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달한 브금으로 소설시작 *^ㅇ^*
-
기성용 우리 진짜 어떡하지… 물론 죽을때까지 숨길수 없단거 잘 아는데, 언젠가는 밝혀야 한다는걸 잘 알고 있었는데 이젠 정말 되돌릴수 없다고 생각하니까 살짝 겁나.
지금까지 우리 잘 키워주신 부모님께도 죽을 죄를 진거라서 정말 죄송한데 우리에게 손가락질하고 비난하며 등 돌릴 사람들을 생각하니까 무섭다. 근데, 더 웃긴건 말이야.
이런 일이 터지면 난, 그만두겠다고 난리치는게 내 모습인데 너랑은 정말 헤어지기 싫어. 너를 잃을 바에야 차라리 죽을때까지 맞고 매장당하는게 낫겠다고 생각하는걸 보니,
지이잉 지이잉 -
" 어디서 나는 소리지 … "
이 상황을 어떻게 헤쳐나가야 할까, 혼자 생각하려니까 가슴이 갑갑해져왔다. 기성용은 언제 올까, 나 혼자 딴 세상에 버려진듯 고독함과 그리움이 한번에 몰려왔다.
이러고 있어봤자 해결될일도 없고 멍청하게 앉아있을 바에야 어떻게 해서든 기성용과 연락을 해서 해결책을 찾던가, 아님 펑펑 우는게 좋을거 같아 자리에서 막 일어나려는
참에, 어디선가 진동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어디서 나는 소리지… 소리의 정체를 찾아 거실을 돌아다니는데, 찾았다. 진동소리는 기성용이 놓고 간 핸드폰이었다. 누굴까.
핸드폰 화면을 확인했는데, 발신자는 다름 아닌 기성용의 어머님. 순간 현기증이 몰려왔다. 어떡하지, 내가 안 받으면 끝까지 울릴거 같은데… . 전화를 받지 않는 내 모습에
핸드폰은 어머님의 심정을 대변하듯 더 격하게 진동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그래, 언제까지 피할수 있는것도 아니고 좋게, 좋게 말하자, 우선.
" 여보세ㅇ… "
" 기성용, 너 지금 엄마랑 장난하자는 거야 ? 소개팅도 안받고 피했던게 다 … "
" 저기, 어머님 "
" 누구… 아,용대군이에요? "
어머님의 무척 화가 난 목소리에 힘이 쭉 빠졌다. 당연히 그렇겠지, 축구 하느라 바빠서 여자친구는 없다고 생각했는데, 하라는 소개팅 다 무시한 아들이 뜬금없이 결혼전제로
만나는 사람이 있다고 하면 나라도 배신감 느낄거야. 그것도 상대가 남자라고 하면 무슨 반응을 보이실까… 자기 딸과 이어준다고, 마음에 든다고 저녁 초대도 하고 웃으며
보냈는데 자기 아들과 히히덕 거렸던 놈이라고 하면, 그래. 살려두는게 비정상적인거지. 더군다나 둘다 세상에 잘 알려진 사람들인데. 벌써부터 뺨을 맞은듯, 몸이 찌릿해지며
볼이 얼얼한 느낌을 받았다. 어머니의 나임을 묻는 질문에 덜덜 떨리는 손을 부여잡고 목소리를 가다듬으며 말했다. 네, 이용대 입니다.
" 아, 용대군… 저번에는 잘 들어 갔어요 ? "
" 네, 감사했습니다 "
" 아니에요, 근데 왜 성용이 전화를 용대군이 … "
" 아, 성용이가 인터뷰 갔는데 놓고 간거 같아요 "
이 자식이 작정을 하고 두고 갔네, 어머님의 살짝 누그러졌지만 아직도 화난듯한 목소리를 들으며 정신이 멍해졌다. 여자친구 있다고 해도 이런 반응인데, 우리 진짜 어떻게
해야할까. 과연 다 헤쳐나가서 결국, 빠져나올수 있을까. 어머님의 걱정 섞인 한숨에 나도 덩달아 한숨이 나왔다. 뭐라 감히 내가 드릴 말이 없어서, 나도 죄인이니까, 가만히
어머님이 말씀하시기만을 기다리는데 어머님의 한숨과 함께, 목소리가 들려왔다. 용대군은 우리 성용이 여자친구 있단거 알았죠,
" … 네 ?"
