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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백] 비는 언젠가 그친다 2 | 인스티즈

[오백] 비는 언젠가 그친다 2 | 인스티즈


백현은 동그란 손끝으로 제 집을 야무지게도 가르켜 내며 집의 외부를 설명했다. 크기는 이만한 기와집에, 지붕이 파랗고, 담은 한 이정도. 이미 달이 정수리에 떠 있는 밤 이였다. 색깔 같은 것 이 잘 보일리 없는데도 경수는 백현의 말을 묵묵히 들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무슨 집인지 대충 알 것 같았기 때문이였을까, 그가 한 말 중 가장 길이있는 말 같아 쓸데없이 새겨들었다.

집 앞에서 내린 백현은 경수가 건네는 가방을 받아들고 시골풍경 속 담긴 그림같은 아이를 바라보았다. 순박함과 너무 잘 어울리는 소년, 경수였다. 한참의 정적 중에도 백현은 계속 고민했다. 먼저 고맙다고 할까, 내일도 같이 가자고 할까, 먼저 잘 가라고 할까. 인사말은 해야겠는데 빌어먹을 입이 떨어지질 않았다. 한번 뱉으면 쉬울일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는데 백현은 끝없이 망설였다. 후에 후회할 자신이 싫은데도.



“내일 또 봐.”



경수가 동화같이 말했다, 백현또한 동화처럼 웃었다.







비는 언젠가 그친다

written by 오백병자







 그림같던 소년은 홀연히 사라지고 밤공기의 흐름속엔 멈춰진 백현만 남아있었다. 하지만 백현도 다시 움직였다. 다음 페이지에 쓰여질 이야기를 백현은 고대했다. 이것이 끝이 아니기를.


 소년은 밤을 설쳤다.



 경수는 그날 집에서 가장 늦게 잠든 주제에 다음날 가장 빨리 일어나는 놀라운 역사를 기록하며 잠에서 깨어났다. 원래 집에서 가장 먼저 이불을 개는 것은 아침일찍 밭을 보러 나가시는 아버지셨는데 경수는 그보다 조금 더 일어났음에도 하나도 억울하지 않았다. 더 누릴 수 있는 수면에 대한 소유욕이 어째서 사라진 것 일까. 오랜만에 지저귀는 새벽의 종달새는 열여덟의 서투른 감성을 적시고 , 흥겹게 하기도 했다. 샤워를 하며 부르지도 않던 노래를 불러 잠에서 깬 형에게 꿀밤을 맞아도 즐거운 아침이였다. 이렇게나 들뜬 이유를 굳이 자신에게 이율 캐물으려 하지도 않았다. 그냥 즐거운게 즐거웠다. 경수의 단순한 성격 때문이였을까.

  그 수줍던 서울아이를 만날 생각에 들떠하는 제 자신을 이상히 여기지 않으려고 애를 썼다. 서울아이는 희고 미소지었으며 조신하고 야무지고…. 경수가 마음속으로 묘사하지 못 하는 무언가가 하나 더 있었는데, 그것이 마음에 든 것일까? 소년은 사람과 친해지는 걸 즐겼다. 그래서 그런 것이라고 그는 어림짐작 했다. 아마 이러한 까닭이 맞을 것 이다.

  혹여나 부지런한 백현이 먼저 학교에 가지는 않을까, 등교시간이 한참 남은 시각에 자전거를 차고 안에서 꺼낸 경수는 자전거를 타려다 한 번 넘어질 뻔 한 사고를 겪고 나서야 제대로 정신줄을 붙잡을 수 있었다. 저를 데리러 온 백현의 얼굴은 어떨까, 어젯밤처럼 몰래 웃어줄까. 작은 입술로 조잘조잘 야무지게 설명하던 백현의 목소리를 기억 저 편 그리 멀지 않은 곳, 눈에 띄는 곳에서 찾아낼 수 있었다. 사실 경수는 그 목소리를 계속 떠올리고 있지 않았을까.

