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고마워 여기 조은 집 침대 꽃무늬 쿠션 맘에 들어 가능하면 매일 닥 가슴살 조아 부탁 사료 별로 사실은 시러 매일 닥 가슴살로’ 머리맡에서 편지를 발견했을 때, 여자는 가슴이 뛰었다. 고양이 코코가 야옹 하고 날카롭게 울며 코로 편지를 여자 쪽으로 밀어냈다. 역시 그렇구나. 여자는 편지를 앞치마 주머니에 감추었다가 부엌 구석에서 몰래 펴보았다. 그 안에서 서툰 문장을 발견했을 때 느낀 놀라움, 흥분이란. 소문이 사실이었다. 한 달쯤 전에 이 부근 주택가에 유에프오가 와서 수수께끼의 빛을 쐰 애완동물들이 인간 수준의 지성을 획득했다는 소문이었다. 한 블록 떨어진 집에서는 주인의 위험을 알아차린 개가 쓴 편지 덕분에 주인이 가까스로 위기를 모면했다고 한다. (중략) ‘그런데 남편 바람피워 당신 없음 여자 와 당신 야근 맨날 딴 여자’ (중략) ‘남편 여자 거 마당 묻어 가끔 꺼내서 혼자 보아 즐거워 보여 마당 장미 아래 감춰 노아’ (중략) 여자는 어두워진 마당으로 나와 장미 나무 주위를 살펴보았다. 조그만 손전등 불빛 속에 최근 땅을 팠던 흔적이 보였다. “여기구나.” 여자는 정신없이 땅을 파기 시작했다. 얼마 동안 팠더니 작은 상자가 나왔다. 여자들 뭐를 어쨌다고? 대체 뭘 감춰놓은 거야? 여자는 상자를 열었다. (중략) 모여 있던 사람들도 한두 명씩 사라지고 이윽고 남자 혼자 남았다. 남자는 크게 한숨을 쉬고 느릿느릿 집 안으로 들어갔다. “나 왔어.” 문을 탁 닫고 잠갔다. 안에서 고양이 코코가 경쾌한 발걸음으로 달려 나왔다. 입에 편지를 물었다. “잘했다, 코코.” 코코의 입에서 편지를 받아들고,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목을 간질여주었다. 코코는 목을 가르랑거렸다. 남자는 빙긋 웃으며 말했다. “계획대로 됐어.” 남자는 편지를 펴보았다. 코코가 아내에게 쓴 편지. 미리 장치해놓은 총이 폭발한 뒤, 코코가 아내의 앞치마 주머니에서 꺼내 집 안에 숨겨놓았다. 남자는 테이블 위 재떨이에 편지를 놓고 라이터로 불을 붙였다. 편지는 활활 타올라 한 줌의 재로 변해갔다. 코코는 익숙한 동작으로 펜을 입에 물어 메모지에 썼다. ‘사랑해 드디어 둘 됐어’ “그러게. 정말 드디어 우리 둘만 있게 됐지.” 남자는 코코를 품에 안고 황홀하게 얼굴을 비벼댔다. 코코도 어리광부리듯 야옹 하고 운다. 코코가 말할 수 있게 되어 사랑을 고백한 그때부터 두 사람의 계획은 시작되었다. 이렇게 우아하고 아름다운 연인이 있으면, 인간 여자 따위 두 사람의 사랑을 방해하는 존재일 뿐이다. “자, 우리 저녁 먹을까.” 남자는 냉장고에서 닭 가슴살을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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