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 넘어로 기성용이 보인다. 내가 집에들어가 불을 켤때까지 확인하고 있었나 보다.
조심히 들어가라고 손을 흔들자 이내 전화를 한다.
- .... 누나.. 누나는 첫눈에 반한다는 말 믿어요?
갑작스런 기성용의 물음에 6년 전 그가 나에게 했던 말이 생각나 울적해 졌다.
- ... 우리 성용이 많이 피곤했쪄?? 얼른 들어가서 씻고자. 우쭈쭈
- ..........
빨리 들어가라며 손을 흔들고 창문을 닫았다.
담배를 꺼내 불을 붙였다. 후...
내 나이 스물 하나. 그의 나이 스물 다섯.
신입생 환영회에서 늦깎이 신입생으로 들어온 그와 처음 만났다.
그는 동기들과 다섯살 차이가 났지만 잘 어울렸고
어느날 갑자기 첫눈에 반했다며 고백 아닌 고백을 해 왔다.
첫눈에 반한다는 건 오로지 상대방의 외모만을 본다는 건데
어떻게 사람을 한번보고 사랑에 빠진다는 건지 이해 할 수 없었다.
어이없는 그의 고백을 거절하고 거절했지만 한달을 끈질기게 따라다니며
고백해오자 더 이상 거절하기도 힘들어 결국 수락하였다.
불같은 연애는 아니지만 소소하게 6년이라는 길다면 긴 연애를 했다.
그 사람이 없으면 죽을것 같이 사랑한 것도 아니었지만 내 옆에 그 사람이 있는 것이 당연했다.
런던으로 오기 보름 전 파견근무선발에 신청을 했다고 말하자
그는 당연히 떨어질꺼라 예상했는지 그래? 라고만 했다.
파견근무가 정해지고 너무 기뻐 제일 처음으로 말해줬지만 돌아온 것은 런던에 갈꺼면 헤어지자는 말이었다.
아... 순간 멍했다.
더 큰 세상에 나가고 싶어 한다는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착각이였다. 파견 근무는 고작 2년 이었다.
나는 언제나 그의 꿈을 있는 힘껏 응원해 주었는데 그는 아니었다.
실망감이 너무 컸다. 그는 나에게 고작 이 정도인 사람이었던 것이다.
나는 그에게 안녕을 말했고 그는 내가 항상 이기적이었다며 질렸다는 말을 남기곤
그렇게 우리는 길고 긴 6년의 연애에 마침표를 찍었다.
눈물도 나지 않았다.
6년을 함께한 사이였지만 눈물이 날정의 애틋함도 그 흔한 추억도 없었다.
친구들을 만나 그와의 헤어짐을 담담하게 말하자 미쳤다는 소리만 해댔다.
그 사람과 나는 당연히 결혼할 줄 알았다는 소리에
어째서 남녀간 사랑의 종착역은 결혼 뿐이냐며 19세기 발상은 개나 줘버리고 21세기 다운 생각을 하라고 했다.
런던으로 떠나는 날. 배웅나온 친구들은 괜찮냐며 위로해줬고
나는 괜찮다고 아무렇지 않다고 27년의 인생 리셋이라고 안심시켰다.
출국 시간이 다 되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뒤를 돌아봤다.
사실 나도 여느 여자와 다르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다.
재털이에 담배꽁초와 재로 산을 이루었을 때 쯤 자리를 털고 일어나 씻고 침대에 누었다.
****
쿵쿵쿵.
누군가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잠에서 깼다. 시계를 보니 벌써 열시
아.. 오늘 한국에서 미리 보낸 짐들이 오기로 한 날이었다.
쾅쾅쾅
두드리는 소리가 신경질 적으로 변할 때 쯤 문을 열었다.
내 앞에 택배기사와 함께 기성용이 서있었다.
일단 택배기사에게 미안하다 하며 싸인을 해주고 어쩐일이냐고 물으니 그가 씨익 웃는다.
- 배고파요. 밥줘요.
뭔 짐들이 이렇게 많냐고 이민온거냐고 투덜대며
택배상자를 옮기는 그의 모습을 보니 당항스러움에 어이없어 웃음이 나왔다.
- 아침부터 연락도 없이 여자 집에 오고. 너 생각 보다 매너 없다.
- 헐... 전화며 문자며 카톡을 다 씹은 사람은 누구더라???
그제서야 쇼파에 내던진 핸드폰을 확인했다.
아침 일곱시 부터 열시까지 부재중 전화 스무건, 문자 열한건, 카톡 백건..
9시 50분 마지막으로 보낸 카톡에는 집으로 쳐들어 갈테니까 알아서 하란 내용이었다.
- 전화도 안받고 문자도 카톡도 다 씹고!
어제부터 사람 걱정하게 만들고. 아 배고파요 빨리 밥줘요. 밥 밥 밥 밥 밥
밥을 안주면 계속 밥밥밥 노래를 부르며 칭얼될것 같아 대충 씻고나와 밥을 차려 줬다.
