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 여기까지 와서 내가 왜 남자랑 클럽을........... 그럼 못놀잖아... 아놔..
오늘 반나절 동안 신세진거 생각하면 거절하기도 쉽지 않고, 그렇다고 남자랑 같이 가면 못놀고.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는데
누나아~~ 같이 가요 가요 가요. 네?네?네? 이러고 있다. 귀엽긴 한데... 아 미치겠네...
- 그래요. 까짓것 클럽 같이 갑시다!!!
***
이 남자는 아주 친절하게 3층 내집 앞까지 짐을 옮겨다 주곤 지금이 7시니까 10시에 픽업하러 온다며 이만 총총 하고 떠났다.
마트에서 사온 물건들을 대충 정리하니 으아 벌써 여덟시 반이 넘었다. 어떤 옷을 입을지, 화장은 어떻게 할 지 머리속으로 빠르게 생각하며 재빨리 샤워를 했다.
화장대에 앉아 숱 많고 긴 머리를 드라이기 두대를 사용해 바짝 말리고 헤어롤로 말았다.
흠...메이컵은... 흠... 클럽 메이컵은 역시 스모키지! 정성들여 블랙 스모키 메이컵을 하고.. 아 간만에 속눈썹도 좀 붙이자.
헤어롤을 풀어 머리도 만지고.. 거울을 보니 올.... 은 개풀, 역시 패션의 완성은 얼굴이라는걸 새삼 다시 깨닫고 옷장문을 열었다.
응? 분명 어제 옷정리 하면서 걸어 놨는데.. 보이질 않는다. 방에서 나와 트렁크 하나를 열어 뒤적거렸지만 보이지 않는다.
헐.. 어디갔어!! 다시 가방 하나를 열고, 또 열고 뒤적거렸지만 없다. 한국에서 가져온 마지막 가방 하나를 열고 뒤적거리자 유레카!! 드디어 찾았다.
한국에서는 입을 용기가 없어 영국가면 꼭 입어야지~ 했던 바로 반짝 반짝 스팽클이 달린 튜브탑 블랙 미니드레스.
코쟁이 언니들 볼륨에 지고싶지 않아 등살, 뱃살까지 있는 힘것 한데 끌어모아 가슴을 만들어 주고 뽕까지 넣었는데도 아.. 이 비루한 내 가슴... 없어도 너~~~무 없다. 흑흑 괜찮아.. 그래도 내 오장육부는 이쁠꺼야... 스스로 자기최면을 걸며 시계를 보니 열시 십분 전.
구두까지 신고 마지막 점검을 위해 전신 거울 앞에 섰다. 평소에도 진한 화장을 했지만 안 입던 옷까지 입으니 내 자신이 낯설 었다. 다시 시계를 보니 오분 전.
담배 하나를 꺼내 불을 붙이자 마자 핸드폰이 울린다. 기성용이다. 집 앞이니 빨리 내려오라는 그의 말에 담배를 비벼끄고 클러치를 챙겨 나갔다.
단정한 스니커즈에 청바지, 반듯하게 잘 다려진 새하얀 셔츠의 소매를 두번 접어 입고 온 기성용이 환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길래 나도 절로 환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근데 우리가 이렇게 손흔들면서 웃는 사이가 되는 걸까?
기성용과 가까워 지자 나를 위 아래로 훑더니 얼굴이 빨갛에 홍당무가 됐다. 빨개진 얼굴을 감추려는지 고개를 돌리며 오늘이 결전의 날이냐고 묻는다.
응? 결전의 날이라니? 클럽에서 어떤 코쟁이를 꼬실려고 이렇게 입고 왔냐고 한다.
꼬시긴 뭘 꼬셔. 한국에서는 차마 입을 용기가 없어서 아무도 모르는 머나 먼 이국 땅에서 입을려고 한국에서부터 사온 옷이라고 해명 아닌 해명을 하는데
어랏. 요놈 보소. 계속 내 눈을 못보고 자꾸 시선을 피한다. ㅋㅋㅋㅋ
왜 사람이 말하는데 자꾸 딴데보고 시선피하냐고, 자고로 대화 할 땐 상대방의 눈을 보는 것이 예의라고 하니까
아 됐고. 빨리 차에나 타라며 긴 다리로 성큼성큼 걸어가 운전석에 앉는다.
