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도치않았던 니니특집에 이어 니니빙의글^♡^
[EXO/종인] 장마 W.백라잇 |
나는 유독 여름이 싫었다. 딱히 좋아하는 계절이 있는 것도 아니었지만 여름은 정말 몸서리 칠 정도로 싫었다. 초등학교 4학년 때였나- 학교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가려는데 비가 세차게 내린 적이 있었다. 다른 아이들은 저마다 부모님 손을 잡고 오순도순 집으로 돌아갈 때, 내 옆에 있던 사람은 그 날도 검은 정장을 차려 입은 기사 아저씨였다. 어린 마음에 속상한 나머지 기사 아저씨 손에 들려있던 분홍색 우산을 내팽개치고 그대로 꼬박 1시간을 걸어 비를 쫄딱 맞으며 집에 도착했었다. 콜록콜록- 기침을 하고 들뜬 숨을 내뱉으며 현관에 서 있던 나를 가장 먼저 반기는건 역시나 또 유모였다. '아이고머니나!' 하고 머리부터 발 끝까지 잔뜩 젖은 나를 보며 놀란 유모가 수건을 가지러 돌아간 사이 왠일로 일찍 퇴근한 엄마가 방에서 나왔다. 반가운 마음에 웃으며 엄마를 부르려는 찰나, 그녀는 내게 한심하다는 듯이 말을 건넸다.
그리고 그 다음 날도 비가 세차게 내렸고, 부모님은 이혼을 하셨다. 어린 나이에 충격이 컸었다. 그 이후로 비가 내리는 날이 싫었고, 자연스레 여름이 싫어졌다. 오늘처럼 우산을 가져오지 않았는데 예고도 없이 비가 내리는 날이면 더 더욱-
신발장 앞에 서서 멍하니 비가 오는 것만 쳐다보는데 문득 옆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고개를 돌려보니 조금 까만 피부에 짙은 쌍커풀과 두터운 입술, 큰 키로 날 내려다보고 있는 남자가 하나 서있었다. 힐끗- 시선을 돌려 명찰을 바라보니 '김종인' 이라는 이름이 정갈하게 적혀있었다.
"………?" "버스 121번 타지." "뭐?" "가자"
멍한 듯? 아니, 짙은 쌍커풀 때문인지 깊은 생각에 잠긴 것 같아 보이는 눈으로 대뜸 말을 건넨 남자가 이내 내 손목을 잡고 자기 쪽으로 나를 끌었다. 금새 우산 안으로 들어온 내 어깨에 자연스럽게 손을 올리고 걸음을 옮기는 남자였다. 뭐라고 반박할 타이밍도 없었을 뿐더러 어처구니가 없어 무슨 말을 해야할지도 난감했다. 어려서부터 부모님 손에 이끌려 의도치않게 다녔던 여러 연회장 속의 어린 나는 그저 두 분의 허울뿐인 부부 사이를 증명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때문에 이렇다할 친구도 없었고 누군가와 제대로 된 대화를 해 본 기억도 없었다. 항상 내 옆엔 나를 자신의 딸 처럼 아껴하고 안쓰러워하는 유모와 기사 아저씨 뿐이었다.
그 종인이라는 남자는 버스 정류장까지 내게 어깨동무를 한 채로 걸었다. 그리고 정류장에 도착하자 말 없이 우산을 접고 버스를 기다렸다. 시간이 얼마 지나지않아 도착한 버스는 121번이 아니었다. 하지만 남자는 버스를 탔다. 내게 안녕- 이라는 짧은 인사를 남기고.