"우리 성용이 여자친구 있는거 알았었냐고 물었어요 "
" 그게… "
" 알고 있었나보네요, 왜 저한테 숨긴거죠 ? 결혼전제로 사귄다는 거면, 꽤 신중하다는건데 지금까지 한마디 안한것에 대해 배신감이 크네요 "
저라도 배신감이 클거에요. 더군다나 기성용, 티는 많이 안냈지만 부모님을 많이 생각하고 따랐다고 들었고, 어머님도 하나 밖에 없는 아들한테 사랑 많이 퍼부으셨겠죠.
그래도… 그렇게 쉽게 말할 문제가 아니니깐, 양쪽 부모님께 사실대로 말해도 어떤 반응이 나올지 상상 가는데, 세상 사람들한테 밝혀진다고 하면. 여기서 내가 뭐라고 대답
할수 있을까. 죄송했다고 아님 몰랐다고. 몰랐다고 하면 더 배신감이 크시겠지. 어머님의 질문에 할 말을 찾지 못하고 방황하는데 화가 난듯한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렸다.
" 왜 숨겼냐고 물은 질문에 대답을 해줘요, 용대군 "
" 어머님… 그게 "
" 지금 안그래도 힘든데, 용대군까지 보탤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
" … 저는 성용이가 알아서 잘 행동할거라 생각을 했습니다 "
" 그게 무슨… "
기성용을 처음 만났을때, 그때가 4년전이었는데 아마 내가 깡통을 기성용의 머리에 맞추는 바람에 우리의 만남은 시작됬던걸로 기억한다. 그때는 무슨 저런 자식이 있나,
국가대표라는게 말하는것도 싸가지 없었고 밉상이었기 때문에 다신 보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런던에서 두번째로 만났을때도 왜, 내가 쟤를 또 만나게 된걸까 했는데. 이것도
다 우리를 이어주려했던 운명의 끈, 이라고 생각하니까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게 됬다. 그때 안 만났다면 이런 일을 겪었을리도 없었겠지, 그래도, 후회는 안한다. 조금을
잃었다고 해도, 기성용으로 인해서 많은걸 얻었으니까. 매일 지루하게 여기던 삶도 어느순간 생기가 돌기 시작했기 때문에. 옛날에는 기성용 탓을 하고 미워했다고 해도 이젠
점차 깨달아간다. 아, 기성용 덕분에 내가 이렇게 살아있구나,하고. 피하지도 않을거고 울지도 않을거야, 기성용을 믿으니까. 어머님, 저는 성용이를 믿습니다.
" 그게 무슨말이에요 "
" 물론 저랑 성용이가, 친해진지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책임감 강하고 신뢰할수 있는 애에요 "
" 그래서, 뭘 말하고 싶은거죠 "
" 성용이를 조금만 더 믿어주세요. 생각없이 보여도 혼자 생각도 많이 하고 신중한 애니까 "
지금, 저 행동이 생각있다고 생각하는거에요? 내 알아듣기 힘든듯한 말에 어머님은 아까보다 더 화난 목소리로 말을 하셨다. 어머님은 한심해보이고 걱정되시겠지만, 그래도
잘 아실거라 믿어요. 무엇보다도 이십 몇년동안 봐왔던 아들이니까요. 내 말에 어머님은 뭔가를 생각하는듯 말이 없으셨다. 그래, 생각할 시간을 드리는게 답이야. 어머님의
대답을 기다리며 전화기만 부여잡고 있는데 한숨을 내쉬던 어머님은 차분한 목소리로 내게 말하셨다. 용대군은, 우리 성용이를 잘 아는듯이 말을 하는군요.