웃음이 나오는걸 억지로 참으며 조수석에 앉았다. 안그래도 짧은 원피스가 허벅지 위로 훅 올라 가니 흠흠 헛기침을 하더만
뒷자석에서 자신의 커다란 후드짚업을 주며 덮고 있으란다. ㅋㅋㅋㅋㅋㅋ 귀여운놈.
***
드디어 클럽에 도착!!! 불금도 아닌데 클럽 안은 완젼 콩나물 시루. 출근길 지옥철이 생각났다. 아.. 트라우마.
빠른 비트의 일렉트로닉 음악에 트라우마는 금방 잊혀지고 내가 클럽에 왔다는 것만으로도 감동 감동 그 자체였다.
코쟁이 마냥 키도 크고 몸도 좋은 기성용이 콩나물 시루에 길을 만들면 나는 뒤를 바짝 붙어 따라 갔다. 아니 코쟁이들은 뭘 먹었길래 키도 크고 힘도 좋은겨.
한국에선 어깨싸움에 밀리지 않는 나였지만 런던에서는 어깨한번 펴보지 못하고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며 따라가지 못하자 갑자기 내 손을 꽉 잡았다.
기성용이 뭐라 뭐라 하는데 시끄러운 음악소리, 사람들 함성 소리에 들리지 않아 뭐라고? 하나도 안들려 라는 제스쳐를 취하니 몸을 숙이며 내 귀에 속삭인다.
- 여기서 길 잃으면 누난 작아서 찾기도 힘드니까 내 손 꼭 잡고 있어요.
작기는 뭐가 작아! 내 나이에 이정도면 표준이고, 거기다 지금 무려 12센치 짜리 구두신어서 174나 된다구!
니네들이 표준 이상으로 큰거라고 말하니까 또 웃음병이 도졌는지 웃으면서 내 손을 꼭 잡고 바텐더 쪽으로 걸어갔다.
- 난 맥주 마실껀데 누난 뭐 마실래요?
- 전 콜라요.
콜라라고 말하자 정말 의외라는 듯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엥? 콜라요? 이런다. 네. 콜라요. 생긴건 말술인데 한잔만 마셔도 빨개져서 밖에서는 잘 안마셔요.
그리고 술 안마셔도 술취한 사람들 보다 더 잘놀아요. ㅋㅋㅋ 그리고 오늘 술은 제가 살께요하고 주문을 하고 계산하니까
어허 이런데서는 남자가 하는 거라고 다음엔 자기가 사겠단다.
뭐야 또 너랑 클럽 가자고? 그건 오늘 놀아보고... 내가 결정한다.
각자 맥주와 콜라를 받아들고 그대 눈동자에 치얼스~ 라고 개드립을 치니 어깨까지 들썩이며 자지러지게 웃는다.
누나는 어디서 그런 드립들이 나오냐며 아주 숨이 넘어 간다. 드립 성공! 한참을 웃다가 다시 내 손을 꼭 잡으며 말한다.
- 춤추러 갑시다. 거 얼마나 잘추는지 보겠어요. ㅋㅋㅋ
사실 춤 잘 못춘다니까 춤은 필이라며 리듬에 맞춰 골반 댄스를 추며 따라해 보란다. 영국 런던 클럽에서 기성용과 춤이라니 정말 이런 망상은 해본적도 없는데..
지금 이 상황이 너무 웃겨 계속 웃으니까 기성용도 따라 빙구 웃음을 지으며 그렇게 두어 곡이 흘렀다.
나이가 들긴 들었나 보다. 힘들어!! 거기에 구두까지 신고 있어서 발목이 아프다. 이래서 한살이라도 어릴 때 놀아야 한다는 옛 성현들의 말씀이 떠오른다.
담배도 피고 잠깐 쉬기도 할 겸 화장실좀 갔다 온다고 하니까 위험하다고 자기도 따라 온단다.
너가 따라오면 내가 편하게 담배를 못피잖아.. 괜찮다고, 정말 괜찮다고 극구 사양하고 화장실로 향했다.
담배를 꺼내 불을 붙여 한모금 들여 마시니 살 것 같다. 영국은 한국에 비해 담배 값이 너무 비싸 아끼고 아껴서 피고 있는데
일 시작하면 금방 동날 것 같아 친구들에게 부탁했지만 거절당했다. 이참에 끊으라고. 이씨.. 지들도 피면서.. 매정한 것들.
