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O/도경수] 체육복 빌려줄까 ? | 인스티즈](http://file.instiz.net/data/cached_img/upload/9/b/1/9b1f307c4287b8e95ec84fc3cabce6dd.jpg)
W. 애플바디 정말 더운날이었다. 여름방학이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내리쬐는 햇살은 나를 무기력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숨이 턱턱 막히는 더위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그저 책상에 엎드려 늘어지는것 뿐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얼마 가지않아 고개를 들고 말았다. 이마에 팔을 대고 누워있다보니 얼마안가 땀은 비오듯이 흘러내리고 얼굴은 새빨갛게 달아오르는게 저절로 느껴졌다. 교실안 온도는 이미 34도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이정도면 충분히 에어컨 틀어줄만도 한데. 학교가 사립이라 그런가, 돈 아끼려고 별짓을 다하네 진짜. 이러다가 누구 하나 쓰러지면 또 며칠동안 빵빵하게 틀어주겠지. 한숨을 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세수라도 하려고 화장실로 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도착한 화장실 바닥은 가관이었다. 내가 오기 얼마전 화장실에서 물을 뿌리며 놀았던건지 바닥은 물로 흥건히 젖어있었다. 미끄러지지 않게 조심하며 세면대로 가 세수를 하고 거울을 보며 대충 앞머리를 정리하고있는데 한학년 아래인 여학생 무리가 시끄럽게 떠들면서 세면대 앞으로 오고 있었다. 맨앞에 서서 걸어오던 여학생이 뒤를 보며 친구와 걸어와서 그런지 내심 불안불안 했지만 나는 처음보는 아이에게 그렇게 관심을 가지며 말을 걸어줄만큼 사교성 있는 아이도 아니었고, 그것보다 더 급한 내 앞머리를 정리하기에 바빴다. 그런데, 안좋은 예감은 왜 항상 들어맞는지. " 아 ! " " 어 ? 아 어떡해 .. 괜찮으세요 ? " " 아 시발 " " 죄송합니다. 진짜 죄송합니다 " 그 여학생이 나를 향해 내민 손을 잡고 일어났다. 화장실 바닥은 물범벅이었고, 나는 수많은 사람들이 밟고 다녔던 그 더러운 물에 쫄딱 젖어버렸다. 날도 더운데, 별게 다 지랄이야. 속으로는 별에 별 욕을 하며 그 여학생을 야렸지만 괜히 일을 더 크게 만들고 싶지는 않았다. " 너네, 걸어갈때는 앞에 보고 걸어다녀. 괜히 다른 사람 피해 주지 말고 " " 네 .. 죄송합니다 .. " " 재수없게 진짜 " 억지로 짜증나는 맘을 억누르며 밖으로 나와 다시 교실로 향했다. 지금쯤 화장실에서는 나를 신랄하게 까고 있겠지. 신났네 아주. 잡생각은 떨쳐 버리고 도착한 교실에서는 자리에 앉기전 먼저 사물함 앞에 섰다. 당연히 사물함에 있을 체육복을 생각했지만 몇번을 뒤집고 헤집어봐도 체육복은 찾을 수 없었다. 가방도 열어 찾아보고 있던중에 그제서야 집에 빨아둔 체육복이 생각났다. " 되는일이 없어 짜증나게 " 하는수 없이 몇 되지 않는 인맥을 동원해 체육복을 빌려보기로 했다. 그러나 왠일인지 우리반은 물론이고 옆반에서도, 옆옆반에서도 체육복은 빌릴 수 없없다. 내가 그렇게 살기를 잘못 살았나. 꽤 많이 돌아다녔는데도 체육복 하나 못빌리고. 괜히 서글퍼졌다. 이럴줄 알았으면 친구 좀 많이 만들어 놓을걸. 그래도 희망을 가지고 그 다음반으로 향하려던 순간이었다. " 체육복 빌려줄까 ? " 도경수였다. 중학교때까지는 그래도 가끔 말도 섞고 버스 정류장 까지도 같이 걸어가던 어색하지는 않는 사이였는데 고등학교에 들어오고 나서부터는 어째서인지 지나가다 마주쳐도 인사하나 하지 않는 사이가 되어버렸다. 그런데 얘가 왠일이지 갑자기. 내가 아무 말 없이 자기를 쳐다보고만 있자 어색했던건지 말을 더 붙이는 도경수였다. " 아니 그냥 .. 너 계속 여기저기 체육복 빌리려고 돌아다니길래 .. 아니야 ? " 아니긴. 당연히 맞지. 남자애들에게는 말도 걸어보지 않았다. 친한 애들도 없을 뿐더러 남자옷을 입을 수 있을 만큼 큰 체격도 아니기 때문에. " 체육복 빌려줄 수 있어 ? " " 어 ? 당연하지. 너 빌려주려고 가져 온건데 " 말하면서 살짝 웃는 도경수가 멋있어 보였다. 