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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범영

[국대망상] 집착1234 | 인스티즈




추적추적 비가 온다. 비 오는 날은 썩 좋아하지 않아 옷과 신발이 젖을걸 걱정하며 우산을 들고 나갔다. 우산을 펴고 비가 내리고 있는 밖을 나가려는데 낯익은 사람이 보인다. 얼굴이 멀끔해서도 있지만 키가 워낙 커 한 번 보고 잊을 수가 없었다. 190정도 되려나? 하고 그를 지나쳐갔다. 계속 쳐다보는 기분이 드는건... 내가 이상해서겠지? 버스를 타고 회사로 왔다. 6시면 퇴근이지만 10시까지 남아있는 팀장님 때문에 10시까지 잔업을 했다. 지친 몸을 끌고 버스를 탔다. 버스의 창가에 앉아 창밖을 보는데 내 옆에 누가 앉는다. 고개를 들어 쳐다보니, 그 남자다. 주위를 둘러보니 자리는 많았다. 그런데 왜 옆에 사람이 있는 내 옆자리에 앉았을까? 무슨 생각인지 슬쩍 얼굴을 훔쳐봤는데 눈이 마주쳤다. 그런데 남자는 아무말 없이 입꼬리를 올려 웃는다. 훔쳐보다 눈이 마주쳐 당황한 나는 고개를 급하게 돌려 눈에 들어오지 않는 창밖 풍경을 봤다. 이제 내릴 정류장이 다가와 벨을 누르려 벨 쪽으로 손을 뻗었는데 나보다 긴 팔이 내 손 아주 가까이 지나쳐 벨을 눌렸다. 삐- 하는 소리와 함께 벨이 빨간불이 켜진다. 조금 이상한 느낌이 들지만 그저 우연일거라 나를 다독였다. 버스에서 내려 아파트로 향했다. 남자는 일부러 나의 보폭을 맞추는 건지 내 뒤에서 나를 앞지르지 않고 걸어온다. 엘리베이터에 앞에 도착하고 내가 먼저 올라탔다. 그리고 버스에서 처럼 층 버튼을 누르려는 내 손보다 빠르게, 이번에는 손이 살짝 닿게 같은 층을 누른다. 옆집, 사람인가? 괜히 닿은 손이 화끈거려 다른 손으로 그 부분을 쓸었다. 엘리베이터가 멈추고 내렸다. 내가 번호키를 누를 동안 뒤에서는 아무소리도 나지 않는다. 누르던 손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려하자 내 어깨의 손이 얹어진다.


"왜 누르다 말아?"


아침부터 이상하다 생각했던게 사실이였구나. 하는 생각만이 나고 다른 뭘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 도망, 도망쳐야되는데...


"도망치려면 3개월 전부터 도망쳤었어야지." 







