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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팬싸인회 때 있던 일이었어.
네 앞이 전원우였어. 그냥 팬들 재롱 떠는거 재밌게 보면서 싸인을 해주고 있는데 갑자기 전원우 앞에 있던 팬이 테이블 위로 두꺼운 무언갈 쿵 내려놔.
테이블이 울려서 너는 깜짝 놀래 그 쪽을 바라봤고 팬이 올려놓은 건 다름 아닌 스프링으로 제본된 책이었어.
수학의 정석만한 두께에 편지는 아닐거라 생각하고 도대체 저게 뭔지 궁금해서 미쳐버릴 것 같았어.
학원에서 자체적으로 만들어준 문제집같은 느낌. 앞에 있는 팬을 옆으로 보내고 앞이 빈 너는 전원우와 그 팬을 유심히 쳐다봤어.
책 표지에는 아무 무늬나 그림없이 그냥 딱 한 단어가 써있었어.
' 원김. '
그리고 데뷔전 수년간 다져진 팬질로 딱 감이왔지.
아 미친.
저건 팬픽이다.
그것도
너와 전원우가 엮인.
감을 잡자 마자 오장육부가 다 오그라들고 읽지도 않았는데 남사스러워서 얼굴이 다 화끈거리지.
팬은 전원우에게 절대 버리지 말고 가서 읽어보라고 거듭 강조했지. 그리고 절대 지금 읽지도 말라고. 전원우는 팬이 왜그러는지 알 도리가 없어 그냥 웃기만 했지만
저 팬이 왜저러는지 아는 너는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만 자꾸 터져나오지.
' 원래 저런걸 팬싸에서 주나.. '
데뷔전 팬질을 떠올리며 세상 참 많이 바꼈다고 노인네같은 생각에 잠겼지. 요즘은 저런거에 유해졌구나. 우리땐 저런거 가져다주면 매장당했었는데.
하며 엄청난 착각에 빠져들지. 사실 그걸 건네준 팬은 옆과 뒤에서 기다리고 있는 팬들에게 서명호 핫도그 씹듯 마구 씹히고 있어.
남사스러운 와중에도 궁금해서 저 팬이 가면 읽어보려 했는데 강친이 와서 가져가버렸어. 어어- 강친에게 손을 뻗으려던 순간 그 팬이 네 앞으로 왔어.
" 안녕하세요. 언니- "
참 생기발랄한 목소리. 어떻게 저런 걸 가져다 줄 생각을 했지, 라는 생각이 계속 맴돌아. 얼굴은 팬픽의 'ㅍ'도 모르게 순수하게 생겼는데 말이야.
너도 팬에게 인사를 건넸고 대화를 시작했어.
" 제가 원우오빠한테 준 책 있잖아요. "
" ..ㄴ..네! "
생각치 못한 기습공격에 바보처럼 화들짝 놀래며 대답했어. 너에겐 그 책에 대해 언급할지 몰랐는데 말이야.
그 책의 정체를 아는 너는 어떻게 반응해야할지 참 난감하지. 팬픽인걸 알은체 해야하나. 그냥 모른 척 넘어가야 하나.
하지만 어느 쪽으로 생각해봐도 알은 체를 하면 그 뒤를 따라올 거지같은 시나리오가 수십개야.
어머. 언니 저게 팬픽인지 아떻게 알았어요? = 언니도 팬픽 보는구나! = 세봉이는 팬픽을 즐겨읽는다. = 이어지는 팬픽 선물 세례
= 뒤따라오는 부승관의 수치플
' 어머. 기지배. 치사하게 혼자만 읽지 말고 같이읽자 얘. 어머어머. 제목 좀 봐. 너무 흥미롭다! '김민규 깔 김세봉'
세상에세상에. 이것도 재밌겠다! ' 김세봉이의 플디고등학교 남장일기' ! '
' 내가 잘못했어... 그만해 제발... '
' 이거 나 너무 멋있게 나온다!!! ' 울고있는 세봉이의 손목을 낚아채며 승관이 말했다. - 내 마음 흔들었으면 책임을 져!! - '
' 아..죽을까... '
상상 따위가 왜이렇게 구체적으로 그려지는지 상상만해도 몸이 부르르 떨려. 모르는척하는게 최고다. 라는 결정이 내려지자 -그게 무슨 책인지는 모르지만
전원우에게 건넨것은 보았다- 쯤의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어.
