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나만의 시간
2부
7.
“…우리?”
“응, 우리.”
“…그, 우리가…누군데.”
분위기가 얼어붙었다. 나는 당사자임에도 당황해서 아무 말도 못하고 이 상황을 그저 방관하고만 있었고, 또 다른 당사자인 종인이만 모든 걸 감당해내고 있었다. 백현이와 눈을 마주하고 아무것도 숨기지 않은 표정을 하고서.
“와 오늘은 점심 존나 맛있네? 어쩐 일이냐. 이야, 기가 막히네.”
딱딱한 분위기에 당황한 찬열이 급하게 화제를 돌린답시고 아무 말이나 내뱉는다.
“탕수육 개쩐다. 그치?”
세훈이 그걸 거든다. 그 모든 말들을 못들은 척 무시하는 백현의 표정이 오랜만에 진지하다. 나를 한번 보고, 종인이를 한번 보면서 다시 물어왔다.
“우리가 누군데.”
어쭙잖게 분위기 쇄신용으로 아무 말이나 던지던 찬열과 세훈도 곧 입을 다물었다. 이런 반응을 원한 건 아니었는데. 백현이가 이렇게 알게 되길 원한 게 아니었다. 이런 식의 반응이 지금껏 없었다 뿐이지 어쩌면, 사실은 이게 당연한 것 일수도 있다. 그래, 이해한다. 백현이가 지금 어떤 상태인지도 다 알 것 같았다. 그렇지만 준비도 없는 상황에서 이렇게 공개되는 건 좀, 아니잖아. 오랜만에 또 머리가 아프다. 뭐라 할 말을 찾지 못하고 그저 입술만 잘근잘근 깨물었다.
“나랑 경수.”
“…….”
“우리, 사귀기로 했어.”
김종인이 백현을 똑바로 보며 말했다. 그 말에, 잠시간 정적이 흘렀다. 백현이가 아무 말 없이 입을 다물고 있다. 혼란스러운 표정이다. 변백현이 이렇게 조용한 적은 잘 때 빼곤 못 본 것 같은데. 눈동자가 정신없이 흔들린다. 조금은 넋이 나간 표정으로 나와 종인이를 번갈아보더니 어색하게 웃는다.
“야, 그럼 얘가 그 여신이었어? 내 말이 맞아, 도경수?”
“…….”
“이게 말이 돼? 말이 안 되잖아. 예쁘다며. 넌 얘가 예뻐?”
억지로 장난인 것처럼 포장하려고 애를 쓰는 백현의 표정에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니들 지금 나랑 장난하자는 거지?”
“…….”
“근데 어쩌냐. 하나도 재미없거든?”
“……”
“그러니까 그런 장난 치지마라.”
백현이가 계속 억지로 웃으며 말한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친구니까 더 충격이 큰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것도, 제일 친한 친구 두 명이니까. 오히려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여준 찬열이 고마워졌다. 그렇다고 백현이가 원망스럽거나 한 건 아니었지만, 마음이 아픈 건 어쩔 수가 없다. 잘 웃고, 밝은 애가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선 계속 부정을 하는 걸 보고 있자니 도저히 보고 있을 수가 없는 거다. 그래서, 이번엔 내가 먼저 말했다. 김종인이 대답하려고 입을 달싹이는 순간, 내가 먼저 입을 뗐다.
“장난 아니야.”
백현이의 얼굴에 서려있던 억지웃음이 지워졌다.
“…….”
“……”
백현이와 눈이 마주쳤다. 나를 꿰뚫어보는 듯한 날카로운 시선이다. 한참을 그렇게 가만히 지켜보던 백현이 들고 있던 수저를 내려놓았다.
“나만 빼고 다 알고 있었어?”
“아, 그러니까 저 그게….”
찬열이가 내 일이 아니라서 말하기가 좀 그랬다며 난처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본다. 이미 상황이 이렇게까지 벌어졌는데 돌이킬 수도 없다. 아마, 박찬열도 오세훈도 몰랐을 거다. 백현이가 이런 반응을 보일 것이라곤. 그러니까, 아무 생각 없이 우리를 놀리려고 말을 꺼냈었던 거고. 그래서, 결국 이 사단이 나게 된 거지만. 어찌됐든 한번은 피해가야 할 산이었으니까….
“니가 눈치가 없었던 거지.”
머리가 지끈거려서 조금 인상을 쓰고 있는데, 오세훈이 진지한 백현이에게 아무렇지 않게 툭 말을 던진다. 놀래서 고개를 들고 오세훈을 쳐다봤다. 종인이가 팔꿈치로 오세훈을 툭 친다. 세훈이 내가 뭐 틀린 말했냐며 되묻는다. 그걸 가만히 듣고 있던 백현이가 한숨을 푹 쉬더니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미안한데, 나 먼저 일어날게.”
그걸 붙잡을 생각도 못하고 그저 멍하니 쳐다보기만 했다.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런데, 종인이는 좀 달랐나보다. 옆자리에 앉아있던 그 아이가 일어선 백현의 팔을 탁 잡았다.
“얘기 좀 하자.”
“…무슨 얘기.”
“…….”
“솔직히, 난 지금 이게 무슨 상황인지도 모르겠다.”
“야, 변백현.”
“박찬열, 오세훈. 니들도 난 이해가 안가. 이게 아무렇지 않게 듣고 넘길 일은 아니잖아.”
“…….”
“먼저 가볼게.”
잡힌 손을 빼내며 백현이 결국 자리를 떴다. 방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도 모르겠다. 한바탕 폭풍이 이 자리를 휩쓸고 지나 간 것 같긴 한데, 이게 지금 어떻게 된 상황인지. 뭐가 뭔지, 하나도 모르겠어. 머리가 아파. 팔을 들어 머리를 짚었다. 비어있는 앞자리를 보자 마음이 조금 아프다. 한숨만 나온다.
