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와... 여자가 이렇게 욕 잘하는거 처음봤어요. 완젼 입에 찰싹 달라 붙던데요? ㅋㅋㅋ
어쩌지... 이 남자 내가 욕하는걸 다 들어버렸다.
***
이 넓고 넓은 영국 런던에서 하필 이런 타이밍에 팬질하던 기성용을 만날줄이야....
물론 사인회, 축구장을 따라다니진 않았지만 이미 내 외장 하드는 청소년국대 시절부터의 기성용 짤과 경기 동영상, 팬픽 등으로 가득차 있었고
기성용과 만나는 므흣한 망상들을 수도 없이 많이 해왔었지만 이건 아니다. ... 아니라고!!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할지.. 아무 생각이 안나는데 또 입이 방정, 제가 식빵하나는 기성용선수 만큼 찰지게 굽죠 ㅎㅎㅎ
아........ 망했다...
- 푸핫, 저보다 더 찰지시던데요. ㅋㅋㅋㅋ 그나저나 보험회사엔 전화 했어요?
이 남자가 보험회사 얘길 꺼내니 아.. 또 확 올라오네? 보험회사에선 퇴근시간이라고 내일 전화하라고 해서
아주 초 난감한 상황이라고 설명하고 있는데 어디론가 전화를 걸더니만 15분 안으로 렉카차가 온단다.
네? 응? 자기집 근처에 단골 카센터에서 연락을 했으니 기다리라고 한다.
우왕........... 구세주!!! 진짜 진짜 감사드린다고 말하면서 내 인생 최고의 은인에게만 보여주는 필살 구십도 배꼽인사를 꾸벅 하니 또 웃는다.
렉카차를 기다리며 어색한 분위기좀 면하고자 묻지도 않은 말들을 주절대기 시작했다.
파견근무로 런던에 왔고, 도착한지는 삼일 밖에 안됐고, 차는 비상금까지 탈탈 털어 장만한 귀중한 마이카이고
신사의 나라라는 영국 사람들이 지들 퇴근시간이라고 매정하게 고객 전화를 끊을 수가 있느냐 고객이 왕인데 코쟁이들은 이래서 안되는 거라고!.
나 혼자 신나게 주절주절. 이 남자는 뭐가 또 그리 재미 있는지 계속 웃고만 있다.
흠.. 허파에 바람이 든건가... 내가 개그감이 좀 있긴 하지만 하나도 안 웃긴데 왜 자꾸 웃는겨???
- 지프차 여자 오너도 처음봐요. 그것도 강렬한 새 빨간색. 어? 가방도 빨간색이네..
가만있자 다이어리도 빨간색이죠? 빨간색 진짜 좋아하나봐요.
그래. 나 빨간색 덕후다.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꾹 참고 제일 좋아하는 색이 빨간색이라 어쩌다 보니 대부분이 빨간색이네요.. 하하하..하..
지프차는 스무살 때 모터쇼에서 본 뒤로 홀딱 반해 버렸고, 당장은 살 수 없으니 대리만족으로 프라모델을 구입해 책상위에 올려 놓고
멋진 커리어우먼이 되서 널 겟하고 말겠다고 밤낮으로 기도하고 기도했다고 설명하였다.
- 빨간색 덕후에 프라모델까지... 집착도 쩌네요 ㅋㅋㅋㅋㅋㅋ
뭬야!! 이자식.. 집착이 뭔지 모르네!! 한번 보여줘? 내가 또 한 집착 하는데. 순간 욱 했지만 어금니를 꽉 깨물고
빨간색 덕후는 쿨하게 인정! 벗트 그러나, 차는 집착이 아니라 커리어 우먼의 로망이죠♡라며 싱긋 웃어보였다.
이렇게 이 남자가 한마디 하면 나는 열마디 스무마디 하다보니 렉카차가 도착했다.
내 차는 만신창이가 되었으니 자기차를 타고 가자며 내 짐을 자신의 트렁크에 실고 있는게 아닌가.
순간 이대로 따라가도 되는 건지... 니가 안가면 어쩔껴? 라는 마음의 소리에 카오스 상태에 빠져있는데 뭐해요? 빨리가자고 보챈다.
에라 모르겠다. 아는 사람도 없는데 초초초 행운이라 생각하며 차로 걸어가는데 아 뭐여... 이 남자 또 웃어.. 진짜 허파에 바람이 들어갔나...?
