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O-MY ANSWER
프로파일러
[ profiler ]
일반적인 수사 기법으로는 해결하기 힘든 연쇄살인사건 수사 등에 투입되어
용의자의 성격, 행동유형 등을 분석하고, 도주 경로나 은신처 등을 추정하는 역할을 한다.
귀신이 보이는 무당? NoNo 프로파일러 : 진실은 밝혀진다
박찬열은 생각보다 담담했다. 오히려 모든 이야기를 쏟아내어 속이 시원해 보였다. 난 곁눈질로 옆을 보았다. 어느새 온 백현이가 박찬열의 이야기에 오열을 하고 있었다. 자신의 과거 때문인지, 이제야 자신을 생각해주는 박찬열 때문인지, 그냥 억울해서 인지. 백현이는 속모를 눈물을 쏟아내었다.
"아직도 꿈을 꿔. 변백현이 나오는 꿈을."
"...."
"처음엔 그게 너무 무서웠는데.. 이젠 그리워. 그 꿈을 안 꾸는 날이 지속되면, 이렇게 가다가 얼굴 잊어버릴까봐.. 그게 겁이나.."
"있을 때 잘하지."
"알아. 너무 늦었어. 그래서, 지금이라도.. 지금이라도 이렇게 하면, 꿈속에서의 변백현이 웃어줄까봐.. 차갑게 식은 모습이 아닌, 행복했던 시절 그 때로 돌아가 웃어줄까봐.."
박찬열은 차마 말을 끝마치지 못했다. 갑자기 차오른 눈물 때문이었다. 당황스러운 눈을 굴리던 박찬열은 곧 툭 하고 눈물을 떨어뜨렸다. 불쑥 박찬열의 얼굴에 손이 들어왔다. 옆을 힐끔 보니 백현이가 또 눈물을 닦아주고 있었다. 그러지 못하는 자신을 아는지 모르는지, 이제 조금은 그친 눈물을 흘리면서 박찬열의 눈물을 닦아주고 있었다.
"지금은 웃고 있을지도 몰라. 바보같이 착했던 녀석 같은데,"
나의 말에 백현이가 살짝 웃었다. 그러나 박찬열은 여전히 눈물만 흘렸다. 흐느낌도 없이 떨어지는 눈물에 백현이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울지마.. 왜 너가 울고 그래.. 넌 잘못한 게 하나도 없는데.."
참나. 잘못한 게 없긴 뭐가 없어. 얘가 걔네들이랑 다를 게 뭔데. 더 오래된 친구였고 자신이 음악할 수 있도록 도와준 친구가 너였는데 그들과 똑같이 행동을 해? 난 솔직히 얘도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해.
"그.. 그래서 알 것 같아? 누가 이랬는지?"
"조사해봐야 알겠지. 변백현 부모님 전화번호랑 성우씨랑 규민씨 전화번호 좀."
"아.. 어."
내 핸드폰을 받아간 박찬열이 자기 핸드폰에서 찾은 번호를 차근차근 입력해주었다. 그곳에 정신이 팔린 박찬열을 확인하고 백현이를 보았다. 훌쩍이던 백현이가 나를 보더니 다시 미소를 지어보이며 말했다.
"누난, 좋은 사람이야. 진짜로.."
그 목소리에 진심이 가득 담겨 있었다.
***
"예..?"
"변백현 사망사건, 다시 조사하고 싶다고 말씀드렸습니다, 팀장님."
"아.. 네.. 정확히 들었네요, 제가."
"네."
곧장 김형사님을 찾아가 백현이 사건을 다시 조사하고 싶다고 말씀드리니 적잖이 당황한 듯 말이 없으셨다. 갈 곳 잃은 눈동자가 정착한 곳은 내 뒤였다. 뒤를 돌아보니 백현이가 보였다. 나오라는 눈빛을 보내니 그 뒤에 보이는 것은 오형사였다. 오형사는 곧 나를 보며 물었다.
"저번에.. 엘리베이터에서 봤던 사람 익숙하다 했더니, 박찬열이었죠?"
"네. 맞아요."
나의 대답에 이제야 좀 알겠다는 듯 김형사님이 말씀하셨다.
"아, 친분 있으시구나.. 근데, 아마도, 안 될 텐데요.."
"그니까 그걸 되게 해야 할 것 아닙니까."