차린 것도 없는데 집밥 먹는게 얼마만인줄 모른다며 아주 맛있게 먹는 그를 보고 있자니
절로 엄마 미소가 나왔다. 이런게 먹는 것만 봐도 배부르다는 마음인건가..ㅋ
- 체하겠어. 천천히 먹어
- 아 완젼 맛있어. 점심도 저녁도 먹고가야지~
분명 시즌이 시작했는데 이 남자는 왜 이렇게 한가한거야.
시즌 시작 했는데 바쁘지 않냐고 물어보니까 다음주 월요일부터 출근이란다.
출근.. ㅋㅋ 하긴 직장인이나 다름없지.
- 나도 월요일부터 출근해. 완젼 두준 두준 설리 설리
- 어 그럼 주말에 뭐해요?
- 내일 차 찾으니까 런던 돌아볼려고. 박물관에도 가고,
외곽 지역으로 드라이브도 하고. 일 시작하면 시간 내기 어려울 것 같아서.
- 으흠... 어쩜 이렇게 나랑 생각이 똑같으실까아~
이런게 바로 이심전심 일심동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 남자 같이 가자는 소리인건가?? 뭔소리냐고 물으니까 의미심장하게 웃기만 한다.
밥을 다 먹었는지 잘먹었습니다. 하며 빈 그릇을 싱크대 안으로 가져다 놓는 모습을 보니
가정교육을 잘 받은거 같다. 반찬을 정리해 냉장고에 넣고 설거지를 하고 있는데
배가 부르니 졸립다며 쇼파에 들어 눕는다.
- 어이. 식빵. 잘꺼면 집에가서 자. 나 짐정리 해야 한단 말이다.
그리고 우리 만난지 24시간도 안 된거 알긴 해? 이럴 사이는 아닌걸로 사료 되는데..?
- 그럼 누나는 만난지 하루도 안 된 사인데 왜 반말해요?
- 하.. 반말은 어제 그쪽이 먼저 하셨어요.
세살이나 어린 사람한테 갑자기 반말 들어봐. 반말이 나오겠어요? 안 나오겠어요?
- 에이씨. 사회에서는 세살도 친구거든?
- 에이씨이.? 이래서 요즘애들 무섭다니까. 아이 무서워라.
아 빨리 일어나. 짐 정리 안 도와 주고 널부러져 있을꺼면 집에 가가가가가가가...
엄마야. 누워있는 기성용을 일으켜 세울려고 팔을 잡아 당기고 있었는데
오히려 나를 자기 몸쪽으로 잡아 당겨 순간 기성용의 품에 안기는 꼴이 됐다.
- ㅋㅋㅋ 이 여자. 엄청 적극 적이네. 내가 그렇게 좋아?
- 좋긴 개풀. 저리 꺼........ 아니다. 이거 빨리 놔. 누나 재미 없다.
- 지금 꺼져 라고 할려고 했지? 하여간 욕은 엄청 잘한다니까.
어제 왜 대답 안하고 끊었어.? 한 숨도 못잤잖아. 나 궁금한건 못참거든.
첫눈에 반한다는 말. 믿어? 안 믿어?
얜 밥 잘먹고 왠 또 헛소리야.
나를 안고 있던 기성용의 팔이 풀리더니 일어나 앉아 내 어깨를 꼭 잡고
내 눈을 바라 보고 있다. 기성용은 나한테 무슨 소리를 듣고 싶은 걸까.
안 믿어. 한마디 하고 일어났다.
담배를 어디다 뒀더라.. 담배를 찾아 두리번 거렸다. 아 창틀 위에 있었네.
창문을 열고 담배를 피웠다. 뒤에서 왜 라고 묻는 기성용의 목소리가 들린다.
- 왜 라니? 어떻게 사람을 처음 보고 사랑에 빠질 수가 있어...?
그건 사랑이 아니라 겉모습 하나만 보고 호감을 가진거야. 사랑이 아니라 단순한 호감.
쇼파에서 일어나 내 쪽으로 성큼성큼 다가오더니 들고있던 담배를 빼앗아 꺼버린다.
뭐하는 거냐며 살짝 짜증을 내니 몸에도 안 좋은걸 왜 피냐고 묻는다.
헐.. 우리 엄마도 내가 담배 피는거 두손 두발 다 들었는데 니가 뭔상관이냐고 말하니까
이제부터 상관 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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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약- 벌써 6편... ㄷㄷㄷㄷ 이렇게 많은 분들이 읽어 주실 줄은 꿈에도 상상을 못했는데... 다들 너무 사랑해요!!!!!!!!!!!!!!!!!!!!!!!!!!!!!!!!!!!!!!! 태풍이 올라오고 있어요... 학생 분들은 학교 안가시져? 부럽부럽부럽 ... 서울은 헬게이트라고 하는데........... 하... 전 내일 출근해요......... 우어어어어... 살아 돌아오길 기도해 주세요......... 또르르........☆ 저도 불마크를 써보고 싶은데 써본 적도 없고, 아직 나올 타이밍도 아니네여.... 불마크를 기다리시는 독자님들 쬐끔만 더 기다려 주시와용. ㅋㅋㅋ 언젠간........ 나오지 않을까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럼 다들 태풍조심 하시고!! 우리 살아서 만나요!!!!!!! 사랑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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