그러자 팬은 네게도 꼭 읽어보라며 신신당부해. 도대체 저래서 얻는게 뭘까. 우리가 우리와 사귀는 내용을 읽혀서 무슨 쾌감을 얻는걸까..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애써 숨기고 알겠다고 손가락까지 걸어서 약속했지. 사실 읽어보긴 할거야. 궁금하긴 하니까. ㅎ
" 전 참고로 136p 가 좋아요! "
옆으로 넘어가는 와중에도 참 깨알같이 멘트를 날렸어. 알겠다며 그 페이지를 많이 읽어보겠다며 억지웃음을 짓고 옆으로 건네보냈어.
이왕 받은거 재미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지.
그리고 오늘 '그 사람'이 오지 않은 것에 감사하며.
**
팬싸인회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왔어. 너는 윗층으로 올라가 씻고 드러누워 시간가는 줄도 모르고 핸드폰만 붙잡고 있었어.
새삼스럽게 정신을 차리고 시계를 보니 새벽 4시. 숙소에 도착한지 벌써 4시간이나 지나있었어.
" 아. 미쳤다. "
내일 또 새벽부터 스케줄이있는데 너무 늦게까지 놀아버리고 말았어. 잠들기 전에 잠깐 물이나 한잔 마시려고 아랫층으로 내려갔어.
멤버들도 전부 자고 있는 줄 알았는데 웬일인지 거실 불이 켜져있고 부시럭대는 소리가 나는 걸 보니 누가 아직까지 안자고 있는모양이야.
너는 누구지 궁금해하며 거실로 들어갔고 그 사람은 다름아닌 전원우였어.
전원우는 낮에 그 팬이 준 책을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읽고 있다가 인기척이 느껴졌는지 고개를 서서히 들어올렸고
충격적인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너를 발견하고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연기하며 책을 조심스레 덮었어.
저걸 진짜 읽고있었을 줄이야.
" 오빠 뭐해. "
" 아..아무것도 아니야.. "
저것이 팬픽이라는건 본인보다 네가 더 일찍 알고 있었는데, 내게 팬픽이라는 걸 숨기고 싶었는지 네가 다가가자 팬픽을 뒤로 숨기는 전원우.
갑자기 비글미가 낭낭해진 너는 뭔가 골려주고 싶다는 생각에 전원우가 등뒤에 숨긴 팬픽을 뺏으려고 하지.
" 뭐야. 그 팬이 나도 읽어보랬단 말야- "
" 아니야. 애는 이런거 읽는거 아니야! "
무슨 소리. 너는 이미 15살에 온갖 팬픽을 섭렵했는걸^^. 온갖 잡지식은 팬픽으로부터 얻었고 웬만한 백과사전보다 더 유용한것이 팬픽이란걸 온몸으로 깨달았었지.
전원우는 어떻게든 네게 등을 보이지 않으려 꿈틀대고 너는 반 쯤 일어서서 등 뒤를 파고들려고 꼬물꼬물대지.
그러다 네가 전원우를 위에서 덮치는 민망한 자세가 연출됐지만 자각하지 못한 너는 계속 책만 빼앗으려고 용을 쓰지.
하지만 이미 팬픽으로 온갖 불순한 생각이 가득한 전원우는 재빨리 너를 밀어냈고 평소보다 좀 힘이 많이 들어가 너는 뒤로 발라당 자빠졌지.
" 도대체 그게 뭔데. "
전원우는 네게 미안해서 어쩔 줄 몰라하지만 등 뒤에 숨긴 팬픽때문에 차마 자리에서 일어나지도 못하고 낑낑대고 있었지.
하지만 뒤로 나자빠진건 안중에도 없고 전원우 놀리기에만 신경이 쏠렸지.
얼굴도 모자라 귀 끝까지 온통 빨게진 전원우 얼굴을 보니 장난을 치고 싶은 마음이 더욱 솟구쳐.
그래서 전원우가 당황해할만한 말들만 계속해서 쏟아냈지. 전원우는 그런 네 말에 대답도 못하고 어버버 거리며 망치로 두들겨 맞는 듯 멍한 표정만 지어.
" 야한거 읽는구나? "
" 아.ㅇ.ㅏ니거..!"
" 뭐야. 저질이다. 숙소에서 그런거나 읽고. "
" 아니라니..!! "
" 아니면 뭔데. 야한거 아니면 당당하게 보여줘. "
" 그..그게. "
" 재밌게 읽고 있더만. 같이 보자. "
" 아..안돼!! "
" 진짜 수상하다. 도대.. "
" 시끄러어어어어어!!!!!!!!!!!!!!!!!1 "
너와 전원우가 의미없는 입씨름을 계속 이어가고 있을 때 문을 쾅 열고 미친듯이 소리지르는 이석민.
