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용시점*
여자 혼자 3층까지 들고가기엔 짐도 많고 무거워 보여 문 앞까지 들어다 주고
10시에 만나기로 약속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마트에서 사온 식료품을 대충 냉장고에 구겨 넣고 침대에 누워
그녀가 건네준 명함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다. 내가 대체 뭘 한거지?
나 좋다고 따라다니는 여자는 수도 없이 많았다.
하나 같이 똑같은 얼굴에 찰싹 달라 붙어서 코맹맹이 소리로 오빠 오빠 하며
그냥 기성용이 아닌 축구선수 기성용과 잘해볼려고 했던 여자들 뿐이였다.
말 그대로 그녀가 말하던 여우같은 여자들,
이 여자처럼 당당하고 자존감 넘치는 여자는 처음이다.
눈을 감고 그녀의 생김새를 떠올렸다.
내 눈엔 이쁘지만 솔직히 흔히 말하는 미인형도 아니고 남자들이 그닥 선호하지 않는 쎈 인상이다.
그냥 쓱 보면 엄청 쎄보이지만 찬찬히 보면 볼 수록 빠져드는 얼굴이다.
키도 고만 고만. 열심히 운동하는지 탄탄한걸로 보아 근성은 있는 것 같고
성격은 털털하고 쿨할꺼 같으면서도 보험회사에 따지고 드는 모습은
여느 아줌마들보다 더 한 진상이고, 개드립 남발하는 모습에서는 똘끼도 다분하다.
물론 그녀는 나를 많이 봤겠지만 처음보는 사람한테 낯가림 없이 말도 잘하고
상대방을 즐겁게 만든다. 무엇보다 이 여자가 어떤 여잔지 궁금하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오랜만에 엄청 설레인다.
으음...지금 몇시지..? 으아 9시다. 10시까지 픽업하러 간다고 했는데 그대로 잠들었나보다.
꼬르륵.... 아.. 나 배고파서 마트 간거였지.처음 본 여자 생각에 배고픈줄도 몰랐네.
푸핫. 만난지 얼마 안된 여자 생각으로 배도 고프지 않다니.. 이 여자 엄청 대단한 여자네
라면 하나를 집어 얼른 끓여먹고 후다닥 씻고 나왔다.
옷장을 뒤적거려 거울을 보고 이옷 저옷 대봐도 당최 뭘 입고 가야 할지 모르겠다.
시즌 때는 거의 트레이닝복, 가끔 방송 나갈 때는 스타일리스트가 있었고
정장을 입을 수도 없고. 아씨.. 자철이한테 전화나 해봐야겠다.
- 야 구글구글 너 클럽갈 때 뭐 입어?
- 너 이새끼 오랜만에 전화해서 인사며 안부는 다 씹고 뭐 클럽?
클럽같은 소리하고 있네
- 야 형 존나 급해. 빨리 말해
- 뭐 나는 가봤냐. 내가 어케 알어 대충 아무거나 입고가 새꺄
- 에이씨 여튼 도움이 안된다니까. 야 끊어
역시 구글구글은 도움이 안된다니까.
옷장에 있는 옷들을 전부 꺼내 입어봐도 하나 같이 답이 없다.
덕분에 내 침대 위엔 널부러진 옷가지들이 잔뜩 쌓여있고 내 걱정도 쌓여만 간다.
에라 모르겠다. 패션의 완성은 얼굴이라고
나정도 얼굴이면 할머니 몸빼를 입고가도 블링블링 하겠지.
벌써 9시 45분이다. 괜히 구글구글이랑 전화통화 하느라 아까운 시간만 날렸네.
손에 잡히는대로 청바지에 셔츠를 걸치고 후다닥 나왔다.
10시 오분전이다. 그녀한테 도착했으니 나오라고 전화를 거는데 으아 너무 떨려.
왤케 떨리지..? 한일전 보다도 더 떨린다. 크게 심호흡을 하고 있는데 그녀가 보인다.
매끈한 일자 쇄골이 훤히 들어난 원피스를 입고 환하게 웃으면서 다가오는데
아까 낮에 본 여자가 이 여자가 맞나 싶을 정도로 완젼 딴사람 이다.
한가지 공통점은 낮이나 지금이나 둘 다 엄청 섹시하다는거다.
내가 환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자 그녀도 환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며 걸어왔다.
점점 가까워 지는데 시선을 어디다 둬야 할지 몰라 고갤를 돌리며
누굴 꼬실려고 이렇게 입고 왔냐고 물었더니만 대화를 할 때는 상대방의 눈을 보고 하는게
예의라며 자꾸 내 시선을 따라 얼굴을 들이대며 알짱거린다.
아이씨.. 이 여자가 진짜 미치겠네.. 분명 얼굴도 엄청 빨개졌을거다.
아 됐고 빨리 차에나 타라고 말하고 차에 탔다.
히죽히죽 웃으며 조수석에 앉은 그녀의 새하얀 허벅지가 그대로 들어났다.
흠흠. 괜히 헛기침을 하며 뒷자석에서 후드짚업을 꺼내 덮으라고 주니까
뭐가 그리 좋은지 마냥 웃고만 있다.
이 여자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런 옷을 입고 온거야.
누굴 피말려 죽일려고 작정했나 미치겠네..
***
주말도 아닌데 클럽 안은 벌써 사람들로 만원이다.
