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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택운. 전체글ll조회 153

나는 혼자 남겨져도 얼마든지 괜찮은 사람이라고 | 인스티즈



 너는 낭패한 표정으로 나를 보며 무어라 변명이나 사과의 말 같은 것을 중얼거렸는데, 그 순간 묘하게도 너의 얼굴에 자부심 어린 미소가 스쳐 지나갔다. 너는 서둘러 미소를 거두었지만 나는 이미 돌이킬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깨달았고, 또한 내 마음 깊은 곳 어딘가에 돌이키는 것을 원하지 않는 딱딱하고 고집스러운 구석이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드라마나 영화, 그런 데서 보던 것과는 사뭇 다르구나, 하고 나는 감탄했고 의외의 웃음이 떠올랐다. 예상치 못했던 나의 반응에 당황한 너는 반걸음 정도 다가와 가만히 허공을 움켜쥐고 있던 내 손에 살짝 손을 댔지만, 마음과는 달리 나는 황급히 그것을 물리치고 한걸음 뒤로 물러섰다.

 아찔한 태양의 빛이 너와 나 사이의 공간으로 파고들었고 그림자의 골이 점점 깊어졌는데, 동굴 같은 무늬와 선명한 햇살의 대비가 불현듯 내게 과거의 풍경 하나를 불러일으켰다. 그때, 아마도 타국의 언덕, 오래된 신전 앞 풀밭에서 무릎을 모으고 앉아 먼 하늘의 구름을 보고 있었던, 그날, 아마도 버터와 잼과 토스트와 베이컨과 토마토가 모조리 한 접시에 놓여 있던 아침의 식탁이나 '세상의 끝'이라는 이름의 카페에서 맛보았던 양파수프의 인상이 고스란히 남아있던, 그리고 네가 아마도 다정한 이야기를 하며 미래에 대한 약속을 구하고자 했던. 그러나 나는 네가 쳐둔 바리케이드를 주의 깊게 빠져나갔고, 결국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고, 우리는 어색한 미소를 주고받으며 해가 지기 전에 일어섰고, 그 모든 것은 나의 책임이었다.

 나중에, 친구들은 너를 나쁜 사람이라고 했지만 나는 굳이 그런 건 아니라고, 벌써 예정되어 있었던 일이었다고 해명했다. 혼자 남겨질 용기가 없어 내가 망설이는 사이에, 너는 행동을 했을 뿐이라고. 그리고 나는 혼자 남겨져도 얼마든지 괜찮은 사람이라고.

 이유는 묻지 않아도 알고 있었고, 네가 내게 등을 돌리고 손을 잡을 누군가가 누구인지 궁금하지도 않았다. 차라리 나는 기꺼이 가해자의 역할을 맡아준 너의 대담함에 박수라도 쳐주고 싶었다. 하지만 그건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낸 연인으로서의 예의가 아닐 것 같아, 그냥 고개만 조용히 끄덕였다. 너는 모든 것을 기억하겠다고 말했으나 나는 완벽한 끝을 원했으므로, 모든 말을 삼키고 몸을 돌려, 햇살이 한없는 거리를 걸어, 네게서 멀어졌다. 너의 사랑도 나의 사랑도 믿은 적 없으니, 나는 배신을 당한 것이 아니라는 말 정도는 해도 괜찮을 거라고 생각하며. 하지 못한 말들이 무거운 혀끝에 매달려 돌처럼 단단해지고, 그 무게로 조금 휘청거렸지만, 걸을 수는 있었다. 멀어질 수는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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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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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택운.
너의 사랑도 나의 사랑도 믿은 적이 없으니, 나는 배신을 당한 것이 아니라는 말 정도는 해도 괜찮을 거라고 생각하며.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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