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환 기능을 사용했습니다만..! 이름을 '진', '뷔'처럼 약간 서양풍..? ...서양이고 뭐고 모르겠다.. 그냥 외자로 해주심 감사하겠습니다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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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샌가부터 색상이 보이지 않기 시작했다. 처음엔 빨간색, 다음엔 노란색, 그다음엔 초록색, 등등. 오색찬란한 세계는 온통 회색빛이 나뒹구는 세계로 몰락해버렸고, 그렇게 나는 모든 색을 잃어버렸다.
부모님은 이런 내 상태를 알지 못했다. 아니, 신경조차 쓰지 않았다. 그들의 모든 신경은 가문을 이어갈, 작위를 이어받을 장남인 제 오라버니에게 쏠려있었다. 아무래도 자신은 그들에겐 다른 가문으로 잘 포장하여 팔듯이 내버릴 여자아이였고,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거 같았다. 물론 그런 대접을 받는다고 해서 그들에게 불평을 하진 않았다. 왜, 그런 말이 있지 않은가? 포기하면 빠르다고.
장남이자 제 오라버니인 진은 나에게 꽤나 친절했다. 이건 어렸을 때부터 그러했다. 자신의 친구를 소개해주기도 하고, 가끔 안 읽는 책을 몰래 빼돌려와 내게 주기도 하고(부모님은 내게 글 읽는 것과 쓰는 것 이상의 것은 가르치지 않았다), 봄이 되면 나와 항상 정원에서 티타임을 가지기도 하였다. 말하자면 그는 사적인 면에선 가문과는 어울리지 않았다. 공적인 면에선 소름 끼치게도 가문과 어울렸지만 말이다.
*
여름과 가을 사이인 날이지만 아무래도 날씨는 가을 쪽으로 좀 더 치우쳐진 것 같았다. 바람에 따라 흔들리는 머리카락이 입술을 스쳤다. 이제는 내 머리 색이 어땠는지도 기억이 나질 않는다. 익숙해진 회색들에 신경을 쓰지 않고 있었건만, 다시 생각하니 조금 슬퍼졌다.
“무엇을 그리 보고 있느냐?”
갑자기 들려오는 목소리에 뒤를 돌아 소리의 근원지를 쳐다보았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모르게 소리의 근원지는 제 오라버니인 진이였다. 나는 놀랐다는 것을 어필하며 그에게 대답했다.
“하늘 구경이랄까요…… 꽤나 예쁘거든요.”
물론 색은 하나도 보이지 않지만. 목구멍까지 올라간 말을 억지로 누르고 웃어 보였다. 내 말에 진은 웃으며 내 손을 잡고 말했다.
“뭔가 막 밖으로 나가고 싶지 않느냐?”
“네?”
“그…… 가면 무도회에 초대를 받았는데 안 가기엔 성의를 거절하는 것 같고, 그런데 그 파티에 가려면 여자 파트너가 필요하다는 말도 있고, 또 너무 오랫동안 집에만 있으면 좋지 않으니…….”
“오라버니, 그냥 가고 싶다고 말하세요.”
나는 그의 두서없는 말을 들으며 작게 웃었다.
“그런데 가면은 어떻게 하려고…….”
“그건 내가 준비해뒀다! 그러니 너는 몸만 가면 되는 거야.”
“호오, 꽤나 오랫동안 탈출을 준비하셨군요?”
“그, 그럴 리가 없지 않나! 하하, 하하하……!”
전혀 신빙성 없는 말이지만, 속는 셈 치고 넘어가 줘야지. 진은 나 같은 동생이 있다는 거에 상당히 고마워해야 한다.
*
치렁치렁한 드레스는 최대한 배제하고 간단하면서도 조금 화려한 드레스를 골랐다. 가면은 깃털 장식이 달린 무난한 것이었다. 물론 그 깃털의 색상을 알 수가 없어 조금 유감이었다. 진의 에스코트를 받으며 무도회장 안으로 들어갔다. 예전엔 움직일 때마다 조이는 코르셋에 숨을 쉬기 불편했지만, 이것마저도 적응했는지 아무렇지 않게 됐다. 이게 좋은 건 아닌 거 같은데 말이다.
연회장은 무척이나 화려했다. 천장에선 샹들리에가 반짝거리고, 곳곳에 있는 화병에 꽃이 수북이 꽂혀있었으며, 벽면엔 여러 그림들이 걸려있었다. 그중엔 내가 아는 것도 있었다. 사람들은 은근히 자신들의 옷을 자랑했다. 이건 올로이츠에서 맞춘 드레스랍니다. 오! 이건 블레앙의 드레스가 아니던가요? 어머, 알아보셨네요! 물론 그들의 기준에서 은근히 자랑했다는 거다. 남이 들으면 누가 봐도 그들의 부(富)를 과시하는 내용들이었다.
진의 손을 놓고 연회장을 구경하던 중, 제 옆으로 한 남자가 스쳐 지나갔다. 그리고 언뜻 붉은색이 보였던 거 같기도 하고……. 그렇게 방금 그 남자를 곱씹던 도중에 놀라버렸다. 붉은색이 보였다고? 색을 잃어버린 내게 가능한 일인가? 아무리 눈을 감았다 떠도 모든 세상은 회색빛이었다. 그런데 붉은색이라니! 두 눈으로 붉은색을 본 나는 나 자신을 이해할 수 없었다.
