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말*
사실 편의점 18시 번외편이지만 뭐 딱히 안보고 보셔도 상관 없겠더라구요. 본편 안보고 봐도 되는 번외랄까.. 그냥 연애 초반 얘기라서.. 그냥 종인이가 편의점 알바하는 고딩이고 경수는 신입사원이거 정도만 알면 되염
아 그리고 준면이는.. 준면이는 뭐라 말을 못하겠네. 궁금하면 본편을 보세염 ^.^.... #1 빼곤 본편이랑 별로 상관있는 내용은 아니에여. 이게 무슨 번외.. 끙.. 번외도 사실 딱히 쓸 거 없어서 그냥 연애 초기 카디 조각으로 모아봤어요 하하핳핳하ᄒᆞ 음.. 번외라 짧아여 이해바람 (본편을너무폭풍으로썼어)
그리고 브금과 같이 들으시길 추천할게염 본편보실분들도꼭브금과함께... 브금빨이 쩔기 때문이G
-그만 웃어 (카디 조각 모음)
written by.여내
#1
“어디에요?”
“아직 회사..”
“아, 오늘 야근이라고 했나?”
“응... 망할 부장..”
종인은 자신에게만 들릴 수 있게 작게 상사를 욕하는 경수의 목소리에 낮게 웃었다. 뚱한 표정으로 입술을 이만큼 내민 채 웅얼거리고 있을 경수가 쉽게 상상이 되었다.
“크큭- 그래도 부장이잖아. 언제 마치는데요?”
“음.. 근데 내가 잘해서 한 11시? 쯤에 마칠 수도 있을 거 같아.”
“얼굴 보고 갈꺼지?”
회사 비상계단에 쪼그려 앉아 전화를 하던 경수는 은근하게 묻는 종인의 목소리에 무릎을 조금 더 끌어당겨 안았다. 저렇게 끈적하게 물어오는 종인의 목소리는 여전히 간질거리고 어딘가 쑥스럽게 느껴진다.
“뭐.. 보고....”
목이 막히네, 큼큼. 종인은 수화기 너머 들리는 경수의 헛기침 소리에 소리 없이 어깨를 들썩였다. 아 또 얼굴 빨개졌겠네, 도경수. 종인은 너무나도 쉽게 그려지는 경수의 모습에 웃음이 나왔다. 순진한 건지 뭔지. 스물여섯 먹은 남자가 왜 저렇게 부끄럼이 많나 싶다. 애교도 없고, 무뚝뚝한 성격 탓에 경수는 종인의 이런 다정한 행동들이 마냥 부끄럽기만 했다. 말 놓는 것도 어떻게 그렇게 힘들게 놓는지. 말 놓으라고 한지 이주가 지나서야 가까스로 말을 놓기 시작한 경수였다.
“일 열심히 하고, 부장이 괴롭혀도 꾹 참고,”
“..알았어..”
“남자 조심하고, 경수야”
“.. 끊어!”
아 진짜 도경수 웃긴다. 소리 없이 웃던 종인의 웃음소리가 경수의 다급한 끊어 소리와 함께 터져 나왔다. 자신이 스물여섯과 연애를 하는 건지 열여섯과 연애를 하는 건지. 아무리 봐도 스물여섯치곤 많이 순진한 경수를 보며 종인은 아빠미소만 나날이 달고 사는 중이었다. 예전에 연애는 어떻게 했는지 모르겠다니까. 종인은 통화를 하느라 내려놓았던 만화책을 다시 집어 들었다. 다시 만화책을 편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종인은 만화책을 내려놓았다. 대신에 종인의 손에 들린 건 통화를 할 때 생긴 열이 아직 식지 않은 휴대전화. 종인은 까만 휴대전화 창을 바라보다가 허공을 올려 보았다. 아, 도경수 보고싶다.
한 편 경수는 뭐라는 거야 저 고딩새기가,.하는 다소 격한 언어를 궁시렁거리며 얼굴이 빨개져선 물을 홀짝 거리고 있었다. 아마도 경수는 모르는 듯 싶지만. 요즘 왜 이렇게 몸에 열이 많아진지 모르겠다고 생각하며 경수는 차가운 물로 몸의 열을 식혔다. 목울대를 타고 넘어가는 시원한 물에 정신이 맑아지는 것 같은 경수였다. 경수는 정수기 옆에 마련된 의자에 앉아 방금 전 까지 종인과 통화를 하던 휴대폰을 만지작거렸다. 대담한 고딩 김종인은 자꾸 일곱 살이나 많은 자신에게 경수야하며 말을 놓았는데 경수의 귀엔 그게 너무 간지럽게 들려서 종인이 그렇게 부를 때 마다 간지러워 미칠 지경이었다. 간지러워.. 경수가 이렇게 혼자 간지러워하고 있는 사이 우리의 김부장 준면은 슬슬 자신을 찾아오는 졸음을 쫓고자 커피라도 마실까 하는 생각으로 사무실 밖을 나와 자판기로 향하던 길이었다. 아무래도 며칠 잠을 설쳤더니 몸이 많이 피로해진 모양이다. 피곤한 눈을 비비며 걷는 준면의 눈에 들어온 한 사람.