"...아니, 뭐 얼마나 친분이 있으신지 모르겠는데.. 그게 법적으로 좀.."
"변백현 사망 사건 그거 평범한 교통사고가 아닙니다. 명백한 살인사건이에요."
"네..?"
"믿기 힘드시겠지만 사실입니다. 법적으로 안된다면 불법으로라도 하죠. 저는 이거 꼭 밝혀내야 겠습니다."
나의 패기로운 말에 김형사님이 움찔하셨다. 그 움찔에서 느껴졌다. 조금만 더 하면 넘어오겠구나.
"찬열이 좀 도와주세요, 팀장님. 팀장님 그렇게 모진 사람 아니시잖아요."
"아니.. 뭐.. 그렇죠.."
"제 친한 친구에요. 그런 애가 아직까지 그러고 있는게, 저는 정말 견딜 수가 없어요.."
"아.. 곤란한데.."
"제가 한번만 판단하고 아니다, 정말 평범한 교통사고였다 싶으면 관둘게요. 찬열이한테 솔직하게 말하고 끝낼게요."
"아.. 이.. 일단 알았어요. 생각할 시간 좀.."
"네. 부디 좋은 쪽으로 결론 났으면 좋겠어요. 그럼 저는 이만.."
팀장님을 뒤로 하고 앞을 보니 오형사님이 계셨다. 대충 조용히 하라는 눈빛을 주고 서 밖으로 나왔다. 아오, 안하려던 말투 하려니까 입에 담오려 그러네. 입을 크게 벌렸다가 닫고 기지개까지 켜니 꽤나 상쾌한 바람이 나에게 불어왔다. 주변에 사람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따라나온 백현이에게 말했다.
"꼭 밝혀줄게."
"응.."
백현이의 대답 후 오형사가 나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렸다. 뒤를 돌아보니 오형사가 어느새 내 앞까지 와 있었다. 뛰어왔는지 숨을 몰아쉬던 오형사가 진정한 후 나에게 물었다.
"진짜, 진짜 친구에요?"
"네? 누구요? 박찬열이요? 아뇨. 거의 남인데."
"아.. 다행이다. 아, 아니.. 아닙니다."
"그래요? 그럼 저 가볼게요."
"...00님."
"네?"
"제가 부탁한 것도.. 부디 이렇게 해주세요."
"당연하죠. 근데, 우선은 이게 먼저 일 것 같네요."
"이해, 하겠습니다. 그럼, 안녕히가세요."
"네. 다음에 또 봬요."
오형사를 뒤로하고 집으로 향했다. 백현이 사건이.. 벌써 검사쪽으로 넘어갔으면 재수사도 못할텐데.. 재수사는 아니더라도 일단은 밝히는게 우선이지. 증거만 모으면 돼.
***
김형사님에 부탁드리고 며칠 후 연락이 왔다. 그것은 재수사는 불가능하고 개인적으로 알아보고 증거를 찾은 다음에 재수사 신청을 요청하는 거였다. 그거라도 상관없었다. 대충 녹음기를 챙겨 확인해보고 밖으로 나왔다. 이럴 때 필요한 종인이도 함께했다.
전화 통화를 하고 먼저 찾아간 곳은 백현이네 부모님이 살고 있는 곳이었다. 그렇게 크지도 작지도 않은 그 집에서 제일 먼저 나온 것은 백현이의 엄마로 추정되는 분이셨다.
"안녕하세요."
"아, 아까 연락주셨던..?"
"네."
짧은 대답은 나에 대한 권위를 세우는 것이었다. 대개 자신보다 어려보이는 사람에게는 막대해도 된다는 사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꽤나 있기 때문에 내가 자주 쓰는 수법이었다. 거실에 앉아있는 백현이 아버님으로 추정되는 분께 짧은 목례를 드리고 명함을 꺼내는 척 자켓 안주머니에서 녹음기를 틀었다.
"아, 죄송합니다. 제가 명함을 안 들고 왔네요."
"아니에요. 괜찮습니다. 근데, 백현이에 대해 하실 말씀이란게.."
호칭으로 봐선 적대적인 것 같진 않고 수척해보이는 모습을 보니 마냥 즐겁게 지낸 것은 아닌 것 같으며 아직도 있는 백현이 사진을 보아선 그리움이 남아 있는 것 같았다.
"변백현씨 교통사고에 대해 다시 조사할 것이 있어서 나왔습니다. 부모님께는 물어볼 것이 있구요."