핸드폰을 만지작 거리며 담배 하나를 더 피고 있는데 남자 코쟁이 둘이 와서 혼자 왔냐고 같이 놀잔다.
시크 하게 꺼져. 라고 하고 싶었지만 나보다 키도 훨씬 크고 몸도 좋아서 어색하게 웃으며 No thank you.
얼른 자리를 피해야겠다 싶어 천금 같은 담배를 끄고 나가는데 손목을 잡더니 빼지 말고 같이 놀자고 한다.
아놔... 어금니를 꽉 깨물고 하하.. 일행이 있어 먼저 가보겠다고 놓으라고 말하니 얼씨구, 뿅가게 해줄테니까 튕기지 말고 나를 잡아당긴다.
또르르.. 뚝, 이성의 끈이 끊겼다.
진짜 지랄 정도것 해라. 한국말로 말하니까 몬소린지 몰라 어리둥절해 한다.
아 식빵. 웃으면서 말하니까 우습지? 좀 꺼지라고 ㅂㅅ들아. 생긴건 무슨 씹다 뱉은 껌같은 것들이 어디서 헌팅질이야.
누나 웃을 때 그만 닥치고 꺼져라. 한국말로 빠르게 욕을 하자 당황하기 시작한다. ㅋㅋㅋㅋㅋㅋ 이때다 싶어 잡혀있던 손목을 빼내며 왜 영어로 다시 말해줘? 엉?
앗, 누군가 또 내 손목을 낚아챈다.
아 식빵. 넌 또 뭐야 식빵하며 뒤를 돌아 보는데 헐... 기성용이다.
잔뜩 화난 얼굴로 코쟁이들에게 fuck you를 날리며 내 손목을 끌고 클럽 밖으로 나갔다.
- 이 여자가 도대체 생각이 있어? 없어? 이렇게 입고 다니니까 남자들이 막 껄덕대는 거잖아.
가뜩이나 서양애들은 동양여자만 보면 막 들이대는데 내가 안가봤음 어쩔 뻔 했어?
너 지금 누님한테 이 여자라고 한거니....? 그리고 말이 좀 짧은거 같다? 엉? 마음의 소리와는 다르게 나도 모르게 미안.. 하고 사과를 하고 있다.
그나저나 이 남자는 왜 이렇게 화내는거야. 내가 뭘 어쨌다고. 넌 왜 자꾸 화를 내는 건데?
- 지금 내가 화 안나게 생겼어?? 빨리 차에 타기나 해. 집에 데려다 줄께.
기성용은 내 손목을 끌어 차에 밀어 넣고 문을 쾅 닫았다.
뭐야 뭐야 이 남자. 진짜 내가 뭘 어쨌다고 이러는지 모르겠다. 근데 왜 난 미안하다고 말하고 있는거지?
- 저기... 너가 왜 화를 내는지 이유나 좀 알자.
- .......
대답도 없이 앞만 보고 운전만 하고 있다.
얘 진짜 나랑 뭐하자는겨......? 답답한 나머지 웃기기라도 할려고 개드립을 날렸다.
- 에구, 우리 성용이 누나가 다른 남자들이랑 얘기하고 있어서 화났어요?? 우쭈쭈 우쭈쭈
- ....... 아 됐어요. 다 왔으니까 내려요.
담부턴 그런 옷 절대 입지 말고, 화장도 진하게 하지 말고. 내일 연락 할께요.
헐..... 개드립도 안먹힌다... 진짜 화난거야??? ....
조심히 들어가고 도착하면 문자하라 하고 차에서 내려 집으로 올라갔다. 집으로 올라갈 때 까지 출발하는 소리가 나지 않아 창문으로 빼꼼히 내려다 봤다.
차에서 내려 내방 창문을 보고있는 기성용과 눈이 마주 쳤다. 웃으며 잘가 손을 흔들자 똑같이 손을 흔들곤 그제서야 출발했다.
진짜 이 남자 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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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편이 좀 많이 늦었져? 기다리신 분들께 죄송해요 .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회사가 더위를 먹었는지.... 불금에 야근, 오늘도 출근, 내일도 출근해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우어어어...... 빠르게 한편 더 써서 늦게라도 올리고 잘꺼니까 4편도 많이 사랑해 주세용. 아 4편은 기식빵 시점이어요~ 다들 너무 사랑해요!!!!!!!!!!!!! 꺄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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