“도사원!”
준면은 여전히 할머니 같은 웃음을 하곤 경수를 반갑게 불렀다. 경수는 저 멀리서 자신에게 걸어오는 부장 준면을 보며 떨떠름하게 고개를 꾸벅 숙였다. 오지마. 경수는 속으로 외쳤다. 준면은 자신의 환영회 후로 최근까지 자신과 가까이 하지 않다가 최근 갑자기 무슨 심정의 변화가 생긴 건지 다시 자신에게 친한 듯 붙어와 경수를 곤란하게 했다. 아니 사실은 짜증나게. 그러니까 가까이 오지마.
“도사원도 잠이 오나 봐?”
경수의 마음 속 외침을 당연히 듣지 못하는 준면은 그저 사람 좋은 웃음으로 경수에게 다가와 싱글거릴 뿐이었다. 경수는 아 네.. 하고 어색하게 웃으며 속으로는 열심히 준면을 까대는 중이었다. 경수는 여전히 과묵했다. 경수는 자판기 앞에서 뭘 살지 고르는 준면의 옆모습을 흘끗 보았다. 안 그러더니 갑자기 준면이 왜 다시 자신을 괴롭히는지 경수는 도통 알 수가 없었다. 준면 역시 경수가 그렇게 생각할 거라곤 생각조차 안했지만. 환영식에서 무슨 일이 있었나? 여전히 경수는 그 날의 일을 기억하지 못했다. 놀라운 사실은 준면 역시 경수가 무슨 말을 했는지 얼마 전 잊어버렸다는 것. 경수는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는 자신의 눈앞에 내밀어진 캔을 보았다. 그것도 제티. 내밀어진 팔을 따라 올라간 시선의 끝엔 역시
“도사원은 왠지 제티랑 잘 어울린단 말이지, 하하하”
경수는 갑자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허둥지둥 준면을 지나쳐 사무실로 돌아갔다. 도사원! 뒤에서 자신을 부르는 준면의 목소리를 애써 외면한 채. 경수의 머릿속에 다시 한 번 종인의 목소리가 맴돌았다.
‘남자 조심해야지, 경수야.’
#2
평화로운 주말 오후라도 종인의 일상은 별 반 다를 것 없었다. 오늘도 전과 다름없이 만화책과 함께 편의점에서 뒹굴 거리던 종인이 문을 딸랑 열고 들어온 손님을 보았다. 어서오세... 어? 도경수네?
“나보러 왔어요?”
경수는 쭈삣쭈삣 편의점을 들어와서는 아,아니야! 하곤 가판대로 쏘옥 몸을 감췄다. 아니긴. 종인은 말도 없이 자신을 보러 찾아온 경수가 기특해서, 또 귀여워서 죽을 지경이었다. 또 실실 웃음이 났다. 도경수 진짜 사람 미치게 한다니까. 종인은 계산대에서 발꿈치를 들고 경수가 어디 있는지를 살펴보았다. 과자 코너 앞에서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는 게 아무래도 뭘 살지 모르겠나 보네. 푸흡-. 종인은 그런 경수의 모습을 확인한 후 의자에 앉았다. 오늘은 아무래도 심심하진 않을 것 같다. 경수는 들어올 때처럼 쭈삣쭈삣 종인에게 다가와 프링글스를 내려놓으며 말했다.
“계산...”
종인은 담담하게 프링글스를 들고 바코드를 찍었다.
“3300원입니다.”
경수는 종인과 처음 만났을 때 입은 까만 트레이닝 바지에서 꼬깃꼬깃 사천 원을 꺼내어 종인에게 내밀었다. 종인은 차곡차곡 천 원짜리를 펴 넣은 후 백 원짜리 일곱 개를 집어 들었다. 종인은 경수의 손바닥 위에 거스름돈을 놓았다.
“백 원, 이백 원, 삼백 원, 사백 원...”
경수의 손가락이 꼼질꼼질 거렸다. 꼼질꼼질.
“오백 원, 육백 원... 칠백 원...”
종인는 봉투를 꺼내 프링글스를 담아 경수에게 내밀었다.
“다음에 또 오십시오, 손님”
싱긋 하는 웃음은 덤이고. 종인의 말을 들은 경수의 표정엔 당황스러움이 그대로 묻어 나 있었다. 가라고 나?... 경수는 꽤 충격을 먹은 표정으로 종인을 보았다. 아, 네?.. 어.. 말을 어버버하며 웅얼거리는 경수의 말과 표정을 보는 종인은 종인 나름대로 죽을 맛이었다. 아, 진짜 미치겠네. 저 표정은 뭐야. 눈이 똥그랗게 커져선 봉투를 받지도 않고 그대로 얼음상태. 땡-하고 외쳐주기라도 해야 할 참이다. 종인은 얼마 뒤 정신을 차린 건지 허둥지둥 봉투를 낚아채어 편의점 문을 열고 나가는 경수를 본 종인은 웃음이 터져선 경수를 따라 편의점을 나갔다. 쪼끄만게 걸음은 또 빠르다. 어느새 저기서 총총거리며 빠르게 걸어가는 경수 뒤를 쫓아 종인이 뛰어갔다. 빠른 종인의 달리기에 둘 사이의 거리는 금방 좁혀지고 종인은 경수의 팔을 낚아챘다.
