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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피니트/공커/경찰] 응답하라112 Ep.3 | 인스티즈












 우당탕탕!
 하루도 바람 잘 날 없는 일곱 명의 무한지구대 이야기

<응답하라112>
          - 미스터몽룡











*

"좋은 아침!"


 양손으로 유리문을 활짝 열고 들어오며 경쾌하게 인사하는 김의경 패거리를 보고 이순경(24, 어젯밤의 이순경 아님)은 썩은 표정을 지었다. 의경들 사이에서 제일 한 가운데에 서있는 저 놈은 어째 날이 갈수록 말이 짧아진다. 아기들은 언어를 배우면서 말이 길어지는데, 언어를 마스터리한 김의경은 반대로 말하기를 포기했나보다. 이순경은 한 손으로 이마를 짚어 고개를 도리질 쳤다. 내가 저런 녀석의 담당이라니…. 물론 의경들 지휘 비스무리한 것을 공식적으로 담당하는 사람이 딱히 정해져 있는 건 아니었지만, 실제로 그들에게 명령을 내리고 일을 시키는 사람은 본인뿐이라 그런지 암묵적으로 지구대 내 실질적인 담당이 되어버렸다. 이런 슬픈 현실을 상기하니 한숨이 저절로 푹푹 나온다. 게다가 김의경이 유일한 자신의 맞수가 되어버리는 바람에, 지구대 내에서의 입지가 좁아졌다. 그 전에는 아무도 나를 당해낼 자가 없었는데…. 이게 다 김명수 때문이야.

 어깨를 축 늘어뜨리며 시무룩해하고 있자니, 문득 김경위의 얼굴이 머릿속에 빠르게 스쳐지나간다. 아, 김의경이 없어도 김경위가 있구나…. 쓰잘데기 없이 성질머리나 부리고, 악마가 따로 없는 인간. 잡생각을 마치고는 지구대장 자리를 슬쩍 쳐다본다. 전날 밤 야근해놓고도 업무 시간이 다시 새롭게 시작되자, 부지런하게 각종 서류들을 결제하는 모습이 보인다. 어젯밤에 함께 야근했던 장동우 경장, 이호원 순경, 한재호 순경, 김승수 순경은 집에서 쉬고 있는데 말이다. 저게 사람인가 싶어서 혀를 내둘렀다. 피곤해 보이는 얼굴색을 제외한다면, 김경위가 야근한 줄은 아무도 모를 것이다. 집에서 기다리는 쌔끈한 여인이 없으니 쉬지도 않고 거머리처럼 끈덕지게 계속 출근 도장을 찍는다. 이제 이쯤 되면 집에 좀 기어들어가서 발이나 닦고 쉬시지?


"좋은 아침이라고요."


 불량스럽게 자신의 책상을 노크하며 말하는 김의경 때문에 번뜩 정신을 차리는 이순경이었다. 자신을 바라보고 있길래 아무 생각 없이 눈을 맞췄다. 그러다 멈칫했다. 참고로 인간의 말을 포기한 김의경은 뭐랄까, 눈빛이 참 그윽한 편이었다. 인정하기는 싫지만 눈이 마주칠 때마다 온몸이 간질간질 거리면서 아주 묘한 기분이 든다. 느끼하다고 생각한 적은 없다. 아니, 근데 저 자식이 왜 아침부터!!!


"너 왜 아침부터 시비조야."


 살짝 째려보며 말했지만, 여유롭게 사람을 내려다보며 피식 웃는 김의경의 모습이 보인다. 직급이 더 높은 사람을 똥폼 잡으며 내려다보다니…. 미치지 않고서야 의경 주제에 감히 경찰한테 저렇게 행동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건.방.진.놈…. 혹시 본인의 눈빛 발사가 약했던 건가 싶어 눈에 힘을 주며 다시 째려봤으나, 돌아오는 건 역시 피식거리는 모습 뿐. '어디 한 번 재주껏 째려봐봐.'라고 마치 자신을 비웃는 것처럼 보이는 건, 제발 자신만의 착각이었으면 좋겠다. 근데 공교롭게도 이건 착각이 아닌 것 같다. 김명수가 아침부터 도발하는 건가?

