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st Fantasy
승관이 들려오는 새소리에 눈을 떴다. 또렷하지 않은 시야로 들어오는 한솔의 얼굴에 베시시 웃음을 지어보인 승관이 다시금 눈을 감았다. 꿈이여도 좋았다, 햇빛이 내려쬐는 방안에서 손을 잡고 옆에서 자고 있는 한솔이라니. 꿈이든 현실이든 상관없었다. 이불을 살짝 끌어올린 승관이 베개에 얼굴을 살짝 부비자 뒤척거리던 한솔이 눈을 떠 승관을 바라봤다. Good morning , 승관? 한솔의 낮은 목소리에 승관이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처럼 편하게 잠을 잔날이 얼마나 됐더라. 생각하려는 승관을 한솔이 꼭 끌어안았다.
"한솔"
"응"
"고마워요"
"뭐가?"
"그냥, 눈떴을때 내 앞에 있는 사람이 당신이라서 고맙다구요"
승관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은 한솔이 승관의 이마에 짧게 입맞췄다. 나도 고마워, 이렇게 내 옆에 있어줘서. 승관이 또 웃음을 지으며 한솔을 꽉 끌어안았다. 쿵쿵거리며 뛰는 제 심장소리가 들킬까 숨도 참아보고 괜스리 콧노래도 흥얼거리는 승관의 등을 토닥이던 한솔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학교에는 내가 전화해뒀어, 오늘은 가지마. 한솔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승관이 몸을 일으켰다.
"씻고 나와, 밥먹자"
"네에"
승관이 화장실로 들어가고 한솔이 부엌으로 나와 지훈에게 늘 해주던 볶음밥을 만들었다. 당연히 세사람이 먹을 양을 준비하다 멈칫한 한솔이 작게 한숨을 쉬며 재료를 다시 다듬었고 머리를 탈탈털며 걸어온 승관이 의자를 끌어당겨 앉았다. 신기한듯 이리저리 둘러보다 한솔의 뒷모습을 넋놓고 보는 승관의 시선이 느껴졌는지 한솔이 말을 이었다. 그렇게 보다가 나 뚫어지겠다. 헙하는 소리를 내며 제 입을 막은 승관이 시선을 식탁으로 돌렸다. 그렇게 빤히 봤나 내가..? 중얼중얼대는 승관의 앞으로 접시에 담은 볶음밥이 놓여졌다.
"맛있게 먹어"
"와, 한솔 요리도 잘해요?"
"그냥, 예전에 배운거야"
"아.. 잘먹겠습니다!"
그리고 숟가락을 들고 맛있게도 먹는 승관의 모습에 한솔이 푸스스 웃음을 터뜨렸다. 어쩜 사람이 이렇게 행동하나하나가 사랑스러울수있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끄러미 승관을 바라보고만 있는 한솔의 모습에 숟가락을 입에 문채 한솔을 말똥말똥 쳐다본 승관이 웅얼거렸다. 한솔은 안먹어요? 어? 나? 아, 맞다 밥 안먹는다 그랬지. 자문자답. 혼자 고개를 끄덕인 승관이 다시 밥을 깨끗하게 먹어 치웠다.
"잘먹었습니다!"
한솔을 보고 웃으며 말한 승관이 싱크대로 접시를 조심스레 넣었고 거실로 나와 감탄사를 연달아 내뱉었다. 집 진짜 크다. 시원하게 뚫린 커다란 유리창하며 과장을 보태서 자기의 반만한 티비 그리고 스피커들. 거실소파에 앉아 발을 동동구른 승관이 어느새 제옆에 다가온 한솔이에게 물었다. 이 큰집에서 혼자 살아요? 그 질문에 아무런 대답도 없이 가만히 앞을 바라보던 한솔이 말을 이었다.
"아니, 원래는 셋이서 살아"
"아. 그럼 나머지 두분은요?"
"...."