" 우리 성용이랑 친해진지 얼마 안된거 같은데, 잘 아는듯이 말을 하네요. 어쩌면 나보다 더 많은걸 알고 있는거 같은 느낌이 들어요 "
" … 아니에요. 어머님도 말은 그렇게 하시지만 성용이 믿고 있으시잖아요. 화는 내시지만 속으론 걱정하신다는거… "
" 용대군이랑 말을 하면, 내 감정을 다 들킨듯한 느낌을 받아요 "
" … 죄송합니다 "
" 죄송할건 없고, 그래요. 무슨 말인지 잘 알았어요, 나중에 다시 통화해요. 성용이한테 전화 왔었다고 전해줘요 "
" 네, 쉬세요. 다시 전화하라고 전할게요. "
어머님의 목소리를 듣고, 전화가 끊길걸 확인한 후에야 전화기를 놓고선 주저 앉았다. 아무렇지 않은척 했지만 목소리가 덜덜 떨렸다는걸 내 자신도 느낄수 있었다. 나, 과연
잘 말한걸까. 참견하고 있는건 아닐까, 전화를 끊고 난 다음에야 후회가 몰려왔다. 그래도, 기성용 믿을만한 애니까, 믿어달라는 말은 꼭 하고 싶었다. 딴 말은 못해도. 나는
못 믿고 내치셔도 되는데, 기성용한테까지 부모자식 사이에 금이 가는건 싫었으니까. 우리 사이를 밝히는 순간 단단했던 가족간의 정이 어떻게 끊어질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아직은 끊고 싶지 않다. 기성용은 언제 오는걸까, 오늘따라 기성용이 너무 보고 싶다. 나를 보며 실실 웃는 얼굴이, 그 얄미운 얼굴이 너무나도 보고 싶다.
" 보고싶다… 정말. "
우연히 본 식탁위에 놓여진 지갑속에는 기성용과 내가 웃으며 찍은 사진이 있었다. 우리, 다시 저렇게 웃을 수 있겠지. 지금 좀 힘들어도 언젠가는 저렇게 , 억지 웃음이 아닌
진심으로 웃게 되는 날이 우리 삶에 다시 한번쯤은 있겠지, 성용아.
*
" 벌써 시간이 저렇게 됬네 "
벌써 저녁6시다.어머님과의 전화를 끝내고 모처럼 컴퓨터를 켜서 반응을 살피는데, 역시 반응이 뜨겁다. 이 짧은 시간에 몇십개 나온 기사들도 그렇고, 인기검색어도 1등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래, 이게 당연한거지.티도 안내다가 뜬금없이 사랑고백을 했으니, 아니 그것보다 더 심각한 결혼에 대한 얘기도 했으니까. 사람들은 런던에서 여자 대표
국가선수랑 사랑에 빠진거라며, 누가 있는지 다 캐내겠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남자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구나… . 남자 국가대표랑 연애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이상한거겠지만, 기분이 울적해졌다. 사람들은 다 여자라고 하는데, 이게 현실이지. 여자와 결혼한다고 하면 슬퍼는 하지만, 뭐라고 하지는 못하겠지만 남자랑, 남자가 결혼
한다니. 동성애에 인식이 좋지 않은 나라에서 커밍아웃을 한다라… 세계도 난리날거야. 인터뷰 하러가면 나와 기성용이 친하다고 많은 사람들이 아니까 기성용의 열애설에
대한 질문을 나에게 하겠지, 그럼 나는 뭐라고 해야할까. 웃으며 끄덕거려야 할까, 모른척을 해야할까. 둘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 이런 기분으로 웃으며 끄덕거릴수 있을것
같지도 않고 모른척 하기엔 당당히 밝힌 기성용에게 너무 미안한 짓이니까. 복잡해지는 머릿속에 머리를 감싸고 눈을 감는데, 밖에서 누군가 현관문을 두드려댔다. 누구세요
" 용대야 "
" 누구세요 "
" 나, 재성형이야 "
" 아, 잠시만요 "
평소에는 그렇게 시도때도 없이 집에 찾아오더니, 막상 보고 싶을땐 내 옆에 없네. 현관문을 열자, 나를 보며 활짝 웃는 사람은 기성용이 아닌 재성형이다. 살짝 우울해지는
기분에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선 무슨일이세요, 하고 말했더니 재성형은 웃으며 내게 말했다. 무슨 안좋은 있어, 아니에요. 인터뷰 하러 가야지.
" 아, 알아요 . 지금 6시니까 7시까지 씻고 가면 되는거죠 "
" 응, 왜 이렇게 멍해보여 ? "
" … 잠을 좀 설쳐서 그런가봐요, 좀 지나면 괜찮겠죠 "
" 그래, 근데 너 기성용 선수 소식 들었어 ? "
재성형의 입에서 나오는 기성용, 이라는 이름에 반사적으로 재성형을 쳐다보았다. 뭘 그렇게 놀라, 소식들었냐고. 아… 네. 들었긴 들었어요.