2. 김창수

[국대망상] 집착1234 | 인스티즈







우리집은 어렸을 때부터 평범하게 가난했다. 엄마는 가난이 지긋지긋해 집을 나갔고, 아빠는 그 날부터 술을 마셨다. 그나마 다행인건 아빠는 우리를 때리지는 않았다. 그냥 술을 사오라며 술병을 던질 뿐. 동생과 나는 학교가 끝나면 아르바이트를 해야했다. 동생은 나이를 속여 술집에서 일을 해 꽤 돈을 많이 벌었지만 동생은 내가 여자라고 그런 위험한 일은 하지말라고 말려 어쩔 수 없이 평범한 아르바이트 3개로 만족해야했다. 평일 밤부터 아침까지 편의점을 했고, 주말에는 카페와 음식점 아르바이트를 했다. 그리고 나는 지금 막, 주말 저녁에 했던 파스타 집의 아르바이트에서 해고를 당하고 나오는 길이다. 아르바이트 하나 안한다고 당장 죽는 건 아니지만 돈을 모아야했다. 항상 힘들 때 일이 겹치기 마련이니까. 인터넷을 뒤적이다 시급이 높은 와인바가 있어 동생의 생각을 애써 지우고 전화를 했다. 전화를 받은 사람은 남자다. 아르바이트를 구한다는 말에 그럼 이력서를 들고 와인바로 오라했다. 바로 항상 갖고 다니는 이력서를 뽑아 들고 와인바로 향했다. 동생이 걱정하는 그런 저급한 술집은 아니였다. 아니, 굉장히 고급스러워 나의 차림으로 들어가도 될까 싶을 정도였다. 아직 영업 전인 와인바의 문을 열고 들어가 면접을 보러왔다는 말에 전화를 받은 듯한 남자가 나를 방으로 안내한다. 그 안에는 20대 후반에서 30대 초 정도 되보이는 남자가 있다. 평범한 다른 아르바이트와 같은 면접이였다. 같이 일해보자는 소리와 함께 나를 이끌고 바로 간다. 내가 외워야할 와인들이라며 메뉴판과 함께 하나하나 설명을 해주신다. 생각보다 친절해서 다행이라 생각을 했다. 공부는 썩 잘하는 편은 아니였지만 일은 금방 배우는 편이라 와인 이름도 하나씩 외워나갔다. 첫날 면접을 본 사람이 와인바 주인이라는 걸 알고 놀랐다. 젊어보이는데 이런 곳을 차렸구나, 역시 돈이 좋구나, 싶었다. 그리고 다른 언니들한테 듣기로는 와인바 주인이 나에게 꽤 잘해준다는 거다. 어렸을 때부터 책임감만 강조했던 환경과 다르게 나의 어리광을 받아주는 사람이 생겼다는 데에 기뻤던 것 같다. 와인바 주인이 날 좋아하는 걸 알면서도 적당히 밀고 당겼지만 나는 알면서도 밀려져주기도 당겨져주기도 했다. 이 와인바에서 일한지 6개월이 넘어갈 때 쯤, 한달에 한 번씩 있는 회식을 했다. 주방에서 일하는 오빠가 안주를 만들고 와인 두어병을 따 마셨다. 요즘에 일이 잘 풀리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아진건지 여기저기서 권하는 술을 거부하지 않고 받았다. 살짝 알딸딸해져 와 바람 좀 쐬야겠다 하고 나왔다. 찬바람을 쐬니 더 취기가 오르는 것 같아 조금 세게 얼굴을 쳤지만 깨진 않는다. 잠이 오는 것 같기도 해 건물에 기대 눈을 감았다. 그리고 눈을 뜬 곳은 캄캄한 침대 위다. 우리집에는 침대가 없는데? 인기척에 고개를 돌리니 와인바 주인이다.


"바보같이 주는 걸 왜 다 마셔?"

"죄송해요."

"죄송할 건 없고. 오히려 고마워해야할 판이니까."

"...예?"

"모른척 하는거야? 내가 너 좋아하는 거 알고있었잖아."


내가 잘못들었나 싶을 정도로 평소와는 다른 조금 가라앉은 목소리다. 뭐지?


"진작 내 마음대로 했어야했어. 어차피 넘어올 것 같지도 않은데. 그렇지?"

"저기..."

"가둬놔야지. 아무데도 못 가게. 아무도 못 보게. 나만 보게."

"그만하세요."

"실종신고하고 몇 년만 있으면 사망처리된데. 몇 년만 참아."


평소와 같이 아주 다정스레 나도 모르게 흘렸던 눈물을 닦아준다.


"그럼 평생 나하고만 살면 돼. 행복하게 해줄게."





3. 이대훈

[국대망상] 집착1234 | 인스티즈






"누나. 오늘은 어디갈래요?"

"오늘은 그냥 좀 쉬고싶은데..."

"피곤해요? 그럼 온천같은데 갈까? 아니면 드라이브?"

"아니, 그냥 집에서 좀 쉬었으면 좋겠어."

