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 you sell them?
24
지금으로부터
8년 전 이야기.
지호네 집안은 엄청 가난한 편이였음.. 진짜 엄청나게 힘들게 살음.
지호 아버지께선 회사 부도로 인해서 오랫동안 취직을 못하시고, 술 중독에까지 빠지셔서 집에 계시며
어머니만 밤낮으로 일 다니시며 혼자 살림 이끌어 나가고.
집안이 아예 망가질대로 망가진 상태.
그때 지호 형은 공부를 했고,
지호는 피아노를 쳤음.
지호는 말했듯이 천재였음.
얼핏 들은 노래도 잘 외워서 금방 따라부르고, 한번도 알려준적 없는 피아노로 자기가 기억하는 노래를 연주함.
좁은 집이지만, 한구석에 지호가 치는 피아노 한대는 당연하듯이 자리잡고 있었음.
하지만 아버지는 지호가 피아노 치는걸 못 마땅해 하셨음.
형처럼 공부를 하던가, 아니면 나이에 맞는 일이라도 해서 살림에 보탬이라도 하지.
한낮 악기나 붙들고 띵땅거리는게 마음에 안 들었기 때문임.
생활비에, 지호랑 태운이 교육비며...뒷바라지 하느라 어머니는 새벽에 나가셔서 새벽에 들어오심.
이른 새벽부터 점심 전까지는 전단지 일 및 알바.
점심 때부터 늦은 오후까지는 식당일.
그리고 정각이 넘는 새벽까지 공장.
일도 하나뿐만 하시는게 아니라 시간 쪼개가며 이것저것 하시고,
지친 몸으로 집에 돌아와 쪽잠 자는건 세네시간 뿐.
하지만 열심히 해보려는 지호 어머니와 달리 아버지께서는 그냥 방 안에서만 생활하며, 세상에 쏟아붓지 못한 불평불만을
지호한테 털어내고 있었음
"이, 이 망할 고양이 새끼!"
"…지호야!!!! 여보!!! 왜 또…! 그만 못해요?! 미쳤어…!!! 흐윽, 지호야…! 괜찮아?"
"………엄마…"
지호 어머니께서 식당 일 때문에 나가시면, 아버지가 술에 취해 어린 지호에게 손찌검을 하실때도 종종 있었음.
그때마다 지호는 그냥 몸 웅크린채 발길질을 그대로 맞음.
자신이 왜 맞아야하는지도 모른채.
그냥, 좋아하는 걸 하는것 뿐인데. 피아노를 쳤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매를 맞음.
그러던 어느날은 지호가 학교를 갔다왔는데..
피아노가 망치로 다 부숴져있음..
아버지는 방바닥에서 술에 취해 잠들어있고, 태운이는 태연하게 아무 일도 없는것처럼 신경 안쓰고 구석에서 공부중임...
악보도 다 찢겨져서.. 깨진 술병, 공구용 망치와 함께 바닥에 어지럽게 흩어져있음..
지호는 책가방 끈만 쥐고 자리에 못박힌 듯 멍하니 서있다가
피아노라고 부를수도 없을 정도로 망가져버린 피아노 앞으로 달려가서
미친듯이 울음.
왜, 왜 이렇게 되었냐고.
조각조각난 나무 부스러기에 작은 두 손을 올려놓고 바들바들 떠는데..
태운이는 아무것도 안 들리는 것처럼 책에만 집중하고 있고.
두 손에 다 담을 수도 없이 깨진 건반들을 주먹에 쥐고 엉엉 우는 지호.
그때 지호 나이가 아홉살.
어린나이에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가족한테 반대당하면서 사는게,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밤 늦게서야 돌아오신 어머니는 울다 지쳐서 탈진해 쓰러져있는 지호 껴안고 같이 울으심..
미안하다고, 엄마가 미안하다고.
지호가 처음으로 피아노를 접한건 일곱살때였음.
대형마트 장난감 코너에서 샘플용으로 전시해둔 피아노.
일곱살때 지호가 마트에서 흘러나오는 광고용 CM송 음악을 듣고, 그 작은 손으로 음악 선율 따라서 건반 누르는 것을 우연히 보고.
