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소 사랑하자
[EXO] 5년의 경계선 W.백라잇 |
7년 전의 꿈과 열정만이 가득했던 순진한 소년은 어느 새 어른이 되었다.
* * *
준면은 짜여진 것처럼 늘 같은 침대, 같은 방, 같은 향 안에서 익숙한 천장을 바라보며 눈을 뜨곤 했다. 하지만 요 몇일 익숙하지 않은 곳에서 지낸 탓인지 깊은 잠에 빠지지 못했다. 물론, 그 이유가 잠자리 뿐만은 아니겠지만 말이다. 고개만 돌려 창문을 바라보니 아직 해가 뜨려면 조금 시간이 남은 듯 보였다. 새벽 어스름이 가시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미약한 달빛에 적응하지 못한 두 눈을 느리게 껌뻑이곤 준면이 마른 한숨을 쉬었다.
모든게 익숙하고 순조로웠다. 많은 사람들 속에서 앞장 서 일을 하고 웃어주는 일, 으스러지는 정신 속에서도 꿋꿋히 서있는 몸뚱아리도 모두. 다만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익숙해지지 않는 한 가지가 있다면 이제 더 이상 온전히 느낄 수 없는 순진한 열정이었다. 창문 새로 들어오는 달빛에 밝아진, 마치 자신의 미래를 알려주기라도 하는 듯 하얗기만한 천장을 바라보며 익숙한 멤버들의 얼굴을 그리고 익숙한 손짓을 뻗었다. 하지만 금새 구름 새로 가려진 달빛처럼 잔상마저도 그렇게 사라져갔다. 한참을 멍하니 누워 천장을 바라보다 애써 몸을 일으켰다. 누워있던 자리에 고스란히 남은 따스함은 내 마음처럼 예전만 하지 못 했다. 가만히 빈 자리를 손으로 쓸다 시트를 움켜쥐었다. 누군가 나를 이렇게라도 붙잡준다면, 어쩌면 우리는 달라지지 않았을까 하는 못된 미련에ㅡ.
처음엔 고되기만했던 화려하고 바쁜 생활들이 5년 정도 유지되다 보니깐 이젠 그 편이 훨씬 익숙해졌나보다, 하고 준면은 생각했다. 고작 3일 째 홀로 휴식아닌 휴식-어쩌면 도피라고하는게 더 올바른 표현일지도 모르겠다.-을 취하고 있자니 온몸이 찌뿌둥하고 근질거리는 느낌이었다. 힘 없이 침대에서 내려와 슬리퍼를 직직-끌며 굳게 닫힌 방문을 열었다. 유난히 시끄럽게 들리는 방문 소리에 살짝 미간을 찌푸리곤 거실을 바라보며 또 다시 가만히 서서 눈을 껌뻑였다. 꼭 보이지 않는 경계선이 있는 것만 같아 쉽게 발걸음을 뗄 수 없었다. 가지런한게 놓여있는 가구들과 상반된, 곳곳에 널부러진 옷가지와 물건들이 숙소와는 다르게 익숙하지 않았다. 마치 이 곳에 있어선 안되는 것들이 고집을 부리고 자리하고있는 것만 같았다. 얼핏, 옷가지 좀 널부러트리지 말라던 민석의 말도 들리는 것만 같았다.
한참을 멍하니 서 있던 준면이 소매 끝자락으로 눈을 비비며 아이가 첫 걸음마를 떼듯 겨우 발걸음을 옮겨 냉장고 앞에 서선 또 다시 생각에 잠겼다. 떠들석하던 숙소 풍경과 목소리들이 자꾸만 맴돌아 머리가 더 지끈거렸다. 이젠 마음대로 쉬지도 못하는구나ㅡ.
스케줄표와 멤버들의 폴라로이드 등, 갖은 것들이 덕지덕지 붙어있던 숙소 냉장고와도 사뭇 달랐다. 지금 준면이 있는 이 곳은 숙소와 전혀 다른 세상에 놓여진 것만 같았다. 괜히 냉장고 표면을 쓸던 준면이 무미건조하게 문을 열었다. 아무 것도 없이 텅 빈 냉장고가 꼭 자신과 같아보였다. 지금, 준면에게 남은 것은 무엇 하나 없는 것만 같았다. 세상에 홀로서기하는 기분이 이런 것일까 싶기도 했다.
