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의 개밥보다 못하다는 말을 듣고 적잖게 충격을 받은 나는 재석이에게 신세계를 보여주겠다는 일념으로 장을 보러갔다. 재석이가 쫓아온다고 하도 그래서 같이 왔다. 석영이만 두고 오는게 조금 걸리지만 짐이 많을 예정이라 지나치게 활발한 석영이는 두고가기로 했다.
"헐. 주인. 이거 봐. 이거 진짜 맛있는건데."
라며 개껌 파는 주변에서 자리를 뜨지 못하고 계속 서성인다.
"재석아."
"응? 주인, 왜?"
"아... 진짜."
주인, 이라고 하니까 내 이름이 주인임에도 내 이름을 부르기보다 주인님 하고 부르는 것 같아 나보다 키 큰 재석이의 귀를 내 입으로 끌어내렸다.
"밖에서는..."
"으아, 간지러워."
귀를 만지며 한발짝 물러났지만 내가 다시 끌어내렸다.
"가만히 있어. 밖에서는 주인아라고 불러."
"응? 왜?"
간지러운지 꼼지락거리며 묻는다.
"사람들은 그렇게 하는거니까."
핑계거리가 없을 때는 제일 좋은 핑계다. 그리고 재석이는 갸웃거리면서도 다시 끄덕인다. 간단하게 불고기랑 잡채정도 하면 눈 돌아가겠지? 야채와 고기를 고르는 동안 재석이는 옆에서 안절부절이다.
"왜그래?"
"사줘."
"뭘?"
"아까 그거. 개껌."
"넌 사람이라서 이제 맛없어."
"그래도 사줘. 응? 사줘."
"아니, 진짜!"
갑자기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버렸다.
"사줄거지?"
그리고 참으로 재수없게 웃는 재석이의 표정을 보고 난 깨닫았다. 개라고 얕보다간 큰 코 다칠 것 같다고. 결국 조르던 개껌을 사들고 화풀이로 짐은 재석이가 다 들게 했다. 그래도 좋은지 싱글벙글이다. 집으로 들어가자마자 짖어대는 석영이를 보니 미안한 마음에 안아줬다.
"미안. 다음에는 데려갈게?"
내가 석영이에게 우쭈쭈하는 사이 재석이는 개껌을 꺼내들고 씹는다. 그게 맛있을리가 없지 사람 입맛에. 그리고 엄청나게 질겨서...
"아!!! 주인!"
"내가 저럴 줄 알았지."
턱이 아프다며 징징대는 재석이를 비웃어주며 석영이를 내려놓고 저녁준비를 했다. 복수할거야 오재석. 거의 한시간 여만에 저녁이 완성됐다. 맛있는 냄새가 난다며 빨리 먹자는 재석이를 보며 한껏 자신감이 있는 표정을 하고 음식을 식탁으로 옮겼다. 간만에 차려진 진수성찬에 감탄을 하며 젓가락을 들었다. 그리고 재석이는 맛있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든다.
"그럼 이게 맛있어? 아님 그 강아지였을 때 먹은게 맛있어?"
"응?"
"뭐가 더 맛있냐고."
"음... 음..."
아, 젠장. 나의 요리실력에 문제가 있는건가? 아니면 그 사료가 진짜 엄청나게 맛있는 건가? 내가 너무 맛있는 사료를 줬나보네. 이제 싸구려로...
"주인이 해준게 더 맛있어."
"그렇지? 그지?"
나의 말에 씩 웃고는 고개를 끄덕이고 잡채를 힘겹게 집는다.
"이게 제일 맛있어."
"그래? 나중에 또 해줄게."
씩 웃으며 응, 하고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재석이랑 놀아주느라 하루종일 제대로 놀아주지도 못했던 석영이를 안고 티비를 봤다.
"주인아. 안 더워?"
"어? 별로."
"더울것 같은데?"
"더운 것 같기도 하고..."
"그렇지?"
하며 내 품에 있던 석영이르 뺏어 내려놓는다. 석영이는 그런 재석이를 물려고하고.
"왜그래?"
하며 내가 다시 석영이를 안아줬다.
"안아주지 말라니까!"
"하루종일 너하고만 놀았잖아. 석영이랑도 좀 놀아야지. 그렇지?"
라고 묻는 나의 말에 내쪽으로 더 파고들려고 한다. 애교부리는 모습이 귀여워 쓰다듬어주니 재석이는 고개를 티비로 돌린채 궁시렁댄다. 그런 재석이가 귀여워서 몰래 웃다가 시계를 보니 11시 30분. 내일 출근해야되니까 이제 씻고 자야겠다. 석영이를 내려놓고 화장실로 들어가 씻다 갑자기 생각이나 재석이를 불렀다.
"왜?"
아직 삐져있는지 뾰로퉁한 목소리다. 새 칫솔을 하나 꺼내 쥐어주고 치약을 짜줬다.
"해봐."
하면서 칫솔질을 하니 똑같이 입에 넣고 한다.
"매워! 매워!"
"배, 뱉어."
세면대에 뱉고 입을 헹구더니 혀를 내민다.
"애어."
애를 키우네... 내일 딸기맛 치약이라도 사와야되나?
"나가. 나 마저 씻게."
"나도 할래."
이미 고집은 마트에서 경험을 해봤으므로 괜히 잠 시간만 줄어들까 져줬다.
"오늘은 내가 해줄테니까 다음부터는 니가 하는거다."
"응."
"잠깐만."
서랍장에서 고무줄을 꺼내 머리를 묶어줬다.
"이거 뭐야?"
"머리 흘러내리니까. 크, 귀엽다."
거울을 보더니 썩 마음에 드는지 웃는다.
"눈 감고 허리 숙여봐."
얼굴에 물을 묻혀주고 클렌징 폼을 거품내어 묻혀주니 뭐냐며 눈을 뜬다.
"씁. 눈 감아."
"왜?"
"눈 아파."
내 말에 눈을 다시 감는다. 비누칠 좀 하다가 다시 물로 헹궈냈다. 재석이를 내보내고 빨리 씻었다. 나가니 재석이가 없다. 방에도 없는데? 현관문 소리도 못들었고...
"재석아."
재석이를 부르자 사람 목소리대신 강아지가 짖어대는 소리가 들린다.
"재석아?"
그리고 기어나오는 건 낮에 샀던 개껌을 물고있는, 앞머리를 묶고있는 강아지 재석이.
"다시 돌아간거야?"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 아쉬운 건 가족을 오랫동안 못봐서 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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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안 끝남요 끝난게 아니여요 저번편 댓글에서 달아주신 제목으로 달고 올려요 제목 추천해주신 독자6 짱짱bbb koogle님 젤리님 댓글 감사해요!! 그리고 다른 독자분들도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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