 아잉, 그러기엔 너무 이른 시간이잖아~♥고 나발이고 뭐고, 저런 건.방.진.놈.


"야, 너네 출근도장 찍었으면 심심하니까 옆 동네 먹자골목이나 한 바퀴 돌고 와."


 말 끝나기가 무섭게 의경들 얼굴에 가기 싫어하는 표정이 역력히 드러났다. 니들 대체 나한테 왜 그러냐…. 특히 책상 앞에 서있던 김의경. 이놈의 김의경 자식 표정이 제일 노골적이다. 삐딱한 표정을 지은 채 한쪽 눈썹이 휘리릭 올라가는 게 순간 포착됐다. 이순경 시야에 비친 김의경은, '뭐라고? 너 지금 뭐라 지껄였냐?'하는 듯한 표정이었다. 감히 의경 나부랭이가 경찰에게? 오늘의 이순경이 어이없다는 웃음을 지었다.

 아니, 대체 안가면 어쩔 건데? 한마디 하려는 찰나, 누군가의 목소리가 먼저 튀어나갔다.


"가기 싫어? 그럼 방순대 왜 지원했어."


 울림경찰서 소속 무한지구대장 김경위였다. 탁. 쥐고 있던 펜을 소리 나게 내려놓더니, 무표정으로 의경들을 바라본다. 말이 무표정이지, 어째 싸늘한 기운이 감돈다. 평화롭게 결재 서류에 싸인하고 있는데 의경들이 들이닥쳐 시끄럽게 굴자 짜증이 난 모양이었다. 눈에 띄게 까칠해졌다. 마치 김경위의 폭력성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의경들을 투입해 본격이었다. 의경들이 지구대 내에 투입되어 시끄럽게 굴자, 김경위가 순간적인 상황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까칠하게 변해 화를 내기 시작했다. 휴…. 의경들이 김경위를 폭력적으로 만들어 버렸다. 덕분에 잔뜩 긴장된 침묵만이 지구대 내에 무겁게 흐르고 있었다.


"방범순찰대는 경찰서에 소속되어 해당 경찰서 관내 치안을 지키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알아, 몰라?"
"예, 압니다."

 김경위가 꾸짖듯이 말하자, 기가 푹 죽어서 고개를 숙인 채 쭈뼛쭈뼛 간신히 대답하는 의경들이었다. 그 사이에서, 싸가지를 라면 끓여먹듯이 맛나게 끓여 드신 김명수 의경의 고개 숙인 모습이 유독 눈에 들어왔다. 꼴 조옿~다.


"그럼 이만 나가봐."


 까딱. 유리문을 향해 고갯짓을 하자, 다들 종종 걸음을 하며 일사분란하게 밖으로 나갔다. 마지막으로 나가는 김의경의 뒷모습을 확인한 성규는 책상에 내려놓은 펜을 쥐고선 고개를 숙인 채, 하던 업무를 마저 처리해 나가기 시작했다. 으악, 똥이건 오줌이건 둘 중 뭐 하나는 지리겠다! 몸을 부르르 떨며 양팔을 위아래로 쓱쓱 쓸어내리는 성열이었다. (결코 에어컨 때문이 아니었다. 결코!)

 와…. 계급장으로 위협하는 거 봐라, 김성규 경위. 누가 무한지구대 절대 권력자 아니랄까봐…. 속으로 혀를 끌끌 찼다.










*

"안녕하세요~"


 의경들이 나간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아리따운 여인네 두 명이 지구대 문을 열고 들어오더니 꾸벅 인사를 했다. 무한지구대 내 총각 경찰들이 입가에 잔뜩 꽃미소를 머금으며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물론 김성규(실명, 26) 경위도 포함이었다. 쯧쯧…. 아까는 정색하면서 한방에 의경들 쫓아내더니, 이제는 '나도 남자다.' 이거냐? 이순경은 실눈으로 성규를 째려보며 '너도 속물이야.'라는 듯한 눈빛을 쏴주었다.

 여인들은 한 눈에 봐도 무거워 보이는 커다란 배낭을 메고 있었다. 가녀린 여인네들이 본인의 몸보다 훨씬 큰 배낭을 메고 있는 걸 보아하니 가슴이 따끔따끔 쓰려온다. 툭하고 건드리면 뒤로 넘어갈 듯해 보였다. 아, 하늘은 어찌하여 이 아리따운 두 여인네들에게 삶의 무거운 짐을 얹어주셨나이까?