"그래요?"


얼굴에 잔뜩 실망한 표정이 내비쳤지만 그래도 더이상 같이 있고싶지않았다. 처음에는 좋았다. 모자름은 없었지만 큰 여유도 없었던 집에서 자란지라 사고싶다는 표정만 지어도 덥썩 사주는 부잣집 이대훈도 좋았고, 과에서 입학 때부터 난리날 정도로 잘생긴 외모를 가진 것도 좋았고, 다른 여자에게는 냉정하다 싶을 정도로 반응을 안 한다. 나만 특별해진 기분이 좋아 해오는 고백을 덥썩 받았지만 이대훈이 나를 좋아하는 감정이 생각보다 많이, 무겁다는 걸 사귀면서 느꼈다. 그걸 깨닫는데 5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그래서 그걸 감당할 자신이 없어 조금씩 이대훈과 거리를 두고 있다. 해오는 선물을 조금씩 거절하고, 데이트도 조금씩 줄여나갔다. 


"그럼 쉬어요. 피곤한지도 모르고 괜히 연락했네..."


요근래 대훈이가 인턴을 하면서 조금 바빠져 만나지 못해 주말이 되서야 얼굴을 보게됐는데 거절한게 너무했나 싶었다. 실망하는 표정을 보니 조금 미안하기도 하고... 이 미안함을 언제까지 느껴야할지, 정말 내가 이대훈과 헤어질 수 있을지...


"대훈아."

"응?"

"헤어지자."


그냥 미안함, 한번에 느끼자는 생각으로 내뱉어버렸다. 말해야지 할 때는 잘 나오지 않던 말이 막상 뱉고 나니 쉽다.


"왜..."

"그냥..."

"피곤한데 내가 계속 같이 있자고 해서 그래요? 그럼 나 갈게. 누나, 헤어지자는 말 하지마."

"아니야."


이왕 말하는거 솔직하게 말하자고 생각했다.


"너가 날 좋아하는만큼 난 널 좋아하지 않아. 난 너가 돈이 많아서 좋았고, 잘 생겨서 좋았고, 인기 많아서 좋았어."

"괜찮아. 내가 더 많이 좋아하면 되잖아."

"대훈아..."

"내가 더 노력할게. 그러니까 헤어지자는 말은 하지 마요, 응?"

"미안. 이제 이렇게 매달리는 너 보기도 지겹다. 그만하자. 나 먼저 일어날게."


집에 도착하고 집 앞까지 찾아 올 것 같았던 이대훈은 한달간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5년이라는 시간이 길기는 길었는지 시도때도 없이 이대훈의 생각만 났다. 이대훈과 같이 먹었던 밥집, 같이 갔던 카페, 같이 걸었던 아파트 내 산책길까지 이대훈과의 추억이 없는 곳이 없었다. 하지만 가슴 아릴 정도의 아픔이 없는 걸 보니 난 정말 이대훈을 좋아하지 않았던 것 같다. 슬슬 이대훈의 대한 생각이 정리될 때쯤에 이대훈이 나타났다.


"누나."

"오, 랜만이네."

"이제 생각 정리 좀 됐어요?"

"어?"

"잠깐의 쉬는 시간 줬으니까 이제 날 떠날 생각은 하지마요."


무슨 말이냐는 듯 쳐다보니 가까이 와 나를 안는다.


"난 정말 누나 없이 못살아. 누나가 죽을 것 같다고 해도 난 절대로 못 놔. 그러니까 떠날 생각, 조금도 하지마."


나의 몸을 감아오는 그 팔이 절대 이대훈의 옆에서 떨어지지 못하게 하는 수갑같아 소름이 돋았다.


"그러니까 다음에 그런 소리하면 정말, 다리라도 잘라버려서 내 곁에 둘꺼니까 그런소리 하지마요. 알았지?"





4. 손흥민

[국대망상] 집착1234 | 인스티즈




"야. 손흥민."