  지금 쯤 등교를 하러 나왔을 법 한 시간임에도 백현은 여전히 깜깜무소식, 심지어 방음도 허술할 듯 보이는 낡은 집에서는 쥐 소리 하나 나오지 않음을 수상히 여긴 경수가 오래된 철문을 똑똑 두드렸다. 뜻과는 다르게 철컹철컹 소리가 났다. 다시 더 크게 똑똑, 두드리자 뜻과는 다르게 다시 철문은 철컹댔다. 그리고 뜻과는 다르게 중년의 여성이 문을 열었다. 경수는 그 여성이 백현의 어머니임을 단박에 짐작해냈고, 확신하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깡마른 그 여성은 보기만큼 친절하고, 어쩌면 백현도 그녈 닮아 해사한 미소의 소유자 일 수 도 있겠다고, 경수는 생각하며 괜한 자전거 앞 바구니를 만지작 댔다. 요즘 취미차 읍내로 공예를 배우러 다니시는 어머니의 솜씨인데, 아기자기한 디자인에 손사래를 치려다 그녀의 미소를 보고 차마 거절하지 못해 받아온 바구니였다. 세상 엄마는 다 이렇게 웃는게 예쁜가, 경수는 새로운 사실을 깨달았다.



“백현이랑 같이 학교 가려고요.”


“어쩌지, 미안. 백현이 아까 학교 갔는데”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시나리오는 아니였지만 예상하지 않은 척 바라지도 않은 상황이 경수 앞에 고개를 내밀자 어쩔줄을 모르던 꼴을 보는 백현의 엄마의 입꼬리가 가벼워져 슬며시 위로 올라가 호선을 그렸다. 몸집이 크지 않아도 그녀보단 큰 체격이였기에 백현의 엄마는 경수 몰래 발꿈치를 조금 들어 경수의 이목구비를 요목조목 살피었다. 그녀의 눈빛이 사랑스러움을 더해갔다.

  그동안 백현은 제대로 된 친구를 사귀지 못했다. 그도 그럴것이, 백현의 친구들은 pc방에서 게임을 하고 있어도 백현은 알바, 백현의 친구들이 운동장에서 축구를 하고 있어도 백현은 알바. 알바. 알바. 알바였다. 물론 주말도 예외없이 백현은 일에 시달렸다. 백현은 한번도 ‘시달리다’ 라는 표현을 사용한 적은 없으나 백현의 엄마는 백현의 사정을 당연히 눈치채고 있었다. 뛰노는 걸 마다할 사내가 어디 있으랴.

  백현의 등교 소식을 듣고 부리나케 학교로 달음질하는 경수의 뒷모습은 어쩌면 이 곳으로의 이사가 바람직한 결정이 아니였나, 하는 기분을 그녀에게 심어 주었다. 외모로 사람을 판단하면 안 된다는 것을 뼈져리게 느꼈던 전과가 있었으나 생김새로 보나 짧은시간으로 재어 본 성품으로 보나 사실 붙임성 없는 백현에게 경수는 조금 과분한 친구였다.

  경수가 아무리 백현의 등교시간을 어림으로 때려잡아 그의 집에 찾아갔다고 해도 지금은 등교하기엔 조금 이른감이 있는 아침이였다. 설마 백현이 자신이 올 것을 알고 부러 피한거라면? 말도안돼. 그냥 경수는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냥 말도안돼. 자신에게 급작스런 거절을 나타낼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내가 뭔 짓을 한 것도 아니고.. 경수는 금세 제 생각에 수긍했다. 아닐거야, 자신을 설득했다. 작게 뚫려있는 창문을 곁눈질 한 결과 교실엔 백현 혼자만이 등교한 것이 분명했다. 사실 백현과 선약을 하고 같이 등교하자고 한 것도 아니고, 경수는 과민했던 지난 시간을 십분 반성했다.


교실문을 열었다.



“안녕, 일찍왔네?”


“…응.”


“왜 이렇게 일찍 왔어.”


“…….”



원래 일찍 일어나는 편 이라고 하면 믿을까, 백현은 경수가 자신을 이상하게 보는 것이 두려웠다. 백현은 일찍 일어나는 이유와 계기를 물어올 경수가 두려웠다. 그런것을 물어보는 것은 전혀 어색한 루트가 아님에도 두려웠다. 어색한 루트가 아니라서 두려웠다. 그렇게 물어보면 대답할 길이 없으니까. 온전히 모두 발가벗겨져야 하기 때문에. 이상한 건 자신의 평범하지 않았던 가정형편이였다. 아르바이트에 최적화된 생활패턴.

