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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벌써 얘랑 인사 많이 했는데? 어제 밤에도 하고 오늘 아침에도 했는데?"
"응? 와 성이름 뭐냐? 전원우랑은 벌써 친해진 거야? 둘이 언제 또 만났대? 어제 밤에 얘기했다고? 어머 세상에나, 밤에? 둘이서?"
전원우는 김민규는 내가 알아서 처리하라는 건지 그 말 한 마디만 던져 놓고 가 버렸다. 상황을 모르는 사람의 입장에서 들으면 당연히 오해의 소지가 있는 말인데, 설명할 틈도 없이 쏘아대는 김민규를 어떻게 납득시켜야 할까. 도대체 뭐가 배신이라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김민규는 수업시간 내내 눈만 마주치면 나보고 배신자라고 했고, 그럴 때마다 내가 설명하려 하면 '됐어, 배신자 말은 안 들어.' 이러고는 별로 열심히 할 것 같아 보이지도 않는 공부를 하는 척했다. 이런 대화 같지 않은 대화가 몇 번 오가는 사이 나름 어색한 게 풀어졌다.
쉬는 시간이 되면 같이 놀 친구도, 할 일도 없는 나는 책상에 엎드려 자기 시작했고, 김민규는 기다렸다는 듯이 책상을 치며 일어나 복도로 달려 나갔다. 그렇게 잠이 들락 말락한 상태로 엎드려 있었는데 누군가가 내 옆에 앉는 소리가 들렸다.
"아, 성이름 배신자야 진짜."
김민규네.
나는 똑바로 앉으면서 나도 모르게 소리 질렀다.
"도대체 뭐가 배신이라는 건데!"
사람들의 눈길이 느껴졌다. 너무 크게 말했나. 김민규는 내가 화난 줄 알았는지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아니야, 미안해. 그냥 장난이었지. 화까지 낼 필요는 없었잖아... 그냥 친해지려고..."
"알아, 장난인 거. 미안, 나도 모르게 소리가 좀 크게 질러졌네."
"그런데, 너네 진짜 어제 밤에도 만나고 오늘 아침에도 만나고 막 그랬어? 그런 거야?"
"만난 건 맞는데-"
"헐! 진짜로 만난 거야? 난 전원우가 장난치는 건 줄 알았더니! 이 시키가 다 컸네 혼자서 여자도 만나고!"
"일부러 만난 게 아니야."
"말이 돼? 앞집 살지 않는 이상 밤에 실수로 만날 수가 있어?"
"앞집 살아."
"앞집 살아? 너네 둘이 앞집 산다고? 헐, 전원우 배신이네. 어제는 막 너 귀여운 거 같다고 난리 치더니 앞집 사는 것도 안 알려주고!"
"뭐?"
내가 잘못 들은 건가. 전원우가 나보고 뭐라고 했다고? 김민규한테 되물으려는데 뒷문으로 전원우가 들어와 김민규한테 와서 장난을 걸기 시작했다. 뭐가 좋은지 계속 해맑게 웃으면서 김민규의 팔을 들었다 놨다 하는데 김민규가 뿌리치며 말했다.
"너 성이름 앞집에 산다며! 아니 정확히는 얘가 네 앞집에 산다고 해야 되나? 어쨌든! 왜 말도 안 해주고!"
"그걸 내가 너한테 말해야 되냐?"
"당연하지!"
"왜?"
"그냥!"
뭐지 저건. 저러고선 재미있는지 또 둘이서 해맑게 웃는다. 나는 그럼 다시 엎드려서 자도 되는 건가, 졸린데. 김민규 눈치를 보니 나랑의 대화는 이제 끝난 것 같아 보여 '아, 졸려!" 라고 하면서 엎드렸다.
"너 혼잣말 영어로 안 하고 한국어로 하네?"
이제 좀 자려고 했더니 또 김민규가 쓸 데 없는 주제로 말을 건다. 내가 대답을 하기 전에 전원우가 먼저 말했다.
"뭐래... 졸리다잖아 좀 자게 놔 둬."
그러고선 앞 자리의 의자를 뒤로 돌려서 앉는 소리가 들렸다. 둘이서 몇 마디 나누더니 전원우가 나를 툭툭 건드리며 조용히 말을 걸었다.
"졸려?"
응, 심하게 졸리다. 김민규보고 자게 좀 놔두라고 한지 몇 분이 지났더라. 1분도 안 지난 거 같은데. 대답해야 할까 말아야 할까 고민하다 그냥 자는 척을 하기로 결심하고 조용히 엎드려 있었다. 몇 초 후에 전원우가 혼자 '많이 졸린가 보네.'하는 소리가 들렸다. 자려고 마음 먹었을 때보다 자는 척하려고 했을 때가 잠이 더 잘 왔다. 반 쯤 잠에 들었을 때 옆에서 김민규랑 전원우가 하는 대화가 살짝씩 들려 왔다. 처음에는 남자애들이면 누구나 하는 그런 뻔한 축구 얘기에서부터 시작해서 나는 처음 들어보는 이름의 친구 얘기를 하다가 내 얘기가 나왔다.
