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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가 유난히도 길던 어느해 여름날이었다.

아침부터 세차게 내려오는 비에, 길이 막힐세라 여느때보다 조금 더 일찍이 집을 나서던 나였다. 

항상 똑같던 교복과, 항상 같았던 헤어스타일과, 항상 같은 운동화, 항상 같은 우산을 들고..

 

그애를 보기 전까지는 항상 같은, 그저 평범한 하루의 시작이었다.

 

익숙하기 그지없는 버스정류장에서 학교로 향하는 버스만을 목이 빠져라 기다리고 있을 때였다.

 

평범하기만하던 일상에 그애가 한 발짝 들어서기 시작한것은. 

 

빨간 우산을 쓰고 총총거리며 버스정류장으로 오던 그애는, 나와 같은 교복을 입고있었고,학년별로 명찰색을 다르게하는 우리학교이기에 그애가 나와 같은 학년이라는 사실도 금방 알 수 있었다. 

 

그애는 우산을 썼음에도 들이치는 비때문인지 젖은 치마자락을 털며 미간을 찌푸리고 있었다.

하얀 피부와 대조되는 빨간 우산이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나 예뻐보일 수 없었다. 

 

버스에 타서도 내내 그애에게 시선이 꽂혀있었다.

혹여 눈이라도 마주칠까 흘끗흘끗 몇번 쳐다본것만이 전부였지만 말이다. 

 

그애를 처음 본 그 날은 학교에서도 내내 그애 생각뿐이였다. 

수업시간에도 창밖으로 내리는 비를 보며 멍하니 있다가 문득 그려지는 그애의 모습에 흠칫놀라 서둘러 교과서로 눈을 돌리기도하였다.

 

다음 날부턴 계속 떠오르는 그애의 모습에 아침잠이 많은 나지만 평소보다 훨씬 일찍 일어나  

옷매무새를 가다듬고, 거울 앞에서 한참을 나의 상태를 들여다봤고,

 

그애를 만났던 그 시간에 맞춰 버스정류장에 도착해 주위를 슬며시 기웃거리며 혹여라도 그애가 올까 마음 졸이기도했다.

 

그애를 본 후부터 난 점심시간에도, 쉬는시간에도 혹여라도 학교에서 그 애를 마주칠까 은근한 기대감이 커져만갔다. 

 

친구란 친구는 모두 마주칠때마다 그 애를 아느냐고 묻곤 했다. 

얼마나 묻고 다녔을 때인지 그애와 친하다는 친구녀석이 있었고, 친구를 통해 은근슬쩍 그애와 인사를 하는 사이가되었다. 

 

안녕 

하는 흔하디 흔한 말이지만 나에겐 얼마나 어렵사리 꺼낸 말인지 그애는 아마 모를것이다. 

 

그렇게 내 마음을 숨기며 하루하루 그애와 친구로써 더 가까워지고있던 어느날이였다. 

 

그 날도 비가왔었다. 

부슬부슬 내리던 비는 우산을 쓰기도, 안쓰기도 애매했다. 

 

그애와 나의 사이처럼. 

 

오는듯 마는듯 내리는 비에 우산을 가방에 넣어두곤 비를 맞으며 하교하던 나였다. 

정문쪽으로 혼자 걸어가고있는 그애를 보고 난 반가운 마음에 질척대는 운동장 흙을 밟으며 그애에게로 다가서고있었다. 

그 순간 정문쪽에서 처음보는 교복을 입은 남자애가 그애에게로 다가갔다. 

보자마자 밝아지는 그애의 얼굴과 자연스럽게 팔짱을 끼고 걷는 그들의 모습은 누가봐도 꽤나 친밀해보였다. 

 

부슬부슬 내리던 비는 이내 세차게 내 옷자락을 적셔왔다,내 심정을 대변해주기라도 하듯이. 

너무나 행복해 보이던 그애의 웃음에 난 아무말도, 아무행동도 할 수 없었다. 

거세지는 빗줄기에도 우산을 채 꺼내지 못하곤 

그애가 떠나간 빈 자리를 보며 한없이, 그저 바라보고만 있었다. 

 

그렇게 힘겹게 발걸음을 떼 집으로 와서도 

씻을때도, 옷을 갈아입을때도, 밥을 먹을때 조차 그 남자애와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는 그애가 자꾸만 떠올라 날 괴롭혔다. 

 

차마 물어보지도 못했다. 

그 남자애가 누구냐고, 그애에게 어떤 존재냐고 물어볼 친구도, 그애도 곁에 있었지만 두려웠다. 

혹여라도 내 실낱같은 희망을 져버리지는 않을까, 아니 정확히는 내가 생각하고 있는 그 대답이 정말로 그애의 입에서 나올세라 두려웠다. 

 

그 날 맞은 비때문인지 얼마 안 가 지독한 감기에 걸렸다. 

학교도 빠지고 그냥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기만했다.

 

너무나 익숙하던 내 방이지만 왜인지 모르게 낯설게 다가왔다.

그애도 그랬다.

여지껏 옳다고 믿었던것들이 하나 둘 내게 등을 돌리는것 같았다. 

그렇게 며칠을 고열과 지독한 감기에 시달려야했다.

 

그 중 가장 아팠던것은 고열도, 감기도 무엇도 아닌 그애였다. 

자꾸만 내 심장을 찔러오는 그애때문에, 숨이 찼다. 

 

그렇게 그애는 나에게 여름날의 열병같았다. 

너무 더워 자신이 병에 걸린줄도 모르고 방치하다 어느순간 미칠듯이 아파오는..그런 열병같은 존재였다. 