“어디 가, 경수야”
헥헥 거리며 가픈 숨을 내뱉는 종인을 보며 경수는 얼굴이 빨개져선 종인에게 잡힌 팔을 빼내려했다. 또 입술 튀어나온 거 봐 도경수. 그 와중에도 경수는 웃겼다. 경수는 뿌리친다고 열심히 팔을 내쳤지만 종인은 경수가 대체 뭐하는 건지 궁금했다. 이렇게 힘이 없어서야 원. 종인은 자신에게 잡힌 팔을 빼내려 애쓰는 경수의 몸을 들쳐 안았다.
“억..”
여전히 마냥 가볍지만은 않은 무게다. 그런 종인의 행동에 더 당황한 건 경수였다. 얘, 얘 지금 뭐하니? 아무리 혈기왕성한 고딩이고 자신의 체구가 작다지만 아무리 봐도 힘들 껀데.. 여전히 환영회날을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는 경수였다. 경수는 당황한 나머지 자신의 눈앞에 보이는 종인의 등을 퍽퍽 쳤다.
“내, 내려! 나 무거워! 내려!”
“아, 가만히 좀 있어요. 진짜 떨어뜨린다?”
그제 서야 잠잠해진 경수는 갑자기 느껴지는 종인의 손바닥 감각과 닿은 몸이 민망하게 느껴져 몸을 움직일 수가 없어서 그대로 시체처럼 종인에게 안겨 갔다.
“도경수 살 좀 빼야겠다.”
안 그래도 쪽팔려 죽겠는데 저 대담한 고딩은 창피하게 저런 소리나 한다. 종인은 아직까지 경수의 얼굴이 얼마나 불타는 토마토 같은지 전혀 알지 못했다. 편의점에 다다르고, 종인은 자신의 의자 옆에 하나 더 놓여있는 의자에 경수를 앉혔다. 경수는 보지 않아도 알 것 같은 자신의 얼굴 상태에 쪽팔려! 쪽팔려! 를 외치며 고개를 푹 수그렸다. 종인은 경수의 옆 의자에 앉아 고개를 수그린 경수의 얼굴을 살폈다. 빨갛게 익은 게 진짜 불타는 토마토 같네.
“너 진짜 짜증나요..”
종인은 작게 들리는 경수의 읊조림에 또 웃음이 터지고 말았다. 진짜 언제쯤 도경수는 안 귀여워 지려나. 아직도 반말은 입에 안 붙는 모양이네. 하지만 이런 말투도 귀여워서 종인은 다시 아빠미소를 짓고 말았다. 안 그래도 나이 들어보이는 얼굴이 점점 더 노화되는 것 같은 건 종인만의 착각이 아니었다. 종인은 경수에게 들리지 않게끔 소리를 죽이고 웃었다. 아, 진짜 귀여워. 종인이 팔을 뻗어 움츠러든 경수의 몸을 끌어안았다. 우리 경수는 또 그대로 얼음.
“크큭- 미안해요. 아, 진짜 그냥 괜히 장난 한 번 쳐봤는데. 삐졌어요?”
삐졌다니.. 지금 상남자인 자신한테 삐졌냐니 어쩌니 하는 소리를 내뱉는 대담한 고딩의 품은 생각보다 든든해서 경수는 얼굴이 달아올랐다.
“누가 삐졌데.”
짐짓 무서운 말투로 말을 했지만 종인의 귀에는 무섭긴 무슨 그냥 애기 경수의 투정으로 밖에 들리지 않았다. 종인은 경수가 들고 있던 봉투에서 프링글스를 꺼내 경수의 손에 쥐어주었다.
“이렇게 온 이상 못 가는 거 알죠?”
“어엉...”
“이상한 소리 내지 말고. 나 책임져, 경수야.”
내가 그나저나 널 왜 책임져요.. 경수는 자신의 손에 들린 프링글스 뚜껑을 열고 과자를 하나 입에 물었다. 저 대담한 고딩은 오늘도 일곱 살 차는 가볍게 무시하고 경수야-, 경수야-. 내가 너희 집 몽구세요? 오물오물 프링글스만 열심히 먹던 경수가 갑자기 조용해진 종인에 흘끗 종인을 쳐다보았다. 그리고
‘헉..-“
얜 왜 이렇게 또 사람 뚫어질 듯 처다 보고 있는 건지. 인기척도 없이.. 경수는 급하게 눈을 반대로 돌렸다. 심장 멎겠네 진짜. 좋아서 말고 놀래서, 정말. 그나저나 오늘도 실실 거리며 웃고 있는 종인을 보며 경수는 속으로 외쳤다. 그만 웃어, 김조닌.
“아, 그러니까 그거 말구. 오른쪽으로.”
“어.. 이, 이렇게?”