"그런데 너네는 어쩌다 어제 밤에 만났냐?"
"앞집이라고 말했잖아..."
"아니, 앞집이라고 누구나 다 만나고 그러냐? 난 내 앞집에 누가 사는지, 살기는 하는지도 몰라."
"너는 아파트 아니고 주택이잖아 병신아."
"아니, 그렇긴 하지만... 그래도!"
"성이름네 집 택배가 우리 집으로 잘못 와서 갖다주다가 만났다, 왜."
"진작 이렇게 말했으면 됐을 것을... 그래서 둘이 그냥 택배만 받고 끝인 거야? 에이, 시시하게."
"택배만 받고 끝이었겠냐."
택배만 받고 끝 아니었나?
"응, 너라면 충분히 가능해."
"이게 진짜,"
"그럼 택배 말고 또 뭐가 있었는데?"
"그냥, 뭐... 내가 전화번호 물어봤는데-"
"전화번호오-? 헐! 어머나 세상에, 우리 원우 많이 컸네?"
"아, 좀. 뭐라는 거야."
"그래서 전화번호 받고 서로 카톡하고 그런 거야?"
"...아니."
"그럼 카톡도 못 했냐? 에휴 그러면 그렇지. 네가 그래서 모솔인 거야."
"전화번호를 안 줬어."
"에? 전화번호를 안 줬다고?"
김민규 혼자 웃기 시작했다. 아 시끄러워. 엎드려서 자고 있는 내 등을 때리면서 한참을 웃었다.
"차였네 전원우? 처음으로 전화번호 따려다 차이다니."
"차인 거 아니거든? 상황이 그렇게 됐어."
그때 수업 시작을 알리는 종이 쳤고 나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일어나 교과서를 폈다. 수업을 듣는데 자꾸 옆에서 누군가 쳐다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무시하려 했는데 너무 거슬려서 옆을 돌아 봤더니 역시 김민규가 생글생글 웃으며 날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난 한심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어주고선 다시 수업에 집중하려고 노력했다. 잠시 후에 김민규도 날 쳐다보다가 혼자 푸핫 하고 웃더니 수업을 듣...는 게 아니라 자기 시작했다.
그렇게 하루가 지나가고 드디어 집으로 돌아갈 때였다. 전원우는 자연스럽게 김민규 옆으로 와서 일으켜 세우며 가자고 말했다. 나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야 성이름!"
김민규가 나를 불렀다.
"응? 왜?"
내 쪽으로 걸어와서 핸드폰을 내밀었다.
"전화번호 좀 알려주라."
"어? 알았어."
나는 김민규의 핸드폰에 내 전화번호를 찍었고 전원우는 왠지 모르게 민망해하는 표정이었다. 나는 그대로 집으로 가기 시작했는데, 한 가지 까먹고 있었던 게 있다면 전원우랑 내가 바로 앞 집에 산다는 것이다. 즉, 우리는 원하지 않아도 집에 같이 가야 했다. 김민규랑 전원우는 항상 그랬다는 듯이 매우 자연스럽게 둘이서 걸어갔고, 나는 그 앞에서 혼자 멍 때리며 걸어갔다. 걷기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전원우는 내가 앞에 있다는 걸 인지하고 일부러 작은 목소리로 김민규에게 말하기 시작했다.
"너 뭐하냐?"
"뭘?"
"몰라서 물어? 너 일부러 나 쪽팔리게 하려고 그러냐?"
"아, 전화번호? 아닌데? 난 진짜 그냥 순수하게 짝이어서 번호를 알고 싶었을 뿐인데?"
전원우가 김민규를 때렸는지 퍽 소리 다음에 김민규가 아! 하고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전원우랑 김민규가 멈춰섰고, 이어서 서로 인사를 했다. 여기서 전원우랑 김민규네 집으로 가는 길이 갈리나 보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면서 계속 걸어가고 있었는데 뒤에서 누군가 뛰어오는 소리가 들리더니 내 어깨를 잡았다. 뒤돌아 봤더니 역시 전원우다.
"어... 안녕?"
엄청 중요한 일이 있는 것처럼 달려와서 어깨를 잡아 돌리더니 하는 말이 '안녕'이었다.
"안녕?"
"같이 갈래?"
"뭐?"
"우리 어차피 같은 데에 사니까, 집 같이 가자고."
"같이 가기 싫어도 같이 가야 되지 않냐?"
"뭐 그렇긴 한데..."