"…얘들아 뭐 먹을ㄲ,"
느리게 한숨을 쉬며 눈을 질끈 감은 준면이 습관적으로 혼잣말을 뱉다 멈칫했다. 습관이란게, 참 무섭구나 싶으면서도 스스로가 우스워 자리에 주저앉았다. 이제 벅차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자신이 'EXO' 라는 이름 아래 하나가 되어 이끌어왔던 동생들을 내치고 도망치 듯 온 것은 자신이었다. 너무나도 이기적인 행동이란걸 스스로도 알고있었다. 할만치 했으니, 짐 좀 덜어놓는 것이라고 삐뚤게 받아들여도 반박할 수 없었다. 이런 결정을 누가 준면에게 권유하거나 강요한 것이 아니었다. 순전히 자신의 선택과 판단 하에 내린 결정임에도 불구하고 준면은 혼란 속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마치 정수가 자신에게 내린 풀리지 못할 수수께기 같은 숙제, 혹은 미로인 것만 같았다. 차라리 미로였으면 길이라도 있을테니 방황 끝에 어떻게라도 하겠지ㅡ, 싶었다.
단 한번도 자신의 선택에 대해서 후회를 한 적이 없는 준면이었다. 설사 그 결정에 따른 댓가가 크거나 힘들더라도, 그 것 또한 모두 자신을 위한 경험일 것이라고 생각했고 독도 득으로 바꿀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준면은 누가보는 것도 아닌데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매마른 웃음과 함께 얼굴을 쓸어내리며 이번엔 밝은 척 웃어보았다. 가장 자신있는 것이었다. 나를 꽁꽁 숨기고 항상 웃으며 사람을 만나고 보내고 하는 일. 사람들은 그런 스포트라이트 아래의 꼭두각시 같은 준면을 원했다. 하지만 그것도 어느 순간부터는 다 부질없게만 느껴졌다. 자신이 언제 한 번 진짜 잘한 적이라도 있었나 싶은 의구심도 들을 지경이었다. 그런 자멸감 속에서도 스스로가 우스운건 꼭 어디에선가 누군가 보고 있을 것만 같아 혼자 남은 이 순간 조차-이번 뿐만 아니라 사실 그 동안 언제 어디서나-쉽게 울지도, 아파하지도 못한다는 사실이었다. 말 없이 사라진 자신을 제외한 12명의 멤버들이 혼란스러워할 것이란걸 뻔히 알고 있었다. 그들 또한 자신처럼 힘들어하길 바라는 준면은 아니었지만 같이 있는 것 또한 고역이었다. 바라보기만 하는 것도, 혼자 남겨지기에도 준면은 무서웠다. 결국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겁쟁이였으나 그래봤자 결론은 늘 제자리 걸음이었다. 돌아서려하면 붙잡는 추억과 그 동안의 명성, 성과들 때문에 준면은 한 없이 작아지고 말았다.
이 시련을 겪고 나면 준면은 또 다시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원래의 자리로 돌아갈 것이라 믿어 의심치않았다. 이번이 유독 지치고 길어질 뿐이라고, 어서 떨쳐내야한다고 생각했지만 마음처럼 쉽지는 않았다.
스크린 속 영화가 상영되 듯 자꾸만 아른거리는 지난 날들이 괴로워 준면은 다시 힘겨운 발걸음을 옮겨 소파에 몸을 한껏 웅크리고 앉았다. 멤버들과 함께 있을 땐 지금 이 곳보다 배는 컸던 숙소에 비해 한참이나 작은 공간이었다. 혼자 살기에 딱 적당한 집이라며, 가끔 자신만을 위해 또 다른 보금자리를 만들었던 이 곳이 지금은 참 쓸모없이 크고 공허하게만 느껴졌다. 그 공간 속엔 오직 준면의 흐느낌만이 울려퍼질 뿐이었다.
* * *
"곧 돌아오겠죠. 형도 많이 복잡할거에요. 그냥 둬요." "이번엔 정말 심각한 것같으니깐 그렇지. 언제까지 다 모른 척하고 나몰라라 할건데?" "그럼 가서 억지로 끌고올까요? 지금 가서 무슨 얘길해도 돌아오기엔 힘들어요. 준면이 형 성격 알잖아요. 이해해도, 몸으로 쉽게 따를 수 없는 부분이라구요. 우리가 다 그랬던 것처럼." "………." "우리 중에 누구하나 뭐라 말할 수 있는 사람 없어요. 똑같이 다 책임이 있다는 거에요. 기어이 형도 우리처럼 무너진거죠." "종인아, 말이 심하잖아." "알면서 모른 척하는 것도 웃겨요. 그냥 그렇다 인정하고 차라리 마음을 비운다거나 다같이 생각을 좀 더 하는 편이 빠르지 않을까요?" "………." "준면이 형이 무너지지 말라는 법, 약한 모습 보여서는 안된다는 법 없어요. 형도 결국 우리처럼 똑같이 힘든거잖아요."