"아, 이제야.."
이제야? 저번 수사 때는 아무도 오지 않은 건가.
"변백현씨가 사망하기 전에 혹시 이상한 점은 없었나요?"
"네.. 언제나 밝은 아이였으니.."
"아, 이건 제 개인적인 물음입니다만, 혹시 변백현씨에게 보험을 많이 들어놓으신 이유가.."
"그건, 저희 집사람이 그런 것에 있어서 걱정이 많은 사람이었습니다. 보험을 안 들어 놓았던 처제때문에 빚을 진 적이 있었거든요.."
"그럼 갑자기 이사를 하시고 차를 바꾸신 이유는요?"
"...백현이와 어릴적부터 함께하던 집이었고, 차였어요.. 아이와의 추억이 너무나도 가득해 넘쳐 흐르니, 그걸 감당할 수가 없었어요.."
흠, 진심같네. 종인이는 집 조사를 마쳤는지 나에게 다가와 물었다.
"백현이 방이 따로 있던데? 그건 왜?"
"그럼, 저 방은요? 변백현씨 방 같은데."
"모든 것을 지울 수는 없었어요.. 백현이는 우리에게 내려온 축복같은 아이였는데.. 그런 아이를 어떻게 다 지우겠어요.."
좋은 분들 같다는 결론이 나왔다. 적어도 내가 보기에 이 모든 말은 진심 같았다. 그럼, 일단 부모님들은 아니고. 남은건 성우씨랑 규민씨.
"그.. 그런데 갑자기 왜.. 이런 걸 묻는 거죠..?"
"아.. 자세한 것을 말씀드릴 수는 없습니다만, 백현씨 사고가 단순사고는 아닐 거라는.."
"네..?! 다.. 단순사고가 아니라니요..?! 그.. 그럼..!!"
"단순한 추측입니다. 더 밝혀지면 연락드리겠습니다. 그럼, 이만."
자리에서 일어나니 급히 따라 일어나는 백현이 부모님이었다. 그러고보니 이상한 점이 한두개가 아니라며 급히 방으로 달려 들어간 어머니는 뭔가를 두손 가득 가지고 오셨다. 그것은 팬들이 준 팬레터같았다. 이걸.. 왜..? 그중 연핑크색 봉투에서 편지지 하나를 꺼내더니 나에게 건네주었다. 그 손이 많이 떨리고 있었다. 의아하면서도 중요한 증거자료가 될 수 있는 것이기에 빨리 확인해보았다.
[to. 백현오빠
잘지내세요 오빠? 오빠 덕에 우리 오빠들은 잘 못지내는 것 같은데
오빠만 살이 포동포동 올라 귀여워지셨네요?ㅎㅎ
듣기론 찬열오빠랑 친구였다고 들었는데, 너무한 거 아니에요?
다른 멤버들은 안보이고 자기만 잘나면 그만이에요?ㅎㅎ
어디까지 가나 한번 봅시다!ㅎㅎ]
언뜻보면 귀여운 팬의 편지같았지만 내용은 전혀 그런게 아니었다. 다른 봉투 속 편지지에도 이와 비슷한 내용들이 들어있었다. 백현이가, 마냥 인기가 많던 건 아니었네..? 그걸 왜 멤버들은 몰랐지. 이 새끼 또 착한 척 하느라 숨긴건가.
"이런 편지들이 자주 왔었어요.. 백현이 모르게 한다 했지만, 몇개는 백현이가 봤었겠죠..?"
"아.. 우선 이게 증거자료가 될 수 있으니 제가 보관해도 괜찮을까요?"
"네네! 그럼요. 우리 백현이.. 잘 부탁드립니다.."
90도를 넘어서 더 숙이며 인사를 하는 그들을 보았다. 마음으로 낳은 자식을 이렇게까지 잘 해주시다니. 감동이라고 해야하나. 물론 이게 확실한 감정인지는 모르겠지만.
쇼핑백 한가득 가지고 오려다가 맨 처음 읽었던 연핑크색과 노랑색 봉투에 든 편지지만 가지고 왔다. 둘다 비슷한 내용에 비슷한 글씨체였다.
"변백현은 착한 것을 넘어섰어."
"왜 그런걸까."
"부모님이 따뜻한 분이시니까."
"아, 하긴. 자라온 환경이 그럴테니까."