서로 아무 말 없이 걸어가고 있었다. 날씨가 추울 거라 예상하고 겉옷을 입어서 그런지, 어색한 공기 때문인지 갈수록 덥게 느껴졌다. '아, 더워.' 하고 한숨을 쉬고선 계속해서 걸어갔다. 옆에서 전원우가 자꾸 말을 꺼내려다 마는 게 보였다. 무슨 말을 해야 적절할지 생각하는 중인 건가. 사실 나는 지금 전원우가 아무 말이라도 꺼내 줬으면 좋겠다, 적어도 말하는 도중에는 지금만큼 안 어색하겠지. 저쪽에 편의점이 보였다. 집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의미다. 어색한 걸 정말 싫어하는 나는 이 상황에서 1초라도 빨리 벗어나고 싶어 편의점을 지나쳐 집을 향해 가려고 했는데, 편의점 앞에서 전원우가 내 팔목을 잡아 끌었다.
"편의점 가자."
"뭐?"
"편의점 가자고."
그래서 얼떨결에 나랑 전원우는 편의점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어, 저... 뭐 먹을래? 아니, 아까 덥다고 하길래 마실 거라도 하나 사주고 싶어서."
"괜찮은데."
나는 정말 괜찮아서 괜찮다고 했는데 전원우는 아니라며, 자신이 사주고 싶어서 그렇다며 먹고 싶은 거 있으면 아무거나 골라 보라고 했다. 나는 딱히 먹고 싶은 게 없어서 가만히 있었더니 전원우는 조용히 둘러보다가 그럼 자신이 먹고 싶은 걸 먹으라고 하고서 녹차라떼 두 개를 집어 계산했다. 나도 녹차라떼 좋아하는데. 오늘 아침에도 사 먹었지만 계속 먹어도 질리지 않는다.
"고마워."
"어? 응, 맛있게 먹어."
그렇게 아까와 달라진 건 우리 손에 녹차라떼가 들려있었다는 것 뿐이었다. 어색한 분위기는 사라질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그렇게 집에 거의 도착했다.
"성이름, 나 너 번호 좀."
핸드폰을 내밀었다. 나는 핸드폰을 받아서 전화번호를 찍어 줬다. 오늘 내 번호가 많이 팔리네. 괜히 인기가 많아진 듯한 기분이었다. 그렇게 우리는 같은 엘레베이터를 타고 같은 층에서 내려 서로 다른 집으로 들어왔다.
"안녕히 다녀왔습니다!"
역시 아무도 없다. 가방을 내려 놓고 옷을 갈아입자마자 그대로 침대에 누웠다. 왠지 모르게 피곤한 하루였다. 어제와는 다른 느낌이었다. 어제는 그냥 단순히 졸려서 잠이 잘 왔던 거라면, 오늘은 피곤해서 빨리 잠들고 싶었다. 그렇게 멍하니 누워서 천장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전화가 걸려왔다. 핸드폰을 들어 번호를 확인하려는 순간 전화가 끊겼다. 뭐지. 다시 전화를 걸기 위해 통화 기록에 들어갔는데 통화 버튼을 누르기 직전에 문자가 왔다.
나 전원우
그냥 저장해 놓으라고...
전원우였구나. 하긴, 내 전화번호만 주고 상대방 전화번호는 안 받아 왔으니. 그럼 김민규 전화번호도 따로 물어봐야 하나. 전원우가 보낸 문자에 답을 해야 하는 건가? 이런 상황에서는 대부분 뭐라고 대답하지? 고마워? 고마울 상황은 아닌데, 그냥 '응'이라고 하기도 좀 그렇고. 망설이다가 그냥 답을 안 하기로 결정했을 때, 문자가 왔다.
내일 봐
이건 대답하기 쉽지, 하고 '그래'라고 보내려고 했는데, 문자가 하나 더 도착했다.
아 우리 내일 학교 같이 갈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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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시험기간에는 제발 공부를 하자! 라고 생각하면서도 계속해서 올라오는 어제 팬싸 고화질에 마음이 너무 두근대서 공부에는 어차피 집중이 안 되더라고요 ㅋㅋㅋ 그래서 그냥 시험 점수는 포기하기로... 가 아니라 이거 올리고 나서 더 열심히 해야겠죠!? 음 어쨌든 진짜 별 재미 없는 글인데도 항상 읽고 예쁜 댓글들 많이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ㅜㅜ 항상 달아드리려고 노력하는 답글에 제 마음을 다 담을 수 없는 게 제일 아쉬워요. 그럼 다음에는 꼭 더 재미있(고 길)게 써오도록 하겠습니다! 이번 주 목요일 전에 오면 좀 혼내주세요!!! 사랑합니다♥ |
| 암호닉 |
♥ 닭키우는순영 우리원우 넌나의첫번째 일공공사 쭈뿌쭈뿌 지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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