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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친분이 있던 교수님의 심부름으로 인티병원 암병동으로 들어섰을때의 일이다.

나는 내가 그곳으로 발을 내딛은것이 어쩌면 다행일지도,불행의 시작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어느 의사선생님께 서류를 전해드리고 나오며 커피라도 마시려 병원 자판기 앞으로 가던 나였다.

그때였다.

내겐 너무나 익숙하던 네가 그곳에서 내 눈앞에 나타난것은.

항상 밝고 예쁘던 너였는데 네가 왜 환자복을 입고 그곳에 있던것인지 난 내 눈을 의심했다.

한참을 바라봤다.

정말 내가 알던 네가 맞는지,한참을 눈을 비벼가며 멍하니 널 쳐다보기만했다.

 

음료를 몇개 뽑아들더니 너의 부모님과 함께 병실로 가던 너를 따라섰다.

물론 너 모르게말이다.

이내 너와 네 부모님이 병실로 들어가고, 시간이 별로 지나지 않은 그때 하얀 가운을 걸친 남자와 차트를 들고있는 여자가 네 병실로 들어섰다.

 

나는 그 때 너의 병실앞에 서서 병실안 상황을 들으려 귀를 기울이지 않았으면, 지금 우리는 어땠을까 몇번이고 생각했다.

 

마음의 준비를 하라는 의사의 말과 곧 흐느끼시던 너의 부모님의 울음소리와 의젓하게 너의 부모님에게 넌 괜찮다고 말하던 너의 목소리를 듣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어느 드라마의 한 장면처럼 넌 나에게 너의 병을 숨긴채 이별을 고했을까...나에게 솔직히 말해주었을까...

 

한참을 병실 앞에 풀썩 주저앉아 멍하니 새하얀 천장만을 바라봤다.

이내 너의 부모님이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나오시곤, 정적이 흘렀다.

 

나는 꽤 오랜시간 병실 문고리만 잡고 그대로 멈춰 서 있다 결국 너의 병실 안으로 들어섰다.

너와 나의 눈동자는 길을 잃고 헤메이고 있었고,먼저 눈가가 촉촉해지기 시작한건 네가 아닌 내쪽이였다.

 

너는 내게 어렵사리 사실 그대로 말을 해주었다.

얼마나...얼마나 힘들었을까...얼마나 아팠을까, 나는 왜 그 작은 변화조차 알아차리지 못한걸까

그렇게 너의 이야기를 들으며 한참을...한참을 널 안고 눈물을 흘렸다.

 

꽤 오래됐어...

폐암이래.

처음엔 그 기침들이 그냥 감기때문인줄 알았어.

그렇게,아무것도 모른채 살다가 건강검진하다가 발견했어.

너무 무서웠고,살고싶었어.

수술을 하면 괜찮아질줄 알았는데..그게 아니래.

이미 병이 악화 될데로 되버렸다더라.

전엔 라마 속에 가련한 여주인공들이 남자주인공에게 자기 병을 숨기고 차갑게 이별을 통보하는걸 보면서 미련하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날 눈떠보니 내가 그 상황이 된거야.

웃기지 않아?

근데 난 오빠한테 그 여자들처럼 그렇게 헤어지자고, 그만하자고 말 못하겠더라...

너무 나쁜데, 내가 너무 나쁜여잔데..그러기 싫더라.

못버티겠더라, 오빠없인...

말하려 했는데, 오빠도 오빠대로 힘든데 내가 짐이 되는게 싫었어.

그냥 그 순간,순간...오빠가 내 옆에 있지 않으면 숨도 못쉬겠더라.

미안...

미안해 내가 그 여자들처럼 미련하지 못하고 내 생각밖에 못하는 나쁜여자라....미안해....미안.......

 

흐느끼며 말하는 너를 보며 난 그저 내가 아닌 네가 그 몹쓸 병에 걸린 이 상황 자체를 하늘에 원망하고, 또 한탄했다.

왜 다른 사람도 아닌 네가...그토록 착하던 네가 그런 일을 당해야 했나...

너무 억울하고 분했다.

무엇보다 너에게 모지게 군 나에게 가장 화가 났다.

바쁘다며 너와의 약속을 무턱대고 취소하던 내가 너무...너무도 미웠다.

너의 그 기침들을 그저 단순한 감기로 치부해버리던 내가 너무 미웠다.

조금 더, 아주 조금만 더 빨리 병원에 보냈다면 넌 건강했을텐데...

예전처럼 예쁘게 웃어주는 너와 평생을 함께 했을텐데...

 

너의 앞에 무릎을 꿇고 미안하다며 빌고, 빌며 울부짖었다.

 

학점과 성적에 목을 매던 내가 모든걸 망치고 휴학을 했다.

휴학을 하고 매일 너에게 찾아가 평소처럼 널 대하기위해 노력했다.

내게 약한 모습 보이기 싫어하던 너였으니까.