지호 재능 알아보고 피아노 알려주셔서, 그때부터 알고지낸 조율사 한 분이 피아노 하나 더 선물해 주심.
그래서 지호는 피아노를 다시 집안에 가져다 놓고 칠 수 있게 됨.
지호는 더 피아노에 매달렸고, 악보 읽는 법을 배운후에는 피아노 콩쿨 대회같은데도 나가서 상을 휩쓸기 시작.
어린이 콩쿨대회에서는 물론 일등.
점점 이름 알려지면서.. TV에도 나가보고 기사도 실리고. 지호는 유명해짐.
그것보다 지호는 그냥... 안 유명해도 되고, 관심가져주지 않아도 되니까.
아빠한테 칭찬 받고, 형한테도 자랑하고 싶은데
아직도 두 사람은 부정적이기만 했음.
피아노는, 그만둬라.
아무런 이해도 하려하지 않은채.
지호 피아노 문제로 부모님 마찰도 자주 일음.
물론 지호가 피아노에 있어서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긴 하지만, 어린 나이인 만큼 옆에서 가르쳐주고 교정해줄 사람이 필요했던게 당연함.
그래서 지호가 피아노 학원을 다니게 되는데, 그때문에 돈이 더 들어가자 툭하면 싸움이 터진거.
"저 년은, 미쳤어. 딴따라짓에 미쳤어!"
"우리 지호가 좋아하잖아요!!!"
"돈! 돈 벌어오라고 해!"
"…제발 여보…!! 지호는 지금 자기가 하고싶은걸 할 나이라구요…!"
엄마는 지호가 피아노를 좋아하고, 그만큼 재능이 있으니까 해줄 수 있는만큼 다 해주려고 하는건데..
아버지께선 그냥 공부할 나이때에 쓰잘데기 없는 음악한다는 생각에 반대하시는거.
그래서 넌 어디 서커스단에나 들어가려고?
지호 꿈은, 피아니스트인데.
지호가 힘들어할때마다 어머니는 항상 잠자리에서 지호한테 용기를 주심
잘 때 만큼은 어리광도 부리며 엄마 품에 꼭 안겨서 자던 어린 지호.
조화를 만드는 공장에 다니던 엄마 손가락은 항상 빨갛게 부르터있었음.
지호는 매번 그 손가락 만지작거리면서 가슴 속 깊숙히부터 차오르는 안타까움에, 엄마 손에 입술로 오물오물 뽀뽀를 하곤 했음.
피아노 치는 손가락, 엄마 손가락.
다 세상에서 제일 예뻐요.
지호에게 엄마는 꽃을 만드는 요정이였음.
"엄마 오늘도 꽃 만들었어?"
"응, 꽃 만들었어."
"사람들은 엄마가 만든 꽃 좋아해?"
"꽃이 아니라, 헝겊이나 종이를 본드로 붙인 조형물이야. 조화."
조화? 갸웃하던 지호에게
교실 게시판에 붙여져있는 색종이 꽃 있지? 그런거 말하는거야...
하면서 머리 쓰다듬어 주시는 어머니.
어머니께선 작은 지호 손을, 상처투성이인 제 두 손에 꼬옥 담고 웃어주심.
"엄마는... 꽃을 만들지만, 우리 지호는 꽃이 아니더라도 좋아. 다른 사람들 눈에 또렷하게 보이는 꽃이 아니더래도.
니가 좋아하는 일 하면서 너가 꿋꿋하게 자라오면 그걸로 좋다.
꽃이 아니라, 풀잎이어도 좋아. 너가 너 그대로 푸르렀으면 좋겠어 지호야..."
"........응.."
네 피아노는.
지호 연주는, 풀잎이란다.
힘들고 지칠때도 어머니가 지호 편에서 항상 응원해주셨음.
그걸로 버팀.
걸핏하면 날아오는 아버지 손찌검에도, 모욕에도 불구하고 이 악물고 연습해서. 지호는 엄청 큰 규모의 콩쿨 대회에 나갈 기회를 얻음.
국내가 아닌 세계적인 대회.
