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떠나요
W. The Sun
학교 2013 박흥수 X 학교 2013 고남순
화이트 크리스마스 강미르 X 시크릿 가든 한태선
친구 2 최성훈 X 너의 목소리가 들려 박수하
신사의 품격 김동협 X 내가 가장 예뻤을 때 윤정혁
외
아름다운 그대에게 존김, 뱀파이어 아이돌 까브리,
검사 프린세스 이우현, R2B 지석현
굳게 감겨있던 남순의 눈이 천천히 뜨였다. 잠에서 깬지 얼마 되지 않아 흐릿한 시야로 주변을 이리저리 둘러보던 남순은 금세 제 앞에 잠들어 있는 흥수를 발견했고, 평소에도 몇 번 겪어왔던 상황이었기에 그다지 놀라지 않아 멍하니 있다가 갑자기 장난기가 발동해 밀어 떨어뜨리려 흥수의 가슴에 손을 올리고는 멍하니 잠든 흥수의 얼굴을 바라봤다.
“흠….”
확실히 중학교 시절 때보다 키도 커지고 몸도 좋아지긴 한데다 선이 더 굵어지고 남자다운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흥수의 얼굴은 남순에게 무엇이라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을 느끼게 했다. 고등학교에서 다시 마주쳤을 때, 그 때 느꼈던 극악의 공포심의 잔재도 아니었고 흥수의 용서를 받았을 때 느꼈던 다행스러움도 아니었으며 그렇다고 진심으로 화해를 했을 때의 슬픔과 미안함도 아니었다. 그건 그렇고… 새끼, 잘생기긴 진짜 잘생겼네. 피식 웃은 남순은 그저 마음 가는대로 고개를 움직여 흥수의 넓은 가슴팍에 제 머리를 가볍게 기댔다. 잠이 들어 나른하고 느릿하게 퍼지는 숨소리와 강인하게 뛰는 심장소리가 귓가에 생생하게 들려오는 것을 느끼며 작게 숨을 뱉은 남순은 뭐라 웅얼거리며 몸을 바스락 거렸다.
“아… 편하다.”
흥수의 품으로 조금 더 파고들어 편하게 자리를 잡은 남순은 아직 부족한 잠을 채우려 눈을 감았고, 어디든지 머리만 대면 잠드는 타입이었던 남순은 금세 잠에 빠져들었다. 그렇게 한 번, 두 번, 세 번. 나른한 숨소리가 울리고, 남순이 잠든 지 얼마 되지 않아 조심스럽게 눈을 뜬 흥수는 조용하게 목을 울리며 웃었다. 그렇게 편하냐 새꺄. 강아지처럼 파고들기나 하고. 조금 몸을 뒤로 빼며 제 품속에 곤히 잠들어 있는 남순을 힐끗 바라 본 흥수는 남순의 머리칼을 천천히 쓸어내리다가 그 몸을 더 한껏 끌어당겨 안았다.
“하여튼, 잠잘 때는 완전 천사야 천사.”
눈 떠도 지랄 맞게 굴지 말고 이렇게 좀 고분고분 해봐라. 일찍이 그랬으면 너나 나나 맘고생 좀 덜 했을 거 아니냐. 속으로 중얼거리며 남순의 등을 몇 번 토닥이던 흥수는 흘러내린 이불을 끌어올려 남순을 덮어주고는 가볍게 눈을 감았다.
**
아, 꿈 진짜… 대박 기분 나쁜 거 꿨음. 멍한 표정으로 침대에서 몸을 일으킨 수하는 짜증스럽게 머리를 흩뜨리며 욕지거리를 뱉어냈다. 와, 이 꿈은, 와, 진짜 이건 쓰레기야! 살다살다 내가 무생물인 책상 생각까지 들어야겠냐! 사람들 생각만으로도 시끄러운 세상 속, 무생물들의 생각까지 합쳐서 듣게 된 꿈속의 지옥 같았던 소음들을 떠올린 수하는 몸을 바르르 떨고는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책상이 뭐라고 그랬더라? 뭐? 아마존에서 왔다고? 원래는 키가 컸는데 작아졌다고 슬프다고 그랬던가?
“어우, 잊어야지.”
아침부터 기분이 나쁘다. 오늘 진짜 무슨 일이라도 터질 예감이야. 시원한 물로 세수라도 하려 몸을 일으킨 수하는 고개를 돌려 옆 침대를 바라봤다. 옆 침대에선 어젯밤 수하가 잠들기 전 까지도 방에 들어오지 않았던 태선이 잠들어 있었다. 저 형은 또 언제 들어왔대? 이불을 어깨까지 끌어올린 채 등을 돌린 상태로 잠들어 있는 태선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수하는 기지개를 켜며 화장실로 향했다.