밖으로 나왔다. 따뜻한 햇살이 비치고 있었다. 햇살을 보던 나의 시선 끝에는 아저씨가 걸려있었다. 뛰어가 그 앞에 서니 아저씨가 피하려다 바로 섰다. 왜, 피하려고 한거지..?
"오랜만이네요."
"아.. 어. 그러게. 어디 가는 길이야?"
"음, 일 하는 중이죠. 증거자료 찾는 거요."
"즐거워 보이니 기분 좋네. 그래서 일은 잘 되가?"
"글쎄요, 순조롭다고 해야하나 진전이 없다고 해야하나."
"혼자서 다니는 거야?"
"네. 인력난이에요. 다른 팀원들은 새로 사건 터져서 거기 갔어요. 저도 이거 하다가 연락오면 가봐야 돼요."
아.. 아저씨는 급히 내 얼굴을 살피셨다. 피곤해 보인다며 웃는 아저씨는 어쩐지 씁쓸한 웃음이었다. 왜..?
"그럼 바쁘겠네. 어서 가봐."
"네? 아.. 네. 가볼게요 아저씨. 다음에 또 봐요."
"응."
손을 들어 인사를 하는 아저씨에 똑같이 손을 들어 인사를 하곤 성우씨의 집으로 향했다. 섭섭한가, 원래는 아저씨밖에 없었는데 팀원들도 생기고 해서. 아닌데, 아저씨는 이해해 줄 텐데. 정신없이 걷는 와중에 누가 클락션을 크게 울렸다. 정신차리고 앞을 보니 차 한 대가 내 바로 앞에 서 있었다. 김종인이 나의 어깨를 감싸 남들이 보기에 어색하지 않게 끌어당겼고 그렇게 옆으로 비켜선 나에게 차 주인이 소리쳤다.
"눈을 어디다 두고 다녀!!!!! 장님이야?!!!!"
후.. 또 성질건드네. 뭐라 하려는 순간 아저씨의 목소리가 들렸다.
"죄송합니다."
내 어깨를 감싸며 그렇게 사과를 했다. 순간 심장이 내려 앉는 기분이었다. 두근거리며 뛰는 심장은 차 주인에 의해 다시 돌아왔다. 차주인은 아저씨를 한번 나를 한번 보더니 슬금슬금 가버렸다. 나 여자라고 막말한거지 지금? 지보다 약하다고 막말한 거 같은데 저 새끼?
"앞은 보고 다녀야지. 위험하잖아."
"그러게요."
"놀라지는 않았고?"
"네. 괜찮아요. 그나저나 왜 아저씨가 사과하고 그래요.."
"난 괜찮아. 앞 잘보고 다니고."
"네! 아저씨도 몸 조심하고 다녀요."
"응."
아저씨를 뒤로하고 가던길을 마저 갔다. 아저씨의 감정은 정말 못 읽겠다. 아저씨는 무슨 생각인걸까. 이따금 나타나 혼란만 주고.
***
띵동. 평범한 초인종 소리가 울렸다. 그러나 안에선 아무런 기척이 없었다. 뭐야, 연락도 하고 왔는데. 쿵쿵 문을 두드렸다. 역시나 아무런 기척이 없다. 하아, 짜증나네. 초인종으로 손이 가려는 순간 종인이가 날 확 잡아 당겼다. 이렇게 티나게 할 애가 아닌데.. 싶은 순간 문이 세게 열렸다. 저 앞에 있었으면 코 사라질 뻔했네. 그렇게 매너없이 문을 연 사람은 굳이 이름을 묻지 않아도 김성우라는 것이 확실했다. 그의 볼에 있는 흉한 흉터 때문이었다.
"김성우씨 되세요?"
그래도 예의상 물은 말에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굳이 입을 열지 않았는데도 나는 술냄새에 와, 사람 인생 한방이구나가 확실히 와닿았다.
"아까 전화 들으셨죠? 제가 궁금한게 있는데요."
역시나 아까와 같은 방법으로 녹음기를 켰다. 그는 말없이 들어오라는 듯 비켜주었다. 어두운 실내로 들어선 나는 이 어둠에 눈이 익숙해질 때까지 기다렸다. 신발을 벗고 들어가자마자 나는 역겨운 술냄새와, 원인 모를 악취. 사람이 사는 집인가 싶을 정도였다. 실례하겠습니다. 라며 들어가 집안을 살펴보았다. 아마도 전신거울이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틀이 있고, 창문도 신문지로 다 막혀 있고.. 아무튼 비치는 곳이란 곳은 다 깨지거나 덮여져 있었다. 자기 얼굴의 상처때문인가..