평소 같았으면, 큰 이슈에 대해 재성형과 얘기를 나누겠지만, 지금은 그럴수 없단걸 내 자신이 제일 잘 안다. 내 일이고, 이 사건이 그렇게 쉬운 문제가 아니니깐.
나와는 관계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 재성형은 나에게 중얼거리며 계속 말을 붙여왔다.어떤 여잘까, 기성용 선수 능력 좋네. 형도 당연한거지만 여자라고 생각하시네요.
그렇게 몇년동안 파트너를 하며 아낀 동생이라고 해도 결국은 등을 돌리겠죠, 더럽다며 보려고 하지도 않을수도 있고. 형… 형은 동성애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
" 어 ? 동성애 ? 갑자기 왜 "
" 그냥요… 제 친구가 있어서요. 형은 만약에 주변에 그런 사람이 있다면… 어떨거 같아요 ? "
" 나는 뭐… 친한 사람이라고 하면 겉으로는 괜찮은척 하겠지만 솔직히 속으론 거부감이 들겠지, 왜 친구가 그래 ? "
" … 아니에요, 그냥 물어본거에요. 신경쓰지 마세요 "
저, 좀 씻을게요. 나의 기운없는 모습에 형은 눈치있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방을 나섰다. 이게 현실인데, 씁쓸해져온다. 이정도 반응이면 그나마 나은거인데, 소중한 사람한테
등 돌려질 생각을 하니까, 이렇게 웃으며 보지만 이게 서로 웃으며 보는 마지막 모습일거 같아 슬프다. 더군다나 인터뷰에서 내가 감당해야 할 몫을 생각하니 어깨가 더 축
처지는 느낌이다. 씻고 옷을 입고 짐을 챙기니 7시 10분이 좀 넘어가려 하고 있었다. 잘 할수 있겠지… 기성용 너 믿으니까 나도 솔직하게 말할게. 너도 나 믿어줘,
*
" 아, 네 감독님. 지금 나가고 있어요 "
" 빨리 밑으로 내려와, 차 대기 시켜놨어 "
" 네, 갈게요 "
허겁지겁 짐을 챙기고는 집을 나서려는데 감독님께 전화가 왔다. 얼른 내려와, 시계를 보니 벌써 15분이다. 늦긴 늦었네… . 한국으로 돌아가서 바로 핸드폰을 사던가 해야지.
감독님과의 간략한 전화를 하고는, 숙소를 나와 문을 잠구고 뛰어가는데 엘레베이터를 내리는 누군가와 눈이 마주쳤다. 어두워서 그냥 다른 선수이거니 하고, 신경쓰지 않고
계단으로 내려가려는데 누군가가 내 팔을 잡는 바람에 넘어질뻔하며 휘청거렸다. 나를 잡은 사람이 나를 받쳐주긴 했지만, 놀라서 누군가 하고 얼굴을 보니 어, 기성용….
" 기성용 … 너 "
" 어디가길래 사람을 제대로 쳐다보지도 않고 가 "
" 나, 나 인터뷰 하러 가지. 넌 … "
" 끝나고 감독님한테 혼나고 왔다, 누구냐고 난리 치시더라 "
평소와 같은 웃음을 짓는데 어딘가 쓸쓸해 보인다. 너도, 많이 힘들었겠지, 나 때문에 힘겹게 웃는거, 나도 이제 알아. 기성용이 안쓰러워서 손을 잡아주니 억지로 입꼬리를
올리며 웃는다. 많이… 혼났어? 걱정스러운 내 말투에 고개를 젓는다. 아니야, 아니긴. 얼굴에 근심이 가득한데, 이럴땐 기대고 그러는거지. 우리 용강아지, 어른스러워졌네.
어른스러운 내 모습이 기특한건지 머리를 쓰다듬는다. 그런 기성용을 쳐다보기만 하는데, 한참 말이 없던 기성용은 나를 보고 슬쩍 웃으며 말했다. 내 인터뷰 봤어 ?