"왜..."

"할 일 알잖아."


꼴보기 싫은 우리반의 남자 양아치들이 또 손흥민을 괴롭힌다. 오천원짜리를 흔드는 양아치들을 지긋이 보고있던 손흥민은 천천히 일어나 돈을 집어든다.


"매일 먹던걸로."


정말 저 양아치들 재수없다. 그리고 그걸 묵묵히 하고 있는 손흥민도 재수없고. 그냥 모른척 얼굴을 팔에 묻었다. 선생님이 오는 기척에 얼굴을 들었다. 수업 내내 반쯤만 뜬 얼굴로 칠판의 글만 따라 그렸다. 선생님이 안 보는 사이에 몰래 기지개를 펴며 교실을 둘러보다 손흥민과 눈을 마주쳤다. 다른 사람이였으면 모른척 눈을 돌릴텐데 왜인지 눈을 돌릴 수가 없었다. 손흥민이 나에게 살짝 웃고 눈을 돌릴 때까지 넋놓고 손흥민만 쳐다본 것 같다. 뭐지? 한 번 마주친 것때문에 그런건지 그 이후로 꽤 많이 눈이 마주쳤다. 항상 나는 손흥민의 눈을 피하지 못했다. 그 일이 벌써 일주일째.


"손흥민."

"어?"

"너 왜 나 쳐다보는거야?"


마지막 수업이 끝나고, 종례가 끝나자 시끌벅적하게 애들이 빠져나가고 나는 습관처럼 눈을 굴려 손흥민을 봤다. 그 때 손흥민을 나를 보고 있었다. 눈을 피하지 않고 손흥민을 향해 가 일주일 간 궁금했던 말을 꺼냈다.


"너는?"


우리반 양아치들이 시비를 걸어도 다른 어찌하다라는 대답조차 하지 않아 목소리를 몰랐는데 목소리는 생각보다 낮다.


"응?"

"너는 나 왜 쳐다봐?"


손흥민의 대답에 먼저 미간에 주름을 잡았다. 내가 먼저 물어봤는데? 라고 생각을 하면서도 나랑 마주친 대답하라는 듯한 눈빛에 말을 돌리지 못하고 대답을 했다.


"신경이... 쓰여서."


내 대답을 들은 손흥민은 잘했다는 듯이 머리를 쓰다듬어준다.


"나도."


그 날 이후로 손흥민과 나는 더 이상의 대화는 없었지만 마치 비밀연애라도 하는냥 다른사람들의 눈을 피해 눈을 맞춰 웃기도 하고, 실수인냥 손을 스치기도 했다. 그런 나날이 계속 되지만 그 이상의 것은 하려들지 않는 손흥민 때문에 나 혼자 애가 타 결국은 먼저 손흥민을 불러냈다.


"나, 너 좋아해."

"알아."

"나도 알아. 너가 나 좋아하는 거."


내 말에 다시 웃기만 한다.


"맞아."

"그럼..."

"사귀자고?"


내가 끄덕이니 처음 말을 했을 때처럼 머리를 쓰다듬는다.


"그 말 해주길 기다렸어."

"내가 말할 때까지 말 안하려고 했어?"

"도망치면 안되니까..."


무슨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좋아하는 남자랑 사귀게 됐다는 게 좋아 고개만 끄덕였다.


"내가 화 내도 무서워하지 말고."

"응."

"다른 사람이랑 못 놀게 해도 미워하지 말고."

"응."

"니가 알고있는 손흥민이랑 다르다고 도망치지 말고."


응, 하고 답하면서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 말은 정말 헛게 아니였는지 손흥민은 그 전과는 달랐다. 그 양아치같은 애들의 빵셔틀 노릇은 양아치들과의 몸싸움을 통해 깨끗히 손을 씻었다. 욕을 하며 양아치들을 때리는 손흥민은 정말 무서웠다. 나는 그 소란은 모른척 팔에 얼굴을 묻고 손흥민이 다치는 소리는 안들리나 귀를 쫑긋 새울 뿐이였다.