선글라스를 벗고 눈을 흘기며 왜 자꾸 웃냐고 다그쳤다. 어라. 이 남자 시선이 점점 아래로. 뭐야 이자식 어딜쳐다봐.... 기성용 시선을 따라가니
- 계속 맨발의 행진 찍으실꺼예요? ㅋㅋㅋㅋㅋㅋ
으악.!! 발 아파서 아주 잠깐 벗고 있었다고 쿨한척 하니까 매장 입구에서부터 맨발로 걸어온거 다 봤댄다.... 지쟈스..
순간 얼굴이 빨개진것 같았지만 아아.. 그래요? 쿨하게 대답하곤 빗물에 더러워진 발을 물티슈로 대충 닦은 후 구두에 발을 구겨 넣고 차에 올라 탔다.
뒷꿈치가 까졌는지 욱씬거린다. 힝... 까졌나봐... 작게 내 뱉은 말인데 자 하면서 대일밴드를 주고는 출발한다.
뭐여.. 귀도 밝아.. 소머즈인가.. 생각하고 있는데 집이 어디냐고 묻는다. 우연인지 다행인지 이 남자와 내 집은 한 블럭 차이였고, 카센터는 서로의 집 가운데에 있었다.
순간 정적이 흐르고... 잠깐의 막이라도 참지 못하는 병이 도져 수다 발동. 묻지도 않았는데 또 혼자 주절대기 시작했다.
기성용 선수 진짜 자상하네요. 얼굴도 잘생겼어, 키도 커, 축구도 잘해.. 가만히 있어도 여자들이 줄줄줄 따르겠어요 그렇죠?
나도 여자지만 요즘 여자들이 어~~~~~~~~~~마 어마한 썅...... 아니, 여우들이 많으니까 조심해요!! 얼굴 이쁘고 몸매 좋다고
막 퍼주지 말고. 여친이랑은 헤어졌어도 한달에 한번씩 날라오는 카드 명세서로 인해 아름다웠던 추억마저 주옥이 될 수도 있으니까....ㅋㅋㅋㅋ....ㅋ..ㅋ....
............ 아놔.. 또 쓸데 없는 오지랖... 하하... 제가 오지랖이 쫌 많이 넓어요.. ㅎㅎㅎㅎ 누나의 마음 이랄까?
- 에? 누나요? 몇살이신데요?
아하! 그러고보니 우리 제대로 통성명도 안했다. 나는 이 남자를 알지만, 이 남자는 나를 모르지.
아직 명함이 나오지 않은 관계로 예전 한국에서 쓰던 명함 한장을 꺼내 건내며
이름 000. 한국나이로 꽃다운 방년 이십칠세. 이렇게 제 은인이 되어 주시다니.. 가문의 영광이라고 말했다.
- 스물일곱이요? 와... 나랑 동갑인줄 알았는데 ㅋㅋㅋ
내가 아무리 짱팬이라 했어도 립서비스는 안해도 된다고 말하니 진짜란다. 한살이라도 어려 보이고 싶어서 앞머리 잘랐는데
성공한거 같다고 받아치니 진짜 레알 진심이라고 믿어 달란다. 올.. 기성용 너 여자마음 쫌 안다?
- 컴퓨터 프로그래밍 하시나봐요. 제 노트북좀 고쳐주세요. 새로 산지 육개월도 안됐는데 계속 렉걸리고 느려져요.
- 엥? 육개월만에 렉걸리고 느려졌다구? 흠... 그럴 땐 컴을 껐다 키세요. ㅋㅋㅋㅋㅋ ...... 이거 웃긴건데.. 개드립이 안먹히네요..
여튼, 야동 그만 다운 받아봐요. 그러니까 컴이 벌써 고장나지. ㅉㅉㅉㅉ 요즘 노트북 잘 나오니까 시스템 복구 하세요
이거 절대 귀찮아서 그런거 아닙니다. 요즘 워~~~~낙 잘나오니까.. ㅋ 그래도 안 되면 포맷.
- 아 아니예요!! 전 그런거 안봐요! 다운 받아도 한국 드라마나 예능 다운받지....
