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저녁을 뭘 사갈까 하며 짐을 챙기는데 앞에서 말을 걸어온다.
"주인씨 오늘 한 잔 안할래?"
"예?"
"오늘 간만에 여자들끼리 한 잔 하자구."
안 가기에는 저기서 빠지기엔 너무 간만에 술자리고 가기에는 기다리는 사람, 아니 강아지, 아니 사람... 아무튼 있고.
"약속 있어?"
"아, 아니요. 가요."
"그래. 가자."
"전화 한통만 하구요."
"응? 알았어. 우리 매일 가는 호프집 알지?"
"예. 그리로 갈게요."
집에 엄마 성화에 전화를 설치해놓긴 했는데 받는 방법을 알까 모르겠네. 전화를 하니 다행히 받는다.
[뭐야?]
"재석아. 나야."
[주인?]
"어. 어떻게 알고 받았네?"
[그냥 주인이 한거 보고...]
[주인이야? 와 거기에 주인있어? 나도!]
[야. 조용히 좀 해봐.]
"아니, 나 좀 늦을 것 같아서."
[왜?]
"회식이라고 이제 회사사람들끼리 밥먹고 술먹고를 좀 해야할 것 같아서."
[왜? 집은 밥에서 먹으면 되잖아.]
[주인! 빨리와.]
"아, 그게... 이게 직장 생활을 하다보면..."
"주인씨. 누구랑 통화해?"
[그래서 많이 늦어?]
"어, 잠깐만."
"남자네? 주인씨 남자 생겼어?"
"아니예요! 그냥 동생이예요. 동생. 서울로 놀러와서."
"아아. 그럼 빨리 와."
"네. 여보세요?"
[얼마나 늦냐고.]
"글쎄. 좀 많이 늦을 것 같은데..."
[알았어.]
"밥 알아서 먹고 먼저 자. 알았지?"
[응.]
"전화 다시 내려놓으면 돼."
[나도 주인 목소리 들을래.]
[시끄...]
그리고 끊겼다. 매정하네 오재석. 마음편히 술 마시러 갔는데 그 자리에는 여자만 있을 줄 알았는데 아니다.
"왔어?"
"예에... 근데 누구?"
"주인씨 남자친구 없지?"
"예? 아, 네."
"그래서 주인씨 연애 좀 하라고 우리가 초대 좀 했지."
"예? 저 괜찮은데..."
"마음에 안들어서 그래?"
"아, 아니요. 그런건 아니예요."
건너편에 앉아 있는 남자는 깔끔하게 생긴, 나보다는 연상으로 보이는 남자다.
"인사해. 여기는 제조과에 김창수대리님. 여기는 마케팅과에 김주인씨."
"안녕하세요."
"예, 안녕하세요."
눈을 휘며 웃는게 참 착해보인다. 순해보이고. 남자는 사람들이랑 잘 섞여놀았다. 괜찮은 것 같긴한데 딱히 남자 사귀여겠다는 생각도 없고 지금 집에 충분히 남자는 있어서 별로 급하거나 하진 않다. 이성으로서의 남성은 아니지만 그래도... 주위의 성화에 못이겨 번호를 주고받았다.
"다들 가세요."
"어어? 김대리님 주인씨 데려다주셔야죠."
"예. 그래야죠."
결국 이대리님 때문에 집까지 데려다줘야될 기세다.
"아니요. 괜찮아요. 택시타면 집 앞까지 가는데요."
"씁."
"데려다드릴게요."
결국 같이 택시를 탔다.
"죄송해요. 이대리님 때문에..."
"괜찮아요."
나이가 29살이랬나? 나보다 네살정도 밖에 많지 않은데도 어른같은 느낌이다.
"마케팅과면 이제 바쁜거 좀 지나갔죠?"
"예? 아, 예. 제조과도 그런걸로 알고있는데..."
"네. 봄, 가을에는 휴가 못 쓰게 하는데 이제 빨리 휴가 갔다오라고 성화네요."
