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국아, 명심해라. 본디 유녀들은 웃음을 주지만 진심은 주지 않는 계집들이다.”
“형님도 참, 진심 하나 담기지 않은 걱정은 하지도 마십시오. 너무 속이 훤히 보인다 생각하지 않습니까? 또한 자신이 오이란에게 퇴짜 맞았다는 사실을 돌려서 이야기해주지 않으셔도 괜찮습니다만.”
홍등가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오늘도 매우 붉게 타올랐다. 격자창 안에 앉아 남정네들을 유혹하는 유녀들도, 방 안에서 유녀들과 어울리며 술판을 벌이는 남자들도, 거짓된 사랑을 속삭이는 자신도.
봄의 나카노초(仲之町)는 화려했다. 옮겨 심은 벚꽃나무들이 흐트러지게 피어나 바람에 휘날려 꽃잎들이 팔랑거렸다. 그중 오이란도츄(花魁道中)는 말할 것도 없었다. 모든 사람들이 오이란을 향해 집중했고, 오이란은 그 시선을 받으며 거리를 거닐었다. 천천히, 조금씩, 느릿하게, 느긋하게. 그리고 그 오이란들 중 자신도 포함돼 있었다.
“치히로, 한 잔 따라주지 않겠나?”
“…….”
옆에 앉은 남자가 나를 보며 말했다. 전정국, 그는 쇼군의 친인척이었다. 그리고 그 이름과 자리에 맞게 어느 정도의 권력을 손에 쥐고 있다 들었다. 하나, 그의 윗사람들과 비교했을 때 그다지 욕심이 있는 편은 아니라 그저 맡은 바만 충실히 한다 했다. 나는 그의 말을 듣고 그가 들고 있던 잔에 술을 채웠다. 투명한 술이 잔 안에 담기는 모습이 꽤나 보기 좋았다. 그리고 그는 이런 내 모습을 놓치지 않았다.
“꽤나 즐거운가 보구나, 잔에 술이 담기는 것이.”
그는 참 신기했다. 그는 내 사소한 것들을 모두 눈에 담았고, 그것들을 놓치지 않았다. 고작 두 번째 만남일 뿐인데.
「……매우 보고 싶구나. 아직도 잔에 술을 따르며 즐겁다는, 마치 어린아이 같은 눈을 하고 있던 네가 눈에 선하다. 」
그가 편지를 보내왔다. 보고 싶다, 라. 무언가 간질간질한 것이 익숙하지 않았지만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얼굴을 붉게 만들었다. 그의 필체를 천천히 눈으로 감상한 뒤 다시 편지를 접어 소매 안주머니에 넣어두고 자리에 앉아 흰 종이 위에 검은 먹으로 편지를 수놓았다. 그리고 먹이 마를 때까지 기다리며 연지를 입에 다시 덧바른 뒤, 먹이 마른 종이를 접고 종이 위를 입술로 살짝 물었다. 난생처음 해보는 텐베니(天紅)였다.
*
“치히로라 하옵니다.”
“역시 그 이름은 본래의 이름이 아니겠지?”
“여기에 본래의 이름을 가지고 살아가는 계집들이 몇이나 있다 생각하시옵니까?”
“아마…… 없겠지.”
무사들과는 다르게 그는 매우 부드러운 분위기를 풍겼다. 나는 그의 잔에 술을 따랐고, 그 또한 내 잔에 술을 따랐다. 한두 번 하는 것도 아닌데 왜 이리 긴장이 되는지 알 턱이 없었다. 그가 먼저 잔을 들어 술을 입안에 털어 넣었고, 나 또한 잔을 들어 입안에 술을 머금고 삼켰다.
“하고 싶으시지 않으십니까?”
“무엇을?”
“그것은 군이 더욱 잘 아실 텐데 말입니다.”
“……괜찮겠느냐?”
“안될 게 있겠습니까? 저는 군의 것인데.”
물론 하룻밤뿐이지만. 그는 혀로 입술을 축이곤 조심스럽게 내 오비를 풀었고, 나는 그의 손길에 몸을 맡겼다. 그의 손짓에 입가의 붉은 것이 번져갔다. 그리고 나는 그의 손에서 끝없는 붉음 속으로 추락했다.
살이 맞부딪히는 소리와 교성, 그리고 열기로 꽉 차있던 방이 고요해졌다. 그는 꿀이 뚝뚝 떨어지게 연인을 보는 것만 같은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러다 그는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형님이 말했지. 유녀는 즐거움을 주지만 진심을 주지 않는다고.”
“그렇습니까?”
“하지만 나는 형님이 조금 틀렸다 생각해.”
“어찌 확신하시옵니까?”
“치히로 너는 카무로(禿)였을 때, 아니 그 전과 비교해 봐도 하나 변한 것이 없으니.”
그 전과 비교해서라니. 나는 설명을 원한다는 눈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그는 이런 내 눈빛을 읽은 것인지 조금씩 기억을 더듬기 시작했다.
“아마 그때가 16살이었을 때인가, 뭐가 그리 즐거운지 웃음을 지으며 냇가에서 노는 여자아이를 보았지. 무언가에 홀린 듯이 나는 계속해서 그 아이를 바라보았어. 나도 놀랐지. 고작 그 일방적인 첫 만남에 반해 버린 거야.”
“그때라면…….”
“그리고 마음속으로 내년을 기약하며 다음 년에 다시 그곳을 찾아갔는데, 내가 찾던 여자아이가 홍등가로 팔려갔다는 소식을 들었지.”
그와 자신의 나이 차이를 생각해 봤을 때, 그때 자신은 13살이었다. 딱 자신이 이 홍등가로 팔려온 시기와 동일했다.
“그래서 홍등가를 쥐 잡듯이 뒤졌어. 고작 여자아이를 보려고, 그 웃음을 보려고. 그리고 마침내 찾아냈지, 너를.”
나를 찾았다고 한다. 나를. 어렸을 적, 딱 한 번 보았던 나를. 이곳에 오기 전에 있었던 일은 전부다 잊어버리라는 주인장의 말에 나름 모든 것을 잊고 살았다. 나를 팔아버린 가족도, 마을도, 친구들도. 헌데 자신을 찾으러 왔다니, 과거의 나를 기억한다니……. 나는 금방이라도 울을 것처럼 눈시울이 붉어졌다.
“울어도 상관이 없지만, 울면 그 예쁜 얼굴이 망가지지 않겠느냐?”
“…….”
그의 말에 아무 말없이 그의 가슴팍에 얼굴을 묻었다. 그리고 작게 말했다.
“스치면 인연, 스며들면 사랑이라더니……, 아무래도 군은 제게 스며들은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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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카노초(仲之町)-거리 이름
오이란도츄(花魁道中)-오이란의 행차
텐베니(天紅)-'당신은 특별한 사람입니다.' 라는 표시로 편지에 연지를 묻힘
카무로(禿)-유녀들이 부리는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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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뭐 영양가도 없고 뭣도 없는ㅋㅋㅋㅋㅋㅋㅋㅋ
이름은 한국인데 배경은 일본이여..
이런 글도 읽어주시고 독자분들 참 착하세여.. 흥ㄺ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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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 보통 연예인이 유퀴즈마지막타임 아니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