" 응, 잘 봤어 고마워. "
" 화낼줄 알았는데 다행이다… 나도 숨기려고 했는데 말이야, "
" … 응 "
" 누가 너 잡아 갈까봐 못 숨기겠더라 "
내 어깨를 끌어안으며 개구지게 말하는 기성용의 모습에 웃으며 그랬어? 하고 물으니까 고개를 끄덕거린다. 이거 진짜 팔불출됬구만, 신기한게 아까 까지만 해도 엄청 불안
했는데 기성용 얼굴을 보니까 모든 고민이 싹 날라가는 기분이다. 나 , 이제 안 떨고 당당하게 말할수 있을거 같아. 너도 내 목소리 들으면 힘나고 그랬을까, 나는 너 목소리만
들어도 긴장이 풀리는데. 너도 그랬음 좋겠다, 정말. 뭔가 생각하는듯한 내 모습에 웃으며 내 등을 토닥이던 기성용은 말을 이어가기 시작했다.
" 엄청 답답하더라 "
" 응? 뭐가 "
" 우리가 잘못한것도 없는데, 숨기는 것도 싫었고. 당당해지고 싶었어 "
" … 잘했어, 기성용 "
" 잘 했단 소리 들으니까 좋다. 축복 못받을 사랑이란거 아는데, 너한테 피하고 그런 부끄러운 꼴은 보이기 싫더라, "
그런 생각까지 했던거야 ? 나는 맨날 밝히자는 너 말에, 혼자 겁먹고 너가 날 떠날거라는 생각만 가지고 미루려고 했는데, 맨날 장난치면서 생각없이 구는척 하면서도 혼자
고민도 많이 하고 다 나를 위해서 생각해준거네. 이렇게 생각이 깊을거라곤 생각 못했는데… 내 자신이 부끄러워진다, 진짜. 나는 너한테 얼마나 이기적으로 굴었던걸까.
맨날 아는척, 서로를 위한 길인 마냥 말하며 너를 한심하게 봤었는데 다 내가 잘못했던거구나, 너는 다 내가 먼저였는데. 울음이 나오려고 하길래 입술을 꽉 깨물곤 울음을
참았다. 여기서 울면 더 약한꼴만 보이는거고 너한테 짐만 되는거겠지, 나도 당당해질게. 너한테 부끄럽지 않게, 기성용의 진심어린 고백에 웃으며 나는 대답했다.
" 멋있다, 기성용 "
" 진짜 ? 이용대한테 그런 소리 들으니까 좋네. "
" 나도 너 말 잘 알겠어, 이미 벌린 일인데 덮을수 없지, 그냥 일 벌이자 "
" 어 ? "
" 우리 둘이 의지하자, 서로 믿으면 언젠가 좋은일이 있겠지 "
" … 이용대 "
" 왜 ? 내가 뭐 잘못 말했어 ? "
" 아니, 고맙다고 "
" 고맙긴, 나 대신 책임져준거 고마워 "
기성용이랑 웃으며 손을 맞잡고 있으니까 모든지 이길수 있다는 힘을 받는거 같다. 장난스레 초능력자라고 했었는데 진짜 초능력자가 아닐까, 그런 생각까지 들게한다. 얘는,
다시 생각난건데 널 만난건 진짜 내 인생에서 가장 잘한일이야. 금메달을 딴거 보다도, 널 못 만났다면 이런 감정 느껴보지도 못했겠지. 다른 사람과 사랑을 했다고 해도 이런
감정은 못 느꼈을거야, 기성용과 눈을 마주치고는 그렇게 한참을 쳐다보는데 기성용은 뭔가가 생각난듯, 내 손을 놓으며 말했다. 너 인터뷰 가야지.
" 아 맞다, "
" 칠칠맞긴… 얼른 가봐 "
" 알았어, 감독님 엄청 화내시겠다. "
" 그러겠네, 빨리 가 "
" … 힘내고 알았지 "
오늘따라 넓던 기성용의 어깨가 축 처진거 같길래 어깨를 두드려 줬더니 웃으며 몸을 편다. 그래, 이래야지 기성용다운거지. 나 갈게, 내 말에 기성용은 웃으며 작게 손을
흔들어 준다. 똑같이 손을 흔들어주고는 계단을 내려가는데 어머님의 전화가 생각나서 걸음을 멈추곤 기성용을 쳐다봤다. 왜, 할말있어 ? 아까 어머님 한테 전화 왔었어… .