"무슨 일로.."
목소리는 생각보다 깨끗했다. 백현이 일 때문이라고 말해주니 급격하게 표정이 굳었다. 그 모습에 종인이가 말했다.
"나중에 다시 오지? 다른 형사들이랑."
고개를 저었다. 괜히 방해될지도 몰라. 그리고 괜히 이사람 건들면 다 죽을 것 같거든. 사실 나 지금 여기 있는 것도 무섭다고. 간신히 너 하나 의지하고 있는 거 아냐..?
"그 새끼에 관한 거라면 전에 왔던 형사들에게 이미 다 말했는데."
"아, 다르게 할 질문이 있어서요."
"그거 이미 검찰로 넘어갔다며. 그럼 끝난 거 아니야?"
"물론 끝났는데.."
"너 누구야. 누군데 들쑤셔."
과민반응. 의심스럽네. 검찰로 넘어가서 끝났다는 것도 알고. 조금만 더 들쑤셔 볼까, 아님 일단 여기서 그만둘까.
"그만하자. 고민할 필요도 없는 문제잖아."
나의 고민을 알았는지 종인이가 황급하게 말렸다. 그런가.. 그럼 그만 두지 뭐.
"별로 들쑤시고 싶은 마음은 없었어요. 그렇게 느껴졌다면 죄송합니다."
"하, 아니요. 됐어요. 괜히 예민해져서."
"아니에요. 그러실 수 있죠 뭐. 규민씨나 찬열씨랑은 연락 하시나요?"
"찬열이랑은 한번 했는데, 규민이랑은 그때 이후로 한 번도 안해봤네요."
"아, 그렇구나."
"더 하실 말씀이라도?"
"아뇨. 이제 됐어요."
"고작 이거 물으러 왔다는 겁니까? 고작?"
눈빛이 날카롭다. 금방이라도 달려들 듯. 맹수의 눈빛같았다. 뭔가를 눈치챈건가. 김종인이 내 뒤에 섰다. 여차하면 날 감싸 피할 생각 같았다.
"내가 눈치 주면 바로 현관으로 달려가서 도망쳐. 알았어?"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그게 성우씨의 대답이 되었나보다. 아씨. 잘못됐다.
"고작 변백현 물으려고 직접 찾아왔다? 너 뭔가 아나보다..?"
"아니요. 아는 거 없어요. 그저 돌아가며.."
"돌아가며..? 누구누구?"
"백현씨 부모님이랑 성우씨, 그리고 규민씨에게도 갈 생각이었어요."
"걔한테 연락은 했고?"
"아뇨.. 했는데 안 받으셔서."
"어디까지 알아요..?"
급격히 변한 말투. 정말 위험하다는 증거. 도망쳐야하다. 김종인도 느낀 듯 지금! 이라며 신호를 줬고 난 빠르게 현관문으로 달렸다. 바로 손잡이를 돌렸지만 잠겨있는 것 같았다. 떨리는 손으로 잠금장치를 푸는데 되려 잠긴 느낌이었다. 그 밑에 것이 잠겨 있었나. 망했다.
"다 알고 있구나..? 누가 그랬는지도. 그치?"
뒤에서 소름끼치는 목소리가 들렸다. 내 손목을 잡은 그가 나를 돌려 세웠다. 씨발.. 소름돋게도 그는 웃고 있었다. 어쩌지.. 어떻게하지.. 아직 이 사람에 대해 다 파악하지 못해 어떤 반응을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일단, 순종적이게 하자.
"누군지는 몰라요, 그냥.. 그냥 밝히려고.."
"아, 아직 몰라요?"
"네."
근데 이제 알 것 같네요. 당신이겠지 뭐. 이렇게까지 신경질적이게 변하고 또 날카롭게 변했으니까. 나갈 기회를 엿보았다. 하지만 손목이 잡힌 이상 방도가 없었다. 주위를 둘러보다가 보인 종인이에게 눈치를 줬다. 종인이가 내 눈치를 받더니 내가 동요하지 않게 차분하게 말했다.