"무슨 일로 오셨나요?"


 유난히 꽃미소를 샤방샤방 띄우며 자리에서 걸어 나오는 성규를 보며 못마땅한 듯 바라보는 총각 경찰들이었다. 지구대장이라는 직급만 달고 있지 않았다면 이미 어떻게든 한 대 쳤을 기세다. 어휴…. 심술을 하나 부려보자면, 잘 안 웃던 사람이 웃으니까 미소가 부자연스러워 보이는 건 어쩔 수 없다. 흥…. 자칫 부담스러울 수도 있는 (총각 경찰들 눈에만) 그의 그런 미소를 보며 천사같이 아름다운 두 여인은 싱긋 웃어주었다. 와~ 천사가 따로 없네, 따로 없어!!


"죄송한데, 짐 좀 맡길 수 있을까요? 실은 저희가 배낭여행 중이라 서요…."
"예, 그럼요. 맡아드릴게요."


 여자의 말이 끝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별거 아니라는 것처럼 대답하는 성규였다. 그래놓고 겸연쩍은지 정모에 눌려져있는 뒤통수 부분을 긁적인다. 이런 김경위를 보며 의심 가득 담은 실눈으로 바라보는 총각 경찰들이었다. 이 역시 지구대장이라는 직급만 달고 있지 않았다면 숙맥인 척 연기하지 말라고 독설을 마구 날렸을 기세다. 그들의 손에 돌멩이가 쥐어져 있지 않은 건, 어쩌면 김경위에게 크나큰 행운일지도 모른다. 퍽이나 운도 좋지…. 그래, 너는 럭키보이야.


"배낭 이리 주세요."


 기다렸다는 듯이 성규를 제치고 나와 배낭을 건네받는 성열을 보고, 두 여인은 어쩔 줄 몰라 하며 고맙다는 인사를 연거푸 했다. 자신을 부러워하는 총각 경찰들의 모든 시선이 느껴졌다. 따뜻해라, 이 뜨거운 시선들!

 아, 떵여리 너무 햄볶해여~~ 너무 햄볶해서 띠드버거 먹꾸시퍼욤~~ 떵여리껀 띠드 두댱~~ (제 정신이 아닌 것 같다.)


"무거우실 텐데…."
"아유, 아닙니다! 하하하."


 끗발 나게 멋있어 보이기 위해 한 손에 하나씩 배낭을 들었는데, 높이 들어 올려서 책상 위에 내려놓지 못할 만큼 굉장히 무거웠다. 아니, 이게 뭐야!!!! 여기다가 돌 넣었어? 왜 이리 무거워!!!! 애써 웃고는 있지만 눈물이 왈칵 쏟아질 지경이다. 어렸을 적 엄마가 장을 봐온 비닐봉투를 대신 들어줬을 때만큼 손가락이 끊어져 나가는 느낌이었다. 으악! 든지 몇 초도 안됐는데 벌써부터 등에 식은땀이 스멀스멀 난다. 게다가 눈썹 끝이 파르르 떨린다. 이 미친 눈썹…. 출근 준비할 때 엄마가 마그네슘 영양제 먹으라고 잔소리 했는데, 이럴 줄 알았으면 먹고 나올 걸 그랬다. 후회해봤자 이미 지나간 일. 손에 힘이 풀려서 금방이라도 놓칠 것만 같다. 도저히 안 되겠다 싶었는지 본인 책상 앞까지 간신히 들고 가서 바닥에 배낭을 내려놓은 성열이었다. 동료 경찰들의 피식거리는 소리가 등 뒤에서 들려온다. 윽, 자존심 상해. 하지만 이렇게 내버려 둘 순 없지.

 후…. 숨을 내뱉은 성열이 여인네들을 향하여 반쯤 고개를 돌렸다.


"이리로 오셔서, 각자 여기에 성함이랑 연락처 좀 남겨주세요."