"어휴, ㅇㅇㅇ. 이 잠순아."

"왜?"

"오늘 손흥민 대박이였다니까."

"그래?"

"그렇게 싸울줄도 알면서 왜 지금까지 빵셔틀 노릇했는지 몰라. 아무튼 대단하더라."


워나 양아치들이 평판이 좋지 않아서인지 폭력을 썼음에도 손흥민의 평판은 올라갈 뿐이였다. 그리고 그런 아이의 여자친구가 나라는 생각에 괜시리 기분이 좋아졌다. 하교는 손이 스치는 정도가 아닌 손을 잡고 집으로 향했다. 내가 말할 때마다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를 쳐주는 모습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난 손흥민을 너무 가볍게 봤었다. 사귀기 전에, 내가 먼저 사귀자고 할 때까지 왜 말을 꺼내지 않았는지, 사귀자는 얘기를 꺼내자마자 그런 말을 했는지 짐작을 했어야했다.


"그래서 어제..."

"ㅇㅇㅇ."

"어?"


내가 자신이 아닌 남자랑 얘기를 하면 어떻게 알았는지 금새 찾아와 나를 데려간다. 그리고 자신보다 더 친한 동성친구도 이해를 하려하지 않았다. 유치원부터 같이 다닌 친구도 자주 만나는 것에 대해  탐탁치 않아했다.


"소연이랑 주말에 만나기로 했는데..."

"안돼."

"왜?"

"내가 그 소연인가 하는 애랑 너무 친하게 지내지 말라고 했잖아."


평소 같았으면 그냥 손흥민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을 텐데 이제는 나도 지쳤다.


"너가 생각하는 것보다 내가 널 많이 좋아해서 내가 다른 애들하고 친하게 지내지 말라고 하면 니 말 듣겠는데 소연인 아니야. 소연이 하고는 너 만나기 훨씬 전부터..."


그리고 나는 난생 처음 뺨을 맞아봤다. 정말, 아팠다. 화끈함에 눈물이 날 만큼.


"너 미쳤어?"

"후... 미안. 미안해. ㅇㅇ아, 미안."

"그래. 이제 그만해야 될 때인가 보다."

"그런 말 하지마. 내가 잘못했어. 너무 화가 나서..."

"화가 났다고 손을 올려? 내가 그렇게 잘못했어? 나 학교에서도 너 아니면 다른 사람들하고 얘기도 안 하고, 한달에 두, 세번 빼고는 항상 너랑만 있어. 그런데 내가 잘못했어? 내가 뭘 더 해야 돼?"

"내가 다 잘못했어. 너 잘못한 거 없어. 미안해. ㅇㅇ아, 미안. 그러니까..."

"나 먼저 가볼게."


잡는 손흥민의 손을 힘겹게 뿌리치고 집으로 들어갔다. 집에 와서 거울을 보니 볼이 발갛게 부어있었다. 엄마, 아빠가 보면 안되는데... 집에 오는 내내 울렸던 핸드폰이 또 울린다. 벌써 열통이 넘었다. 정말 언제까지 이럴건지... 처음부터 알아봤어야 했는데 내가 손흥민한테 너무 빠져있었다. 또 전화가 오더니 짧은 진동이 울린다.


[집 앞이야
나올 때까지 기다릴게]


진짜 나올 때까지 기다릴 성격인 건 알지만 볼 근육을 움직일 때마다 아릿한 게 남아있는 상태라 아직 화가 많이 났다. 그리고 뭐든지 처음이 어렵다고 했다. 또 맞지 않을거라는 확신이 없지 않은가. 피곤하다고 먼저 자겠다고 방에 들어 앉은지 5시간 째다. 슬슬 배도 고파져 오는데다 밖에 아직도 손흥민이 있나 확인도 해보고 싶어 모자에 얇은 후드집업까지 덮어 쓴 채로 몰래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그 앞에는 꼿꼿이 서있는 손흥민이 있다.