 

그 해 여름, 나는 그 애를 지독히도 앓았다.

 

그 일이 있고나선 난 그애를 조금씩 멀리하기 시작했다. 

딱히 그애가 죽도록 미워서 그랬다기보단, 그저 내가 그애 곁에 조금이라도 더 있다간 커져가는 내 마음을 나 자신이 주체하지 못할 것 같았다. 

 

처음엔 그저 관심이라는 이름의 조그마한 새싹같던 내 마음이 욕심이라는 태양빛을 받으며 점점... 점점 더 커져만 갔다. 

어린시절 읽었던 어린왕자에 나오는 바오밥 나무처럼. 

너무 늦게 씨앗을 뽑으려하면 손 쓸 수 조차없이 점점 커져만 가 결국 어린왕자의 별의 깊숙한곳까지 뿌리를 내려 별을 엉망으로만드는. 

 

다행인지 불행인지 얼마 안 가 여름방학이 왔고, 그 해 여름방학엔 집 밖이라곤 고작 근처 편의점만을 들르며 가장 친한 친구들에게 조차 연락하지 않은 채, 집안에 스스로 고립된 생활을했다. 

 

그렇게 하면 그애를 본 그날..그날 그 애를 보기전의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올거라 믿었다. 

하지만 이미 내 마음 어딘지모를 깊은곳엔 여전히 그애가 숨쉬고 있었고, 여전히 내 마음을 찔러왔다. 

 

 

개학 후 나는 종종 그애와 마주쳤지만 이제 내 마음은 더 이상 그애에게 반응하지 않았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자면 그런줄로만 알았다. 

그렇게 믿었고, 믿고싶었다. 

 

장마는 여전히 계속되어왔고, 멈출 기미 조차 안보였다. 

 

또 다시 보고말았다. 

그날, 그 남자애와 그애는 다시 정문앞에서 한 우산을 쓰고 있었다. 

하지만 이내 그 남자애의 목울대가 움직이더니 너는 잡고있던 빨간우산을 놓쳤다. 

어찌된 영문인지 그 남자애는 비를 다 맞으며 울고 있는 그애를 개의치 않는다는듯 그렇게 뒷모습을 보였다. 

 

난 손에 쥐고 있던 우산도 내팽개친 채로 그애에게 달려갔다. 

 

빚쟁아...빚쟁아 너 왜그래..응?말해봐 왜그래 왜울어...! 

 

그애는 그렇게 대답도 없이 하염없이 울며 나쁜놈...하는 같은 말만 반복했다. 

 

비가 내리고 있었지만, 한눈에 그애의 예쁜 눈에서 흘라나온 물줄기라는걸 알 수 있었고, 난 무슨 정신인지 유유히 학교 밖으로 빠져 나가고있는 그 남자애..아니, 그놈을 붙잡아 때리기 시작했다. 

그애는 그 상황에서도 그놈편을 들며 날 말렸고, 

화가 너무도 치밀어 올랐지만, 화보단 설움이 터져 버릴 것 같았다. 

난 또 다시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그렇게 집으로 돌아왔다. 

 

이젠 너무도 익숙해진 여름의 감기가 날 괴롭혔지만 아직도 내게 제일 힘들었던건 그애였다. 

그 일이 있은 후로부턴 그놈은 더이상 그애를 찾아 정문에서 어기적대진 않았지만, 

그애는 나와 마주칠때마다 증오인지 애증인지 안타까움인지... 알 수 없는 눈빛으로 날 바라보기만 했고, 그렇게 그애는 날 완전하게 친구란 소속에서 제외 시킨 듯하였다. 

 

 

그렇게 난 여름이 끝나갈 무렵 갑작스레 전학을 가게되었고, 

떠나기 전 그애의 사물함에 구구절절 변명같은 내 속내를 써내려 간 편지를 두고갔지만, 그애가 그것을 읽었을지는 아직도, 아무도 모를일이다. 

 

 

난 아직도 그애라는..빚쟁이라는 열병을 앓고있다. 

 

아주 지독한, 열병. 

 

 

 

그렇게 나에게 첫사랑은 이름만 들어도 알싸함이 전해져오는 그런 존재로 내 마음속 한구석 어딘가 깊이 자리 잡고 있다. 

 

 

[VIXX] 알싸함, 첫사랑 | 인스티즈

 

 

 

 

매번 댓글 하나하나 일일히 답글 못달아줘서 미안하고 사랑함...♥

못난 글 읽어주는 우이 비쨍이들 내가 빅뜨보다 쪼끔 더 애낀다...헷

설정된 작가 이미지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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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글이 되게 이쁘다고 해야되나...풋풋..아련..ㅠㅠㅠㅠ 이런글 고마워ㅠㅠㅠ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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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ever
읽어줘서 내가 더 고맙지ㅠㅠ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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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글너무 이뻐요 ㅠㅠㅠㅠㅠ 신알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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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ever
코ㅎ맙습니다ㅠ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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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3
표현이 되게 예쁘네요!!!>_< 잘 읽고 갑니다.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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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ever
고맙습니다!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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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4
우와........
글이..흠....이쁘다...이쁘네요...ㅠㅠㅠㅠ잘읽고 가요^^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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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5
아련아련 첫사랑의 느낌이 깊게 배어나는 것 같아여유ㅠㅠ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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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6
보면서 몰입해서 읽게 되네요ㅠㅠ첫사랑이 생각나네요ㅠㅠㅠ작가님 나라세ㅠㅠ
12년 전
비회원도 댓글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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