경수는 자신의 휴대폰을 들고 왼쪽, 오른쪽으로 몸을 왔다갔다 거리고 종인은 옆에서 경수의 휴대폰 화면을 들여다보며 무어라 얘기를 하고 있었다. 종인은 경수에게 자신이 요즘 하는 휴대폰 게임이라며 휴대폰을 움직여 장애물을 피해 달리는 게임을 가르쳐 주는 중이었다. 우리의 도경수는 상남자라는 타이틀과 달리 게임이라면 젬병이었다. 남자아이들이라면 한 번 쯤 한다는 스타크래프트, 서든어택 한 번 손 댄 적 없이 살았달까. 간단한 스마트폰 게임도 경수는 잘 하지 못하였다. 틀린 그림 찾기, 끝말잇기도 번번히 지기만 하던 경수였다. 경수는 안 그래도 잘 못해서 속상한데 자신의 옆에서 목소리를 높이는 종인 때문에 속이 상해 죽을 지경이었다. 난 왜 게임을 못 하는거지.. 대체 왜.. 상남자 도경수가.. 경수는 속으로 엉엉 울고 있었다. 종인은 자신의 옆에서 긴장한 티를 팍팍 내며 자신의 말에 따라 이리 저리 움직이는 경수가 귀여워 또 속으로 웃음을 삼키고 있었다. 괜히 웃었다간 자신을 비웃는다고 생각해 의기소침해질 경수가 뻔했다. 종인은 휴대폰을 두 손으로 꼭 쥐고 흔들거리는 경수의 폼이 꼭 오뚝이 같다고 생각했다. 종인은 경수의 팔을 잡고 자신이 이끌었다.
“이 쪽으로. 자, 그래. 이제 오른쪽.”
종인의 팔이 움직이는 대로 차도 왔다 갔다, 경수의 몸도 왔다 갔다. 경수는 뒤에서 끌어 안 듯한 자세로 자신의 팔을 조종하는 종인 때문에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이 대담한 고딩 좀 누가 어떻게 해봐요.. 엄마야.. 경수는 점수가 올라가는 휴대폰 게임 화면을 보며 슬그머니 미소 지었다. 와, 최고점이다. 대담한 고딩녀석이 게임은 잘한다. 종인은 어느새 헤헤하고 웃으며 휴대폰을 보고 있는 경수를 보곤 또 울고 싶어졌다. 아 귀여워. 종인은 경수의 팔을 감싸고 있던 손을 놓았다. 종인의 손이 떨어지자마자 장애물에 시원하게 박아버리는 경수의 캐릭터. 경수는 멀뚱멀뚱 기록창이 뜬 화면을 보았다. 2만점 넘을 수 있었는데... 경수는 그렇게 생각하며 아쉽게 기록창을 바라보았다. 종인은 리플레이 버튼을 누르려는 경수에게서 휴대폰을 뺏어 화면을 끄고 경수에게서 멀리 떨어뜨려 놓았다. 경수는 자신의 손에 잘 쥐어져 있던 휴대폰이 종인의 손을 타고 저기 멀리에 놓아진 자신의 휴대폰을 따라 눈동자가 굴러갔다. 이 대담한 고딩이 이제는 자신의 휴대폰도 뺏는다. 경수는 종인에게 폰을 달라고 따지려던 참이었다. 참이었는데-,
“뭐, 뭐해”
종인은 예상을 할 수 없는 사람이었다. 갑자기 자신의 두 팔을 끼더니 경수의 어깨에 기댄 종인에 경수는 또 얼음. 살랑살랑 결좋은 머리카락이 경수의 목을 간지럽힌다. 아니 가뜩이나 어깨도 좁은데... 기댈 데도 없을 건데.. 경수는 자신의 오른쪽 어깨에서 느껴지는 묵직한 느낌이 낯설기만 했다. 경수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아픈 강아지처럼 안절부절, 몸을 움찔거리고 있음을 느끼고 있던 종인이 낮은 목소리로 경수에게 말했다.
“조금 만 이러고 있자.”
알바생, 근무시간에 이러면 안되는데... 경수는 종인의 말에 허공을 보며 눈 만 깜빡깜빡 거리다 조심스레 고개를 살짝 돌려 종인을 보았다. 어깨에 기댄 탓에 종인의 얼굴은 경수에게는 잘 보이지 않았다. 단지 결 좋은 갈색 머리카락만이 경수의 코를 간질 뿐이었다. 경수는 자신의 코에 스치는 옅은 샴푸냄새를 맡으며 조심스레 종인의 머리위로 자신의 머리를 기댔다. 한가로운 주말의 오후였다.
#3
주말 알바를 그만 둔 종인은 해가 중천에 떠서야 눈을 비비며 잠에서 깨었다. 텁텁한 입안에 부엌에 들어가 냉수를 원샷한 종인은 서서히 깨기 시작하는 정신에 소파에 털썩 앉았다. 몇 시야 지금... 종인은 1을 향하는 짧은 시곗바늘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주말 알바를 그만둔 기념으로 세훈과 달리기 시작한 롤이 새벽 4시가 다되어서야 끝난 탓이었다. 종인은 리모컨으로 티비를 튼 후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찾았다, 폰. 경수는 뭐하려나. 종인은 아침부터 경수 생각에 자신의 얼굴이 호빵맨처럼 팅팅 부은 것도 모르고 멍청하게 웃고 있었다. 종인은 경수에게 카톡이나 보내야지 하는 생각에 카톡에 들어갔다가 그대로 얼음.
