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현아빠21 |
[EXO/백도]백현아빠21 w.샐리비
아이들이 뭉쳐서 놀고 있는 모습을 보는 경수가 자신의 머리에 손을 가져다댔다. 점심시간. 반의 구별 없이 아이들이 신나게 어울려서 노는 시간이기도 했다. 이곳 저곳에서 시끌시끌한 아이들이였다. 경수가 있는 곳은 반이 두개 있는 소수정예의 유치원이였다. 나름 인자하게 생긴 원장님과 함께 건강한 프로그램으로 이 근방에서 꽤나 알아주는 유치원이였다. 그 건강한 프로그램에 의외로 뽑힌 남자 유치원교사인 경수였다.
대학교를 졸업하고서 공연장을 돌아다녔지만, 딱히 할 것은 없었다. 경수보다 잘 부르는 사람은 널리고 널렸고, 취직한다고 해도 가난고를 버텨낼 수가 없었다. 그러던 경수에게 유치원교사였던 형수가 유치원 음악 교사는 어떠냐고 제안해왔다. 경수가 좋아하는 노래는 계속 부를 수 있고, 아이들에게 동요도 알려주면서 음악치유프로그램을 하자는 제안이였다.
ㅡ도쌤! 이거 마셔요. ㅡ아, 고마워요.
토끼반 담임 선생인 선영이 오렌지쥬스 한 병을 건넸다. 그런 형수의 제안에 경수는 승낙했고, 유아복지학을 공부해서 결국 유치원교사가 되었다. 요새 힘드신 일은 없으세요? 라고 물어오는 선영의 말에 단박에 고개를 내젓는 경수였다. 기나긴 긴 검은 생머리에 청순한 얼굴을 가진 선영은 아이들에게도 인기가 많았다. 어제만해도 선영은 결혼하자는 아이들의 청첩장을 받느냐구 정신이 없었던걸로 기억한다.
ㅡ도쌤! ㅡ네? ㅡ도쌤은 애인없어요? ㅡ..아, 없어요
없다는 말에 약간 얼굴이 환해진 듯한 선영이였다. 그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저 쪽 끝에서 자신을 향해 걸어 오고 있는 아윤이를 쳐다보고 있는 경수였다. 할말이 있다는 듯 8절지 스케치북을 들고 아윤이가 다가오고 있었다.
ㅡ저기.. ㅡ..네? ㅡ주말에 시간 괜찮으세요?
주말이요? 주말은 좀 곤란한데. 라고 말을 한 경수는 선영을 쳐다보지 않았다. 경수가 들어온 날 이후부터 수줍은 선영이의 관심을 받게 된 것이 자신이라는 것을 절대 잊지 않는 경수였다. 이 쯤에서 선을 그어야겠다. 단호한 얼굴로 선영을 쳐다보려던 경수의 손에 무언가가 쥐어진다. 뭐지? 라는 표정으로 아래를 내려다 보니 자신의 손 위에 작은 아이의 손이 포개져 있었다.
ㅡ썬생님!!!이거 아윤이가 썬생님 주려고 그렸어요!!예쁘져?
딱 봐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자란 아이라는 것을 알 수 있는 아윤이가 그토록 환한 웃음을 지었다. 아윤이가 내민 스케치북 위에 검은색과 빨간색, 살색으로 약간 삐뚤삐뚤한 동그라미 두개와 하트모양의 하트 입술이 작은 원 안에 그려져 있었다. 이거 나야? 라며 웃으면서 아윤이의 팔에 자신의 손을 끼어서는 자신의 무릎에 앉힌 경수가 아윤이를 쳐다보았다. 그러자 경수의 품 안에서 고개를 끄덕이는 아윤이였다.
ㅡ나는요! ㅡ응? ㅡ경수쌤이랑 결혼할래요!! ㅡ..어? ㅡ나는 경수쌤이 너무! 너무! 좋아요!
어린 아윤이의 말에 나는 그냥 웃을 수 밖에 없었다. 이러한 아이러니한 상황을 어떻게 대처해야할 지도 몰랐다. 그냥 웃어주는 것 뿐이였다. 이 순수한 아이의 동심에 나와 변백현의 이야기는 그 동심을 파괴하게 만드는 유리조각일테니깐.
ㅡ우리 아빠보다 더 좋아요!
우리 아빠. 아빠라는 어감에 경수가 씁쓸하게 웃으며 아윤이의 손을 잡았다. 변백현은 아빠다. 도경수만의 백현아빠가 아닌, 정말 한 아이의 아빠.