 그러면서 A4용지를 조그맣게 잘라놓은 종이를 아리따운 여인들에게 건네주는 성열이었다. 김경위를 포함한 지구대 내 경찰들의 눈이 일제히 휘둥그레졌다. 아니, 저런 방법이? 똑똑한 놈!!!!이라고 열렬하게 눈빛으로 외치는 듯하다. 이순경은 두 여자가 이름과 연락처 쓰는 것에 정신이 팔린 틈을 타, 뒤돌아서 동료들에게 씩 웃어보였다. 흔히 말하는 승리의 미소인 셈이었다.










*

 야근하고 와서 피곤함에 쓰러지듯 잠이 들었는데, 눈을 떠서 시계를 바라보니 오후 1시. 겨우 이거 밖에 못 잤네. 하루 종일 질펀하게 잘 생각이었는데 말이다. 그러나 이미 깨버려서 어찌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다시 눈을 감는다고 해서 쉽사리 잠이 올 것 같지는 않다. 나는 그저 잠보충을 제대로 하지 못한 아쉬움에 입맛을 다셨다. 그러나 내 품 안에서 깊게 잠들어있는 이의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니 그런 아쉬움은 눈 녹듯이 사르르 사라져 버렸다. 현재 내가 사랑하는 이는, 마치 좋은 꿈을 꾸고 있는 것만 같다. 두 눈을 꼭 감은 채 뒤척임 없이 곱게 자고 있는 걸 보니.


"자는 거 봐라."


 입가에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검지로 코끝을 톡톡 건드렸다. 가끔 드라마나 영화를 보다 보면 살짝 찡그린다거나 '음냐~'하면서 귀엽게 입을 다시는 장면이 흔히 나오지만, 아쉽게도 내 사랑은 그런 장면과 거리가 아주 먼 사람이었다. 오히려 입을 반쯤 '헤~' 벌린 채 세상모르고 잔다. 그래, 영화 속 주인공처럼 자면 그건 네가 아니지. 조심스레 입을 닫아주고 이번에는 입술을 톡톡 건드렸다. 요 놈의 입술! 마음 같아선 당장이라도 뽀뽀해주고 싶지만, 상대방의 동의 없이 하는 건 엄연한 범죄 행위이기 때문에 내가 참는다.

 이번에는 이마를 가리고 있는 머리를 한 방향으로 쓸어줬다. 그 덕분에 사랑하는 이의 이마에 자리 잡은 몹쓸 개기름이 햇빛에 반사되어 반짝이고 있다. 근데 이상하게도 왜 이런 모습마저 귀엽게 느껴지는 거지? 사랑의 콩깍지라는 게 이렇게 무서울 줄이야…. 한껏 치켜세운 엄지로 이마를 훑어 개기름을 닦아줬다. 그래놓고 나도 모르게 씩 웃고 말았다.

 이 사람을 어쩌다가 사랑하게 됐을까? 믿기지가 않는다. 그리고 어쩌다가 여기까지 오게 된 것일까? 대체 어쩌다가 말이다. 이 사랑이 언제부터 시작하게 됐는지 도무지 기억이 나지 않아, 그저 멍하기만 하다.

 얼마나 지났을까. 가만히 바라보고 있자니, 너무 오랫동안 한 자세로 자고 있는 것 같다. 한 자세로 잔다고 해서 죽는다는 법은 없지만, 그냥 걱정이 되었다. 품에서 떼어내자, 아까 기껏 닫아줬던 입을 반쯤 벌린다. 이건 뭐, 자동 오픈이다. 마음 같아선 카메라로 찍어놓고 두고두고 놀려주고 싶다만, 이것도 엄연한 범죄이기 때문에 이번에도 내가 참는다. 불행인지 다행인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사랑하는 이는 똥잠 중에서도 심한 똥잠을 자는 편이었다. 흔히들 '똥잠 of 똥잠'이라고 하지. 각설하고, 아무튼 이 사람은 자다가 누가 업어 가도 모르는 둔한 사람이었다. 잠자는 자세를 바꿔줬는데도 쉽사리 꿈나라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눈만 감았다하면, 재미있는 세상이 무궁무진하게 펼쳐지나보다. 지금쯤 꿈속에서 하늘을 날고 있으려나? 현란한 댄스 배틀을 벌이고 있으려나? 대체 무슨 꿈을 꾸는지 궁금하다. 어떤 흥미로운 꿈이 너의 발목을 붙잡고 놓아줄 생각을 않는지…. 생물체도 아닌 것에 질투심이 난다. 아아, 나 왜 이러지? 그나저나 좀처럼 일어나지 못하는 걸 보니, 내 얼굴이 보고 싶지도 않는가 보네. 꿈이랑 사귀시지 그래?










