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가.”
언제부터인지 알고 싶지 않다. 이 남자애가 나를 따라다니기 시작한 게.
“가면 나랑 자줄 거야?”
그리고 옆에서 자꾸 좆같은 소리를 해대는 것도.
“…….”
“자줄 거냐고.”
처음에는 끔찍하게 짜증났지만 지금은 별로 그렇지도 않다.
“나 안 졸려.”
“모르는 척 하는 거야?”
고작 삼일 만에 익숙해져 버린 걸까.
“…….”
“코 자는 거 말고 섹,”
아니, 아직 익숙해진 건 아닌 것 같다.
“야!”
“왜 소리는 지르고 그래. 나랑 자자니까?”
도대체 말이 통하질 않는다.
“헛소리 좀 하지 마.”
“난 니가 하지 말라는 게 제일 하고 싶어.”
“…….”
입술이 바짝 마르는 게 느껴졌다.
“혀 내밀지마.”
“…….”
“먹어버린다.”
……. 미친.
이빨자국 00
학교는 좋았다. 신설이라 깨끗했고 무엇보다 아무도 나를 알지 못했다. 이제 나는 백지상태에서 다시 시작하면 되는 거였다. 모든 것이 완벽했다. 선생님은 나를 반 친구들에게 소개했고 나는 형식적인 인사를 했다. 그리고 반 아이들도 형식적인 박수를 보내왔다. 전학생이 온다는 것이 어느 학교에서나 화제가 되듯이 쉬는 시간에 나에게는 질문들이 쏟아졌고 나를 보러와 반을 기웃거리는 아이들도 있었다.
반 친구들은 생각보다 친절했고 단합이 좋아 서로서로 친한 것 같았다. 오랜만에 해보는 학교생활은 재미있었다. 이대로라면 내 생활은 순탄할 것 같았다. 오후 10시에 학교가 끝나 교문을 나서기 전까지는, 그랬다.
“안녕.”
담배냄새가 훅 끼쳤다. 절로 미간이 찌푸려졌다.
“나 전정국이야.”
신종 소개법인가. 내 옆으로 다가온 남자애는 다짜고짜 자기 이름을 내뱉었다. 나는 멈추지 않고 집을 향해 걸었다.
“나 몰라?”
“응. 그러니까 좀 가줄래?”
“그럴 리가 없는데……. 내가 우리 학교에서 제일 잘나가거든.”
“아, 그래?”
“애들이 내 이야기 안 해?”
들어본 적이 있다. 전학 온 지 고작 하루였지만 지금 내 옆에서 자기 이름이라고 주장하는 그 ‘전정국’이라는 단어를 수도 없이 들었다. 여자애들 입에서 수시로 오르락내리락 하는 걸 들어보았을 때 ‘전정국’은 잘생기고, 키도 크고, 운동도 잘하고, 또…….
횡단보도에 도착했을 때, 신호등은 빨간색을 내비췄다. 나는 걸음을 멈추고 전정국과 대화를 하기 시작한 뒤 처음으로 고개를 돌려 전정국을 올려다보았다. 음. 잘생겼나? 잘 모르겠다. 키는 크네. 운동 잘하게 생기지는 않았는데. 잡생각이 머리를 채울 쯤 전정국은 다시 입을 열었다.
“나 니 이름 알아.”
“그래?”
“응. 박탄소. 맞지?”
전정국은 내 이름을 자신 있게 외치고 나를 바라보았다. 전정국의 눈빛이 주인에게 칭찬을 바라는 큰 개처럼 기대에 가득 차 있었다. 미안하지만 나는 니 주인이 아니야. 신호등이 초록색으로 바뀌고 나는 다시 앞을 보며 걸음을 계속했다. 집에 다 와가도록 옆에서 따라오는 발은 멈출 줄을 몰랐다. 덤으로 끝없이 자기소개를 하는 그 입도.
집에 도착해 대문 앞에 섰다. 벨을 누르자 아주머니께서 대문의 잠금장치를 풀어주셨다. 달칵 하는 소리와 대문이 열리고 그 안으로 발을 내딛었다. 평소처럼 뒷발로 대문을 닫으려다가 뒤로 돌아 대문을 손으로 잡았다. 따라오던 걸음을 대문 앞에 멈춰두고 나를 바라보는 전정국이 보였다. 대문을 사이에 두고 나는 안에, 전정국은 밖에 있었다. 전정국은 여태 떠들던 입을 굳게 닫은 채 나를 빤히 쳐다보았다. 눈을 피하면 지는 것 같아 나도 지지 않고 쳐다보았다.
몇 초간 정적이 흘렀다. 그러다 피곤함을 느낀 나는 먼저 눈을 피했다. 대문을 닫으려는데 전정국이 대문턱에 발을 걸쳤다. 뭐하자는 걸까.
“나 문 닫고 싶은데.”
“안 돼.”
“왜 안 되는데?”
“굿바이 키스 해주면 닫게 해줄게.”
짜증이 났다. 피곤함을 인식한 뒤로 학교에 14시간동안 찌들어 있었던 몸이 더욱 피곤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빨리 침대에 눕고만 싶은데 전정국은 이상한 소리를 해댄다. 첫 만남에 집까지 따라온 것도 충분히 기이한 일인데 굿바이 키스라니? 전정국이 정신병자란 이야기는 못 들었던 것 같은데.
나는 전정국의 발을 무시하고 대문을 닫았다. 아파도 자기가 아플 테지, 내가 아픈 건 아니니까. 운동을 잘한다는 말이 거짓말은 아닌지 꽤 힘으로 버텼지만 육중한 철문의 힘이 한 수 위였다. 굳게 닫힌 대문이 만족스러웠다. 밖에서 전정국이 뭐라 외치는 소리가 들렸지만 피곤해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첫 날부터 전학가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
오늘은 학교에 와서 전정국이 나와 같은 반이라는 놀랍고도 끔찍한 사실을 알았다. 어제는 학교에 나오질 않아 볼 수 없었던 것뿐이었다. 그리고 어제 내 짝꿍이었던 세라가 저 앞쪽에 앉아있다는 것도 좀 끔찍했다.
“안녕.”
나는 인사를 건네는 전정국을 무시하고 자리에 앉았다. 어제 피곤해 못다한 숙제를 해야했다. 일단 책을 펴긴 했는데 궁금해서 참을 수가 없었다.
“너, 잠깐 여기 앉은 거지?”
“아니. 여기 내 자리야.”
“대체 언제부터?”
“음.. 대략 한 시간 전부터.”
이로써 확실해졌다. 세라는 쫓겨난 거다. 아, 불쌍한 세라.
“내가 생각해봤는데,”
“…….”
너도 생각이란 걸 하긴 하는구나.
“너 공주해.”
“……. 뭐?”
“공주야.”
그 생각을 개같이 할 뿐이구나. 전정국은 나를 공주라고 부르기로 결심한 듯 했다.
“…….”
“대답해야지.”
굳이 그 호칭에 대해 소감을 말하자면 '역겹다' 정도로 이야기 해두겠다. 그리고 들려오는..
“나랑 자자.”
개소리. 아까 내가 세라가 불쌍하다고 했었나. 아, 더 불쌍한 나.
***
+)이름 치환 오류 수정했습니당*0*
++)내용상 대사 수정 조금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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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글 뭐야ㅋ 아이유는 장발이지 무슨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