" … 엄마 ? "
" 응, 화나신거 같더라. 좋게 말하긴 했는데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
" 잘했어, "
" 잘 말하고 내일 한국가서 자세한 내용 말씀드리겠다고 해."
" 그래, 알았어. "
" 나 간다 "
기성용은 예상을 했다는듯, 별로 놀라지도 않고 내 말에 끄덕거렸다. 누나와 엄마를 많이 봐왔으니까, 그렇게 낯선 경험도 아니겠지. 기성용에게 작별인사를 하고는 계단을
내려갔다. 나 안떨고 최선을 다하고 올게. 너도 힘내. 우리 벌써부터 두려워하지 말자.
*
" 아, 지금까지 이용대 선수의 얘기를 들어봤는데요, 지금 이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질문이 하나 남았죠 , 뭔지 예상 가시죠 ? "
" … 네 "
" 눈치 채셨나봐요, 기성용 선수랑 친하다고 알고 있는데, 교제사실도 알고 계셨어요 ? "
왜 안 물어보나 했다. 괜찮아, 어차피 예상한거고 기성용이랑 약속도 했으니까. 웃을듯 말듯한 내 표정에 기자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알고 계셨던건가요 ?
재촉하는듯한 말에 나는 기자를 쳐다보며 슬쩍 웃고는 말했다. 네, 알고 있었습니다. 내 말에 기자는 놀란듯 나를 쳐다보다가 말을 잇기 시작했다. 언제부터 아셨어요,
" 처음부터요, "
" 아… 근데 왜 기성용 선수가 숨겼다고 생각하나요 ? "
" 때가 아니라고 생각했었던거 같아요. "
" 이렇게 알려지게 되니까 어떤 생각이 드세요 ? "
" 잘 될거라 믿어요, 기성용 선수를 믿으니까요. "
정말 친하신가 보네요, 웃으며 말하는 기자의 모습에 같이 웃으며 그럼요, 하고 대답했다. 기성용, 보고 있지, 나 당당히 잘 말하고 있는거 맞지. 카메라를 쳐다보며 기성용을
생각했더니 기성용이 인터뷰를 보며 웃을거라는게 머릿속에 생생히 보여서 살풋 웃었다. 그러자 날 쳐다보던 기자는 물었다. 마지막 질문인데, 기성용 선수에게 하고 싶은말
이나 해주고 싶은 응원 있으면 이 방송을 통해서 전해주세요, 기성용 선수가 보고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 아, 반말 써도 되는건가요 "
" 하하, 네. "
" … 성용아. 미안한것도 많은데 여기까지 잘 버텨줘서 고마워. 미안하고, 잘 될거야. 그렇게 믿자 "
" 네, 지금까지 이용대 선수의 인터뷰를 보여드렸는데요, 9시 반에는 송대남 선수의 인터뷰를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
인터뷰를 마치고 큐, 소리가 들리자 기자는 내게 웃으며 인사를 했다. 수고 하셨어요. 그 말에 나도 웃으며 말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나 잘한거 맞지, 기성용. 인터뷰 고작 조금 한건데 떨린다. 가서 내 인터뷰 제대로 봤는지 확인 할거니까, 내 모습 머릿속에 잘 새기고 있어야돼.
*
기성용 숙소 앞에 도착했다. 벌써 10시 20분이네. 처음으로 기성용집에 찾아가는거라 기분이 새롭다, 심호흡을 똑똑, 하고 문을 두드렸는데 안에선 대답이 없었다.
초인종을 눌렀는데도 대답이 없길래 혹시나 하고 문고리를 돌렸더니 문이 열린다. 뭐야… . 기성용, 조용히 부르며 들어갔는데 베란다 쪽에서 기성용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 아직은 아니야 엄마. 어머님이랑 통화하고 있구나. 살짝 화난듯한 기성용의 얼굴을 멀리서 쳐다보는데 시선이 느껴진건지, 내 쪽을 쳐다보더니 웃으며 왔어 ? 한다.
지금 너 통화중이잖아, 통화 마저해. 내 말에 끄덕 거리던 기성용은 다시 진지한 표정으로 통화를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왜 이렇게 급한건데, 나중에 봐도 되는거잖아.