*

 꿈뻑…. 꿈뻑….


"일어났어?"


 눈을 뜨자마자 내 얼굴을 어루만지며 기다렸다는 듯이 말을 걸어온다. 여름인데도 불구하고, 얼굴에 닿은 손의 체온이 불쾌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그저 따스하게만 느껴진다. 신기한 일이었다. 나는 그 따스함에 취해 두 눈을 살포시 감고, 사랑하는 이의 손길을 마음껏 느꼈다. 기분이 좋다.


"무슨 꿈 꿨어?"


 응? 나는 감고 있던 눈을 떴다. 갑자기 취조 당하는 것만 같은 이상한 느낌이 든다. 나의 본능이 강하게 알려주고 있다. 여기 취조실 아닌데…. 순전히 기분 탓이길 빌어본다.

 아직 비몽사몽하고 사실 귀찮기도 해서 미소로 대충 때우자, 내게 바짝 붙더니 말해달라고 계속 부추긴다. 화제를 돌려보려 은근슬쩍 여러 차례 시도를 했지만 씨알도 안 먹힌다. 먹혀들 거란 생각은 애초에 꿈도 꾸지 않았다만, 저러는 것도 다 직업병이란 말씀! 으이구, 누가 경찰 아니랄까봐~

 그나저나 무슨 꿈을 꿨는지 사실대로 이실직고 하면 웃을 게 뻔해서 입 밖으로 꺼내질 못하겠다. 하아….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한 채 입을 꾹 다물고 있으니, 사랑하는 이가 의심을 품은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왜 그런 눈으로 보는데….

 그렇게 한참동안 가만히 바라보더니, '야한 꿈꾼 거 아니야?'하면서 짓궂은 장난을 걸어왔다. 힉!!!


"그런 거 아냐!!!!"


 빛의 속도로 다급하게 외쳤으나 오히려 그게 역효과였나 보다. 한 쪽 눈썹을 들어 올려 보이며 더욱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바라본다. '아닌 게 아닌데?'하는 듯한 저 눈빛…. 으악, 미치겠다! 진짜 그런 게 아닌데…. 이걸 사실대로 말해야 하나?


"동물들이랑 사이좋게 파치카 연주했어…."


 한참 뜸을 들이다가 쭈뼛쭈뼛 말하자,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는 듯이 바로 웃음을 터뜨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빵빵하게 바람을 넣은 풍선이 갑자기 터져버리듯이 '빵~'하고 말이다. 에휴, 그럼 그렇지. 그런 웃음에 나는 두 눈을 감아버리고 말았다. 저럴 줄 알았어….

 이미 예상했었던 반응에 시시하기도 하고, 눈도 뻑뻑해서 한 손으로 눈을 비비적거렸다. 그러자 사랑하는 사람이 내 엉덩이에 손을 얹었다. 당황한 내가 아무런 행동도 못하고 어버버 거리는 사이, 마치 애지중지 키운 아이의 재롱을 본 엄마처럼 함박 미소를 지으면서 나의 엉덩이를 신나게 팡! 팡! 팡! 두들긴다.


"어이구~ 그랬쪄?"


 대체 이건 뭐지? 지금 엉덩이가 아픈 건 둘째 치고, 대체 얘가 내게 왜 이러는 건지 모르겠다. 마치 똥강아지 대하듯이 엉덩이를 계속 두들기고 있다. 입이 귀에 걸려있는 게 보인다. 너무나도 당황스러운 나머지, 지금 내가 유일하게 할 수 있는 거라곤 그저 눈을 깜빡여 보이는 것 밖에 없었다. 그런 나를 내려다보면서 엉덩이 두들기는 것을 멈추더니 이내 흐뭇하게 웃어 보인다. 아까처럼 내 얼굴을 조심스레 어루만져준다. 그러더니 양팔을 벌려 숨이 막힐 정도로 꽉 끌어안아 나를 자신의 품 안에 가뒀다.

