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이 27, 드디어 독립.
해외 파견근무로 연고도 없는 런던으로 날라왔다. 엄마는 이 나이에 무슨 파견근무냐며 곱게 있다 시집이나 가라고 했지만
언제나 자유를 갈망하던 나는 한번 사는 인생 막 살꺼야. 하며 상콤하게 엄마말을 무시했다.
파견근무 신청과 발표까지는 고작 보름도 채 걸리지 않았고 역시 세상의 주인공은 나 ' 000'이라는걸 증명이라도 하듯이 많은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런던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약 12시간의 비행을 거쳐 드디어 도착. 정말 대한독립 만세다!!
근데.. 오 마이 갓!!, 신사의 나라 영국에 이 무슨 냄새? 남들보다 좀 더 예민한 후각을 가진 덕분에 27년 만의 자유를 느낄 여유도 없이
코쟁이들의 냄새에 화장질로 직행. 먹은 것도 없는데 쓴물까지 게워냈다.
최대한 코로 숨을 쉬지 않은 채 황급히 공항을 빠져나와 주차장으로 직행했다.
현지 매니져를 통해 비상금 까지 탈탈 털어서 마련한 나의 애마가 나를 반기고 있었다. 미슥거렸던 속은 이내 멀쩡해 지고 카메라를 꺼내 열심히 셔터를 눌러댔다.
나의 수 많은 꿈과 이상 중 두 가지가 현실로 이루어진 순간이였다.
***
런던 도착 삼일 째.
나는 분명 네비게이션이 말하는 방향대로 가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삼십분 거리의 마트를 한 시간만에 도착하였다. 이 빌어먹을 길치.
커다란 카트를 끌고 한 시간 째 마트 곳곳을 누비는데 마트는 오지게 넓고, 필요한 것들은 담아도 담아도 끝이 없고,
미팅 때문에 신은 하이힐은 발을 점점 압박해오기 시작했다. 젠장.
마트입성 한 시간 반만에 가까스로 계산을 끝내고 카트를 밀고 주차장으로 향하는 내 발은 이미 만신창이가 되어 도저히 걸을 수가 없었다.
이대로 한발자국만 더 가면 딱 죽겠다 싶어 재빨리 선글라스를 끼며 주위를 살피고 최대한 자연스럽게 힐을 벗고 맨발 워킹.
워킹은 당당하게! 이 세상 주인은 나니까. 오피스룩에 맨발 워킹이라니.. 한국이였으면 상상도 못했을 텐데... 똘끼는 런던에서도 주체 할 수 없었다.
한바탕 소나기가 지나갔는지 바닥은 축축했고 날씨는 꽤 선선해 져 나도 모르게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차와 가까워지고 있었는데
응? 이게 뭐야... 식빵!! 소중한 마이 카의 소프트탑을 올리지 않아 차 내부는 빗물로 흥건했다.
큰 소리로 식빵! 오마이갓!을 외친 탓에 모든 시선이 나에게로 꽂혔고 나는 마치 아무일도 없다는 듯이 쿨하게 쏴뤼를 외치며 애써 웃어 보였다.
아놔 어쩌지? 돌겠네... 아 식빵 식빵. 아무리 오프로드 차여도 이건 뭐 당장 카센터로 직행해야 할 판이였다.
급하게 보험사에 전활 했지만 이 자식들이 퇴근시간이라 접수가 안된단다.
순간 진상게이지가 폭발하며 한국욕을 실컷 퍼붓고 신경질 적으로 전화를 끊었지만 한번 폭발한 진상게이지는 누그러지지 않았다.
아 진짜 주옥됐다..ㅅㅂ.. 어쩌지? 하며 뒤를 도는데
응? 누군가 내 앞에 서있네. 키는 왜 이렇게 커. 얼굴은 보이지 않고드넓은 가슴팍만 보이는데 도와주지 않을거면 쫌 꺼져줘, 걸리적 거린다고!!
똥씹은 표정으로 고개를 들자 머리를 거치지 않고 바로
헐...
나도 모르게 헐.. 대박 이러자 그는 피식 웃으며,
- 한국 분이시죠??
- 으헐, 기성용이다!!!
라고 생각만 한다는게 또 머리를 거치지 않고 입으로 튀어나왔다.. 하.. 입을 꼬매야지..
- 아하하하하.....
내가 어색하게 웃으니 그도 특유의 빙구 눈웃음을 보인다.
재 빨리 가방을 뒤적거리며 다이어리를 찾아 내밀며 기성용선수 짱팬이에요!!! 싸인해주세요!!하니
어라.. 이 남자 갑자기 빵터 지며 자지러지게 웃는다. 응? 뭐여.. 왜 웃는겨...? 라는 눈빛으로 쳐다보자 지금 이 상황에 싸인해달란 소리나 나오냔다...
- 아하하하하하...
나는 어색하게 웃으며 빨리 싸인해 주세요! 에헤 쪼잔하게.. 뒷장 넘겨서 두 어개 더 해주세요라며 보챘고,
기성용 선수는 이런 내가 웃겼는지 계속 웃으며 무려 다섯장이나 싸인을 해주었다.
싸인이 담긴 다이어리를 보며 매우 뿌듯해 하는 나를 보며
- 와... 여자가 이렇게 욕 잘하는거 처음봤어요. 완젼 입에 찰싹 달라 붙던데요? ㅋㅋㅋ
어쩌지... 이 남자 내가 욕하는걸 다 들어버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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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 결국엔 써버렸어요............. 아이 민망해라 ....... ㅠㅠㅠㅠㅠㅠㅠ 성용씨가 연상으로 나오는 것만 있길래.......... 성용씨보다 연상인 저는.........연상연하 컨셉으로 써봤어열........ 우어어어......... 창피해. ㅠㅠ 반응보고 2편 올릴께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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