"ㅇㅇ아."

"아직도 있었어?"

"기다린다고 했잖아."


미안함이 가득한 눈빛으로 날 쳐다보는 손흥민은 화나기 전과 같다.


"흥민아."

"응." 

"우린 헤어지는 게 맞는 것 같아. 난 사실 너가 좀 무서워."

"ㅇㅇ아."

"미안해."

"도망치지 않겠다고 했잖아."

"미안해. 오늘도 엄마가 볼까봐 하루종일 방에만 있었는데 너가 또 때려서 그러면..."

"그래?"


그냥 미안한 마음에 횡설수설 내뱉는데 의외의 반응에 고개를 드니 손흥민이 웃고 있었다.


"그럼 다른 사람하고 절대 못사귀기게 되면 나랑 사귈래?"

"어?"


나의 되물음을 대답으로 들었는지 나의 팔을 붙잡고 어딘가로 간다. 멀지 않는 곳에 있는 아파트 단지다.


"어, 어디 가는건데?"

"집."


그리고는 내 물음에 더이상 대답을 하지않고 현관 앞까지 도착했다. 이건 아닌 것 같아 손을 뿌리치려해도 뿌리쳐지지 않는다. 한 손으로 여유있게 날 잡고 다른 한 손으로는 번호를 누르고 있었다.


"뭐, 뭐하려는건데?"

"다른 남자한테 못 가게 더렵히게."

"너, 너 왜그래?"

"내가 생각보다 더럽거든. 너도 더럽게 만드는 거 쉽잖아, 내가 더러우니까. 그냥 가만히 있어."


그리고 안 좋은 예감은 왜 항상 맞는건지 한 손으로 두 팔을 잡고 내 위에 올라 타 옷을 벗긴다.


"더럽혀서 더러운 나하고만 있을 수 있게 할거야."

"미안해, 흥민아. 미안하니까... 하지마, 응? 하기싫어..."

"내가 그만 둘 것 같아?"

"흥민아..."

"절대 그만 안 둬. 널 처음봤을 때부터 이렇게 하고싶었는데 넌 참 착하게도 말을 잘들어서 좀 아쉬웠는데..."


울고있는 나는 더이상 보이지 않는건지 속옷까지 벗겨냈다.


"드디어 말을 안 듣네. 이제 넌 더러워지는거야. 나처럼."





--
집착이 뽷 땡겨서 쓰는데 점점 기 빨리는 기분이...ㄸㄹ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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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젤리에요....대박...겁나쩝니다..bb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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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작가님 짱ㅠㅠ 하트하트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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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3
koogle입니다...집착..이야...bb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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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4
ㅎㅎ 대박입니다!! 잘읽고가요~~^^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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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5
이런거좋아요!!♥-♥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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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6
와....쩐다...고를 수가 없네....진짜로 짱이다...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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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7
대박..쩔어..신알신해가요..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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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8
나는 왜 설레지?ㅋㅋㅋㅋㅋㅋㅋㅋㅋ작가님 짱짱♥ㅜㅜㅜㅜㅜㅜ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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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9
헐...흥미나...
작가님 필력bb...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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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0
헐진짜 작가니뮤ㅠㅠㅠㅠ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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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1
핳...작가님 대바규ㅠㅠㅠㅠㅠ흥민이 진짜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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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2
오메...무섭당손흥민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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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3
이런거 매일 써줘요 ㅠㅠ학학...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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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4
엉ㅇ얽....대박...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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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5
대박bbㅜㅠㅜㅠ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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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6
집착...와.....진짜 이말밖에안나오네요.....작가님 내꺼하세요......사랑해요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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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7
글다읽으니까 배경음악딱끝났ㅇㅓ요 분위기최고 ㅠ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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