확인하지 못한 여러 대화창 가운데 유독 종인의 시선을 끄는 이름 도꾜미. 도꾜미하고 적힌 이름 밑에 뜬 종인아 하는 카톡. 프로필 사진 밑에 떠있는 붉은 색 배경의 1이라는 숫자. 저거 진짜 도경수 맞는 거지? 장난 안치고. 종인은 이게 꿈인지 생신지 싶었다. 경수가 먼저 카톡을 보내는 여태껏 한 번도 없었는데. 그것도 다정하게 종인아하고 부르는 카톡. 경수는 쑥스럽다며 자신의 이름조차 잘 불러주지 않았다. 오, 지져스. 종인은 벌벌 떨리는 손으로 대화방을 클릭했다.
‘잘거에요?’
도꾜미 ‘응피곤해..ㅠㅠ’
‘벌써?’
도꾜미 ‘피공ㄴ하단말야’
‘알았어요’
‘새나라의도경수어린이는일찍자세요’
도꾜미 ‘........’
도꾜미 ‘너는안자?’
‘오세훈이롤하재서’
‘조금만하고잘게’
도꾜미 ‘어..그래’
‘나한테할말없어 도경수?’
도꾜미 ‘...’
도꾜미 ‘없는데..’
‘난있는데’
‘빨리자 키안큰다’
도꾜미 ‘응ㅇ’
‘농담이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가지마봐도경수ㅋㅋㅋㅋㅋㅋㅋ’
도꾜미 ‘뭐’
‘잘자고 내꿈꾸라고’
도꾜미 ‘...’
‘빨리말해 뜸들이지말고’
도꾜미 ‘..,빨리자너두’
도꾜미 ‘나잔다’
대화방 내용을 보면 간질간질 보기만해도 손발이 움츠러드는게 자신이 어제 경수와 나눈 대화 내용이 많았다. 어제 도경수가 ‘나잔다’하는 카톡이 끝이었는데, 그랬는데.
도꾜미 ‘종인아’
그 밑에 떠 있는 ‘종인아’. 오 정말 경수가.. 경수가... 종인은 카톡이 온 시간을 보았다. 오전 07:23??? 정녕 이 시간이 아침 7시가 맞는 건지. 도경수는 이런 황금같은 주말에 아침 7시부터 일어나 뭐하나 싶다. 정말 새나라 어린이네. 종인은 째깍째깍 시계바늘이 가는 소리에 서둘러 카톡을 보냈다.
‘응?’
‘미안나이제일어났어ㅠㅠ’
종인은 다리를 달달 떨며 자신이 보낸 카톡만 뚫어져라 보고 있었다. 빨리 사라져라 1, 1. 얼마 지나지 않아 자신이 보낸 카톡 옆 1이 사라진 걸 확인한 종인은 두근거리는 심장을 진정시키며 경수의 답이 빨리 오길 기도했다.
도꾜미 ‘이제??????’
‘미안미안’
‘아어제오세훈때문에너무늦게자서ㅠㅠ’
도꾜미 ‘잘한다’
우리 경수 답장 늦게해서 삐졌구나? 종인의 눈에 경수는 너무 쉬웠다. 아마 자신이 큰 맘 먹고 먼저 연락을 했는데 답장은 5시간이 지나서오고. 혼자 애를 태웠을 경수가 눈에 선해 종인은 경수의 빈정거리는 카톡에도 웃음이 났다.
‘미안해 진짜’
‘그나저나왜불렀어요’
아마 지금은 말할까 말까 폰을 들고 혼자 씨름하고 있겠지. 이제 오히려 여유로워진 쪽은 종인이었다.
도꾜미 ‘집에놀러오라구’
오, 신이시여. 정녕 우리 깍쟁이 도경수가 집에 놀러오라고 하는 카톡이 사실입니까? 거짓말아니죠? 우리 경수가 달라졌어요. 종인은 혼자 소파에서 뛰고 구르고 난리법석을 부리다 아직 경수에게 답장을 안했다는 사실을 깨닫고 답장을 하려 화면을 켰다.
도꾜미 ‘안해???’
도꾜미 ‘그럼말아’
아니 도경수 겨우 답장 1분 늦었다고.. 이렇게 칼같이 내치냐. 종인은 키패드를 꾹꾹 눌러 경수에게 답장을 보낸 후 폰을 잘 보이는 티비 옆에 두었다.