" 니가 더 시끄러. 새꺄. "
" 네.. 뎨동..ㅎ "
하지만 그 뒤에서 들려온 최승철의 빡침이 가득한 목소리 때문에 이석민은 다시 조심스레 문을 닫고 들어가버렸어.
니가 이석민에 정신이 팔려 있었을 때 전원우는 어느샌가 자기 방으로 쪼르르 사라져 버렸고 너는 아쉬워 하며 위로 올라갈 수 밖에 없었지.
그런데 이게 무슨일인지
다음날부터 전원우가 너를 피하기 시작해.
** (전원우) **
오늘 팬싸에서 한 팬에게 책같은 걸 한권 받았다. 제목에는 '원김' 이라고 딱 한단어 써있었고 궁금해서 펼쳐보고 싶었지만 팬이 지금보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숙소로 와서 읽어볼 수 밖에 없었다.
숙소로 와서 씻고 이것저것하다보니 그 책에 존재를 잊고 있었고 남들이 다 잠든 뒤에 불현듯 생각나 가방에서 주섬주섬 그 책을 꺼내와 거실에서 첫장을 펼쳤다.
- 전원우는 학교 일짱이었다. -
대뜸 첫 문장부터 나오는 일짱인 나;; 소름이 오도도 돋아 경기를 일으키며 확 책을 닫아버렸다.
이제서야 이해가 가는 책 앞장에 써진 원김. 말로만 듣던 팬픽이란게 이런거구나. 그러면 원은 내 이름이고 김이는 누구지?
우리팀에 이름중에 김을 가진 사람이 누가 있더라.. 유추해내려 했지만 팬픽의 충격인지 갑자기 딱딱히 굳어버린 머리때문에 도저히 뭐가 떠오르지 않는다.
상대가 누구인지 궁금하기도 하고 팬이 준 정성도 있으니까 조금만 더 읽어보기로 했다.
- 매끈한 턱선. 베일듯한 콧날. 여자보다 더 긴 속눈썹. 앵두같은 입술. 그리고 그는 학교 얼짱이었다. -
내가 그렇게 생겼구나.
- 그래서 그는 원하는 사람이면 누구든지 가질 수 있었다. 남자가 됐던 여자가 됐던. -
남자는 별로 안가지고 싶은데.
- 그런데 그런 전원우에게 빠지지 않은 사람이 하나 있었는데. -
있었는데?..
어느 샌가 책에 집중하게 돼버린 나. 쓸데없이 책의 몰입도가 너무 좋다.
- 바로 -
바로!
- 김세봉이었다. -
이제서야 알게 된 앞에 있는 '김'의 주인공.
세봉이었다. 그래도 다행 중 다행인건 남자랑 엮이지 않았다는 점인가. 윽. 김세봉이라니. 생각해보니 걔도 남동생이랑 다른 게 없다.
- 유일하게 자신에게 적대심을 드러내는 세봉을 굴욕시키고 싶다는 생각에 전원우는 세봉을 꼬시기로 마음먹었다. -
책속의 전원우야. 그딴 짓하지 마..
- " 좀 찝쩍대지마! 난 너같은거 딱 밥.맛.이.라.굿 -_-^ " -
책속인데도 김세봉이는 재수가 없었다.
- " 싫은데? 니가 싫다고 해도 너가 넘어올때까지 다.가.갈.거.야 ^-~ " -
소름이 끼쳐서 책을 집어던져 버렸다.
하지만 이내 다시 주워와서 읽기 시작했다.
" 아 미친. 나 왜저래. "
" 아! 거기서 걔를 잡으면 안 되지! "
" 아!! 김세봉!! 책속에서도 도움이 안돼! "
그리고 책속에 감정이입해서 술술 읽어내려갔다.
그러다 .. 아직도 정확히 기억난다. 136페이지.
그 전부터 내용이 점점 산으로 가기 시작하더니 이 페이지에서 절정을 터트렸다.
- 전원우는 세봉을 벽으로 힘차게 밀어버렸다. 세봉이는 죽일듯한 눈빛으로 전원우를 올려다봤고 전원우는 그런 세봉을 비웃는 듯 조소를 띄웠다. -
그리고 그걸 읽는 나도 조소를 띄웠다.
- " 말했지. 내 깔 되라고. " , " 나도 분명 싫다고 말.했.어.-_- " -
이모티콘부터 말하는거까지 버릇이없는게 딱 김세봉이다.
