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와 다름없이 쫄래쫄래 같이 걸어가는데
불안하셨는지 오늘은 나와 조금가까이 차도쪽에서 걸어가심
"아 머리야.... 택시"
"걸어가면서 술좀 깨야 해, 그렇게 들어가면 안 혼나겠나?"
포기하고 온순하게 걸어서 집까지 왔음
들어가려는데 차장님이 나를 돌려세우심
"내가 몇살이라고 했죠"
술&잠에 취해 손가락 열개를 모두 펴서 내밀었음
기억나는게 더 신기할 정도로 제정신이 아니었기에
"그래요 맞아 이사원보다 10살 더 많아"
"담배도 많이 피워요 술은 이사원도 알거고"
"성격도 다정하지 못해요 표현도 잘 못하고"
"지금 말하는 것도 쑥스러워, 엄청"
"긴 연애에도 자신이 없어"
"그리고 나는 사내연애가 싫어요"
싫다. 저 낮고 묵직한 한 마디에 정신이 번쩍 들어 고개를 들어 차장님을 쳐다봤음
"이사원이 싫은 건 아니야"
또다시 눈물이 흘렀음 소리없이 훌쩍이며 소매로 눈물을 닦았음
"울지마요"
차장님 품에 파묻혀서 울었음
"그럼 만나요 우리"
"밥먹고 영화보고 걷고하는건 맨날 했으니까"
고개를 들어 차장님 얼굴을 바라봄
"나중에 딴소리 하면 안돼 술김에 그랬다고"
끄덕끄덕
"올라가요, 내일 출근해야지"
이렇게 다사다난의 끝에 시작이된 것이야 ..^^
ㅡ
다음날 출근을 했는데 괜히 부끄럽고 민망하고 쑥스러워서 차장님을 피함
냉장고에서 헛개수를 하나 꺼내고 뒤를 돌았는데 차장님이 떡. 하고 서계셨음
"으ㅡㅇ엉"
화들짝
"나도 하나 줘요"
"아 여기요"
"사무실이 더운가?"
"네..? 아니요"
"얼굴이 빨갛길래"
"아..하하"
"기억은 나요? 어제"
"아니요.. 하나도 기억이 안나는 것 같아요"
"그래요?"
"네"
"뭐 그럼 없던 일로 하고"
"아니.."
"장난이야 장난"
어깨를 톡톡, 하시고는 나가심
회의시간이 돼서 미리 준비하고 자리에 앉아있었는데
"ㅇㅇ씨 어제 술마셨어?"
= 박대리님
"아.. 네 조금"
"조금?"
들어오신 차장님이 툭 한마디 치심
"네 조금"
"아니 그냥 자꾸 물을 찾길래"
회의가 끝나고 나가려고 했는데
"매일 그렇게 쳐다보면 닳아요 나이많아서 재생도 잘 안되는데"
하며 능청을 떠시곤 먼저 나가시는 차장님임
술은... 세고 봐야한다 나만 취하고 나만 실수하니까 억울해
회사에서 직원들한테 영화관람권을 정기적으로 주는데 마침 새로 영화도 개봉하고 해서 넷이 같이 보러갔음
박대리님 이대리님 차장님 나 이렇게 앉아서 보는데
주인공이.. 취저 탕탕... 너무 멋있어...
영화 보는 내내 아..남주... 와... 남주... 했음
남주에 감탄하던 중 조금 짙은 키스신이( 누가봐도 야한..) 나왔음
완전 이입해서 보는데 큰 손이 내 눈을 가렸음
잽싸게 두손으로 그 손을 치우고 마저 감상했음
씬이 지나가고 옆을 봤는데
차장님이 인상을 쓰고 영화를 보고 계셨음
차장님도 나랑 눈이 마주쳤는데
나지막이 입모양으로
"원래 이런거 좋아했나?"
하시고는 새침하게 다시 영화를 보심
+기력이 쇠한 관계로 연재 텀을 조금 늘려요 :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