 그리고 일순간, 우리 둘 다 얼음이 되어버렸다.


"……."
"……."
"……."
"……."


 아무런 말도 못하고 정말 까무러쳐 죽은 듯이 얼어 붙어있는 나를 느꼈는지, 파손주의 특급 배송물을 다루듯이 아주 굉장히 조심스레 팔을 푸는 호원이었다. 그리고는 은근슬쩍 옆으로 자리를 옮겨 나에게서 일정한 거리를 뒀다. 살살 나의 눈치를 보고 있는 게 느껴진다.

 으아아~~ 목 놓아 울고 싶네요!!!!! 지금이에요, 지구여!!!! 폭발 버튼을 누를게요!!!!!!! 당장 폭발해주세요!!!!!!!!!!!!!

 이렇게 굉장히 창피해하는 나를 뒤로 하고, 주먹 쥔 손으로 입을 가린 채 '큼큼.' 헛기침으로 목을 간단하게 풀더니 반 박자씩 뜸을 들이며 호원이 쭈뼛쭈뼛 내뱉는 말.


"화장실…. 다녀와야겠다."


 알아!!!!!!! 나도 안다고!!!!!!!!!!!! 쉿!!!!!! 제발 말하지 마!!!!!!!!!!!!! 코끝이 빨개진 채 거의 울기 직전이 된 동우는 재빨리 상체를 일으키고 앉아, 다급하게 침대의 이불을 한 군데로 모으기 시작했다. 침대에 누워있던 호원은 그 덕분에 덮고 있던 이불을 몽땅 빼앗겨 버렸다. 순간적으로 당황해서 동우를 쳐다보는데, 이불을 허리에 잔뜩 두르고는 화장실을 향해 냅다 뛰기 시작하는 동우의 모습이 보인다. 허둥지둥하는 모습이 조금은 걱정이 되어 '조심해! 그러다 넘어져!'라는 말을 해주려고 입술을 떼자마자, 철푸덕, 보란 듯이 바닥에 넘어지는 동우….

 푸풉! 무의식적으로 튀어나온 본인의 웃음소리에 놀라서 재빨리 두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그렇게 애써 입을 앙다물려 노력하는 호원이었다. 정신없이 뛰다가 이불을 밟고 스텝이 꼬여 넘어진 동우가 무릎을 살살 어루만지는 뒷모습이 보인다. 아파서 잔뜩 인상을 찌푸리고 있을 게 틀림없다. 어이구, 이렇게 사랑스러운 동우를 대체 어찌하면 좋나요?


"괜찮아?"


 다가가서 어깨에 손을 얹으며 묻자, 동우는 그 손길에 움찔했다. 뒤에서 호원의 잔잔한 웃음소리가 들려온다. 창피해 죽겠다. 힝…. 그보다 지금, 무릎이 파괴된 느낌이다.


"어디 좀 봐봐."


 걱정스러운 목소리를 내면서 옆으로 다가온 호원이 한쪽 무릎을 꿇으며 앉자, 그와 동시에 오뚝이처럼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동우였다. 그리고는 호원이 붙잡을 틈도 주지 않고 화장실로 쏙 들어가 버렸다. 뭐야…. 허무함을 느낀 듯, 굳게 닫힌 화장실 문만 바라보고 있는 호원이었다.










*

 쾅! 철커덕. 동우는 화장실에 들어오자마자 문을 세게 닫음과 동시에 잠가버리고는 제자리에서 발을 동동동 구르기에 바빴다. 어떡하지?

 마치 몰래 쟁여놓았던 꿀단지를 찾아서 보자기 풀듯이(어째 비유가 이상하다.), 허리에 두른 이불을 조심조심 풀어보니, 아니나 다를까…. 가운데만 볼록하게 솟아나있다. 그 모습이 왠지 민망하다. 동우는 세상을 다 잃은 것만 같은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었다. 근데 그보다 이호원. 꽉 껴안았다가 하늘을 향해 서있는 자신의 것을 느낀 호원이 옆으로 슬쩍 자리를 피했다는 사실이 더 민망하게만 다가온다.