"누구라도 불러와볼게. 그때까지 참을 수 있지? 너 믿어. 괜히 이 새끼 심기 불편하게 하지말고 지금처럼만 해줘."
믿는다는 말을 남기고 빠르게 뛰어나가는 종인이었다. 난 다시 김성우를 보았다. 의심스럽다는 듯이 보는 눈과 여전히 웃고 있는 입. 두렵다. 김성우는 그런 나를 끌고 들어왔다. 거실에 나를 둔 김성우는 나의 주위를 빙글빙글 돌며 물었다.
"변백현 팬 인가요?"
"아뇨."
"그럼?"
"그냥, 일반적인 사람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생긴 사람에게 찾아왔다?"
"이렇게 생겼다뇨. 성우씨가 어떻게 생겼는데요?"
"흉하잖아. 보면 몰라?!!!!"
주먹을 든 김성우는 곧 나를 내려칠 줄 알았지만 약간의 이성은 남아 있었다. 다시 손을 내리곤 나를 바라보았다. 저 시선, 정말 무섭다.
"흉하지 않아요. 왜 성우씨는 성우씨를 그렇게 평가하는지 모르겠는데. 절대 흉하지 않습니다."
"그럼? 나한테 키스할 수 있어?"
씨발. 왜 이야기가 그렇게 가. 아오 짜증나네. 대답 안하면 무슨 해코지를 할 지 모르겠고.
"왜, 이야기가 그렇게 가는지 모르겠는데.. 당신이랑 키스하는데 당신의 흉터가 방해되진 않아요. 내가 당신을 좋아한다면 당신의 흉터 따위 무슨 상관이죠?"
"그래?"
"그럼요."
그는 혼란스러운 듯 잠시 머리를 감쌌다. 아씨, 지금 괜히 눈 밖에 나면 진짜 곱게는 못 가겠지. 당장이라도 여기서 벗어나고 싶은데.. 김종인은 뭐 어쩔 생각인걸까.. 귀신이면서.. 남들 눈에 보이지도 않으면서..
"근데, 니가 지금 여기서 밖으로 나가면 괜히 종결 난 사건 끄집어내겠지?"
"무슨 소리신지.."
"너, 내가 범인인거 알잖아."
아오, 그걸 밝히면 어떡해. 이러면 나 진짜 빼도 박도 못하잖아.
"제가 언제 그랬죠? 전 누가 범인인지 모르는데."
지금 이렇게 발뺌해봤자 나도 안다. 이런 말로 그를 잠재울 수 없다는 걸.
"근데 이미 알았잖아."
이것봐. 어떡하지.. 그는 거실장을 뒤져 청테이프를 가져왔다. 저게 왜 집에 있고 지랄이야. 그는 그것을 이로 뜯더니 내 입에 붙였다. 손도 뒤로 가져가 청테이프로 꽁꽁 묶더니 그 집에 하나 있던 방문을 열어 날 집어넣었다. 그 곳이 이 집의 악취의 근원이었던 것 같았다. 근본을 알 수 없는 악취에 코가 마비될 지경이었다. 정신을 차리고 더듬더듬 머리로 스위치를 찾았다. 아, 이거다. 머리로 꾹 눌러 키니 그 곳에는 웅크려 있는 사람 한 명이 있었다. 뭐.. 뭐야..!!!
"...우으.."
웅얼거리는 목소리. 살아있는 사람이다. 난 그 사람에게 다가갈 수 없었다. 그 사람이 이 악취의 진짜 원인이었다. 눈으로 빠르게 그 사람을 살폈다. 언제 붙였는지 모를 청테이프가 그사람의 입과 손목에 묶여있었다. 그곳에서부터 썩어들어간 살. 이 악취는 아마 저 피부가 곪아 썪어서 나는 냄새 같았다.
"우으으..."
기력도 못차리고 웅크려서 자신의 의사를 전한다. 눈을 보면 알 수 있었다. 살려달라고 하고 있다. 김성우.. 당신 도대체 뭐하는 사람이야..?
얼마의 시간이 흘렀는지 모르겠다. 악취에 혼미해진 정신을 도저히 바로 잡을 수 없을 정도였다. 그때 문이 열렸다. 밝은 불빛에 당황한듯 소리치는 목소리는 김성우였다. 잠시나마 기대한 내가 바보인가.. 김성우는 곧 불을 껐고 이 어둠에 익숙해지기도 전에 김성우는 나에 대해 말하고 있었다.