태블릿 피씨로 함께 영화를 보기도 하고,

요리에는 영 재능이 없던 나지만, 평소에 네가 그렇게 해달라던 도시락도 만들었다.
날씨가 좋은 날엔 좁은 병원이였지만 병원 공원으로 나가 산책을 하기도 했다.

 

날이 갈수록 야위어 가는 너를 보며 내 가슴은 찢어질듯 아팠다.

살이 쪘다며 내게 투덜대던 너였는데, 이토록 야위어 제 몸도 가누지 못하는 너를 보며, 난 안된다는걸 알지만,

병원 밥이 너무 적다며 애꿏은 간호사에게 화를 내었고,

그런 나를 보며 슬프게 나에게 됐다고...이제 그만 해도 좋다고 말하던 네가 자꾸만 내 맘을 찔렀다.

 

의사와 간호사들에게 사정을 해서 겨우 얻어낸 외출증이였다.

너를 보며 외출증을 내밀며, 항상 하던것처럼 아무렇지않게 데이트가자며 너에게 가볍게 입맞췄다.

네가 가장 아끼던 원피스와 화장품들을 너에게 주고 네가 나오기만을 기다렸다.

병실 밖으로 나오던 너는 예전에 항상 보던 예쁘고,건강한 너였고...

내게 예쁘게 웃어주던 네가 얼마나 아름다워보였는지 너는 알까.

나도 모르게 속에서 울음이 터져나오려 했지만 간신히 참아내고 병원 밖으로 발을 딛었다.

 

오랜만에 평범한 여느 연인들처럼 영화도 보고,

한강 둔치를 거닐기도 하고, 사진관으로 들어서 예쁘게 웃으며 사진도 찍었다.

그 날은 내 카메라로도,사진관에서도 널 찍기 바빴다.

이제와서 생각해보면 아닌척했지만 난 아마 너의 모습을 더 많이,더 빨리 가슴에 담아두고 싶었던것이다.

식사를 하다가도 나도 모르게 몸에 좋은 음식만 찾게되던 나를 보고 나는 문득 가슴이 먹먹해져왔다.

  

시간이 갈 수록 너의 건강은 더욱 더 악화되어갔다.

그런 너를 보는 나도 나지만, 너는 얼마나 힘들까..

얼마나 아플까..또 얼마나 두려울까..

그 작은 체구로 곧 다가올 죽음이란 고통의 무게를 견뎌내기엔 너는 너무 약하고, 어렸다.

 

자다가도 고통속에 깨어 침대 시트를 잡고 가녀린 신음을 내지르는 너를 보며 내 가슴은 찢어질것같았다.

차라리,네가 아닌 내게 그런 일이 일어났다면 훨씬 나았을텐데..

이토록 힘들지 않았을텐데 싶었다.

 

한번은 네가 나와 눈을 마주치기도 싫어했다.

너의 병실로 들어서자 나에게 나가라며 꼴도 보기 싫다며 악을 지르는 너였다.

난 아무 말 없이 너의 병실 문 앞에 풀썩 주저앉아 너의 흐느끼는 울음소리를 들을 수 밖에 없었다.

이젠 너무 익숙해져버린 눈물이 내 볼을 타고 흘러내렸고, 짙은 어둠이 깔리고나서야 난 너의 병실로 들어섰다.

창밖에 빛나는 달빛을 보며 너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네가 마른 입술을 달싹이며 힘겹게 말했다.

 

미안해...너무 미안해....

사실 오빠가 꼴도 보기 싫은게 아니라 힘없고 야윈 내 못난 모습 오빠한테 보이기 싫었어....

미안.....그래도 말을 그렇게 하면 안되는건데....

오빠...어디 가면 안돼...알았지..?

절대..절대 나 혼자 두고 어디 가지마...응...?제발...

오빠도 힘들텐데 나만 생각해서 미안해...

이런 질리는 여자여서 미안....사랑해서 미안.....

다 미안해...미안....

 

너의 말을 듣는 나도, 그 슬픈 말을 하는 너도 더이상 아무말도 하지 않은채 그저 서로를 감싸안고 흐느껴 울뿐이였다.

 

아무리 좋은, 비싸다는 약을 다 써보아도 너의 상태는 더 호전되지 못했다.

너는 그런 너의 상태를 알고있었는지 담담하게 너의 주변을 하나, 둘 정리하기 시작했다.

자꾸만 내게 이별을 준비하는 말을 하는 널 보며 난 왠지 모르게 화가 났다.

그땐 정말 내생각만 하는 못난 나였다.

가장 힘든건 너였을텐데...가장 아픈건...너였을텐데.

 

그저 너와의 이별이 믿기지 않았다.

절대 없을것만같았던 이별이, 갑자기...그것도 이런 방식으로 날 찾아오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렇게 너는 하나 둘 이별을 준비하기 시작했고,

그토록 아끼던 물건들도 다신 보지않을것처럼 투박한 상자안에 담아갔다.

 

언젠가부턴 네가 좋아하던 복숭아도 입에 대지 못하게 되었고, 먹는 족족 뱉어냈다.

그런 너를 보며 너도, 나도 네게 정말 얼마의 시간이 남지 않았다는걸 실감해갔다.