 원래 정상적인 남자라면, 매일 잠에서 깨어날 때마다 서있는 게 정상이다. 하지만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 이런 부끄러운 모습을 보여주다니…. 호원이 의도적으로 껴안은 걸까 순간적으로 의심이 들었지만, 취했던 행동들을 되새겨보니 그런 것 같지는 않다. 으아, 나 어떡해…. 아무리 같은 남자라곤 하지만, 호원은 자신과 같은 남자이기 전에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이었다. 지금 이 순간, 두더지처럼 자세를 취하고 마구 화장실 바닥을 파서 집으로 도망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여기저기 피어오르는 잡생각을 꾹꾹 눌러 담기 위해 자신의 머리에다가 세게 꿀밤을 때리는 동우였다. 그러고는 시선을 아래로 내리깔았다. 두더지로 변신해 화장실을 탈출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지금, 평소대로 바짝 솟아오른 중심부가 오늘따라 웬일인지 그저 너무나도 원망스럽기만 하다. 이걸 확 때려줄 수도 없고 해서 가만히 바라보기만 하고 있다. 그저 멍하다. 어떡하지, 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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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잘보고 갈께요 ㅠㅠㅠㅠ♥
11년 전
미스터몽룡
잘가요~.~ 다음에도 또 보러와요~♥
11년 전
독자1
우와.. 정주행하고 왓어요!! 허럴... 진짜 잘쓰시네여..ㅠㅠㅠ 동우너무귀엽고 막막막 어휴ㅠㅠㅠㅠㅠㅠ우현이는 또 술먹고 나오려나요ㅋㅋㅋㅋㅋㅋ 잘 봣어요!! 빕스라고 기억해주세용♥
11년 전
미스터몽룡
빕스 님의 예지력이 상승하였습니다. [+1]..4화를 정확히 꿰뚫고 계시네옄ㅋㅋㅋㅋ 다음화 고정닉 명단에 넣어드릴게요!
11년 전
독자1
그대 저 개깜이에욬ㅋㅋㄱㄱㅋ 아 진짜 얘들이 깨알같이 재밌니ㅜㅜ 저 여인네들 몬가 수상한데요?!ㅋㅋㅋㄱㄱ뭔 헛소리를...
엄머머 야동이들..ㅋㄱㅋㅋㅋㅋ
다음편도기대할께요!

11년 전
미스터몽룡
어젯밤에 함께 야근했던 장동우 경장, 이호원 순경, 한재호 순경, 김승수 순경은 집에서 쉬고 있는데 말이다. 어젯밤에 함께 야근했던 장동우 경장, 이호원 순경, 한재호 순경, 김승수 순경은 집에서 쉬고 있는데 말이다. 어젯밤에 함께 야근했던 장동우 경장, 이호원 순경, 한재호 순경, 김승수 순경은 집에서 쉬고 있는데 말이다. 어젯밤에 함께 야근했던 장동우 경장, 이호원 순경, 한재호 순경, 김승수 순경은 집에서 쉬고 있는데 말이다. 이번편은 [한재호, 김승수]가 함정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11년 전
독자1
밤야입니다ㅎㅎ
앜ㅋㅋㅋ진짴ㅋㅋㅋㅋㅋ생리적인현상이긴하지만..참민망탘ㅋㅋㅋㅋ그지동우찡ㅋㅋㅋㅋㅋㅋㅋ 이호원찡 어여동우를진정시켜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저러다너만보면도망가 투다다다가다가닥닥 이로케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대ㅋㅋㅋ순수하시네용ㅎㅎㅎㅎㅎㅎㅎ

11년 전
미스터몽룡
이호원찡 어여동우를진정시켜줘 -> 어떻게.. 시켜줘야할까여?
11년 전
독자2
내본심을원해요 순수돋음을원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잌

