 몸통을 조져 놓더니, 오늘은 발이냐? 너 때문에 죽어 나갈 닭들이 불쌍하다."
다행이다. 종대 기분이 아까보다 훨씬 좋아 보인다.
예쓰! 이대로만 가다오!
우리는 대학로에 있는 닭발 집으로 서서히 걸어갔다.
걸어가는 내내 선배는, 입을 한 번도 쉬지 않고 조잘조잘 거렸다.
저 선배는 물에 빠져도 입만 둥둥 뜰 거야.
종대도 말이 많은 편이었지만 저 선배를 이기지 못 할 것이다.
가게에 들어서자 숯불 향이 확 났다.
이게 바로 천국이구나, 라고 느꼈다.
닭은 하나님이 주신 선물이 아닐까 싶다.
"아저씨!! 여기 닭발 한 판이랑, 처음처럼 두 병이랑 콜라 한 병 주쎄여!!!"
닭똥집도 시킬 거 그랬나.
이 집은 닭발도 닭발이지만 아저씨가 끓여주시는 라면이 죽인다.
닭발 - 닭똥집 or 막창 - 라면의 코스를 꼭 밟아줘야 한다.
"김종대, 닭똥집도 미리 시킬 거 그랬나?"
"다 먹고 시켜, 저것도 다 못 먹을라."
"그럴 리가."
아저씨는 웃으면서 밑반찬과 불을 가져다주셨다.
설레는 이 마음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가게에 들어서기 전까지는 조잘 조잘거리던 선배가 이제는 조용하다.
훨씬 좋기는 하지만.. 적응이 안 된다.
정말 조울증이신 건가..? 기분이 왔다 갔다..
그럼 충분히 이해가 간다.
"오랜만에 오셨네. 오랜만에 와서 더 많이 줬어요~ 내가 잘 먹는 사람 좋아하는데. 학생이 어지간히 잘 먹어야지."
"넿ㅎ흐핳 감사합니다."
닭발, 닭발!!!!!!!
워후!!!!!! 앓다 쥬글 닭발!
종대는 자연스레 집게를 손에 잡더니 닭발을 불 판 위로 올렸다.
음~ 향긋한 냄새.
닭발이 서서히 익어가면서 쪼그라들었다.
아깝다.. 왜 닭발은 익으면서 쪼그라들까...
닭발이 다 익었는지 종대는 내 앞접시 위로 하나를 놓아주었다.
"뜨거우니까 천천히 먹어라~"
종대는
천사다, 천사.
근데 저 선배는 닭발이 나왔는데도 깨작 깨작 밑반찬만 건드린다.
혹시.. 닭발 못 드시나?
"선배 혹시 닭발 못 드세요?"
"에이, 설마. 남자가 닭발 하나도 못 먹을까? 선배 그런 거 아니시죠?"
남자는 무슨. 그럼 너는 몇 년 전까지는 여자였냐?!
닭발 못 먹는다고 지랄 염병을 하면서 질질 짜더니.
"선배님이 닭발 못 드시는 줄 알았으면 다른 거 먹으러 갔을 텐데.. 말씀하시죠.."
물론 마음에 없는 말이었다.
오늘 닭발을 먹지 않았다면, 난 현기증으로 쓰러졌겠지.
그럼 안 돼.
나 아직 우리 백현이랑 결혼 안 했단 말이야ㅠㅠㅠㅠㅠ
"닭발 먹을 수 있다고오!!!!"
선배는 닭발을 하나 집어 드시더니 죽을 상을 지었다.
음식을 얼굴로 먹나 보다.
이 맛있는 걸 먹고...
"괜찮으세요? 다른 거 시켜드릴까요?.."
"어..? 다른 거?"
선배는 메뉴판을 한 번 흝더니,
"됐어. 오늘은 배가 안 고파서 그런 거야. 나 편의점 좀 다녀올게."
아까는 배고프다며 운명 어쩌고 그러시더니..
편의점을 더럽게 좋아하시나 보다.
선배는 그렇게 말을 하고는 빠르게 가게를 벗어나셨다.
*
남자가 상의를 풀어 헤친 채, 나에게로 달려온다.
와아.. 몸매 좋구나.
남자의 몸을 가슴부터 배까지 손으로 한 번 쓸어보고 싶은 욕구가 강하게 들었지만,
침을 꼴깍 삼켜가면서 그 욕구를 참아냈다.
* 김민석 비하인드
김준면이 복학하기 전에, 후배들 이름이나 외우고 휴학하라며 눈치 없이
자기가 친하다는 후배를 소개해주었다.
그런데 이 거지 같은 후배님 한 명이 거하게 취하셨다.
"인생 뭐 있냐ㅠㅠㅠㅠㅠㅠㅠㅠㅠ 남자는 무슨ㅠㅠ 나한테는 엑소만 있으면 되지."