이 남자 귀까지 빨개졌다. 이럴땐 꼭 귀요미 막내 동생 이란 말이지. 야동 다운받는거 진짠가봐 ㅋㅋㅋㅋㅋㅋ 다음에 고쳐준다고 하고 컴 한번 털어봐? ㅋㅋㅋ
에이~ 다 큰 성인인데. 야동 보는거 당연한 거라고. 근데 컴 오래 쓰고 싶으면 적당히 다운받아보라고 충고 아닌 충고를 해주는 사이에 카센터에 도착 하였다.
정비사가 내 차를 이리 저리 보더니만 새차가 왜 이리 만신창이가 됐냐고 영어로 쏼라 쏼라 되며 차를 어떻게 관리 하는 거냐며 흥분하시네..?
야.. 주인인 내 마음은 어떨거 같니... 라고 되묻고 싶었지만 기성용과 정비사 사이를 생각해서 어금니 꽉 깨물고 아하하하.. 웃고만 있었다.
차는 3일정도면 다 고쳐진다니 그나마 다행이긴 한데... 그 안에 꼼짝없이 집에만 있어야 한다니 벌써 부터 몸이 근질근질 .. 후..
카센터에서 힘없이 걸어나오면서 짐도 많은데 집까지 데려다 준단다. 진짜 염치 없지만 짐이 많아도 너무 많아 염치 불구하고 신세 좀 질께요.
그 신세 언제 어떻게 뭘로 갚을꺼냐고 묻는다. 노트북 고쳐주는 걸로 퉁치자니까 그건 너무 자기가 손해라 안된단다.
그냥 니 하고 싶은걸 말해! 누나 성격 급하다!! 라고 마음속으로 외치며, 그럼 뭘 어떻게...? 라고 묻자 찬스다 싶었는지 왼쪽 입꼬리를 올리며
글쎄요~ 내가 생각해도 신세를 많이 지셨으니... 지금 당장 정하기 싫고 심사숙고하여 전화 한단다.
아하... 니 마음대로 하세요..
다시 이 남자 차를타고 집으로 향하는데 궁금한거 있음 다 물어보래서 이 동네 물 좋은 클럽이 어딨냐고 물었다.
한국에 있을 때 남자친구 덕분에 클럽 한번 제대로 못가보고 날아간 내 청춘을 위해서라도 영국에 와서는 기필코 주말마다 클럽에 가겠노라고 맹세한 나였다.
예? 클럽이요오????? 이 남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마치 지가 내 남친인 마냥 잡아 먹을 기세로 쳐다보고있다.
뭘 그리 놀래요. 외국에서 한번도 클럽 가본적 없단 말이예요! 오늘 같이 짜증나는 날에는 클럽에가서 스트레스를 풀고 와야 한다고 강하게 어필하고 있는
내 자신을 발견했다. 내가 왜 얘를 설득하고 있는거야? 내 발로 내가 클럽가는데 지가 뭔 상관이야.
- ..... 누나 혼자 갈꺼예요?
- 그럼 저 혼자 가지 누구랑 가요. ㅋㅋㅋ 영국에 아는 사람 하나도 없어요. 아. 기성용 선수 하나 있구나.
그럼 누구랑 가겠냐. 런던에 혈혈단신 혼자 있는데. 제발 물을 껄 물어줘...
근데 누나? 응? 내 밑으로 사촌 동생들이 많긴 하지만 나보다 키가 30센치는 족히 넘을꺼 같은 남자가 누나라고 하니 헐.. 묘하네.
- 흠.. 그럼 오늘 같이 가요. 누나 어차피 차도 없잖아요. 외국에서 여자 혼자 클럽가는거 위험하니까 거 클럽 같이 갑시다.!
응.......? 여기까지 와서 내가 왜 남자랑 클럽을........... 그럼 못놀잖아... 아놔..
오늘 반나절 동안 신세진거 생각하면 거절하기도 쉽지 않고, 그렇다고 남자랑 같이 가면 못놀고.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는데
누나아~~ 같이 가요 가요 가요. 네?네?네? 이러고 있다. 귀엽긴 한데... 아 미치겠네...
- 그래요. 까짓것 클럽 같이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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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아!!!!!!!!!! 처음 써보는 건데 이렇게 많은 분들이 읽어주시고 재밌어해주시다니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정말 감동 감동 감동 감동 입니다!!!! 독자님들은 복받으실꺼예요... 우어어어어어....... ㅠㅠㅠㅠㅠㅠㅠㅠ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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