**
이른 새벽. 미국에서 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시차 적응이 덜된 존이 먼저 깨어나 소파에 앉으며 TV를 틀었다. 어제 저녁과 다를 바 없는 똑같은 소식들만 줄줄이 전하는 아나운서의 표정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존은 고개를 돌려 넓은 유리창 사이로 보이는 이른 아침의 해를 물끄러미 쳐다봤다.
“옥상에서 찍으면 꽤 멋있는 게 나오겠는데?”
땅거미 져있던 숲속을 부드럽게 밝혀오는 햇살이 좋다. 높은 산 사이로 고개를 빼꼼히 내밀고 있는 아직은 붉기만 한 저 해도 좋고. 바깥 풍경을 보며 좋은 사진 구도를 생각하던 존은 근처에서 들려오는 발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2층 계단에선 성훈이 내려오고 있었다. 아예 잠을 안 잔건지 아니면 못 잔건지 꽤 말끔한 모습으로 소파까지 걸어온 성훈은 존의 맞은 편 소파에 앉으며 길게 숨을 뱉었다.
“웬일로 사진 찍으러 안 나갔네.”
“막 찍으러 나가려던 참인데.”
담배를 피러 나가려는 듯 손에 담뱃갑과 라이터를 쥔 채 아나운서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성훈은 무언가를 확인 하려는 듯 화면 하단 바로 지나가는 단신들을 슥 훑어보았다. 없고, 없고, 없네. 하긴, 그게 뉴스에 나올만한 일은 아니니까. 그 일도 조용히 묻으라고 했고. 한쪽 눈썹을 들썩이며 손에 쥐고 있던 것을 테이블 위에 내려놓고는 뻐근한 목을 이리저리 주무르는 성훈을 지켜보는 존의 시선은 곱지만은 않았다. 평소에 오지 않던 성훈이 온다는 것은 꼭 무슨 일이 있다는 뜻이었기 때문이었다.
“너야말로 웬일이냐.”
“뭐.”
“평소엔 안 왔잖아. 일 바쁘다고, 가족들 만나는 거 귀찮다고.”
“….”
“뭐 사고라도 치고 온 거냐? 그 사고 묻힐 때까지 여기서 조용히 지내려고?”
“사고는 무슨….”
뒷말을 길게 끈 성훈의 한쪽 눈썹은 미묘하게 올라가 지금 이 상황이 탐탁치않음을 간접적으로 드러내고 있었다. 사고 친거 맞네. 그런 성훈의 태도에 존은 확신을 가졌다. 뭔가 심상치 않은 일이 있었던 것을. 그러나 별로 걱정이 되진 않았다. 사고는 많이 쳤어도 윤리적으로 문제가 된다거나 사회적으로 분란을 일으킬 짓은 할 놈이 아니니까. 눈을 가늘게 떴다가 긴장을 풀고는 소파에 등을 편히 기댄 존은 발끝을 까닥거리며 말했다.
“불편하진 않아?”
“뭐가.”
“남순이네 가족 말이야. 처음 보잖아.”
“뭐… 생각보단 괜찮아. 의외로….”
“의외로?”
“…아니다.”
“?”
그 뒷말이 궁금한 지 고개를 한쪽으로 기울인 존에게 신경 안 써도 된다며 손사래를 친 성훈은 TV로 시선을 돌리며 존에게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게 중얼거렸다.
“그냥… 맘 잘 맞는 놈 찾은 것 같다고.”
**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계단으로 내려오던 수하는 2층 계단 난간에 기대 뭐가 그리 좋은지 헤실헤실 웃고 있는 동협을 발견했다. 아직 덜 말렸는지 물기가 서려있는 복실복실한 머리털이 딱 방금 씻고 나온 대형견이다. 저게 어제 술을 잘못 마셨나 아침부터 왜 저래.
“턱 빠졌냐 김동협?”
“아, 시비 털지 말고 가라. 지금 기분 째지니까.”