‘30분’
도경수, 내가 날라 간다. 종인은 누구보다 빠르게 서둘러 화장실로 사라졌다. 종인의 답장을 본 경수는 혼자 방에서 심장이 콩닥콩닥 뛰었다. 아침에 일어나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 보낸 카톡이었다. 그런데 몇 시간이 지나도록 답장은 안 오고, 망할 김종인을 외치며 세탁기에 빨랫감을 넣던 경수는 이불위의 자신의 휴대폰 액정에서 불빛이 들어오는 걸 보고 빨래통을 내려놓고 쏜살같이 자신의 휴대폰에게 달려갔다. 아마 경수의 오랜 친구 백현이 봤다면 도경수가 이렇게 빠를 수도 있었구나. 하며 놀랄 만한 스피드였다. 경수는 바로 카톡방에 들어가지 않고 상단바를 내려 종인의 카톡임을 확인했다. 내가 몇 시간을 기다렸는데!! 경수는 6시간이 다되어서야 답장을 한 종인이 얄미워 그저 폰을 손에 쥐고 답장을 미루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참으려 해도 간질거리는 손 때문에, 경수는 결국 3분 만에 카톡방에 들어갔다. 이제 일어났다니 세상에. 어떻게 이 시간까지 잘 수가 있지? 나무늘보 아니야? 경수는 ㅠㅠ까지 써가며 자신의 미안함을 어필하는 종인을 보며 마음이 조금 수그러들었다. 큼, 오늘은 내가 봐주지 뭐. 경수는 혼자 종인의 위에 군림한 느낌을 느끼고 있었다. 경수는 종인의 왜불렀냐는 카톡을 보고 잠시 굳어버렸다. 아무리 생각해도 말하려니 간지럽고 부끄럽다. 집에 놀러오라니.. 경수는 폰을 조물조물 만지고만 있을 뿐이었다. 종인의 예상 적중이었다. 경수는 마음 속으로 큰 다짐을 하고 종인에게 카톡을 보냈다.
‘집에놀러오라구’
아니 근데 보낸 대화 옆 숫자는 사라졌는데 종인의 답장이 없는 것이다. 그 당시 경수의 1초는 1분과도 같은 시간이었다. 뭐야, 나 씹은건가? 까지 생각이 미친 경수는 사람이 그렇게 빠르게 표정이 변할 수도 있나 싶을 정도로 순식간에 정색을 하더니 휴대폰을 켜 자판을 꾹꾹 눌렀다.
‘안해???’
‘그럼말아’
망할 김종인. 경수는 속으로 종인의 욕을 속사포로 날리기 시작하며 휴대폰을 다시 이불에 던졌다. 휴대폰이 폭신한 이불 탓에 튕겨 올랐다가 다시 바르게 제자리에 착지했다. 그리고 다시 깜빡이는 휴대폰 액정. 아니 저 이불은 왜 폭신해서 저걸 보게 한거야..! 경수는 이불에서 빛을 내는 휴대폰을 멀뚱멀뚱 바라보았다. ......볼까...?... 경수는 눈동자를 한 번 굴린 후 조심스레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 빛을 내는 액정에 띄워진 메시지 알림.
김조닌☆
‘30분’
경수의 심장이 다시 콩닥콩닥 운동을 시작했다.
종인은 식탁에 앉아 예의 그 실실거리는 웃음을 흘리고 있었다. 두 손으로 꽂받침까지 하곤 넋이 나가선. 종인의 눈은 바쁘게 부엌을 왔다갔다 거리는 작은 등을 향하고 있었다. 종인이 이렇게 넋이 빠져선 열심히 요리 중인 경수를 보고 있는 이 상황은 빠른 시간에 만들어진 상황이었다. 정말 30분 만에 경수의 집에 도착한 종인은 이리저리 경수네 집을 구경하다 그만 꼬르륵하는 민망한 소리를 내버렸고 종인이 경수에게 떡볶이를 만들어달라고 찡찡 거리자 경수는 못이기는 척을 하며 종인을 위해 떡볶이를 만들어주는 중이었다. 생전 입어본 적도 없는 앞치마를 하고 열심히 파를 썰던 경수는 자신이 왜 이러고 있는지 아주 잠깐 의구심을 가졌지만 슬쩍 뒤 돌아본 식탁에서 턱을 괴고 자신을 뚫어져라 쳐다보던 대담한 고딩을 보곤 바로 의구심을 지웠다. 종인은 자신의 앞에서 살랑거리며 파를 써는 경수의 뒷태를 보며 혼자 내면의 갈등을 겪는 중이었다.
‘안아, 말아?’
저 쪼끄만 몸이 살랑대는 걸 가만히 보고만 있자니 자신이 고자가 아닌가 싶었고 그렇다고 파를 썰고 있는 경수를 뒤에서 끌어안자니 사실 아직 스킨쉽에는 익숙지 않아하는 경수가 놀랄까 걱정이 되었다. 앞치마도 예쁘게 매고 두 소매도 걷고는 간을 보는 뒷모습이 눈에 넣어도 별로 안 아플 거 같았다. 종인은 조심스럽게 자리에서 일어나 간을 보는 경수의 뒤에 가서 섰다. 자신의 앞에 보이는 작은 뒷통수가 동글동글 귀엽다. 키 차이도 어쩜 알맞지. 종인은 조심스럽게 경수의 허리에 손을 감았다. 놀라지 말라고 천천히, 느릿느릿. 아무리 종인이 놀라지 말라고 천천히 했으나 우리의 유리심장 경수는 당연히 또 간을 보던 그 상태로 얼음. 숟가락에 떠진 떡볶이 국물만큼 빨개진 경수의 얼굴이었다. 이 대담한 고딩은 언제 나타나선 자신을 뒤에서 껴안는 건지 모르겠다. 단단히 자신의 허리를 끌어안은 손길에 경수는 어딘가로 숨고 싶었다. 종인은 최대한 경수가 불편하지 않게 아무렇지 않은 척 하며 경수의 어깨위에 머리를 올렸다. 경수는 속으로 주기도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하느님, 아버지 이 대담한 고딩이 저한테 왜 이러는 걸까요. 오른쪽에서 느껴지는 시선이며 닿는 피부의 느낌에 경수는 고개를 돌릴 수도 없었다.