"프로파일러..? ㅇ00..? 다 알고 왔으면서 거짓말을 쳐..?"
김성우는 이성을 완전히 잃은 듯 싶었다. 벽에 기대 앉아 있는 나와 눈높이가 맞게 앉더니 실실 웃었다. 역겨워.. 왜, 난 백현이를 축으로 두고 일을 하려 하면 이런 안좋은 일이 생기는 거야..?
"어디 한 번 말해봐. 어디까지 알았나."
내 입에 붙어 있던 청테이프가 우악스럽게 떼어내졌다. 오랫동안 붙어 있던 탓에 피부 표피가 뜯겨진 느낌까지 들었다.
"어디까지 알긴. 다 알았지. 애초부터 너를 겨냥해두고 온 거였는데. 몰랐나봐? 지금 경찰들 오고 있을거야. 너 지금 이거 감금에.."
고개가 돌아갔다. 하, 이 느낌 오랜만이네. 고개를 다시 돌려 김성우를 보았다. 내 볼을 내려친 지 주먹을 보고 있었다. 알겠다. 남 한 번 때려본 적도 없는 겁쟁이. 그만큼 소심했던 사람. 그런 애가 남들한테 그렇게 많은 욕을 들었었는데 안 돌고 배기겠어? 거기다가 나름 자신있었던 지 얼굴을 누가 잡아 뜯어놨는데. 나같아도 미치겠지. 그래도 이건 아니지. 미치려면 곱게 지 혼자 미쳐야지.
"폭행추가. 저 사람.. 딱 봐도 심각해보이지? 그럼 저 사람것도 추가에 변백현 살인사건의 가해자가 되는건가?"
"말은 바로해. 경찰 부르긴 개뿔. 벌써 1시간은 더 지났다고. 왜? 이왕 잡힐 거 범죄 더 추가해줘?"
"뭐가 너를 미치게 한 줄 알아. 너도 나름 힘들었겠지. 그래도 이건 아니야."
"이건 아니라고? 니가 뭘 알아..?"
"프로파일러라고. 이미 대충은 알아."
"아는 척 하지마. 주.. 죽고싶어?!! 나 사람 죽인 적 있는 사람이야!!!"
"너가 안 죽였겠지."
"....뭐..?"
"넌 겁쟁이니까. 사람 하나 때리고도 아직까지 손 벌벌 떨고 있는게, 허세만 넘쳐가지고 인기만 추구하지. 고작 그 별거 아닌 인기 때문에 질투에 눈이 멀어버린 넌 겁쟁이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야."
"다, 다시 말해봐."
김성우가 내 멱살을 말아 쥐었다. 난 그런 그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다시 말해주었다.
"넌 겁쟁이라고."
완전히 이성의 끈을 놓아버린 듯 그는 다시 한 번 내 볼을 내리쳤다. 이 꽉 깨물고 있을 걸.. 비릿한 피맛이 입안에서 느껴졌다. 얼얼한 게 멍도 들 것 같네. 저 봐. 또 때리고 손 떨잖아. 하, 역시 나야. 완전 유능하다니까. 그나저나 김종인은 결국 못 오나. 이 새끼 눈 돌아간 거 보니까 완전 이성 놓은 것 같은데.
"ㅇ00!!!!!!!! ㅇ00 그 안에 있어?!!!!!!!"
오형사? 오형사 목소리였다. 김성우는 당황했는지 문을 힐끔 보더니 나를 또 보았다. 난 그런 김성우에게 말해줬다.
"말했지. 경찰 불렀다고. 오형사님!!!!! 저 여깄어요!!!!!!"
문이 부서지는 소리와 함께 누군가가 뛰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문을 통과해서 들어왔을 종인이었고 그리고 보이는 것은 오형사였다.
"00님..? 괜찮아요...?!!! 너 이새끼가!!!!!"
김성우를 나에게서 떼어놓은 오형사님은 곧바로 주먹을 들었지만 그보다 내가 생각났는지 다시 뒤로 돌아 나를 살피셨다.
"머.. 멍.. 설마, 저새끼가 때린거예요..? 아, 아니 그보다 무슨 여자가 이런 곳에 혼자 와요?!!! 날 데려왔어야죠!!!!"
"고막 나가겠네. 오형사님 바쁠텐데요. 지금 한창 현장에 있을 시간에 여긴 어떻게.."