11년 전
미스터몽룡
독자들의 본심대로 하는 순간.. 이 팬픽은 똥손의 저주에 걸립니다..ㅁ7ㅁ8
11년 전
독자3
워매 아니에용 우리들의모든본심은 활활타오르는불과함께 금손의 마법이되는거에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잌
11년 전
미스터몽룡
그럼 밤야찡의 성원에 힘 입어서 다른 작가분들의 불금 팬픽들을 공부한 다음에 한번 써볼까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11년 전
독자4
작가님의 묘사에 한번놀라고ㅜㅜㅜㅜ신알신 신청했어요 앞으로 더 좋은글 기대할게요ㅜㅜㅜㅜ제암호닉은 파치카예용ㅜㅜ 미스터몽룡 행복하쇼..♥♥
11년 전
미스터몽룡
ㅋㅋㅋㅋㅋㅋㅋㅋㅋ파치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똥묘사임에도 불구하고 처음으로 칭찬 받을 날이 오네옄ㅋㅋㅋㅋㅋㅋㅋㅋㅋ 파치카님 응답하라112 안에서 행쇼~S2
11년 전
독자5
잌ㅋㅋㅋㅋㅋㅋㅋㅋㅋ베가폰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으흨ㅋㅋㅋㅋㅋ진짜잘쓰세요ㅠㅠㅠㅠㅠㅠㅠㅠ잌ㅋㅋㅋㅋㅋㅋㅋㅋ파치카연주라니..동우 귀엽네요 헿ㅋㅋㅋㅋㅋㅋㅋㅋ다음편 기대하겠습니다~
11년 전
미스터몽룡
베가폰님 꼬박 꼬박 댓글 달아주셔서 감사해유.. 막 눈물이 나올라 그러네옄ㅋㅋㅋ흡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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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 전
미스터몽룡
케헹님 방가방ㅇ갘ㅋㅋㅋㅋㅋㅋㅋㅋㅋ 불마크 보고 깜짝 놀라길 바래는 마음도 살짝 있었엉욬ㅋㅋㅋㅋㅋㅋㅋ 제복 입은거는 호원이 만들때 같이 만들어놨는데 언제 풀어야할짘ㅋㅋㅋㅋ
11년 전
독자7
자몽ㅇ입니다..방금 댓글쓰다가 뒤로가기 눌렀어요ㅠㅠㅠ모바의 비애ㅠㅠㅠ하ㅠㅠㅠ
이번화는 기여워요ㅋㅋ성규 카리스마쩌렄ㅋㅋㅋㅋㅋ으잌ㅋㅋ그리고 수열이들ㅋㅋ배틀호모돋네옄ㅋㅋㅋ티격태격해라 그러면서 77ㅔ이가 되가는거야..☆★야동이들도 귀여웡...핳...덩우야...꿈에서 피치카연주했어여?그래쓰요??아이고ㅠㅠㅠㅋㅋㅋ기여워랔ㅋ작가님 잘 봤아요 작가님 짱!!!

11년 전
미스터몽룡
오잉 자몽님이드아아앙~~
배틀호모 컨셉 어감이 참 좋네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11년 전
독자8
ㅎㅎ 잘보고 갑니다 tender 이에요 ㅎㅎ 카리스마규 나오는건가요? ㅎㅎ 잼써요!
11년 전
미스터몽룡
재밌게 봐주셔서 감사해요~♥
11년 전
독자9
작가님! 칩이에용~ 이번편은 동우가 귀요미네요ㅠㅠㅠㅠㅠ꺅 그와중에 까칠한성규 너무 좋네욯ㅎㅎㅎ 짱재밋어요!
11년 전
미스터몽룡
헐.... 아이고..... 쪽지 확인 못했나봐요ㅠㅠ;
이제야 답글 달아서 미안해요ㅠㅠㅠ

11년 전
독자10
스마트폰이에요!!ㅋㅋㅋ동우야....부끄부끄하고 좋네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동우랑 호원이 너무 잘어울려요ㅠㅠㅠㅠㅠㅠㅠㅠ이쁘게 사랑하네요ㅠㅠㅠㅠ흡 ....
11년 전
미스터몽룡
그래요 나=너=우리 빼고
쟤네 둘이 커플놀이.....ㅠㅠ

11년 전
독자11
흡..........난 커플도아닌데 둘이 꽁냥대는걸보다니........그래도 좋다.....ㅁ7ㅁ8
나대신이라도 열심히 하렴..........

11년 전
미스터몽룡
22222222222222
나 대신....................☆★

11년 전
독자12
크레용입니다!!동우ㅠㅠㅠㅠ씹더규ㅠㅠ장뿌엥여기서도씹덕이네요ㅠㅠㅠㅠㅠ
11년 전
미스터몽룡
짱똥이니까 이 모든 게 가능하지요~.~ 후훟ㅎ...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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