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빨자국 04
아까 책상 위에 엎드려 잘 때 잘못 잤는지 어깨가 뻐근했다. 거기다 덤으로 피멍이 든 귀도 눌려 고통이 느껴졌다. 몸이 아프면 집중이 안 된다. 이 상태로는 수업시간에 집중을 하지 못할 게 뻔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교실을 나왔다. 전정국은 자다가 일어나 나를 졸졸 따라왔다. 나는 계단을 내려가 1층에 위치한 보건실로 향했다. 문을 연 보건실에는 아무도 없었다. 보건 선생님은 자주 자리를 비우시는 것 같았다. 나는 사용기록장에 학번과 이름을 기록한 후에 진열장을 열고 소염제와 연고를 찾았다.
"여기 왜 왔어?"
"아파서."
"공주 아파?"
"응."
이제야 잠에서 깨 정신을 차린 듯 한 전정국이 물었다. 나는 대충 대답을 해주고 소염제를 바르기 위해 수면실의 문을 열었다.
"왜 아픈데? 누가 아프게 했어?"
"너."
"……."
"너 때문에 아파."
내 말에 전정국은 오묘한 표정을 지었다. 나는 그 얼굴을 바라보다 수면실로 들어갔다. 전정국은 습관적으로 나를 따라 수면실로 들어오려 했다. 그래서 나는 전정국이 전부 들어오기 전에 서둘러 반쯤 문을 닫았다. 전정국은 왜? 하는 눈빛으로 나를 보았다.
"교복 벗을 거야."
"……."
"그런데 들어올 거야?"
"나 유혹하는 거야?"
어깨에 소염제를 바르려면 어깨를 감춰버린 교복을 벗어야한다. 나는 교복을 벗어야하니 들어오지 말라는 뜻으로 말했는데 전정국은 한참 생각하다 알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유혹하는 거냐고 물어온다. 나는 전정국의 머릿속을 알 것만 같아 한숨이 나왔다.
"보건실은 처음인데,"
"……."
"그래도 공주가 원하는데 장소가 뭐가 중요해."
"……."
"근데 공주 취향이 특,"
거기까지만 듣고 나는 더 들을 가치가 없다고 판단되어 문을 닫았다. 공주야, 문을 왜 닫아! 열어줘! 잠겨버린 문을 두드리는 전정국을 무시하며 침대에 앉았다. 교복을 벗고 여전히 뻐근한 어깨에 소염제를 발랐다. 몇 번 문지르자 청량감이 느껴졌다. 소염제를 닫고 다시 교복에 팔을 끼워 넣었다. 단추를 목 끝까지 잠그고 리본까지 단정하게 매었다. 그리고 나는 귀에도 연고를 바르기 위해 거울 앞으로 향했다. 거울로 보니 어제까지만 해도 빨갛기만 하던 귓불이 조금 푸른색을 띄었다. 본격적으로 멍이 들 것 같은 태세였다. 그렇게 거울을 보며 귀에 연고를 바르려다 갑자기 나와 같은 신세인 전정국이 떠올랐다. 수면실의 문을 열자 의자에 얌전히 앉은 뒷모습이 보였다.
"전정국"
"응!"
"들어와."
드디어 준비가 끝난 거냐 물으며 생기 넘치는 얼굴로 수면실로 들어온 전정국은 단정한 내 차림새에 말을 흐렸다. 내 작은 키로는 서 있는 전정국에게는 도저히 연고를 바를 수가 없어서 결국 나는 전정국을 끌어다 내가 앉았던 침대에 앉혔다. 그리고 여전히 뭘 하는지 몰라 멍한 전정국의 고개를 잡아 돌렸다. 전정국의 귓불을 보니 마치 내 귀를 보는 것 같을 정도로 똑같은 상태였다. 나는 연고를 덜어 전정국의 귓불에 발랐다. 투명한 연고가 녹아 상처에 잘 스며들 때까지 몇 번을 문질러주었다. 혹시 아플까 힘을 주지 않고 살살 움직인 것이 효과가 있었는지 전정국은 미동이 없었다. 연고를 다 바르고 손을 떼자 전정국은 바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연고의 뚜껑을 찾는 내 손목을 잡았다.
전정국은 약을 발라주느라 구부정하게 서있던 나를 자신의 옆에 앉혔다. 그리고 내가 했던 것과 똑같이 내 귓불에 연고를 발라주었다. 귓불을 문지르는 서툰 손가락에서 한 번도 안 해본 티가 났다. 전정국은 그 때까지도 아무 말이 없었다. 고개를 돌린 채라 전정국이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도 알 수 없었다.
"아파?"
"안 아파."
"난 공주가 안 아팠으면 좋겠어."
전정국은 갑자기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니,"
"……?"
"사실은 니가 아팠으면 좋겠어."
"……."
"나 때문에."
전정국이 귀에서 손을 떼자 나는 고개를 돌려 전정국을 바라봤다. 전정국은 나를 뚫을 듯이 쳐다봤다. 그런 전정국을 피하지 않고 바라봤다. 전정국의 눈동자에는 알 수 없는 감정들이 뒤섞여 비쳤다. 갑자기 전정국은 내 눈을 가렸다.