- 전원우는 피식 비웃음을 띄운 뒤 말했다. " 너 그 말 후회할텐데? ", " 뭐? 그게 무슨..읍!!! " -
야한거 읽다 들킨 것처럼 얼굴이 화끈거려 책을 탁 덮어버렸다.
이 무슨 엘티이 급 전개냐고.. 책속에서 나와 세봉이는 만난지 일주일도 안된 사인데.. 갑자기 시작된 ㅋ..ㅋ.ㅣㅣ..키읏.르..스..
가을이 다 되가는데도 얼굴이 화끈거리고 보일러를 틀어놓은 것처럼 더워졌다.
다시 책을 펼쳐 읽고 있는 와중에 인기척이 느껴져 고개를 휙 돌리니 얘도 양반은 못 되는지 김세봉이 서있었다.
" 오빠. 뭐해? "
" 아..아무것도 아니야. "
책을 들키면 서로 어색해질게 분명하니까 책을 재빨리 뒤로 숨겼다. 하지만 이 눈치없는 기지배는 자꾸 내게서 책을 뺏으려 가까이 다가왔고 묘한 자세가 연출되자
책의 내용과 이 상황이 겹쳐보여 화들짝 놀라며 세봉이를 밀어내버렸다.
한번 그생각이 들고나자 자꾸만 책의 내용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고 책송의 김세봉과 앞에 있는 김세봉이 동일시되어진다.
이석민의 도움을 받아 김세봉이에게서 도망치고 나서도 자꾸 드는 망상에 머리를 퍽퍽 내려쳐 보기까지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나는 결국 그날밤 그 책을 완독해버렸고 한숨도 못잔 채로 스케줄에 나가야 했다.
준비를 제일 먼저 끝낸 내가 차 안에 올라타있었고 한숨도 못자 잠시 눈을 붙이고 있었는데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 살며시 눈을 떴다.
차에 들어온 사람은 세봉이었고 덕분에 잠이 깬 나는 내적놀램을 일으켰다.
세봉이는 내게
" 잘 잤어? 어제 너무 늦게 잤더니 졸려 죽겠어. "
하고 말을 걸어오며 내 옆자리에 와 앉았다.
마땅히 들어온 순서대로 안쪽부터 타야되는거지만 난 왜자꾸 불순한 상상이 되는건지.. 미쳤나봐. 전원우.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면서 정신을 차리려고 애썼다. 그게 세봉이한테는 잠을 못잤다는 의미로 통했는지
" 그럴 줄 알았어. 좀 자자. 오늘 지방스케줄이라 어짜피 한참 가야 돼. "
하면서 내 어깨에 기대 잠이 든다. 평소에 잘 하던 짓이었고 평소엔 아무렇지도 않던 나인데
- 세봉이는 원우의 어깨에 기대 잠이 들었고 원우는 그런 세봉을 사랑스럽게 쳐다보다 세봉 몰래 입을 맞췄다. -
라는 팬픽 속 장면이 자꾸 떠오른다. 정신차려. 전원우. 이거 그 스펀지에 나온 망상증이야.
하지만 나도 모르게 세봉이에게 향하는 시선. 나도 모르게 얼굴이 빨게지고 심장이 쿵쿵 댄다.
안되겠다 싶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차 밖으로 나가버렸고 잠에 들려다 본의아니게 봉변을 당한 세봉이는 뒤에서 짜증난다며 찡찡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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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적지에 도착하고 대기실에서 리허설을 준비하고 있었다. 이제 아무렇지도 않을거야 하고 내 자신을 다스렸다.
대기실 의자에 앉아 대기실에 놓인 초코바를 집어들어 봉지를 까고 한입 베어물었다.
그러자 그 때 김세봉이 내 옆을 확지나가더니 내 손을 가져가더니 손에 들린 초코바를 한 입 베어물고 가버렸다.
" 아. 이거 맛있네. "
그리고 또 불순한 생각에 가득차 차마 초코바를 마저 먹을 수 없어 남은 걸 승관이의 입에 넣어주고 돌아와 앉았다.
" 내가 남은거 처리반인가! "
부승관은 잘 먹으면서 또 저렇게 투덜댄다.
안 되겠다. 라는 생각이 들어 당분간은 세봉이를 피하기로 마음먹었다. 팬픽이 완전히 내 머리에서 떨어져 나갈때까지.
미안하다. 이렇게 못난 오빠라.
둘이 붙어 하는 안무를 할때도 최대한 떨어져있고 무대에서 내려오면 최대한 멀리 떨어져있고 말을 걸어온다 싶으면 자리를 피해버렸다.