아무 말 없이 손톱을 만지작 거리는 백현 옆에 경수가 책상 위에 책가방을 올려놓고 의자에 앉았다. 경수가 본 백현은 경수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사귀었던 옆동네 종은이보다 더 난해하고 복잡한 사내였다. ‘나 뭐 달라진 거 없어?’ 그녀가 매번 물어왔던 질문보다도 어려운 게 백현이였다. 조금이라도 친해졌다고 생각한 건 자신만의 착각이였나, 경수는 착각했다.

백현은 의외로 시큰둥한 경수를 한번 힐끔 거리다, 다시 무관심한 척 창밖을 보다가, 다시 경수를 한번 보다가, 창밖을 보려는데 요란한 문 소리에 놀라 깜짝 튀어올랐다. 멀대같이 키만 크던 경수의 친구. 이름은 기억이 잘 나지 않고 경수보다도 쾌활한 성격임은 확실한 것 같았다.

활발하던 그 애도 적막한 분위기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으나 금방 자기 페이스를 찾고 경수에게 껄떡대오는 모습이 백현의 웃음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작은 웃음을 그 애가 잡아 낸 건지 기다렸다는 듯 백현에게도 재잘거리기 시작했다. 경수도 백현도 웃으며 그를 받아내었다. 백현이 이렇게 마음놓고 웃으며 친구와 대화를 한다는 것은 십년이 조금 안된 과거였을 텐데. 사람에 대한 어떠한 증오심이나 적개심도 내비춰지지 않는 백현의 마음에 가난이 고인 물은 햇빛에 점점 말라가고 있었다. 깨끗이 청소하면 곰팡이도 없어질 듯 했다. 이렇게 쉬운 것을 왜 여태 하지 못했을까.



“도경수 넌 어제 전학생이랑 하교 같이 했다고 존나 자랑질 하더니 다 꿈이였냐? 무슨 초상 난 것처럼 정적이 ㅎ…”


“닥쳐라 개새끼가 진짜”


“아 알았어 진짜 다 좋은데 때리지만 마 제발 경수야”



키가 크던 소년은 정말 키만 큰게 맞았나, 백현은 상대적으로 왜소한 경수에게도 쩔쩔매는 소년이 그저 우스웠다. 쉴새없는 장난에 통통대는 이름표엔 그와 어울리는 정갈한 이름이 적혀 있었다. 잘 어울리네. 박찬열. 이 평범한 상황에 뭍혀 백현은 미소지었다. 가벼움이 그를 들뜨게 했다. 아무 생각없이 날아오르기엔 백현이 진 짐은 너무 무거운 것 이였기 때문에.

가장 우스웠던 것은 발개진 경수의 귀 끝이였다. 백현은 큰 소리를 내서 웃고 싶은것을 꾹꾹 참다가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 한번 터진 웃음은 멈출 줄을 몰라 터트린 그도 꽤나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경수의 소년다움이 즐거웠다. 즐거워서 즐거웠다. 경수와 찬열은 조용하던 백현의 갑작스런 폭소에 의아한 듯 서로의 눈치를 보기 바빴지만 이내 그 둘도 웃음이 터지고 말았다. 이유도 모르면서. 백현은 흐르듯 한 마디 뱉었다.



“너는 원래 그렇게 귀가 잘 빨개져?”



경수의 당황하는 얼굴에도 백현은 웃음을 터뜨렸다. 경수의 귀를 발견한 찬열도 먹잇감을 발견한 것 마냥 백현과 같은 대상을 놀려대기 시작했다. 그렇게 긴 수다와 점점 몰려드는 아이들과 섞이며 백현은 편안하고 어색했다. 편안한데 어색했다. 편안한데 어색했다? 편안하다는 사실이 어색했다.

또래 남자아이들과 같이 시시껄렁한 농담을 주고받으며 그렇게 나이답게 지내는 것이 이렇게 한 순간에 이루어질 줄은 백현도 예상치 못해 적잖이 당황했던 부분이였으나 즐거움은 당황의 미련까지도 쫒아내는 녀석인지라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자신의 내적 연극을 보며 백현 자신도 즐거워했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참으로 요상한 일이라 곰곰이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이상하다고 느끼면 또 움츠러 들까봐. 그것은 똑같은 불행의 시작임을 안다.

