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출근준비에 바빴다. 여느날의 월요일처럼 나는 바쁘고 강아지들은 날 따라다니기 바빴다. 정말 일요일의 하루는 꿈인 것처럼 눈을 떠도 강아지 두마리가 있을 뿐이였다. 하루종일 업무에 치여 집으로 돌아올 땐 항상 축 쳐진다. 아, 진짜 빨리 돈 벌어서 차 사야지. 그리고 중간에 들린 마트에서 이것저것 장을보다 치약코너에서 딸기맛치약을 샀다. 어차피 강아지인데... 아, 몰라. 그냥 내가 쓰면 되지, 뭐. 그리고 집에 오니 반기는 건
"왔어?"
"주인이다! 와! 주인!"
사람 두명. 개 두마리가 아닌 사람 두명이다.
"헐."
그리고 둘은 다행히 옷을 잘 입고 있다.
"나 다시 사람으로 변했어."
"나도 나도 사람됐어."
그러니까...
"너가 재석이고, 너가..."
"윤석영."
하나도 아니고 둘이나 사람이 되버렸다. 딸기맛 치약은 무용지물이 아니게 되서 다행이다.
"주인. 우와, 주인 엄청 작아."
재석이보다 큰 석영이가 날 안으며 작다고 놀린다.
"맨날맨날 내가 안겼는데 이제 내가 안아줘야지."
라며 여자 가슴을 뛰게 할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한다.
"근데..."
"왜?"
"나 배고파."
그리고 나는 무슨 귀신 씌인 사람처럼 멍하게 밥을 차렸다.
"주인. 나 더 줘."
"어? 어, 응."
석영이는 지나치게 잘 먹었다. 벌써 세그릇 째. 재석이는 옆에서 아주 한심한 표정으로 한그릇을 더 달라는 석영이를 쳐다봤다.
"작작 좀 먹어라. 개였을 때도 엄청 먹어대더니 사람되도..."
그리고 한숨.
"뭐!"
"왜, 왜 그래. 잘 먹으니까 보기 좋네, 뭐."
"그렇지? 그렇지, 주인? 주인이 좋데잖아."
"으휴..."
절레절레 고개를 흔들며 또 한숨. 비교적 눈치가 빠른 재석이가 나의 당황함을 알았는지 한심한 눈빛을 거두지 않는다. 그래도 다행인건 눈치없는 석영이. 그런 눈으로 쳐다봐도 열심히 먹는거에만 집중을 한다.
"와 진짜 맛있어, 주인."
"그래?"
"응!"
"다행이다."
엄지손가락이 내려갈 줄 모르는 석영이는 날 참 뿌듯하게 만들어줬다.
"근데 어쩌다가 둘 다 사람이 된거야? 어제는 왜 또 강아지 되버리고?"
"글쎄."
"어, 난, 잘 몰라."
아무렇지 않게 어깨를 들썩이는 재석이와 달리 석영이는 뭔가 꺼림칙하게 대답을 한다. 뭔가 있네, 뭐가 있어. 재석이는 몰라도 석영이는 조금만 캐면 나오겠네.
"이제 밥도 먹었으니까 씻어야지?"
"응?"
"짠."
하고 꺼낸건 아까 살까말까 하던 딸기맛 치약.
"그거 막 입에 하는거지?"
인상을 끝내주게 쓰고 있는 재석이다.
"이건 어제꺼처럼 안 매운거야. 들어가서 이 닦자."
새칫솔을 꺼내 석영이에게 쥐어주고 다시 이 닦는 법을 알려주니 이번에는 안 매운지 잘 한다.
"주인 이거 맛있다."
"먹었어?"
"응. 더 줘."
정말 뭐든 잘 먹는구나.
"석영아. 이거 먹는거 아니야. 먹으면 배 아파."
"맛있는데?"
"먹지말라면 먹지 마."
다행히 그 다음부턴 먹지 않았다. 계속 삼켜질 것 같다는 얘기는 끝없이 했지만. 둘을 씻기고 나도 마저 씻은 후 나가니 둘은 뭐라고 속닥이고 있다.
"무슨 얘기해?"
"그냥."
어깨를 들썩이는 재석이를 보다 석영이로 눈을 돌리니 움찔한다. 아무래도 뭐가 있단 말이지.
"그럼 난 자러간다."