그렇게 한 이틀을 지냈을까 세봉이도 점점 눈치를 채고 있는 것 같았다. 내가 본인을 피한다는 걸.
화가 머리끝까지 난 모습이 오늘 하루 종일 선했다.
나 때문에 괜히 다른 멤버들이 세봉이의 눈치를 보고 다녔고 미안해진 나 또한 하루종일 조용히 쭈그러져 지냈다.
숙소에 도착하고 멤버들은 또 잠에 들고 커져버린 이 상황을 어떻게 수습해야할지 거실에 혼자 남아 고민하고 있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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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잔뜩 화가 난 걸음으로 거실에 들어섰어. 여자의 촉은 엄청나다고 거실에 불이 켜져있는 건 분명 전원우일거라고 확신했지.
그리고 그 예상은 적중했어.
" 야. 전원우. "
전원우가 네 인기척을 느끼기도 전에 전원우 옆으로 가서 전원우를 불렀어. 엄청 화가났다는 걸 목소리로 티내면서 말이야.
전원우는 네 등장에 당황했는지 또 자리를 피하려하길래 넌 전원우의 어깨를 잡고 누르며
" 앉아!! "
버럭 소리질렀어. 전원우는 그런 네 모습에 잔뜩 쫄아 깨갱 거리며 네 눈치를 보고 앉아있을 수 밖에 없었지.
너는 밤이니만큼 소리치면 안되겠다 싶어 안에 있는 화를 최대한 삭히며 전원우에게 말했어.
" 너 그 책 어딨어. "
" ㅇ,.응? "
" 팬이 준 그 책 어딨냐고. "
" 그건..왜? "
네 말이 예상치도 못한 발언임과 더불어 들키고 싶지 않던 것을 찾는 너때문에 전원우는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어.
하지만 이미 너는 전원우가 그 팬픽 때문에 너를 멀리한다는 것을 눈치챘고 그 요망한 책을 당장이라도 찢어발겨야 겠다고 마음먹었지.
전원우는 차마 말 하지 못하고 우물쭈물 대고 있길래 답답한 너는 참지못하고 크게 소리질렀어.
" 어딨냐고 그 팬픽!!! "
팬픽임을 네가 알고 있자 전원우는 아까 보다 더 놀랜 표정이었고 그 작은 눈이 번쩍 띄였지.
한번 입이 트이기 시작하자 다다다 멈출 줄을 몰라.
" 너 그거 읽고 요즘 나 그렇게 피하는거지! 어! 책에 도대체 뭐라고 씌여있길래 사람 기분 더럽게 자꾸 피해! "
" 어떻게.. "
" 어떻게 안 지가 지금 중요하냐? 그래! 어렸을 때 나 팬픽좀 읽었다! 어쩔래! 근데 그게 뭐! "
" ... "
" 책은 책이고 현실은 현실이지 그 나이먹고 구분을 못해? 아무리 니가 소녀감성이어도 그렇지!!
그 책이랑 나랑 겹쳐보이디? 어? "
정확히 정곡을 찌르는 네 말에 전원우는 시무룩해하며 고개를 푹 숙여버렸어. 창피한 것도 좀 있기도 하고.
다 뱉어버리고 나니 좀 진정이 된 너는 씩씩 가쁜 숨을 내뱉고 한숨을 훅 내뱉은 뒤 조금 차분해진 목소리로 전원우에게 말했어.
혼난 대형견마냥 시무룩해진 전원우의 모습이 조금 불쌍하기도 했고.
" 그 책 어딨어. "
" ..방에.. "
" 그거 당장 매니저오빠한테 버리라 그래. "
" ..응.. "
" 두번다시는 그런거 읽지마. "
" ..응..미안.. "
잔뜩 기죽어있는 전원우가 너무 안쓰러워보여 옆에 앉아서 같이 꽁냥거리며 기좀 펴주고 원만한 관계를 회복한 뒤 다시 위로 올라가 잠이 들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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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머! 팬픽 좀 읽으신 김세봉 씨 아니세요? "
다음날 아침에 마주친 부승관이 어젯밤 네가 소리친 걸 들었는지 와서 네게 온갖 수치스러움을 안겨줘.
" 요즘 뭐가 유명하죠? 추천좀해주세요! "
" 그만해..내가 잘못했어 "
" 참고로 저는 김세봉씨가 주인공인걸 보고 싶어요! 청춘물! 청춘물 좋다. "
" 아..죽을까.. "
팬싸에서 했던 예상이랑 어쩜 이렇게 똑같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