“내가 따라 가볼게.”
찬열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내 어깨를 한번 세게 쥐었다 놓는다.
“미안하다.”
대답해 줄 힘도 없어서, 그냥 가만히 듣고만 있었다. 마음이 영 불편해서 밥 생각도 없다. 멍한 눈으로 느릿하게 눈을 깜빡여 김종인을 쳐다봤다. 그 아이 역시 표정이 어둡다. 마음이 안 좋은 것 같다. 눈이 마주쳤다. 나까지 풀죽은 얼굴로 쳐다보면 그 아이가 더 힘이 들까봐 애써 웃었다. 김종인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건지, 나를 보고 조금 힘 빠진 듯 웃는다.
一
“백현이는?”
점심시간이 끝날 때까지 교실에 나 혼자 덩그러니 앉아있었다. 5교시 시작종이 울리기 직전에 함께 들어온 백현이와 찬열이의 모습이 보였다. 백현인 내 쪽으로 시선도 주지 않고 자기 자리로 걸어 가버린다. 그걸 멍하니 보고 있다가 의자를 빼고 앉으려는 찬열에게 물었다. 나를 돌아보는 박찬열의 표정이 좀 어둡다.
“변백은 좀, 어떤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나한테 해 줄 말도 없나보다. 그냥, 솔직하게 말해도 괜찮은데. 힘 빠진 얼굴로 찬열을 쳐다보니 작게 한숨을 내쉬며 힘내라고 말한다. 그래서 그냥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사실, 찬열이가 백현이를 쫓아가서 대화를 나누었다고 해도 한 번에 해결 될 일이 아니었기 때문에 이런 반응이 나올 거란 건 예상하고 있었다. 무슨 얘기가 오갔는지 자세히 알고 싶었지만 그걸 말해줄 박찬열도 아니고, 괜히 들으면 더 상처를 받을까봐 물어 보기가 무섭다. 백현이가 내 생각보다는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주었으면 좋겠는데….
[변백현 왔어?]
[응. 방금 왔어.]
[좀 어때?]
[내 쪽은 안 봐. 지금, 책상에 엎드려 있어.]
종인이랑 문자를 주고받았다. 나를 두고 반으로 가는 게 표정이 영 안 좋던데, 걱정이 많이 되나보다. 오세훈까지 셋이서 식당 안에 남아 있다가, 함께 반으로 올라왔는데 꽤 심각해야 하는데 오세훈 혼자 끝까지 아무렇지 않아했다. 물론, 자기 일이 아니라 그럴 수도 있겠다 싶지만. 어두운 표정으로 나가버린 백현이가 마음에 걸려서 말도 없이 걷고 있었는데, 그런 나와 종인이의 어깨를 툭 치더니 시간이 알아서 해결해 줄 거란 말만 끊임없이 되풀이했다. 당시엔 몰랐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그게 위로였던 것 같다.
“야, 미안하다. 진짜.”
답장이 없는 핸드폰을 주머니 속으로 집어넣고 있는데, 대뜸 찬열이가 사과를 해온다. 아무래도, 식당에서 있었던 일 때문에 그런 것 같다. 백현이 따라 나가면서도 미안하다더니 왜 또 미안하대. 이런 건 우리사이에 안 어울린다.
“징그럽거든?”
그래서 일부러 세 번째 손가락을 날리며 웃었다. 내 눈을 바로 쳐다보지도 못하던 박찬열도 그제야 피식 웃는다.
“야, 너 나 비웃었냐?”
“어. 너 비웃은거 맞는데.”
“어쭈, 이게.”
그렇게 찬열과 의미 없는 장난을 치다가도, 문득 고개를 돌려 앞자리에 엎드려 있는 백현의 뒷모습을 봤다. 미동도 없이 누워있다. 여전히, 마음이 좋지는 않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설명을 해야 백현이가 우리를 이해해 줄지는 모르겠다. 그냥, 우리가 백현이의 마음을 이해하는 것만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경수야.]
주머니 속에서 진동이 느껴져서 핸드폰을 꺼내어 봤다. 역시, 종인이다. 아무런 덧붙임도 없이 그저 내 이름만 덜렁 적혀있는 데도 마음이 찡하다.
[잘 할 수 있지?]
연달아 오는 문자에, 답장을 하려던 손을 멈추고 또 다음 문자를 기다렸다.
[우리 같이 이겨내자.]
핸드폰을 쥐고 있던 손에 힘을 꽉 주었다. 그 아이가 내 옆에 있다는 게 큰 힘이 된다. 혼자가 아니라 함께이니까 이겨 낼 수 있을 것 같다. 그 문자를 보고서 나도 모르게 웃다가, 얼른 핸드폰을 고쳐 쥐고서 답장을 보냈다.
[응. 파이팅!]
***
미씽유ㅠㅠㅠㅠㅠㅠ날 주겨라ㅓㅣㅏㅠㅠㅠㅠㅠㅠㅠ으허허히ㅏㅓㅣㅏㅓ!!!!!!!!!!!!!
이러면 안되는데 자꾸만 일을 크게 벌이고 싶어지네욬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쓰던 거에 집중해도 모자랄 판국에ㅠㅠㅠ
그치만 떡밥이 너무 많은 걸 어쯔케여ㅠㅠㅠㅠㅠㅠㅠ흐헣....
언젠가 쥐도 새도 모르게 또 이상한 글 가지고 나타날지도 몰라여...ㅠㅠㅠㅠㅠ
여하튼, 오늘도 너무 감사합니다 녀러분♥
몽글몽글 쏘쏘 낑깡 백토끼 라면 파리채 민트색 순백흑백현 찌롱 까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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