"저희도 그래요. 가을에 바쁠 거 생각하니까 벌써 힘들어요."
이리저리 푸념을 하다보니 집앞이다.
"저 여기서 내리면 되요."
"아저씨 잠시만요."
그러더니 내려서 빨리 들어가라 한다.
"예. 감사해요. 아 그리고 이거."
"아니요. 저 이거 받으면 이대리님한테 혼나요."
"그래도..."
"그럼 다음에 밥 사요."
"예?"
"저 가볼게요."
"예. 안녕히가세요."
택시가 떠나고 멍했다. 애프터 신청인건가 아니면 그냥 하는 소리인가? 집에 불이 켜졌나 올려다보니 창문 닫는 소리가 들린다. 아직 안 자나? 집에 들어가니 캄캄하다. 창문소리는 다른 집이였나? 방에 불을 켜 옷을 갈아입고 나오는데 석영이만 보인다.
"안 잤어?"
"어? 어."
옆을보니 재석이는 강아지로 변해있다.
"안 자?"
"자야지."
하며 석영이가 방으로 들어가려는데 재석이가 석영이 발을 문다.
"씨. 난 싫거든?"
하면서 나와 방으로 들어간다. 으르르, 하고 짖으려고 하다 짖지 않았다.
"주인. 신경쓰지 말고 들어가자."
"어? 왜?"
하더니 귀에 입을 댄다.
"궁금하다며."
"아..."
회사에 가서는 아예 잊고있었다.
"일단 들어와봐."
방 안에 들어가 침대에 앉더니 제 옆을 친다.
"뭔데?"
"그게 사실 우리는 강아지랑 사람으로 변하는 거 마음대로 할 수 있어."
"뭐?"
"주인 눈 감아봐."
무슨 소리냐는 듯이 찡그리니 빨리, 라는 재촉에 눈을 감았다가 허벅지에 따뜻한게 올라가 눈을 뜨니 강아지 석영이다.
"진짜네?"
석영이를 들어보니 진짜 석영이가 맞다. 신기하네.
"그럼 사람으로 변하는 것도 가능해?"
내 말을 알아듣는 건지 못 알아듣는 건지 꼬리만 흔들 뿐이다.
"자아. 넌 여기서 자고."
침대 밑으로 내려놓고 누웠다. 술 간만에 마시니까 얼마 마시지 않았는데도 취한다.
"주인! 그러는게 어딨어!"
그 새 변한 석영이가 침대로 올라오며 반발을 한다.
"사람으로 변했네?"
"완전 나쁘다. 진짜."
"뭐가?"
모른척 어깨를 들썩이며 누웠다. 석영이는 씩씩거리다 침대 위로 올라와 눕는다.
"야! 뭐해?"
그리고 나한테 바짝 붙는다.
"주인 좋다."
"어이구."
"머리 쓰다듬어줘."
"아, 알았으니까 좀 떨어져 봐."
"응."
살짝 떨어져 내 어깨에 머리를 살짝 붙인다. 못이기는 척 머리를 쓰다듬었다. 재석이는 안그러는데 석영이는 너무 스킨쉽이 많아서 항상 놀란다. 남자랑 스킨쉽이 너무 없어서 그런건지 아니면 외간남자라 그런건지 두근거리면서 얼굴이 달아오르기도 한다. 남자를 사귀는게 맞나?
"주인이 쓰다듬어주니까..."
"어? 응."
"잠 온다."
"자."
"근데."
"왜?"
"재석이형 삐지겠다."
"그런가?"
"응. 지금 주인한테 숨긴다고 사람으로 안 변하고... 있을텐데..."
"그러겠네."
그리고 얼마 있지않아 규칙적인 숨소리가 들린다. 얼굴을 보니 입 벌리고 자고 있다. 강아지였을 땐 막 안겨서 마냥 좋았는데 지금은 부담스럽기까지 하니... 석영이 말대로 석영이가 온 이후로 너무 재석이랑 안 놀아준 것 같다. 이러면 안되는데... 근데 지금 너무 졸리다.