" 아직은 아니야, 엄마 "
" 다 필요없고 데리고 오라니까, 엄마가 널 어떻게 키웠는데 그런걸 비밀로해 "
" 내 말좀 들어봐, 그쪽도 나도 준비가 안됬ㅇ… "
" 됬고, 내일 귀국하는데로 데리고 와 "
집이 워낙 조용해서 그런가, 어머님의 화가난듯한 목소리가 적나라하게 들렸다. 내일이라니, 대충 이러실거라곤 예상은 했지만 막상 닥치니까 살짝 당황스럽다. 어머님이
또 뭐라고 하시나 들으려고 하는데 엄마, 하며 똑같은 말을 되풀이 하던 기성용은 휴대폰을 확인하더니 핸드폰을 귀에서 뗐다. 왜 , 의문스럽게 쳐다보는 내 모습에 기성용은
웃으며 말했다. 전화 끊으셨어, 이게 습관이 되셨나봐 말을 끝까지 안들으시네.
" 어머님 입장에선 화날만 하니까 "
" … 내일 너 데리고 오래 "
" 들었어 … "
" 들었구나, 내일 가야 하는데 너 어떡해 "
괜찮겠어, 염려스럽게 나를 쳐다보는 기성용에게 웃으며 말했다. 괜찮아, 다 예상한거니까. 다 자기 때문이라고 생각한건지 고개를 떨군채 말이 없길래 등을 툭툭 쳐주며
쳐다보자 다시 고개를 든다. 너한테 이런모습 안 어울려, 맨날 패기 넘치고 웃긴게 니 담당이잖아. 내 말에 씩 웃던 기성용은 내게 입을 떼었다.내일 어떻게 하지.
" 내일 새벽 비행기 타면 거의 낮 2시쯤 도착할거야. 그러면 우리집가서 옷 제대로 챙겨입고 4시까지 가자. 말씀드려 "
" 너… 진짜 괜찮아 ? "
" 이 자식이, 나 진짜 여자로 보냐. 괜찮아, 자신있어. 가서 당차게 말씀드려야지 "
" 하하, 그래 알았어."
" 우선 너희 부모님이 먼저니깐, 말씀 드리고 우리 엄마,아빠 한테는 다음에 말씀드리자, 알았지 "
" 그래, 알았어. "
우리 잠도 못자고, 지금 짐 챙기고 귀국할준비 해야겠다. 그러네, 비행기에서 푹 자지, 뭐. 그래, 그러자.
기성용과의 얘기를 마치고 숙소를 나와, 감독님에게 받을 물건이 있어서 감독님의 숙소가 있는 옆 건물로 가기위해 밖으로 나섰는데, 오늘따라 날씨가 선선하니 마음에 든다.
한국은 덥겠지, 시원한 공기를 마시며 천천히 걸어가는데 기성용과 뛰어 놀던때가 생각났다. 그땐 철 없이 나만 생각하기 바빴는데, 사람이 연애를 하면 유치해진다던데
성숙해 지는면도 있나보다.다시 말하기 지겹지만, 다 기성용 덕분이다. 평생 고맙다고 해도 그 고마움은 남아있을거 같은 느낌이다. 기성용, 정말 고마워. 너가 있어서 좋아.
*
" 늦었으니까, 얼른 나올게. 아니다 너도 같이 들어가 "
" 여기 있을게 "
" 아니야, 들어와있어. 더운데, 빨리 옷만 갈아입을거니까"
비행기에서 내려 집까지 오는데 시간이 전보다 더 걸린건지 벌써 2시 30분이다. 옷 갈아입고 차로 출발하면 4시정도에 간당간당하게 도착할거 같다. 밖에서 기다린다는
기성용을 끌고 열쇠로 문을 열고는 집에 들어가니까 웃으며 나를 반기시는 엄마가 보인다. 잘 왔어 아들, 나를 꽉 껴안는 엄마를 보며 웃고는 응, 보고 싶었어. 하니까 내 등을
매만져주신다. 따뜻하게 맞아주는곳이 있으니까 진짜 좋다. 나를 한참 쳐다보시던 엄마는 기성용을 봤는지 놀라셨는지 버벅거리며 말씀 하셨다. 결혼 전제로 사귀는 거라며.