무슨 일이길래 저럴까. 호기심이 샘솟던 수하는 고개를 한쪽으로 기울이며 동협의 눈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그런 동협의 눈을 통해서 수하에게 전해진 생각은 어젯밤 계단에서 있었던 일의 간략한 후기들이었다. 감촉이 어땠다는 둥, 좋아 미치는 줄 알았다는 둥, 행복감에 젖어 있는 그 생각을 읽어낸 수하는 미친놈한테는 답도 없다며 혀를 끌끌 차며 고개를 저었다. 일찍이 정혁이 형을 좋아하는 줄은 알았는데… 어제 성공한 건가. 그럼 정혁이 형 무지 화났겠다. 정혁이 형 동협이 진심으로 싫어하니까. 쟤는 그걸 알까?
“힘내라 김동협.”
“어? 뭐가?”
“불쌍한 놈….”
진심으로 불쌍하다는 눈빛으로 동협을 쳐다보던 수하는 고개를 저으며 계단을 내려갔다. 그런 수하의 앞에는 까브리가 있었다. 자신이 사랑해 마지않는 팝콘 통을 품에 꼭 끌어안은 채 베시시 웃으며 계단을 하나하나 내려가고 있는 까브리의 머릿속은 이미 팝콘을 먹을 생각으로 가득 차있었다. 팝콘 진짜 좋아하시나 보다. 그렇게 생각하며 걸음을 옮기던 수하는 까브리가 너무 느리게 계단을 내려가는 탓에 비켜 가야겠다는 생각으로 걷는 속도를 올렸고, 그 순간
“오왁!”
“내 팝콘!”
삐끗- 하는가 싶더니 그대로 앞으로 굴러 떨어진 수하는 보기 좋게 까브리를 들이 받고는 바닥에 어깨를 세게 부딪히며 떨어졌다. 덕분에 까브리의 손에서 날아간 팝콘 통은 하늘 위로 크게 솟구쳤다가 수하보다 뒤늦게 떨어졌고, 촤르륵- 하는 소리와 함께 퍼져나간 팝콘은 순식간에 바닥을 그득하게 메웠다.
“아으윽… 아, 저거 어떡… 윽-”
“괜찮아?”
뼈에 금이라도 간 것처럼 어깨가 아파오는 통에 제대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수하에게 빠르게 달려온 것은 성훈이었다. 놀란 표정으로 수하에게 달려온 성훈은 괜찮느냐며 수하의 몸을 일으켜 제 몸에 기대게 했고, 고개를 살짝 끄덕인 수하는 이를 악물며 까브리를 바라봤다. 내 팝콘… 팝콘…. 울상으로 바닥에 엎드린 까브리는 바들바들 떨리는 손으로 팝콘을 하나하나 긁어모으고 있었다. 까브리의 눈을 통해 진실 되게 전해져오는 슬픔에 숨을 멈춘 수하는 눈을 가늘게 뜨며 몸을 일으키려 애썼다. 팝콘 통 하나 엎어졌다고 성인 남자가 저 정도로 슬퍼할 수 있는 건가? 불순물이 아무 것도 섞이지 않은 그 순수한 슬픔. 엄청 순수하긴 하신가 보다. 와, 이거 진짜 큰 잘못 했다. 어제 꾼 악몽이 기어코 사단을 내는구나.
“수하야.”
“예? 아… 괜찮아요. 그보다….”
“내 팝콘… 새 거인데….”
“저… 죄송해요. 제가 발을 헛디뎌서 그만….”
까브리는 그런 수하의 말에 괜찮다며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하고는 다시 바들바들 떨며 팝콘을 긁어모으기 시작했다. 저거 맨바닥에 엎어진 거라 더러워졌을 텐데… 아, 진짜 어떡하지…? 그런 수하의 불안함을 알아챘는지 수하의 팔을 붙잡고 있던 성훈이 수하의 귀에 작게 속삭였다.
“별로 신경 쓰지 마. 저놈 방에 똑같은 팝콘 통 수십 개는 있어.”
“그래도….”
지금 진심으로 슬퍼하고 계신데…. 안쓰러운 표정으로 까브리를 바라보던 수하는 이윽고 무언가를 결심한 듯 몸을 일으켜 까브리의 팔을 잡았다.
“저기… 형. 제가 새 거 사올게요.”
“응?”
“똑같은 걸로… 아니, 더 좋은 걸로 사올게요.”
“진짜야 수하 친구?”
“네, 두 통 사올게요!”
제 볼 옆으로 브이자를 붙이며 생긋 웃은 수하는 어깨를 다친 것도 잊은 채 몸을 일으켜 팝콘을 사러나갈 준비를 하려는 듯 계단 쪽으로 걸음을 옮겼고, 그런 수하의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성훈은 계단으로 올라가려는 수하를 붙잡고 말했다.