백현아빠21
봉고차에 아이들을 태운 선영이 다녀오겠다며 경수에게 손짓해보이자 차는 출발했다. 부모님이 데리러 오신다는 몇 명의 아이들이 유치원에 남아 있었다. 선영을 배웅하는 경수의 다리에 딱 달라붙은 아윤이 경수를 보며 헤헤 하고 웃었다. 그런 아윤의 머리를 한 번 쓰다듬던 경수가 입학원서를 살펴보았다. 그러고보니 저번 주 안으로 건강통지서를 보내준다고 했었는데, 여전히 없는 아윤의 자료에 고개를 저었다. 하필이면 아윤은 경수네 반 아이였을까. 그렇다면 이렇게 다시 만날 일도 없었을텐데.
ㅡ어? 아빠다!
내내 내 다리를 붙잡던 아윤이 열리는 문 사이로 들어오는 백현에게로 달려갔다. 익숙하게 그런 아윤의 손을 잡아오는 변백현의 손이 따뜻해보인다. 재밌었냐는 질문에 응! 하고 대답을 하던 아윤이 경수 쪽으로 마주 잡은 백현의 손을 이끈다. 아빠! 나 경수쌤이랑 결혼할래! 라며 해맑게 웃는 아윤을 보던 백현이 그제서야 자신의 앞에 어정쩡하게 서 있던 경수와 어색하게 두 눈이 마주쳤다.
ㅡ아윤이 건강통지서가 필요해요 ㅡ... ㅡ이번 주 안으로는 꼭 챙겨주세요 ㅡ경수야 ㅡ... ㅡ왜 이렇게 말을 높여
꼬박꼬박 존댓말을 하는 경수를 이해 못 한다는 표정으로 바라보는 백현이였다. 그 말에 아무 대답 없이 입술을 꽉 다문 경수였다. 보고싶었다고. 나도 너무나 너를 그리워했다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말을 할 수는 없었다. 그게 7년 후의 도경수였으니깐. 이미 세상을 알아버릴 정도로 큰 어른이 되어 있었으니깐.
ㅡ..저녁이나 먹을래?
늘 변백현은 이랬다. 나혼자만 불편해 하는 것 같았다. 언제그랬냐는 듯 일상적인 대화를 걸어오는 백현을 쳐다보던 경수가 말 없이 고개를 저었다. 너는 다 잊은 것 같았다. 하긴, 그러니 지금 네 옆에 그 아이가 있는 거겠지. 경수의 기억으로는 백현을 따라다녔던 아진의 얼굴은 꽤나 곱상했다. 백현의 소식은 1년 전에 다시 연락하게 된 종인으로 부터 들었다.
ㅡ경수형!! 왜 이렇게 안나와요!!
성질이 급한 종인이 아까부터 경수를 기다리느냐고 한쪽 유치원에 차를 세워두었던 것을 그제서야 기억을 해낸 경수가 정신을 차렸다. 결국, 저녁을 함께 하자는 백현의 제안은 이렇게 거절한걸로 되었다. 혹여라도 연예인인 자신을 알아볼까싶어 선글라스를 끼고 유치원 안으로 들어서는 김종인은 여전히 애 같았다. 그렇게 하면 더 연예인 티난다니깐? 이라고 면박을 주었던 경수의 말에 아랑곳하지 않았었던 종인이 그제서야 자신의 앞에 서 있던 낯익은 얼굴을 바라보았다.
ㅡ..어?
멈칫. 믿을 수 없다는 듯 한참이나 백현을 쳐다보던 종인이 선글라스를 벗었다. 그리고는 잠시 머뭇 거리다가 고개를 숙여 목례를 했다. 오랜만이네요, 변백현선배님. 딱딱한 종인의 말투가 들리는지 백현도 목례를 하고는 밑에서 궁금하다는 듯 쳐다보는 아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종인과 경수를 번갈아 보던 백현이 알 수 없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그리고는 경수를 향해 반갑게 인사하는 아윤이를 안고서는 말 없이 유치원을 나가버리는 변백현이였다.
ㅡ..진짜였네요 ㅡ... ㅡ난 내심 거짓말이길 바랐는데.