엑소...?
민석의 하나 있는 여동생도 며칠 전까지 공방을 가네. 마네 했었다.
기생오라비같이 생긴 그런 놈들이 뭐가 좋은가, 민석은 생각했다.
"너도 내가 그렇게 싫으냐?! 엑소 좋아하는 게 뭐!!!!!!! 엑소 좋아한다고 맞을 뻔한 내 마음을 알기나 해?!
사람이 사람 좋아하는 게ㅠㅠㅠㅠ 뭐가 그리 나쁜 거라고."
취한 후배의 얼굴은 실로 엄청나게 추했다.
눈물로 번진 얼굴과, 기름진 입과 그 주변. 헝클어진 머리카락.
여자라고는 볼 수 없었다.
"야, 김준면 애 왜 그래?"
"난 모르겠는뎁, 후배님이 많이 취하셨나 봐. ㅎ흐핳"
도움 안 되는 새끼. 괜찮은 후배 놈들 소개해준다면서.
하긴 그 선배의 그 후배지.
내가 김준면에게 뭘 바라겠느냐.
라고 민석은 생각했다.
"말 나온 김에 너도, 너도 내가 엑소 좋아해서 맘에 안 드냐?"
민석의 눈도 마주치지 못 했던 후배가, 민석의 눈을 뚫어져라 쳐다보면서 말을 건넸다.
너?
방금 너라고 한 거 맞나? 내가 잘못 들은 거 아니겠지?
민석은 어이가 없었다.
"어?! 너가 뭘 해줬어!!!!!!!! 너가 나한테 앨범을 사줬어, 콘서트 가라고 돈을 줬어. 팬싸 가라고 앨범을 앨범을 사줬어!!!!!!!
어?! 뭘 해줬는데. 콘서트 가라고 돈을 줬어, 앨범을 사줬어."
"선배 죄송해요. 애가 오늘 남자친구랑 헤어져서."
"괜찮으니까, 계속해봐."
같이 왔던 다른 후배 놈이 대신 사과를 하는데, 민석은 왜인지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평소 같았으면 깽판을 치고도 남았겠지만 말이다.
"나도, 나도 이런 내가 싫단 말이야. 그래도 엑소가 좋은 걸 어떡해. 너 얼굴은 더럽게 잘생겨서 그렇게 사는 거 아니다ㅠㅠㅠㅠ"
"세상에 연예인 좋아하는 새끼들이 얼마나 많은데ㅜㅠㅜㅠㅠ"
얼굴은 더럽게 잘생겨서?
민석에게 그 뒷말은 들리지 않았다.
하는 짓은 그래도 보는 눈은 있는 애구나?
'
"그래도 너, 좋은 사라뮤ㅠㅠ 닭 다리 양보해주는 좋은 사람ㅠㅠㅠ 잘생겼으니까 좋은 사라뮤ㅠㅠㅠ"
저 애, 아주아주 성공할 인재 중에 인재이다.
민석은 절로 입꼬리가 올라가며 광대가 솟았다.
그렇다. 민석은 자기 자신이 잘난 것을 너무나도 잘 알았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하지 않았나.
칭찬은 민석을 춤추게 했다.
*
"종대야~~ 우리 사랑하는 쫑따이! 나 초코에몽 먹고 싶은데, 우리 종대가 사주면 안 돼?"
"내일 사줄게. 오늘은 늦어서 안 돼."
"안 돼..? 안 되는 거였어?"
"왜 안 돼!!!!!! 너도 나 차였다고 무시하는 거야?!"
"내가 우리나라에서 내 맘대로 초코에몽도 못 먹는 거야? 그럼 나 이민 갈 거야ㅠㅠㅠㅠㅠ"
"보내줘ㅠㅠㅠ 보내주란 말이야."
보기보다 귀여운 면도 가지고 있었네.
민석은 귀여운 것이라면 환장을 했다.
그렇다. 보다시피 민석은 남들과는 다른 눈을 가졌다.
민석은 그냥, 부끄러움이 많은 또라이였을 뿐이다.
| 사담사담 엘티이 워프는 쨔담!!!!!!!!!!!!!!!!!!!!!!!!!!!!!!!!!!! |
안녕하세요! 구미호 쓰다, 이 글을 쓰다 반복하다 보니까 글 올리는 게 늦어졌습니다! 오늘은 재미있으셨는지요.... 막 제 글이 웃기다니까 어찌할 바를 모르게써여ㅠㅠㅠㅠ 칭구들 사이에서 노잼보스로.. 유명한데 하핳ㅎㅎ 아무튼, 댓글로 [암호닉] 이야기를 하시는 분이 계셨는데... 저능 그게 뭔지 몰라서...핳ㅎㅎ하
몰라서 죄송해여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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