대한민국 초등학교 4학년. 11살짜리가 나가는건 이례적인 일이라 모든 관심이 집중됨.
그런데, 대회 바로 전날 밤,
방에서 피아노 최종 연습중이던 지호 손 위로
피아노 뚜껑을 확 닫아버리는 지호 형;
지호는 놀라서 간신히 손 피하고 놀란 눈으로 제 형을 올려다 봄.
"좋냐, 병신새끼야? 좋아?"
"………"
놀랐는지 그 작은 어깨가 바르르 떨리고 있음.
하지만 지호 형은 그런 지호를 픽 비웃음.
" 우지호. 이 빌어먹을 쓰레기 새끼야."
"………형아…"
"형이라고 부르지도마, 존나 역겨우니까…. 너, 엄마가 힘들게 일하시는 이유가 뭔지 알아?
니는 니가 좋아 죽는 피아노 신나게 치면서, 놀고 먹고 다하지? 씨발년아. 엄마는 너 때문에 일 하는거야. 하루종일, 쉬지도 못하고.
엄마, 허리 디스크래. 그래도 나가서 일하신다고. 너 엄마 몸에 피멍든거 본 적은 있냐?"
"…………"
"닥치고 공부해서 효도할 생각은 안하고 더 힘들게만 하고 지랄이야. 병신새끼야. 니 손가락 가위로 다 잘라버리고 싶어, 알아?
니 그 같잖은 손가락질 뒷바라지만 안했어도 엄마 이렇게 안 힘들다고!!! 너만 없었으면!!!!"
....지호 편은 엄마 뿐이었는데 엄마가 힘들다고 함.
자신 때문에
…나만 없으면.
"그리고, 너 피아노 대회같은거 왜 나가는줄 알아? 엄마가 너 나가라그러지? 어? 엄마가 너 이뻐서 나가라고 그러는줄아냐?"
"…………"
"돈 주잖아, 거기서! 엄마도 힘드니까 그래. 힘들어서. 너 가면 상금 타오잖아!!! 너도 결국엔 돈벌이야. 돈벌이 수단.
피아니스트? 씨발, 지랄하네…. 그냥 지금처럼 빌빌기면서 계속 연주해. 티비 출현을 하던 길거리에서 동냥을 하던. 그렇게 감성팔이하면 돈 꽤나 되겠지."
거짓말이야.
거짓말이야.
지호 돈벌이 아니야.
풀잎이어도, 꽃 아니래도 된다고 그랬어.
형아는, 거짓말쟁이야.
지호 형은 이런 심한 말을 지호에게 퍼붓고, 나가버림.
지호는 피아노 앞에 앉아서,
고개를 푹 숙인채 눈물만 떨굼.
굳게 닫혀버린 피아노.
아직은 키가 작은 자신의 다리가 닿지않는 피아노 패달.
그만큼, 피아노는 멀어보임.
그리고 콩쿨 당일날...
지호는 11살의 나이에, 창문에서 뛰어내리는 투신 자살을 시도.
결과는 좌뇌 손상으로 인한 정신장애.
구급차를 통해 응급실로 실려가는 동안, 지호는 울컥울컥 피 토해내면서
옆에서 정신없이 지호 손 붙들고 울고있는 엄마한테 중얼거림.
"조화는 향기가 안나 엄마…"
"지호야… 지호야……."
"아빠도 싫어하고… 형도 싫어하는 피아노는… 일등 아니잖아요… "
"…흐윽, 지호야… 제발, 하나님…. "
"…지금 난 풀잎이에요"
피아노는 잘못된것이라며 반대하시는 아버지와
한국의 베토벤, 모차르트의 귀환. 피아노 신동. 이런 수식어들을 가져다 붙이면서 지호에게 '우지호'가 아닌 다른 이름을 입혀대는 대중 사람들.
이 둘이 이면적으로 보였던 지호는 자신이 포장되어 만들어진 조화라고 생각하고 자신을 부정하면서 몸을 던진거.
만들어진 자신은 지호 자신이 원한게 아니니까.
어머니께서 말씀하신, 그냥 자기가 원해서 하는 지호의 연주를 하기 위해.
지호는 풀잎이다
=
지호는 음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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