 

그렇게 힘겨운 하루 하루를 보내던 어느 날이였다.

그 날 밤은 네가 내게 먹고싶은 과일이 있다며,사다달라고 부탁을했었다.

나는 그런 네가 대견하고 예뻐보여, 그 새벽에 무작정 밖으로 뛰쳐나가 과일을 찾기 시작했다.

그 때 해가 뜨고 같이 가자고 했어야했다.

안된다며 거절하고 너와 함께 있었어야했다.

 

그렇게 과일을 사들고 너의 병실로 향했을땐, 너의 숨이 이미 옅어질대로 옅어져있었고,

넌 내게 편지와 사랑한다는 한마디만을 남기고 내 곁을 떠나갔다.

난 하얀 가운을 걸친 그들에게 매달려 살려내라며 울부짖었고, 그들은 그런 일이 익숙한것인지 어두운 표정으로 진정하라 말했다.

 

너의 부모님을 뵐 면목이 없었다.

마치 다 나의 탓인것만 같았다.

널 행복하게 못해준 내 죄이고,네게 더 좋은 것을 먹이지 못했던 내 탓이고, 널 더 신경써주지 못한 나의 잘못같았다.

두 분은 나에게 다 괜찮다고...나의 탓이 아니라고 다독여주셨다.

오히려 더 힘드실텐데...난 그렇게 너의 부모님과 부둥켜안고 한참을 그렇게....이미 차가워진 너의 손을 붙잡고 울고 또 울었다.

 

너에게 다가가 절을 올리곤, 미안하다며, 정말 미안하고 사랑한다며 한참을 울었다.

하얀 국화와 수양버들,그리고 백일초를 너의 사진 앞에 올려두곤, 정말 내 앞에 있는게 내가 아는 너인지,

이것이 모두 다 꿈이 아닌지....아니 꿈이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그렇게 한참을 웃고있는 너의 사진을 바라보며 눈물을 흘렸다.

 

더없이 맑은 하늘을 보며 너에게 말했다.

 

 

다시 태어나도 너만을 사랑할꺼야
나의 전부인 너만을
다시 태어나 그대가 없다면
또다른 세상을 기다리며 살꺼야

넌 편히 잠들면돼
그리고 기억하면돼 사랑했던 내모습
다음 세상에 우연히 만나도
그냥 스쳐지나가는 일이 없도록

다시는 볼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어
너의 숨결도 마지막이란 것을
하지만 난 지금 헤메이고 있어
넌 분명 이 세상엔 없는데
그래도 이젠 나 울지않아

나보다 조금 더 높은곳에 니가 있을 뿐
더이상은 슬프지 않아
습관처럼 하늘만 볼 뿐
너와 난 함께 있는걸

다시는 볼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어
너의 숨결도 마지막이란 것을
하지만 난 지금 헤메이고 있어
넌 분명 이 세상엔 없는데

그래도 이젠 나 울지않아
나보다 조금 더 높은곳에 니가 있을 뿐
더이상은 슬프지 않아
습관처럼 하늘만 볼 뿐

너와 난 함께 있는걸
그래도 이젠 나 울지않아

다음세상 우리 만날때
서로 다른 모습이라도
난 너를 찾을 수 있어
 
 

[VIXX/차학연] 나보다 조금 더 높은곳에 니가 있을뿐 | 인스티즈

 

 

(이건 요니가 부른거!)

 

 

스아실 음악 첨부한거 두번째꺼 요니가 부른거 듣고 아 이건 요니로 써야겠다...한건데

뭐 다른애들로 상상하는건 비쨍이들 맘대로!!

화력 약하려나...니냐니뇨

 
 
 

+)수양버들 꽃말: 사랑의 슬픔,비애

 백일초 꽃말: 떠나간 님에 대한 그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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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헐...대박...이런글 좋아..나 눈물 고였어ㅠㅠㅠㅠㅠㅠㅠ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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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ever
읽어줘서 코ㅎ마워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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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헐 필체 좋다ㅠㅠㅠㅠㅡㅠㅜㅠㅜㅠㅜ 잘읽고가!!!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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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ever
코ㅎ마워ㅋㅋ!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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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3
와진짜대박...너무잘읽고갈게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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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ever
읽어줘서 고마워!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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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4
ㅜㅜㅜㅜㅜ슬프다ㅜㅜㅜ잘읽고간닭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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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ever
읽어줘서 고마워~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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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5
이건 예비 작가방에 있으면 안되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너무 잘쓰는데오ㅛ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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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ever
아유 아니여요ㅠㅠㅠ금손분들 사이에서 제가 어캐ㅠㅠㅠ여튼 고맙습니다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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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6
이건 예비 작가방에 있으면 안되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너무 잘쓰는데오ㅛ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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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7
아 너무 슬퍼 ㅠㅠㅠㅠㅠㅠ 아휴 어떡해 ㅠㅠㅠㅠ 나보다 조금 더 높은 곳에 네가 있을 뿐 ㅠㅠㅠ 노래도 너무 슬퍼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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