그 날 이후로 이런 웃긴 상황은 계속되었다. 비오는 날이면 어김없이 같이 우산을 쓰고 정류장까지 걸었고 너는 47번 버스를, 나는 121번 버스를 탔다. 그 상황을 더 우습게 만든건 우리는 지금까지 단 한번도 대화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오히려 그 편이 훨씬 편하고 좋았다. 대화를 꺼리는 나를 아는지는 모르지만, 대화 없이도 그는 나를 편하게 만들어주는 것만 같았다. 이름이나 나이쯤이면 쉽게 물어볼만도한데 이상하게도 김종인은 내게 아무말을 건네지 않았고, 그에 맞춰 나도 딱히 뭔가를 말하지는 않았다. 그래서 난 네가 나와 같은 학교에 다니고, 이름이 김종인이라는 사실 밖에 알 수 없었다.
그렇게 한 학기가 끝이나고 방학식 날이 되었다. 더 이상 비가 오는 날에 김종인을 만날 수 없다는 생각에 이상하게 마음이 조금 불편했다. 초조한 마음에 창문만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마지막 날인데도 애석하게 오늘, 비는 내리지 않았다. 종례를 마치고 한참을 신발장 앞에서 멍하니 서 있다 나가려는 날 누군가가 불렀다. 김종인이었다.
"…응" "그럼 타."
자전거 뒷 자리에 앉으며 어깨를 잡을지 허리를 잡을지 망설이고 있자 김종인이 '잡아. 안 그러면 다쳐' 라며 힐끗 뒤를 돌아 나를 바라보았다. 웃으며 허리를 살짝 감싸자 배에 힘을 주며 살짝 움찔거리던 김종인이 큼큼- 헛기침을 하더니 폐달을 밟기 시작했다.
오늘따라 맑은 날씨와 함께 바람도 시원했다. 운동장을 가로질러, 비가 오는 날이면 너와 함께 말 없이 버스를 기다리던 정류장도 지나 너의 자전거는 우리 집 방향으로 향하고 있었다. 김종인의 등에 기대고있던 내가 고개를 들어 잠시 너를 바라보다가 이내 무슨 용기가 생겼는지 조심스레 말을 걸었다.
"나 원래 자전거 타고 다니는데." "어? 그럼 버스는?" "비오는 날만."
아아- 비가 오는 날은 자전거를 탈 수 없으니깐 버스를 탔던 거구나. 뭔가 기분이 묘했다.
대화를 하는 법을 배운다는 것조차 우스웠지만 나는 내가 알던 사람이 아닌 타인에게 자연스레 말을 걸고있었다. 그 것 또한 내게 크나큰 설레임을 가져다주고 있었다. 이 설레임이 김종인을 향한 것인지, 아니면 굳이 김종인 아니어도 가질 수 있는 감정인지는 중요치않았다. 그냥 지금 이 모든 상황이 좋을 뿐이었다.
또 한참을 말 없이 폐달을 밝던 김종인이 어느 쪽으로 가야 하냐며 질문을 던졌다. '오른쪽- 쭉 가다가 사거리에서 주택가로 들어가는 골목으로 들어가. 일곱번 째가 우리집이야' 그렇게 대답을 하자 고개를 끄덕이던 김종인에게 또 다시 말을 걸었다. 꼭 7살 수다쟁이가 된 것만 같았다.
"아침에 등교할 때마다 그 버스에서 네가 내리길래." "아아-" "예뻐서…," "…어?" "버스에서 내리는 모습이 예뻐서 너밖에 안보이더라."
쑥스러운 듯 큼큼- 하고 김종인이 또 헛기침을 했다. 간질거리는 마음에 웃으며 김종인의 허리를 좀 더 세게 끌어 안았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여름이 가는 바람과 함께 내게 새로운 사람이 찾아왔다.
Fin. |
+ 쓰니는 편애안해요 정말 의도한게 아니라구엿'^'
+ 진짜 옛~날에 써둔거라서 문체나 이것저것 다 엉망진창이네요ㅠㅠ그냥 재미로 읽어주세요..ㄱ껄껄
+ 신알신, 암호닉 해킹ㅋ해킹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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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택 3까지 나온 마당에 이나은은 진짜 불쌍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