7년 전의 변백현이 맞았다. 아니길 바랐던 종인의 마음에 크나큰 파도가 요동치는 중이였다. 모든게 7년 전과 비슷하게 흘러가는 듯 하다는 생각에 종인은 선글라스를 붙잡은 자신의 손에 힘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 * * * *
종인과 연락하고 지낸 건 1년도 채 되지 않는다. 오랜만에 만났음에도 낯이 익었던 것은, 김종인은 데뷔 6년차의 새끈한 가수가 되어 있었기 때문이였다. 7년 전, 갑작스럽게 떠나버린 경수는 1년 후에 대학에 들어와서 종인의 음악을 처음 들었다. 아이돌에 원래 관심이 없던 경수의 귓가에 너무나도 낯이 익은 목소리였다. 카이. 종인의 예명이였다.
ㅡ그 때 이태민이 매니저형한테 말한 거 있죠? ㅡ... ㅡ아, 진짜 그 때만 생각하면 이태민 멱살 잡을뻔요
라이벌 비슷한 구도로 가던 태민도 종인과 같은 해에 데뷔를 했다. 같은 회사에서 같은 그룹으로, 같은 멤버로. 둘은 댄스와 노래실력을 골고루 갖춘 신인으로 인기를 끌었고, 이제는 엄연한 슈퍼스타가 될 정도로 앨범만 내면 모든 차트를 올킬했다. 모범적인 이미지의 태민과 약간은 거친 듯한 종인은 묘하게도 잘 어울리는 음색을 가지고 있었다.
ㅡ형 ㅡ...어? ㅡ자꾸 딴 생각할래요?
먹지 않고 파스타 면만 돌돌 말고 있던 경수가 그제서야 미안하다는 듯 종인을 쳐다보았다. 그러자 종인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뻔했다. 분명 변백현의 등장으로 또 어지럽혀져 있겠지. 당사자도 아닌 나도 뒤숭숭한데 당사자인 경수형은 더..
ㅡ경수형 ㅡ응? ㅡ저는 형이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더이상 과거에 얽매이지 좀 마요. 네? 나도 봐요. 난 절대로 과거에 연연해 하지 않아요. 그게 바로 20대의 김종인이니깐요. 종인은 자신의 아에 놓인 음료수를 경수의 앞에 내려놓았다. 말 없이 포크를 내려놓은 경수가 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혼자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거겠지. 오랫동안 보아온 경수의 성격은 뻔했다.
ㅡ종인아 ㅡ네, 형 ㅡ네가 전에 말해줬던 네 첫사랑말이야. ㅡ... ㅡ그 첫사랑이랑 연락이 닿았다고 했잖아. 그러면..너랑 그 첫사랑이랑 잘 지내?
경수의 말에 이번에는 종인이 포크를 내려 놓았다. 우연하게 이야기했었던 종인의 첫 사랑이야기였다. 그걸 아직도 기억하는지 경수가 종인을 쳐다보면서 물었다. 종인은 그러한 경수의 말에 표정을 숨길 수 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ㅡ아무렇지 않게 잘 지내요 ㅡ... ㅡ왜냐면 그 쪽은 내 첫사랑이 그 쪽인 줄 하나도 모르거든요
담담한 표정의 종인의 말에 아, 라며 작은 탄식을 하는 경수였다. 정말 그 사람은 아무것도 몰라요. 눈치가 없는 건지 아니면 눈치가 없는 척을 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말이에요. 왼쪽 테이블 위에서 휴지를 꺼내 입을 닦던 종인이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 형, 그만 갈까요? 라는 종인의 말에 경수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도경수는 아무것도 몰랐다. 18살의 소년 김종인이 좋아했다던 그 첫 사랑이 자신이라는 것을. 그리고 종인도 경수에게 그에게 자신의 첫사랑이 경수라고 말하지는 않을 것이다. 첫 사랑은 첫사랑이라는 순수했던 감정에서 끝나야한다는 생각이였으니깐. 도경수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김종인은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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샐리비 + 암호닉 |
짜잔. 종인이의 등장이죠! 짤은 러시아에서 엉뚱한 짓 하고 다니는 룸메이트 도경수와 김종인으로..(ㅅㅅㅈㅇ).. 종인이에게 첫사랑이란? 경수에게 첫사랑이란? 또 이렇게 각자의 표현방법이 다를 것을 예고드립니다!
전 편 댓글들 보고 진짜 너무 감동받았어요ㅠㅠ댓글에도 달아드렸다시피 가족휴가는 개인사정으로 아직 못 갔지만, 친구들과 즐겁게 돌아다니면서 힐링중이랍니다! 독자여러분들도 건!강!챙기시며 즐거운 여름 휴가를 보내셨으면 좋겠습니다ㅠㅠ아프지마세요. 하튜하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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