“나도 줘”
종인이 입을 열자 입이 발음되면서 움직이는 턱이 경수의 어깨에 고스란히 느껴졌다. 입이 커졌다가 닫았다가 턱을 당기기도 하는 느낌이 간, 간지러워... 경수는 숟가락에 국물을 조금 떠 자신의 어깨에 놓인 종인의 입 앞에 내밀었다. 종인이 몸을 조금 수그려 국물을 맛보자 안긴 경수의 몸도 덩달아 수그려진다. 쩝쩝하며 입맛을 다시는 느낌이 어깨를 타고 노골적이게 전해온다. 여전히 경수의 얼굴은 떡볶이 같이 붉었다.
“우리 진짜 무슨 신혼부부 같다”
신, 신혼부부래. 경수의 빨간 얼굴이 한 층 더 빨갛게 물들었다. 이러다 떡볶이보다 경수가 먼저 요리되게 생겼네. 경수는 어디에 시선을 둘지 몰라 이리저리 굴리던 눈동자로 종인의 얼굴을 흘끗 보았다. 속눈썹이 길구나. 경수는 길게 뻗은 종인의 속눈썹을 훑어 본 후 다시 떡볶이에 집중했다. 이렇게 계속 껴안고 있으니까 처음보다는 덜 이상하네. 경수는 꽤 괜찮은 비주얼을 자랑하는 떡볶이를 보며 불을 끄고 위에 깨소금을 한 번 뿌렸다.
“자리에 앉아있어. 담아 줄게”
종인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팔을 풀고 본래 앉아있던 자리에 다시 앉았다. 종인의 팔이 빠져나가자 드는 허전한 기분에 경수는 괜히 자신의 배를 매만졌다. 자신의 집에서 꽤 예쁘다고 생각되는 접시에 떡볶이를 옮겨 담고 물도 두 잔을 떠 식탁위에 올려 둔 후 경수도 종인의 맞은편에 앉았다.
“잘먹을게요”
경수는 포크로 떡을 찍어 입안에 넣는 종인을 보며 뜀박질 하는 심장을 진정시켰다. 요리를 못한다고는 생각한 적이 없는데 종인이 먹는다니 괜히 긴장되고 떨려온다. 경수는 오물오물 떡을 씹는 종인의 표정을 보았다. 저러고 있으니까 좀 고등학생은 같네. 경수는 괜히 실감나는 나이차에 시무룩해졌다. 내가 대학입학 할 때 넌 초딩... 경수의 눈동자가 꽤 아련하게 젖었다.
“맛있네?”
종인의 맛있다는 한 마디에 금방 잊었지만. 경수는 본인은 몰랐지만 굉장히 단순했다. 그리고 본인 생각보다 종인을 많이 좋아했고. 웃으며 떡을 하나 더 입에 넣는 종인을 보며 경수는 마음 깊이 뿌듯함을 느꼈다. 엄마들이 왜 자식들 먹는 것만 봐도 배부르다고 하는지 알 것도 같은 경수였다. 종인은 자신의 맛있다는 한마디에 저렇게 생글생글 눈꼬리를 다 휘고 웃는 경수를 보며 속으로 웃음을 삼켰다. 진짜 도경수 단순하다니까. 그래도 경수의 요리는 생각만큼 맛있었다. 경수야 우리 날 잡아야 될 거 같은데?
“파는 왜 안 먹어”
종인과 이런저런 장난을 치며 떡볶이를 먹던 경수가 야채는 송송 골라내고 먹는 종인을 보며 물었다.
“으음..”
아, 이런데서 애 같은 게 드러난다. 경수는 이상한 콧노래를 부르며 떡을 입에 오물거리며 뜬금없이 자신의 머리를 쓰다듬는 종인을 꽤 매섭게 쳐다봤다. 매섭다고 생각하는 건 오직 경수의 생각이었다. 대담한 고딩주제에 야채는 못 먹네. 경수는 어느새 떡은 남아있질 않고 파와 양파, 당근만이 남아 있는 접시를 보았다. 좋은 놀림거리가 생긴 것 같다.
“아직 어리네 다 큰 줄 알았는데. 나중에 크면 다 먹을 수 있을 거야요”
경수는 생글생글 웃으며 당근을 하나 포크에 찍어 입에 물었다. 경수의 예상대로 종인의 표정이 묘하게 일그러졌다. 경수는 종인이 보란 듯이 파도 맛있게 먹었다. 어때, 열받지 김조닌? 신나서 야채를 먹던 경수는 자신의 앞에 앉은 종인의 표정이 아까와 다르게 시무룩해진 걸 보고 그대로 굳어버렸다.