일어나니 내 옆에 있는 사람은 회색 옷을 입고 있는 석영이가 아닌 하얀색 옷을 입고있는 재석이다. 상체를 들어 확인하니 석영이는 바닥에서 자고 있다.
"주인아."
"어?"
놀랐다. 항상 주인, 이라고 한 것과는 느낌이 굉장히 다르다. 그냥 주인, 은 되게 거리감이 있는데 주인아, 하는 건 거리가 대폭 줄어든 느낌이다.
"아직 여섯시야."
"어? 어. 그러게."
"더 자."
내 팔을 끌어 다시 눕히는 재석이를 보면서 이상하다, 라는 생각 때문에 별다른 반응을 못했다.
"잠깐만."
"왜애..."
"어, 아니. 나 다 알아."
"뭐를?"
"너 강아지로, 사람으로 마음대로 변할 수 있다면서."
"어떻게 알았어? 얘지?"
인상을 쓰며 석영이 쪽을 턱짓으로 가르킨다.
"내가 좀 꼬시더니 넘어오더라. 아무튼. 말해주지 왜 비밀로 해."
"그냥. 몰라서 나쁠 것도 없잖아."
"몰라서 좋을 것도 없고."
"어쨌든 알았으니까 자자."
"나 잠 다 깼어."
"그럼 그냥 누워있어."
못 일어나게 팔을 어깨 쪽으로 올린다. 얘가 왜이래? 석영이한테 옮았나?
"일어날래."
"안돼."
결국 그렇게 실랑이를 하다가 일곱시까지 침대에 누워있었다.
"이제 일곱시다. 일어나야 돼."
내 말에 팔을 치우고 일어나서 괜히 잘 자고 있는 석영이를 밟아서 깨운다. 빨리 씻고 밥을 차리고 옷을 갈아입었다.
"주인, 오늘은 늦지마."
"어? 응."
"근데 어제 그 남자는 누구야?"
"누구?"
"어제 주인 데려다준 사람."
"봤어?"
"응."
고개를 끄덕거리는 재석이랑 석영이. 뭐라 말해야되지?
"그냥 아는 사람."
"사귀는거야?"
"응?"
"결혼할거야?"
"어?"
강아지라면서 재석이는 너무 똑똑하다.
"우리 버릴거야?"
그리고 극으로 치닫는 석영이까지.
"아니, 아니야. 그냥 회사 상사가 소개해준... 아니. 안 사귀고 결혼도 아직 생각없어. 그리고 결혼해도 너네 안 버려."
"결혼했는데 우리가 이렇게 변해도?"
"어?"
"봐봐. 주인은 결혼하면 우릴 버릴거야."
"아니라니까. 그리고 내가 결혼할지 안할지도 모르고."
"안할거야?"
우는 척을 하던 석영이가 고개를 든다.
"모른다고."
"형. 생각보다 주인은 우릴 안 좋아하는 것 같아."
"그러게."
"나 출근한다."
"주인!"
"왜, 또."
"돈 많이 벌어와!"
하며 밥을 먹는 석영이가 그렇게 얄미울 수가 없다. 저것들을 일이라도 시켜야 직성이 풀릴 것 같은데...
| 더보기 |
늦게 와서 미안요 싱크가 안 올라서 결국엔 본격_역하렘_만들기_대작전_.txt 인듯.... 난 이렇게 내가 좋아하는 축선들을 다 넣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젤리님, koogle님, 키키님, 소년가장김현님 다들 댓글 고마워요~ 다음편도 늦어질....수도...... |
이 시리즈
모든 시리즈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최신 글
위/아래글
공지사항
없음
모든 시리즈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최신 글
위/아래글
현재글 [축선망상] 개같은 남자.5 10
12년 전공지사항
없음

인스티즈앱
[속보] 쿠팡 영업 정지 논의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