무심한 듯 가사지를 뒤적이던 종인의 말에 그를 향해 내려앉는 민석의 시선이 상당히 날카로웠다. 그런 두 사람을 지켜보던 크리스가 말 없이 민석을 끌어당겨 자리에 앉혔다. 거칠게 앞머리를 쓸어넘기던 민석이 결국 담배곽을 챙겨 녹음실을 떠났다. 그런 민석을 애처롭게 바라보던 종대 역시, 살짝 눈치를 보며 자리를 피했다.
준면을 제외한 12명의 멤버들이 모두 모인 지금, 평소와는 다르게 무거운 침묵만이 자리하고 있었다. 제각각 눈치를 보거나, 애써 아무렇지않은 척 한다거나, 깊은 한숨만 내쉴 뿐이었다. 답답한건 모두 마찬가지였지만 이렇다할 뾰족한 수가 없었다. 그 중에서도 제일 심난한건 크리스였다. 같은 리더로써 준면을 뒷받침하고 멤버들을 함께 보살폈어야 했는데, 감각이 무뎌진 것인지 아니면 저 또한 무심해진 것인지 몰라도 이 사태를 막지 못했다는 자책감이 컸다. 무뚝뚝해도 할 말은 하는 크리스와는 다르게 준면은 항상 남의 이야기를 듣고 도와주기만했다. 언제 한번은 그런 준면이 걱정되어 자신과 루한이 다그친 적도 있었지만 준면은 본성 자체가 그런 사람이었다. 그래서 자신보다 준면이 더 리더 자리에 적합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알게모르게 크리스 또한 준면을 의지한 면도 없지않아 있었다. 크리스를 포함한 동갑내기 루한과 여린 레이와 타오 또한 자신처럼 타국 생활의 고충을 그에게 의지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아마, 준면은 서서히 감당하기 힘들었던 부분을 아슬하게 잡고있다 결국 한 순간에 터트린 것 같았다.
그런 준면이 멤버 중 유일하게 속내를 터놓을 수 있는 사람이 종인이었다. 두 사람이 가장 오랜 세월을 함께 지내왔기 때문이다. 가끔 준면이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일 때면 뒤에서 멤버들을 다독이며 준면을 위해준 것도 늘 종인이었다. 그래서 멤버들은 종인을 두고 부반장이라며 제법 묵직한 별명을 지어주기도 했었다.
이번에도 역시 종인은 아무렇지않게 준면의 편에 서서 멤버들을 다그쳤다. 예민한 상황이니만큼 돌아오는 말 또한 살짝 뼈가 있었지만 종인은 개의치않아했다. 쉼 없이 달려온 그간의 생활에서, 이제는 현실을 직시할 때가 온 것이란걸 가장 먼저 직감적으로 느낀 사람이 종인이었기 때문이다.
"이번 앨범 작업 못하면 앞으로 적어도 2,3년은 다 같이 활동 못해. 너 지금 그거 감안하고 무작정 기다리자고만 하는거야?" "쉴 때 개인 활동했던 것처럼 지내면 되잖아요. 사이가 틀어진 것도 아니고 왜 그걸 걱정해. 그리고 다들 이쯤되면 그 정도 휴식기는 갖잖아요." "종인이 말대로 우리가 조급해하는걸 수도 있어. 그래도 마지막으로 건전한 욕심 한 번 부리자는데 그게 그렇게 잘못된 것도 아니잖아. 제대로 한 번 다같이 앨범내서 예전처럼 활동하고 싶어서 무리해서라도 그렇게 하자고 결정 내린거고. 솔직히 우리가 이제 다같이, 언제 이렇게 다시 모일줄 알아…." "………." "타오도 이번 앨범 때문에 영화 촬영 겨우 겨울로 미뤘어. 앨범 활동 끝나면 바로 촬영 들어가도록. 나랑 백현이랑 종대도 유닛 앨범 작업 중단했고. 아무튼 다들 이번 앨범 준비하려고 개인 활동 미뤄두고 완전체 활동에 전념하기로 했잖아. 준면이 형이랑 민석이 형 군대가서 빠지고 난다 한들, 결국 10명이서 함께 앨범 작업하는 것도 쉽지 않다는 얘기야."