"..내가 묻지 말아야할걸 물었나봐요"
"아, 아니야"
살짝 굳어지는 한솔의 표정에 이놈의 입이 방정이지 하며 제입을 툭툭 때린 승관이 소파에 몸을 기댔다. 푹신푹신한 느낌이 느껴져 살짝 웃음을 짓다가 승관이 한솔을 바라봤다. 나, 한솔이 얘기 듣고 싶어요. 승관의 갑작스러운 말에 한솔이 고갤 갸웃했다. 내 얘기라니? 그에 또 베시시 웃음을 지은 승관이 한솔의 손을 꼭 잡았고 다시금 말했다. 한솔이 그동안 봐온거, 느낀거, 그동안의 세상 그런거? 전혀 거리낌없이 질문을 내뱉는 승관의 모습에 한솔이 픽 웃음을 터뜨렸다. 내가 살아온 이야기라.. 고민하듯 시선을 앞으로 두던 한솔이 대답했다.
"아주 어렸을때 무슨 이유였는지는 기억이 안나, 눈떠보니 형제들이 있었고 이 모습 그대로 살게 됐고 그렇게 몇십년 아니 몇백년을 지냈지"
"...."
"길다면 엄청 긴시간 속에서 혼자인 기분을 느낀적은 별로없었어. 너같이 말 잘하는 어떤애가 항상 쫒아다녔었거든"
"아.."
"시간이 흐르고 몸을 숨기고 변화에 적응하다보니까, 우리도 자연스럽게 변하더라. 피가 아닌 음식을 먹게되고 심장이 없는데도 사랑이라는걸 하게되고"
"....."
"지금처럼, 이렇게 손도 잡고"
마주잡은 손을 흔들어보이는 한솔의 모습에 승관이 그저 웃음을 지어보였다. 짧은 말 한마디 한마디에 그냥 한솔의 모습이 보이는 기분이였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고 어떤 삶을 살아왔을지. 뭐, 그게 중요하겠냐만은. 승관이 한솔의 어깨에 기댔다. 자신이 편하도록 몸을 살짝 낮춰주는 한솔의 배려에 말없이 웃음만 지어보이던 승관이 눈을 살짝 감은채로 말했다.
"나는 12살때부터 혼자였어요"
"...."
"당신만큼 오랜세월은 아니지만, 나름 나도 혼자 지낸 시간이 많아요"
"...."
"부모님은 항상 바쁘셨어요, 언제부터인가 나는 신경도 안쓰셨고. 그냥 나도 그러다보니까 자연스레 부모님을 후원자라고 생각하게 된거같아요"
"...."
"부모님이랑 놀러다니는 애들보면 참, 저게 뭐가 좋을까 싶기도 했고"
"...."
"근데 딱 하루 정말로 너무 그게 너무 부러웠던 때가 있어요"
내가 너무 아픈데, 아무도 내 옆에 없었을때. 그아이들은 아프면 어머니가 손도 잡아주고 아버지가 약도 사다주시고 그러는데 저는 그럴때도 혼자였어요. 그게 너무 속상하더라구요. 생일도 졸업식도 입학식도 그냥, 전부. 감겨있는 승관의 눈에서 눈물이 볼을 타고 흘렀다. 한솔이 말없이 승관의 눈물을 닦아주었다. 그런 한솔의 손을 잡아내린 승관이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그러니까 지금처럼, 내옆에 있어줘요"
"...."
"부모님은 날 안챙겨도 이제 상관없는데"
"...."
"내옆에, 한솔이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승관의 말에 한솔이 당연히, 옆에 있을게. 하고 손에 입맞추자 승관이 한솔을 끌어안았다. 내 앞에 나타나줘서 고마워요, 내 인생에 끼어들어줘서 그것도 너무 고마워요. 토닥토닥 가만히 승관의 등을 토닥인 한솔이 승관의 귀에 또 짧게 입맞췄다. Your welcome, my lover 나른하고 따뜻한 한솔의 목소리가 퍼지자 승관이 목을 살짝 힘주어 끌어안고 눈을 감은채 웃었다.
더할나위없이 행복했다. 늘 오늘만 같았으면 하는 바람이 불어왔다.
오늘은 무작정 달달하게 써보고싶었는데 그게 안된거 같군요. (한숨) 내님들 월요일인데 다들 잘 보내셨나요! ㅠㅠㅠ
저는 피곤에 쩔어서 보냈다죠.. 아무튼 오늘도 감사해요!
암호닉 ; 화상 구피 하리보 송송이 뿌뿌뿌 밍구리
우리 예쁜 내님들 내사랑 머겅 두번머겅 세번 머겅 마무리는 늘 똑같이 아! 낀! 다! 하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