앞장서서 길을 뚫고 있는데 이 여자는 사람들에 치여 잘 쫓아오지 못하자
길잃으면 작아서 찾기 힘드니까 손 잘 잡고 있으라고 속삭이며 손을 꽉 잡았다.
- 작긴 뭐가 작아! 내 나이에 이 정도면 표준이라구!
거기다 지금 무려 12센치 짜리 구두 신어서 174센치나 되고 니네들이 표준 이상으로 큰거야!
작다고 하니까 정색하는 것봐. ㅋㅋㅋㅋ 이 여자는 모르겠지.
자기 정색하는 표정이 얼마나 귀여운지. 너무 귀여워서 계속 웃음이 나온다.
난 맥주 마실껀데 뭐 마실꺼냐고 물으니 콜라란다. 헐. 콜라?
생긴건 엄청 잘 마시고, 노는 것도 엄청 좋아 할꺼 같은데 의외네.
계산도 자기가 먼저 해버린다. 에잇. 첫 데이트 비용은 남자가 내야 하는건데 늦었다.
콜라를 들어 올리더니 그대 눈동자에 치얼스~ 이러고 있다. ㅋㅋㅋㅋㅋ
아아아 진짜 이 여자 때문에 내가 웃다가 지친다 지쳐. ㅋㅋㅋㅋㅋㅋㅋㅋ
콜라를 홀짝 홀짝 마시며 리듬에 맞춰 고개를 까닥 거리고 어깨를 들썩이길래
춤추러 나가자고 손목을 잡고 끌고 나왔다.
- 근데 나 춤 정말 못추는데..
- 춤은 필이라구요, 필! 나 따라서 춰봐요. ㅋㅋㅋㅋㅋ
힐링캠프에서 보여준 나의 화려한 골반댄스를 보여주니 박장대소 하길래
따라해보라고 하니까 빼지도 않고 하란다고 또 따라서 추고 있다.
클럽에 있는 많은 사람들 덕분에 서로 마주본채로 딱 붙어 완젼 신나게 춤을 추고 있는데
이 여자 옆으로 코쟁이들이 하나 둘씩 슬슬 붙어 온다.
아씨 이럴 줄 알았어.
코쟁이들이 옆에 슬금 슬금 붙어와도 얼마나 신이 나셨는지 알지도 못한 채
날 보고 웃으며 춤만 추고 있다. 하... 이 둔한 여자야
눈치채지 못하게 다가오는 코쟁이들에게 식빵 좀 구워줬더니만 다행히 알아서 꺼져주신다.
- 저기.. 나 화장실좀..
- 위험하니까 같이가요
- 아니야 아니야 나 혼자 후딱 갔다 올께요!! 콜라 마시던데서 봐요
화장실 간다는 여자가 아직도 안와.. 십분도 넘었는데. 혹시 뭔일 생겼나?
혹시나 싶어 화장실 앞으로 가는데 어디선가 익숙한 한국욕이 들린다.
사람들을 밀치고 들어가니 코쟁이 두명에게 둘러 쌓여 손목이 잡힌 채 구성지게 한국욕을
하고 있었다. 순간 머리 끝까지 화가나서 그녀의 손목을 낚아 챘다.
- 아 식빵.. 넌 또 뭐야!! 식..빵.... 헐.
코쟁이들 한테는 fuck you를 날려주곤 손목을 잡아 끌어 클럽 밖으로 나왔다.
순간 화가나서 반말로 생각이 있는거냐 없는거냐. 옷은 왜 이렇게 입고왔냐..며 화를 냈다.
내가 화를 내니 이 여자는 벙쪄서 미안하다며 사과를 하며 왜 화내냐구 자꾸 묻는다.
내가 화가 안나게 생겼냐구!! 으이구 이 답답아.
집에 데려다 줄테니 차에나 타라고 조수석에 밀어 넣고 출발했다.
왜 화가 났냐며 계속 물어보는데 딴 남자들이 너한테 껄덕대는게 싫고,
딴 남자들이 너 쳐다보는 것도 싫어! 라고 어떻게 말해....... 하..
이 와중에 이 여자는 내 마음은 알지도 못한채 개드립이나 치고 말이야!!
아..... 답답하다 이 여자. 어떡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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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아....... 회를 거듭할 수록 망글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오늘 생각보다 일찍 끝나서 한편 더 올리긴 하는데... 아 창피하네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독자님들의 기대에 부흥해야 하는데....... 소싯적 백일장 때도 느껴보지 못했던! 이게 바로 창작의 고통인건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랑 성격이 비슷한 독자님들이 많이 계시더라구요!!!!!!!!! 우어어어........ 동지들이여.!! 따끈 따끈한 식빵으로 대동단결 합시다!!!!!!! ㅋㅋㅋㅋㅋㅋ... ㅋㅋ 항상 연상연하를 읽어주시고, 기다려 주시고, 댓글까지 달아주시는 그대들은 정말 정말 정말 복 받으실꺼예요!!!!!!!!!!!!!!!! 우리 모두 여쥔공처럼 멋진 커리어 우먼이 되서 성용이를................. .. 내꺼가 될 수 없다면 차리라 게이나 되버려랏!!,, ㅋㅋㅋㅋㅋㅋㅋ 다들 태풍 조심하시고! 연상연하5편을 보시면서 상콤하게 월요일을........ 보내시길 바래요!! ㅋㅋㅋ
이만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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