이런 상황에서도 종인만큼이나 제법 담담하게 이어지는 경수의 말에 종인이 순간 멈칫했다. 그런 종인을 본 세훈과 다른 멤버들도 이에 질세라 한 마디씩 거들기 시작했다. 가만히 멤버들의 말을 듣던 종인이 드디어 손에서 가사지 뭉텅이를 내려놓고 멤버들의 얼굴을 찬찬히 살펴보았다. 데뷔 이 후, 1년의 오랜 휴식기 끝에 발매한 정규 1집이 제대로 성공하면서 동방신기 이래로 제대로 세대교체에 성공한 대세 아이돌이란 거대한 타이틀을 거머쥐고 달려온 시간이 5년. 그렇게 엑소가 벌써 7년 차 아이돌이 되었다. 그런 세월의 흐름을 대변해주 듯 모두가 처음 만났을 때의 앳된 모습들은 이제 거의 사라지고 없었다. 19살의 막내 세훈도 이젠 25살이 되었다. 많이들 성숙해진 모습에 거울을 통해 자신의 얼굴도 한참을 바라보던 종인의 말문이 트일 때까지 또 다시 침묵이 찾아왔다.
거울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고 생각에 잠긴 듯했던 종인이 진동이 울리는 핸드폰을 바라보며 인상을 쓴 채 멤버들의 눈치만 보는 찬열에게로 시선을 옮겨 그를 가만히 바라만 보았다. 그제서야 굳게 닫혀있던 종인의 말문이 트이고, 찬열을 제외한 멤버들이 그의 말에 하나 둘 집중했다.
"만약에…우리가 이번 앨범을 위해서 준면이 형을 옥죄었다가 혹시나 잘못된다면, 감당할 수 있겠어요?" "너 무슨 말을 그렇게...!" "제발 제가 이렇게 고분고분 얘기할 때 조금만 더 생각들 좀 해봐요. 아까도 말했지만 섣부르게 행동하면 안된다는거 알잖아요. 그냥 노파심에 하는 얘기도 아니에요. 자꾸 형한테만 모든걸 떠넘기지 말아요, 우리." "어떻게 보면 그게 리더가 할 일 아니야?"
핸드폰만 바라보며 시종일관 침묵을 지키고 있던 찬열이 말을 꺼내자 멤버들이 모두 그 자리에서 굳었다. 백현이 하지 말라는 듯, 찬열의 팔을 살짝 잡았지만 소용없었다. 한숨을 쉬며 자신의 짐을 챙겨 자리에서 일어난 찬열과 잔뜩 인상을 찌푸린 종인의 시선이 부딫혔다. 불안한 마음에 덩달아 일어난 백현 역시 박찬열-하고 읊조리 듯 찬열을 말렸지만 들을리 만무했다.
"리더라는게, 그런 자리라고 김종인. 언제까지 준면이 형만 오냐오냐 하면서 편들어줄래? 그러니깐 자꾸 나약해져서 우리까지 이렇게 되는거잖아." "박찬열, 그만해." "변백현 너도 마찬가지야. 멤버들 하나씩 신경쓰면서 정작 너는 돌본 적있어? 결국 준면이 형이던 우리던 각자 다들 미련해 자빠져선 빼도 박도 못하게 된거라고." "………." "각자 위치가 있으면 그 위치 지키고, 다른 사람들한테 피해 안가게 해야지." "너 지금 말 다했어?" "그래 다했다 씨발. 내가 연애하는거 반대하면서 지랄할 때부터 알아봤다. 아주 그냥 꼴 보기 좋네."
거칠게 욕설까지 내뱉으며 화를 토하던 찬열이 씩씩 거리며 백현의 팔을 쳐냈다. 울 듯한 얼굴로 주먹을 그려쥐는 백현을 세훈이 슬며시 이끌어 자리에 앉히곤 조용히 달랬다. 그와 동시에 자리에서 일어난 크리스가 녹음실을 나가려는 찬열 앞에 섰다. 그리고, 금방이라도 사고를 칠 것처럼 화를 주체하지 못하는 찬열에 얼굴에 그대로 주먹을 내다 꽂았다. |
+ 오랜만이에영 개강하자마자 과제에 치이고 개총에 치인 대딩징어 못난징어 흡
+ 앞으로 조각글 5개씩 올릴까 아님 10개씩 올릴까......고민고민하지마 걸 결론은 아무도 몰라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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