짜식 나랑 키도 삐까삐까 하던게 나보다 한뼘은 더 커져있었다. 얼굴도 좀 잘생겨진것 같고 .. 그래도 그 좁은 어깨는 여전했다. 갑자기 든 생각에 살짝 소리내어 웃어버렸다. " 어 ? 너 왜웃어 ? 응 ? " " 아 아무것도 아니야, 그냥 옛날생각나서 " " 옛날생각 ? " " 응. 무튼 체육복 빌려주는거지 ? 내일까지 빨아서 돌려줄게. 고마워. " 간단한 손인사를 하고 화장실로 들어가 옷을 갈아입었다. 잠시 스친 방금전 일에 눈쌀을 찌푸렸지만 곧 잊어버렸다. 바로 어제 빨아온건지 뽀송뽀송하고 제법 좋은 냄새가 나서 살짝 웃었다. 그렇게 키가 크지 않아서 그런지 조금 크긴 했어도 못입을 정도는 아니었다. 가슴께에 적힌 도경수 세글자가 괜히 쑥쓰러워 한번 더 웃어버렸다. 수업 시작을 알리는 종이 치고 빠른걸음으로 걸어가 자리에 앉았다. 중간 창가자리. 시간표를 보니 내가 그렇게 싫어하는 수학이었다. 중간까지 대충 듣다가 실증이 나 고개를 돌려 자리에 엎드렸다. 무심코 스친 창가에서는 한 남학생이 체욱복을 가져오지 않았는지 교복차림으로 운동장을 열심히 돌고있었다. " 야야 오늘 운동장 돌던 남자애 누구야 ? " " 그거 아마 도경수 일걸 ? " " 헐 진짜 ? 왜 ? " " 몰라 교복차림으로 땀 범벅 되가지고서는 올러오더라. 체육복 안들고 왔나보지. " " 잘못본거 아니야 ? 나 아까 걔 가방에서 체육복 꺼내는거 봤는데 .. " 여기까지 대화를 들은 나는 별 망설임 없이 지갑을 챙겨 매점으로 향했다. 포카리 스웨트 하나를 사 올라오는 순간에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다. 왜 나한테 체육복을 빌려준걸까. 또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그냥 아무 생각 하지 않고 도경수네 반으로 향했다. 내가 들어가니 도경수 자리에 있던 몇몇 남자애들이 나를 향해 수근거리기 시작했다. 간간히 ' 오오 ' 하는 감탄사도 들렸다. 그다지 듣기 좋은 소리는 아니었다. 인상을 찌푸리며 도경수의 자리로 가 책상에 음료수를 올려 놓았다. " 너 저번시간 체육했지. " " 응. 어떻게 알았어. " " 어떻게긴. 창문 밖으로 쪼끄만 애가 열심히 운동장 돌고있는데, 그게 도경수 말고 또 누가 있어. " " 와, OOO 나한테 관심 많네 " " 쓸데없는 소리 하지마. 괜히 미안하게 체육복 왜 빌려줬어. " " 그냥 .. 나보다 니가 좀 더 급해 보이길래 " " 야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 저 땡볕에 그렇게 뛰어다니면 몸 상해. " " 지금 나 걱정해 주는거야 ? " " 아 좀 ; 너 이것봐 피부도 벌겋게 달아올랐잖아. " " 너 체육복 잘어울린다. " " 자꾸 말돌릴래 " " 좀 헐렁헐렁한게, 귀엽다 OO아. " " 아 진짜 ! 됐어 나 이제 갈거야. 음료수나 쳐마셔. " 이상한 말이나 하고 진짜. 짜증나게. 하는 생각과는 다르게 얼굴이 달아오르는 느낌에 황급히 교실로 돌아갔다. 뒤에서 작게 ' 귀여워 ' 하는 소리가 들린것 같기도 하고. 학교를 마치고 하나 둘 빠져나가는 애들을 쳐다만 보고 있었다. 하필 이런날 또 주번이야. 짜증을 내며 모두 나가기를 기다렸다가 가방을 챙겨 밖으로 나갔다. 조용한 복도에 좀 무서워져서 서둘러 실내화를 벗고 있었다. " OOO " " 악 !!! " 도경수였다. 갑작스런 소리에 놀라 넘어질뻔한 나를 가까스로 잡아온 다급한 손길이 느껴졌다. 여전히 겁먹은 표정인 나를 보더니 이내 자기혼자 웃기 시작했다. 근데 짜증나게도, 그게 조금 멋있어 보여서 괜히 틱틱댔다. " 너때문에 넘어질뻔 했잖아 ! 깜짝 놀랐네 .. " " 아 ㅋㅋㅋㅋㅋㅋㅋㅋ " " 웃지마 개새끼야 " " 아 알았어 알았어 " " 너 왜 우리 교실 앞에 있어. 누구 기다려 ? " 응 " " 바보야. 보면 모르냐 지금 안에 아무도 없거든. " " 너 기다렸네요. 바보는 자기면서. " 바보라는 소리에 신경 쓸 시간 따위는 없었다. " 왜 나를 기다렸는데 ? " " 어 .. 너 이사했어 ? " " 아니 " " 그럼 집방향 같겠네. 집에 같이 가자. " " 그말 하려고 기다린거였어 ? " " 매일 집에 같이 가자. " " 얘 또 딴말하는 것 좀 봐 " " 계속 같이 다니자. " " 야." " 한시도 떨어지지 말자. " " 야, 도경수 " " 좋아해 OOO.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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