아무렇지도 않게 웃고 떠드는 백현을 보며 경수는 이름모를 안심을 느꼈다. 백현의 친한 친구는 아직 아닐뿐더러 부모는 더더욱 아니였는데. 그냥 자신은 전학생의 적응을 우려한 같은 반 짝꿍 역할이라고 경수는 자신을 정의내렸다. 맞는 것 같았다. 찬열에게 백현을 자랑 한 일, 부끄러우면 귀부터 빨개지는 버릇까지 들켰지만 그저 우스웠다. 즐거웠다.

어색한 기류가 흘렀던 어제와는 달리 편안해진 둘 사이의 분위기는 백현을 다른 아이들과도 잘 어울릴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다. 모든 아이들과 터울없이 이야기하는 백현을 보며 경수는 묘한 기분에 사로잡혔지만 딸 시집보내는 아빠 마음이려니 하고 대충 넘기며 백현과 한 번, 두 번. 대화의 횟수가 잦아졌다. 생각보다 학업 성취율이 높았던 경수는 백현에게 이것저것 가르쳐 주는것도 서슴치 않았다. 백현은 지식적으로 모자란 자신이 조금 부끄러웠지만 경수는 괜찮다고 생각했다. 그런 면을 볼 것 같지 않은 아이라고 느꼈기 때문이였을까.

어제와 같이 밤은 흐르고 야자는 끝이 났다. 사실상 말이 야간 자율 학습이지 등교하려면 고개 고개를 넘어오는 아이들에게 야간은 무리였기 때문에 일찍 끝나는 날이 허다했다. 그마저도 낮이 짧아지는 계절이 오면 하교시간이 앞당겨 지곤 했었다. 오늘의 저녁은 어제보다 더 여름스레 일렁이고 있었고, 해는 오늘 아침의 경수처럼 서두르며 지평선 너머로 자취를 감추었다. 텅 빈 교실 안 백현은 잠을 자고 있는 경수를 툭툭 쳐 깨웠다. 많이 친해졌다고는 하나 단 둘이, 이렇게 조용한 공간은 조금 어색하기 나름인데. 경수는 백현의 마음을 아는 지 모르는 지 도통 깨어날 생각을 하지 않는 것 같았다.

백현은 조금 이질적인 경수의 이름을 부르고 또 불렀다. 처음엔 마냥 어색해서 성이 꼭꼭 따라다니다, 신경질적으로 경수야! 하고 불렀다. 그리고 경수가 대답했다. 갈라짐 한 줄기 없는 깨끗한 목소리로. 백현은 자신이 속았음을 알아차리고 얼굴을 붉혔다.

나른한 경수의 웃음은 금방이라도 소릴 빽 지를 것 같은 백현의 마음에 이상한 불꽃을 피우게 했다. 뜨거워서 함부로 손 댈 수도, 꺼지지도 않는 요상한 불꽃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끌 수도 없었다. 소화기라는 치트키도 없으며 그래서 끌 방법을 몰랐다. 백현은 넋 놓고 경수를 빤히 바라볼 뿐이였다. 경수는 다시 한번 웃었다.



“알았어. 가자.”



백현은 잠시 눈을 흘겼지만 경수는 여전히 미소를 지었다. 백현의 마음이 요상한 색으로 물들어 가고 있었다. 방금 피어오른 것은 불꽃이 아니였나, 정말 이상할 일이였다. 숨이 막힌 듯 심박수를 늘리다가도, 정신없이 어지럽게도 하고. 병인지 감정 기복인건지는 잘 모르겠으나 아무튼 백현에게 골치아픈 것 이였다. 너무 당황스러운 일이 많았던 나머지 당황스럽지도 않았다.

약속이라도 된 것 마냥 백현은 자연스레 제 가방을 경수에게 건넸고 경수는 그 가방을 자신의 자전거 바구니에 넣었다. 겨우 두 번째 타는 건데 쓸데없이 자연스러워 이젠 두 팔이 허공에서 놀아나지도 않고 소년의 어깨 위에 자연스럽게 내려앉으려고 했다. 경수는 백현의 두 손을 잡아 제 허리에 감쌌다.