나는 무작정 그가 갔던 길을 따라갔다. 왜 따라 간 건진 모르겠다. 하지만 뭔가 그래야 할 것 같았다. 확인을 해보고 싶었다는 것이 맞을 것이다. 정녕 자신이 본 게 붉은색이 맞나, 하는 확인. 물론 전부는 알 수가 없으니 어느 정도는 감에 맡기고 그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수많은 인파를 해치고 여기저기를 돌아다녔을까, 사람이 없는 복도가 나왔다. 왼쪽으로 갈까, 오른쪽으로 갈까 고민하며 고개를 양옆으로 돌렸다. 그리고 발견했다. 자신이 그렇게 찾고 있던 그를. 그는 벽에 기대어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오, 세상에나…….”
보였다. 붉은색이.
그의 입술은 누구보다도 붉게 빛나고 있었다. 나는 순간 힘이 풀려 자리에 주저앉을 뻔했다. 나는 계속해서 작게 속삭였다. 오, 세상에, 이럴 수가, 이게 정말 붉은색인가? 이런 내 모습에 그는 무언가가 이상하다고 느낀 건지 내 쪽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그가 내게로 다가올수록 붉은색은 선명해졌다.
“뭐가 그리 놀라운가요?”
“너무나…… 선명해서요.”
“무엇이?”
“붉은색이……!”
그는 내 말에 잠시 멍한 표정을 지었다가 웃었다. 나는 조금 인상을 찌푸리다 여전히 웃고 있는 그에게 말했다.
“이건 정말 엄청난 일이에요! 저는 12살 이후로 색을 잃었단 말이에요!”
“뭐라고요?”
그는 내 말에 웃던 것을 멈추고 나를 바라보았다. 이에 나는 당황하였지만 침착하게 대답했다.
“온통 회색빛이던 세상에 갑자기 당신의 입, 입술색만이 빛나는 거예요. 5년 동안 아무 색도 보지 못했는데 처음 보는 남자의 입술색이 보여서…… 그래서 너무나 놀라서 따라오고 말았네요.”
“호오, 그렇단 말이죠?”
“네?”
“제 입술색이 보였단 말이죠? 다른 색들은 아예 보이지 않고 오직 제 입술색만?”
“네, 네.”
내 말에 그는 전보다 더욱 활짝 웃으며 말했다.
“이왕 이렇게 된 겸 통성명이라도 할까요? 제 이름은……, 뷔(V)로 하죠.”
“그럼 제 이름은 이름으로 해야겠네요.”
“오, 이름과 이름이라! 꽤나 로맨틱하군.”
나는 도대체 어느 부분이 로맨틱 한 것인지, 어느 부분이 통성명을 해야 하는 부분인지 이해하지 못했지만 그의 웃는 얼굴에 태클 거는 것을 포기했다.
그와 나는 방 안으로 들어가 이야기를 나눴다. 사소한 일부터 모든 것을. 고작 만난 지 1시간밖에 되지 않았는데 말이다. 아마 진이 알았다면 하루 종일 남자는 모두 위험한 종족이라고 잔소리를 들었겠지. 나는 그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의 가면을 벗겨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 가면 안에는 어떤 또 다른 얼굴이 숨겨져 있을까, 가면을 써도 충분히 멋있지만, 가면을 벗기면 더욱 멋있을까? 하는 생각들도 함께 하며 말이다.
“색이 없는 세상은 어떤 세상이죠?”
“싸늘한 회색이 나뒹구는 지루한 세상이죠. 그 와중에 붉은색이 보이다니……, 물론 당신의 색뿐이지만 말이에요.”
“불편한 점은 없어요?”
“나름 괜찮아요. 익숙해져서.”
“그렇구나.”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내 말을 경청했다. 나는 그의 행동에 왜인지 모를 새로운 기분에 휩싸여 조금 들떠버렸다.
“벗겨보고 싶어요.”
“네, 네?”
나는 뜬금없는 말에 순간 당황했다.
“가면, 벗겨봐도 돼요?”
“가면……, 그럼 저도 뷔의 가면을 벗겨도 되나요?”
“물론.”
우리는 서로의 가면을 벗겨보기로 했다. 나는 그의 가면 위에 손을 올렸고, 그는 내 가면 위에 손을 올렸다. 우리는 속으로 하나, 둘, 하며 카운트를 세었고, 마침내 셋이 되었을 때 동시에 가면을 벗겼다. 예상대로 가면 뒤의 그는 상당히 멋있었다. 진 만큼이나 잘생겼고, 남자에겐 실례되는 말일지도 모르지만 무척이나 귀여웠다. 나는 그에게 무슨 말을 건네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고, 그 또한 그랬다.
“아름답네요, 당신.”
멍하니 나를 보면서 그가 내뱉었다. 그 말에 나는 단시간에 얼굴이 화끈거렸다. 분명 얼굴이 붉게 물들어 있을 것이었다.
“……멋지네요, 뷔.”
내가 내뱉었다.
*
우리는 다시 가면을 쓰고 방을 나왔다. 방에 들어갈 때와 조금 달라진 게 있다면 나올 땐 내가 뷔의 에스코트를 받고 있는 것이었다. 나는 손에 잔을 들고 한 남성과 이야기를 나누는 진을 발견했고, 뷔 또한 진을 발견한 것인지 인사를 하며 내 귓가에 순간적으로 속삭였다.
“내 이름, 뷔(V)예요. 가명이 아닌 본명. 나를 보고 싶으면 나팔꽃 문양을 찾아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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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갑자기 쓰고 싶어서 썼지만..! 망했다는 사실.. 눈물..☆
여러분 모두 즐거운 토요일 되세요.. 저는 이제 자러감ㄷ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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