"그런 눈으로 보지 마."
"……."
"나 정말 못 참아."
나는 눈을 감았다. 전정국은 손을 떼지 않은 채로 한참 뜸을 들였다. 고요한 보건실에 나와 전정국의 숨소리만 들렸다. 나는 여전히 가만히 앉아있을 뿐이었다. 그러다 전정국의 숨소리가 가까워지는 것이 느껴지고 입술이 잠깐 닿았다. 쪽, 하는 아기들이 하는 뽀뽀에서나 날 법한 소리가 나며 입술이 떨어졌다. 그리고 입술을 뗀 전정국은 침대에서 일어나 문을 열고 보건실을 나갔다. 나는 감았던 눈을 떴다. 하얀 침대 위에는 나만 덩그러니 남아있었다.
"난 너 때문에 아프지 않아."
아무도 없는 보건실에서 나 혼자 다짐하듯 내뱉었다.
***
첫 날부터 그랬듯 내 하굣길은 항상 전정국과 함께다. 전정국은 오늘도 내 손을 잡고 걸었다. 저번에 내가 조용히 하란 뜻으로 나는 조용할 때 걷는 걸 좋아한다고 했더니 전정국이 그럼 조용히 할게, 하고서는 시끄럽게 굴지 않았다. 그 대신 내 손을 내어주어야 했지만 나는 차라리 그 편이 낫다고 생각했다. 전정국은 꼭 손을 잡고선 앞뒤로 흔들어댔다. 흔들리는 손에 닿는 바람을 느끼다 나는 문득 의문이 들었다.
"너 왜 나한테 자꾸 자자고 해?"
"그냥."
"그냥?"
"몰라. 그러고 싶어."
전정국은 여전히 잡은 손을 앞뒤로 흔들었다. 이번에는 다른 걸 물었다.
"너 나 좋아해?"
"아니."
"근데 나한테 왜 이래?"
"넌 나 좋아해?"
"아니."
나의 물음에 전정국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아니라고 답했다. 그리고 되돌아오는 질문에 나 역시 아니라고 했다. 꼭 오늘 점심에 무엇을 먹었는지 이야기하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대화였다. 기묘한 기류가 흘렀다.
"나한테 자자고 하지 마."
"나랑 자자."
"자는 게 뭔지는 알아?"
"섹스."
"누구랑 하는 건데?"
"여자랑."
"아니야. 서로 좋아하는 사람끼리 하는 거야."
"……."
"그래서 우린 못해. 그러니까 나한테 자자고 하지 마."
전정국은 내 말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니던데?"
"뭐가."
"좋아하는 사람 아니어도 하던데?"
"……."
"정말이야."
눈 맞고 입 맞고 그러다 보면 배 맞고 그러는 거지. 이어지는 전정국의 말에 나는 전정국의 손을 놓았다. 놓지 않으려는 손을 억지로 잡아다 떼었다. 넌 나와 많이 다르구나. 내가 손을 놓자 전정국은 걸음을 멈추었다.
"그럼,"
"……."
"좋아하는 게 뭔데?"
전정국의 질문에 나는 일 년 전의 기억을 떠올리려 애썼다. 내가 그 애를 생각하면 어땠는지, 무슨 느낌이 들었는지.
"안 보면 자꾸 보고 싶고,"
"……."
"보면 만지고 싶고, 좋아서 죽을 거 같고,"
"……."
"그러다 가끔 손이라도 닿으면 심장이 너무 뛰어서 이러다 죽는 게 아닌가 싶고,"
"……."
"그러니까,"
"……."
"그냥 딱 죽겠다, 싶으면,"
"……."
"좋아하는 거야."
아니, 사랑하는 걸지도 몰라. 나는 그렇게 꿈꾸듯이 말하다 그 이상의 기억은 머리에서 거부해 그쯤에서 그만뒀다. 괜히 생각했나보다. 이럴 거라고 예상 못 했는데 코끝이 찡하더니 눈물이 찼다. 아주 잠깐 그 애가 그리웠다. 나는 그 애를, 그 애를.
따뜻한 바람이 나를 토닥였다. 나는 발끝으로 시선을 떨어뜨렸다. 그런 나를 본 전정국은 그저 걸어와 다시 내 손을 잡을 뿐이었다. 나는 뭐라도 잡지 않으면 길바닥에 쓰러질 것만 같아 전정국의 손을 꼭 마주 잡았다. 빈틈없이 맞물린 손이 뜨거웠다. 전정국은 집에 도착하는 내내 훌쩍이는 나를 배려하기라도 하듯 말이 없었다.
***
+) 많이 늦었죠ㅠㅠㅠㅠㅠㅠ 조ㅣ송해요ㅠㅠㅠㅠㅠㅠ
++) 암호닉 받아요~♡
♡제 사랑 독자님들 암호닉 화긴하세용~♡
퓨어님 / 인사이드아웃님 / 연이님 / 긴청바지님 / 발꼬락님 / 전정국(BTS/19)님 / 태태님 / 정국이즈뭔들님 / 모찌모찌해님 / 꾸기안녕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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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글 뭐야ㅋ 아이유는 장발이지 무슨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