이 더운 날씨에 문까지 잠그고 자야되다니... 분명 이 집은 내 집인데... 자려고 누으려다 에어컨의 냉기가 사라지고 선풍기에선 더운 바람만 나온다. 그냥 문 열까? 슬쩍 문을 여니 시원한 바람이 들어온다. 그리고 널부러져 자고 있는 둘을 보다 물을 한잔 마시고 문을 열어놓은 채로 들어왔다.
눈을 뜨자 데자뷰인 것만 같은 상황이 펼쳐졌다. 이 살색의 향연과 내 배와 다리 위에 무거운 건...
"야!"
나의 외마디에 둘이 번쩍 깬다.
"왜? 왜?"
"무슨일이야?"
"너네가 여기 왜있어? 들어오지 말랬지."
"나는 주인이랑 자고싶단 말이야. 저번에도 재석이형이랑만 자고. 나랑은 한 번도 안 자줬잖아."
강아지랑 대화하는 건데도 참, 느낌 묘하다.
"그럼 오늘 한 번 같이 잤, 으니까 내일부터 들어오기만 해봐?"
"싫어. 주인이랑 같이 잘래."
"아침부터 앵기지마."
키도 큰 녀석이 내 목을 잡고 늘어지니 힘들다. 재석이는 다시 눕더니,
"여기가 편해."
짧은 변명을 끝으로 다시 눈을 감는다. 헐이다. 진짜. 한참 석영이의 칭얼거림을 듣다 핸드폰을 확인하니 조금 아슬아슬한 시간이다. 그래 오늘 샤워는 생략한다. 머리만 빨리 감고 밥도 그냥 별다른 것 없이 국만 데워먹었다.
"저거는 만지지말고 냉장고에서 꺼내서 먹어. 알았지?"
"왜?"
"위험해. 나중에 어떻게 하는지 다 알려줄게."
라는 내 말에 끄덕인다.
"주인, 나 한그릇 더."
아침부터 어김없이 두 그릇을 비우고 있는 석영이다. 석영이가 밥을 먹을 동안 이미 밥을 다 먹은 재석이가 씻으러 들어갔고, 때는 이때다 싶어 석영이한테 슬쩍 물어봤다.
"재석이랑 비밀 있지?"
"응? 무슨 비밀?"
"나 빼고 둘이서 계속 속닥거렸던거."
"응?"
하더니 생각이 났는지
"그, 그런거 없는데?"
라며 밥을 입으로 꾸역꾸역 집어 넣는다.
"석영이는 나랑 안 친해지고 싶은가보다."
"왜?"
"나 빼고 재석이랑 비밀 있는거면 재석이랑 더 친하잖아. 그럼 나랑은 친해지고 싶지 않은거지?"
"아닌데!"
"그럼 알려줘."
"아, 안되는데..."
오케이. 반쯤 넘어왔어.
"말해주면 침대에서 자게 해줄게. 응?"
"치, 침대?"
"응. 오늘 아침에 너가 잤던데."
"주인도 같이?"
"어?"
"주인도 침대에서 자는거지?"
슬쩍 피해가려했던 문제를 치고들어오니 조금 당황했지만
"당연하지."
난 호기심이 강한 여자다.
"이건 진짜 말하지 말라고 했는데..."
"누가? 재석이가?"
끄덕끄덕.
"재석이한테는 말했다고 안 하면 되지."
"그럼 주인도 재석이형한테 비밀이야?"
"응."
"그러니까..."
판도라의 상자를 열려는 순간 재석이가 나온다.
"뭐야?"
"석영이가 밥 맛있다고."
"쟨 맛없는 거 없어."
다행히 눈치는 못챘는지 방으로 들어간다.
"나 퇴근하면 알려줘. 알았지?"
"응. 진짜 침대에서 자도 되는거지?"
"그렇다니까."
흐뭇해하며 당장이라도 그 비밀을 말하고싶어 근질근질해 하는 모습이다.
"자, 그럼 갔다 올게."
"응."
"잘 다녀와!"
집에 사람이 있는 건 좋은 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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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리 올리려고 올리려고 검토 안해서 매끄럽지도 않고 오타 있을 예정이라ㅠㅠ 넓은 아량으로 봐주세요(찡긋) 끼끼님 제가 놓쳤었어요ㅠㅠ 죄소유ㅠ koogle님 소년가장김현님 홍푸우님 젤리님 키키님 감사감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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