빠르게 굴러가는 자전거 바퀴에 백현은 놀란 티를 낼 새도 없이 경수의 허리를 꽉 붙잡아야만 했다. 경수의 돌발행동에 놀란것이 아니였다. 백현의 마음속에 자리잡은 영롱한 빛깔은 그 크기를 키우며 겉잡을 수 도 없이 뜀박질 하기 시작했다. 쉴새도 없이 콩콩 뛰어댔다. 당장이라도 가슴을 움켜쥐고 이 뜀박질을 그만두고 싶었다. 백현이 최근 이 곳에 이사온 후 느낀 가장 큰 당황스러움이였다. 이 오묘한 감정은 뭘까, 바람에 들풀이 스치우는 소리가 배경음악이 되어 백현을 깊은 생각에 빠지게 했다. 백현의 오른쪽 볼에 닿는 경수의 등은 뜨거웠다. 백현의 마음 구석 무언가와 닮아있다고 생각했다.

경수와 친해지고 난 뒤에 달리는 시골길은 예상치 못하게 너무 짧아 백현의 아쉬움을 자아냈다. 집에서 가까워지면 가까워 질 수록 시간이 멈췄으면, 멈췄으면 하고 바래왔다. 백현은 경수만 보면 마음이 편해짐을 느꼈기에 그랬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요상한 불꽃에 대해선 설명할 길이 없었다.



“내일 또 보자.”


“야 도경수”


“…어?”



엉겹결에 불러버린 이름이 백현의 얼굴을 달아오르게 했다. 흰자를 크게 내 보이며 오롯이 자신만 바라보는 경수의 모습을 백현은 똑바로 마주하지 못하고 괜히 눈동자를 시커먼 하늘 구석 구석 박혀있는 별들에게 돌렸다. 소극적인 백현 덕분에 또 몇 분간의 정적이 흘렀으나 경수도 백현도 불평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둘 다 서로를 기다려 주었다. 백현은 습관처럼 불안한 듯 손톱을 만지작 거리다 시멘트가 발린 바닥을 신발 코로 툭툭 치기도 했다. 그는 그냥 경수가 가지 않았으면 하고 바라는 마음에서 그를 불렀을 것 이리라. 중요한 건 백현이 그것을 깨닫지 못했다.

둘 사이에 다시금 또 어색한 기류가 흐를까 경수가 자신을 이상하게 생각하지는 않을까 백현의 속에선 이런저런 고민들로 난리법석을 피웠다. 백현속의 악마와 천사가 싸우는 것 같기도 하고. 멀리서 이성적인 판단에 의해 관전했을땐 쓸모없고 소모적인 내전이였다. 끝내야만 했는데 평생 안 끝날 것 마냥 난리법석을 피워 목소리도 제대로 나오지 않는 백현은 자신을 원망하고 원망했다. 이 당황스러운 반응은 무어란 말인가?

경수는 사실 기다리는 것에 이골이 난 사람이였다. 불확실한 미래에 시간을 투자해가며 그것만 바라봐야 한다는 사실이 매우 마음에 안 들었다. 하지만 백현은 불확실하지 않고 무언가 분명히 말 할게 있다는 표정이였다. 선선한 바람에 백현의 몸이 작게 떨렸다. 해야 할 말을 하지 못하고 말이 없는데도 버벅거린다는 느낌을 주는 소년의 이목구비를 꼭꼭 보자니 그의 어머니가 생각이 났다. 백현이 어머니께 물려받은 작은 입술을 열었다



“휴, 휴대폰 번호좀.”



경수가 웃음을 터뜨렸다. 크게, 오래, 그리고 백현도 그렇게 웃었다. 그렇게 뜸을 들이더니, 겨우 내뱉은 한마디에 백현은 얼굴을 붉혔으나 노오란 가로등 불빛에 가려 분홍빛이 된 백현은 교복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주섬주섬 꺼내 경수에게 건넸다. 이유는 모르겠으나 손이 바들바들 떨리고 진정도 안 되었다. 그 유난이 백현은 꼴사나웠다. 웃음의 여운이 가시지 않은 경수는 비식비식 웃으며 티나게 덜덜 떨려오는 휴대폰을 받아 제 번호를 눌렀다. 경수가 생각하기에 백현은 이런 일이 익숙치 않은 것이 틀림 없었다. 그는 나이없이 순수했고, 감정을 느끼는 족족 얼굴에 다 써 놓았다. 어린아이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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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하..너무발리네여ㅠㅠㅠ케미가ㅠㅠㅠ아휴 둘다 왤케 귀여운지ㅠㅠㅠㅠㅠ으어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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