"제가 말했던 제 친구요.. 걔가 왔었어요.. 00님 위험하다고.."
"그, 친구가 누군데 날..?"
"경수.. 알아요? 도경수라고.."
경수..? 주변을 두리번 거리니 종인이 뒤에 있던 경수가 살짝 나왔다. 곧 나에게 한발자국씩 다가오며 말했다.
"인연이네요. 그쵸, 누나..?"
허.. 헛웃음이 나온다. 진짜, 인연이네.
***
변백현 사건은 재수사가 진행되었다. 내가 녹음했던 녹음본은 증거물로 충분했다. 완벽한 자백이었으니. 아, 그곳에 있던 그 남자는 이규민이란다. 공범인데 얘가 자꾸 지가 했다 그러니까 잡아와 감금시켰다고 한다. 사람이 그렇게까지 잔인할 수가. 나의 예상대로 김성우는 사람을 시켰다고 한다. 그 사람을 찾을 수 없으나 경찰이 총동원해서 찾기로 했다고 한다. 물론 구라겠지. 인력난이라 했던게 고작 사흘전이니까.
"누나.. 미안.. 진짜 미안.."
"왜 너가 미안하냐? 그냥 내가 한 건데."
"그치만.. 이거 수사하다가.."
"그딴게 어딨어. 내가 심심해서 한 거라니까."
백현이가 와서 자꾸 찡찡거린다. 아.. 병원에 계속 있으면 이 지긋지긋한 백현이의 미안하단 말 계속 들을 텐데..
"00님 저 왔어요."
오형사때문에 퇴원할 수도 없고. 사건은 그렇게 마무리 된 듯 싶었다. 그러나..
"누.. 누나.. 따로 드릴 말씀이 있는.. 데.."
같은 곳을 보고 있는 오형사. 확실히 경수가 보이는 듯 싶다. 와, 이것도 진짜 골때리네.
"일단 나가봐요. 경수랑 말할 거 있으니까."
"아, 네."
오형사와 귀신들이 자리를 비웠다. 경수는 그것을 확인하더니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저는, 안 밝혔으면 좋겠는데.."
"아니. 안 이상 밝혀야겠어."
"제발.."
"왜? 이유를 말해봐."
"그, 그냥요.. 누나가, 힘들 것 같아서.."
"괜찮아. 나는 걱정마. 내 성격 알지? 한다면 한다."
"아.. 아는데..!"
"그럼 괜찮아."
경수가 고개를 푹 숙였다. 뭐라 말할 것 같았던 경수는 말이 없었다. 아님, 자기가 죽은 이유에 대해 말하는데 들리지 않는 건가.. 난 끝내 경수의 말을 듣지 못했다.
▶ Bonus
백현의 소식이 언론을 뜨겁게 달구며 세상은 다시 백현에게 집중했습니다.
그 기사에서 조차 성우, 규민의 이름은 실리지 않았습니다.
가해자 김모씨 또는 공범 이모씨일 뿐.
찬열은 그 기사를 보고 생각했습니다.
'미안해 백현아.'
백현이에 대한 |
찬열이의 호칭이 바뀌었네요..! 흛 짜식들.. 이제 다음 편의 주인공을 아시겠죠?ㅎㅎ
흛.. 그나저나 여러분들.. 약속 못지켜서 진짜진짜 미안해요.. 대신 빵빵한 분량>_0 뎨동합니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암호닉입니다!!!♥♥(언제나 받고 있으니까 가장 최근편에 [ 제로콜라 ]요런식으로 다가와 주세요!) 체리/까만원두/뭉이/오호랏/똥잠/구름/쉬림프/레모네이드/범블비/악마 괴물/궁디퍽퍽/선크림/바람둥이/안녕/매매/진블리/무당인듯무당아닌/도경수부인/별다방커피 코끼리/(코)라코/요맘때/정동이/콜덕/피큐PD/달수정/마틸다/비비빅/양양 뿅아리/네티큥/여리/아틸다/개구락지/립밥/바람개비/손가락/우리니니/빵 GG/바닐라라떼/하트./까꿍이/청바지/진블리/젤라/순수합니다/메리미/포뇨 윤혜/선물/가글/익인/야메/징차/요정별/거인/사랑둥이/잇힝 구금/두두/JENNIFER/쫑쫑이/빌딩숲/뀨꺄/거뉴경/사랑현/이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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