“진짜 사러가려고?”
“네. 한 30분만 걸어 나가면 되겠죠 뭐.”
“이 더위에?”
“다녀와서 씻으면 되죠 뭐.”
별 쓸데없는 데에 관심가지면 사는데 힘들지도 않나. 단호한 태도의 수하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성훈은 한쪽 눈썹을 치켜 올리며 길게 숨을 뱉었다가 체념한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데려다 줄게. 내 차로 5분이면 돼.”
“그러실 필요까지는 없는데….”
“나도 볼일 있어서 나가는 거야.”
“아… 그래요?”
괜히 민폐 끼치는 것 같은데…. 성훈의 말에 어색하게 웃은 수하는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계단을 올라갔고, 그런 수하의 팔을 놓아주고는 다시 소파로 걸어와 앉는 성훈에게 흥미로운 눈빛을 한 존이 물어왔다.
“너 아침밥은? 좀 있다가 다 깨면 먹을 생각이었는데.”
“…수하랑 같이 먹고 오지 뭐. 어차피 같이 나가는데.”
“성격도 바뀐 건가….”
“뭐?”
“아니야. 잘 갔다 와. 수하 잘 챙겨서 오고.”
고개를 끄덕인 성훈의 머릿속은 밖에 나가서 해야 할 일로 가득하게 차 있었다. 옷은 어떻게 입어야 할지, 어디로 가야할지, 밥은 뭘 먹일지 등등. 그렇게 한참을 생각하던 성훈은 간략하게 정리가 됐는지 몸을 일으켜 위층으로 올라갔고, 그 와중에도 계속해서 팝콘을 긁어모으던 까브리는 마지막 팝콘 알갱이를 통에 넣고 뚜껑을 닫으며 밝게 웃었다.
“다 담았다.”
**
까치집이 생긴 머리를 한 우현은 눈도 채 뜨지 못한 채 정혁을 깨우고는 무의식 적으로 남순의 방으로 걸어갔다. 취하지 않을 정도로 마시긴 하지만 막강한 숙취에는 이길 재간이 없었던 우현은 그 숙취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와중에도 아침에 먼저 일어나 형제들을 하나하나 깨우던 습관을 따라 움직이고 있었다. 정혁이는 아까 나오면서 깨웠고… 수하는 일어났을 테고… 태선이는… 그냥 잘 있나 보기만 하면 되고. 남순이는 분명 지금까지 자고 있겠지…. 어후, 어떻게 애들이 나이를 먹어도 여전하냐. 내가 애들 버릇을 잘못 들여놨지… 오냐오냐 하면서 키우는 게 아니었는데…. 한탄을 하고는 졸린 눈을 부비면서 방문을 연 우현은 터덜터덜 걸어가 남순을 흔들어 깨우려다 제자리에 움찔- 하고 멈춰 섰다.
“뭐, 뭐야.”
뭘까 이거. 뭐지 이거? 제자리에 우뚝 멈춰선 우현의 머릿속에는 수많은 물음표만이 둥둥 떠다녔다. 이 좁은 1인용 침대 위에… 왜 둘이 끌어안고 자고 있는 거야?
“????”
흥수 주사인가? 아니면 남순이 주사? 고개를 갸웃거리며 한참을 고민하던 우현은 너무나도 곤히 잠들어 있는 둘의 모습에 한숨을 푹 내쉬며 몸을 돌려 방을 빠져나왔다. 남순이가 칭얼거렸나 보지 뭐… 남순이는 흥수가 알아서 일어나서 깨우겠지…. 그렇게 중얼거리며 방을 빠져나온 우현은 바로 옆 방. 태선과 수하의 방으로 들어가며 등을 돌린 채 잠들어 있는 태선을 바라봤다. 깨울까 말까. 깨울까 말까. 설마 형인데 깨웠다고 욕을 하진 않겠지? 남순이 때의 상황과는 또 다른 상황을 맞딱뜨린 우현은 한참을 머리를 붙잡고 고민하다가 작게 숨을 뱉었다. 그래, 온 김에 그냥 깨우자.
“태선아, 일어나. 한태선… 어… 어?”
그런데, 태선의 상태가 심상치 않았다. 몸을 웅크린 채 잠들어 있는 태선의 손이 힘없이 옆으로 툭- 떨어졌고, 그제야 태선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라 있어 숨 쉬는 것조차도 힘들어 한다는 것을 알아챈 우현은 몸을 일으키며 작게 중얼거렸다.
“큰일 났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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