‘내가 너무 심했나?’
짧은 순간 경수의 머릿속엔 만 가지의 생각들이 생겼다 사라졌다. 경수는 시무룩한 종인의 표정을 보며 어쩔줄 몰라 발만 동동 굴렀다. 아니 이러려던게 아닌데.. 시무룩한 표정을 유지하던 종인이 느릿느릿 입을 열었다.
“나도 야채 잘 먹고 싶은데.. 그게 생각대로 잘 안 되더라 구요..”
한숨을 내쉬는 종인의 목소리가 너무도 처량하게 들려서 경수는 더 빠르게 발을 동동 굴렸다. 어쩌지? 어떡해?? 종인을 자극 하는게 아니었다. 야채 안 먹어도 괜찮은데 난.. 뭐라고 말을 해줘야 하는 걸까? 자신도 덩달아 울상이 되어선 종인의 눈치를 보는 경수는 누가 봐도 안쓰러워 보일 듯이 안타까웠다. 설상가상으로 종인은 더욱더 시무룩해진 표정으로 얘기를 꺼냈다.
“나도 정말 먹고싶은데....”
“아니야, 김조니... 아니 김종인아. 먹을 수 있을 거야.”
경수는 자신이 종인에게 무슨 짓을 한 거지 하며 속으로 엉엉 울고 있었다. 시무룩한 종인의 모습은 경수는 처음 보는 것이었다. 더 당황할 수밖에. 경수는 종인을 자신이 위축되게 만든 것 같아서 죄책감과 미안함이 컸다.
“그러면 네가 도와줘요. 나 먹을 수 있게.”
그래, 당연하지! 경수는 큰 소리로 종인에게 자신의 의지를 전했다. 내가 도와줄게 김조닌. 온 몸에 힘이 실려 있지 않은 종인은 시체 같은 손길로 포크를 집어 들더니 경수에게 내밀었다. 경수는 말똥말똥 이게 뭐야? 하는 눈빛으로 종인을 볼 뿐이었다.
“경수, 네가 먹여주면.. 나 잘 먹을 수 있을 거 같은데..”
내, 내가..? 경수는 자신의 앞에 내밀어진 포크를 보며 갈등하기 시작했다. 어떡하지? 내가 먹여주는건 너무 부끄러운데.. 하지만 고딩이 나한테 부탁했는걸. 으아아아악... 포크를 앞에 둔 경수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경수는 조심스럽게 포크를 받아 들고 당근을 포크에 찍었다.
“후.. 그럼.. 제일 쉬운 당근부터 먹어보자.”
종인이 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경수는 안쓰러운 눈빛으로 종인의 입에 당근을 가져다 대었다.
“아-”
“아-”
경수가 아-하고 입을 벌리자 종인도 아- 하는 소리를 내며 입을 벌렸다. 종인의 입에 당근 조각이 들어오고 종인은 입을 오물거렸다. 할 수 있어 고딩! 경수는 큰 눈을 초롱초롱 빛내며 마음속으로 종인을 열렬히 응원중이었다.
“파도 좀 줘 봐, 경수야.”
경수는 파도 하나 찍어 종인의 입에 가져다 대었다.
“아-”
“아-”
무슨 유치원생 애기 키우는 느낌이다. 경수는 입을 오물거리며 “양파도”하고 말을 하는 종인을 보았다. 뭔가 이상한데... 경수는 스리슬쩍 올라가는 종인의 입꼬리를 발견하고 그 상태로 표정을 굳혔다. 정색을 쳤달까.
“경수야, 양파도 달라니까?”
이제는 얼굴에 다시 실실 거리는 웃음을 걸고 말을 하는 종인이었다. 아, 이 망할 고딩...
“너 나가”
“푸핫- 아 경수야 미안해. 아 진짜. 아니 크큭-.. 니가 너무 귀여워서”
뭐가 귀여워 뭐가! 경수는 자신이 들고 있던 포크로 종인의 팔을 찔렀다. 그것도 꾸욱.
“지금 나 찌른거야?”
찌른다고 찔렀는데.. 경수는 종인이 혹시 강철로 만들어지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아니면 사람이 아니거나 여전히 실실 웃는 종인을 보며 경수는 다시 불타는 토마토가 되고 말았다. 내가 방금 뭘 한거지. 급하게 화장실로 숨는 경수의 뒷꽁무니를 보며 종인은 큰 소리로 웃었다.
“푸흡- 아 도경수 진짜 귀여워 미치겠다.”
그만 웃어 김종인!!!!!
<작가 의견>
너무 막... 막.....
역시 전 오늘도 하루만에.. 초스피드로 막 썼어요 하하ㅏ핳핳
딱 반나절정도 걸린거 같네.
그래서 이런 다급한 마무리 + 막장
으으음믕....
그리고전왜자꾸연애물을쓰는걸까요
쓰면서화났음
다들언젠간또뵈여
읽어주신분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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