" 하하, 네 "
" 정말이였구나, 축하해 "
" 네, 감사해요 "
" 누군지 궁금하네 "
" 용대가 말해줄거에요 , 곧 "
" 용대가 ? 너가 말 안하고 ? "
" 네, 그런게 있어요 "
나를 보며 웃는 기성용을 한번 쳐다봐주곤 엄마를 쳐다봤는데 뭔 소리인가, 하고 벙찐 표정이시다. 아직은… 아직은 아니니까 조금만 기다려줘, 엄마. 옷을 갈아입고는
나왔더니 엄마와 얘기하던 기성용은 손에 들고 있던 짐을 다시 들고는 가자, 하고 말했다. 용대야, 어디가. 나 성용이랑 급하게 갈곳이 있어서,
" 또 만나자마자 가는거야 ? "
" 진짜 죄송해요 엄마, 좀있다가 올게. "
" 급한일이면 어쩔수 없지, 조심히 갔다오고 성용이 축하해 "
" 네, 감사합니다 "
엄마의 아쉬운듯한 표정에 한번 웃고는 집을 나섰다. 엄마 미안해, 다 내 잘못인거 아는데 나도 되돌릴수 없을 만큼 멀리왔어. 시간을 되돌린다고 해도 이대로 난 살거고,
엄마가 날 때리고 원망해도 포기하지 않을거라서 더 미안해. 꿋꿋히 잘 버티는 모습 보여줄테니까 응원해줘.
*
" 엄마가 너 때릴수도 있고, 돈을 주며 헤어지라는 그런 유치한 협박을 할지도 몰라 "
" 응, 다 예상하고 있어. "
" 미안해, 이런 상황 만들어서 "
" 또 미안하대, 미안하단말 안하기로 했잖아. 나도 이렇게 된거 차라리 속시원하게 생각해 "
" … "
" 어머님이 뭐라고 하셔도 포기 안할테니까 너무 걱정말고 들어가기나 하자 "
기성용 집앞에 도착했다. 역시, 집도 으리으리하게 크다. 진짜 아침 드라마네, 평범한 집안과 부잣집 아들의 사랑이야기 이런건가, 그래도 끝에는 해피엔딩이니까, 우리도
해피엔딩일거야. 그렇게 믿을래. 기성용과 차에서 내리고는 옷 매무새를 다듬는데, 기성용 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누구야, 엄마야, 잠시만.
" 응, 엄마 "
" 어디야 "
" 지금 집 앞이야, 들어갈게 "
" … 애인은 데리고 왔어 ? "
" 어, 자세한건 들어가서 말할게. "
잘 할수 있겠지, 내 말에 기성용은 머리를 쓰다듬으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래, 잘 될거야.아까 샀던 꽃다발이 망가졌나, 확인하고는 넥타이를 똑바로 맸더니 기성용의
목소리가 들렸다. 초인종 누른다, 응. 내 말이 끝나자 기성용은 초인종을 눌렀다. 성용이니, 응. 초인종을 누르자 어머님의 차분한 목소리가 들려왔고 나와 기성용은 집안으로
발을 디뎠다. 우리 잘하자. 응. 기성용이 먼저 집 안으로 들어갔는데, 기다리신건지 상아씨와 어머님의 모습이 보인다. 여자친구는 어딨어, 어머님의 급한 말투에 기성용은
픽 웃더니 밖에 나와있는 나를 불렀다. 들어와,
" 엄마, 이용대 알지 "
" 어… 용대씨가 여긴 왜 "
" 안녕하세요 상아씨 "
" 용대군이 여길 왜 … "
여자친구가 들어올지 알고 기대하셨는지, 집으로 들어오는 내 모습을 보자 상아씨와 어머님은 놀라신듯, 나와 기성용을 번갈아 보았다. 아니, 용대군이 여길 왜… .
어머님의 말씀에 기성용에게 산 꽃다발을 넘겨주자 어머님은 어떨떨한 표정으로 꽃다발을 받으시더니 내게 재차 물었다. 용대군을 부른건 아니였는데, 용대군이 왜…
어머님의 말에 나를 쳐다보는 기성용을 보고 슬쩍 웃고는 말했다. 드릴 말씀이 있어서 왔습니다.
************
윽갼ㅇㅎ;ㅣ하;ㄴ앟;ㄴ아히;ㅏㅇㄴ;하;이 오글오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건뭔가여.......씻을수 없는 흑역사가 하나 등극되네영 ㅇㅇㅇ
모든 시리즈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최신 글
위/아래글
공지사항


인스티즈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