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의사 선생님
홍지수
산책로를 지나 막 코너를 지나가는 갈색 머리칼을 보고 빠르게 내달렸다. 내 목소릴 못 들으신걸까?
이제 하얀 가운의 끝자락밖에 보이지 않는 그를 좇기 위해, 잘 움직여지지 않는 다리를 재촉하자 뻐근함이 느껴짐과 동시에 식은땀이 주르륵 흐른다.
"선생님! 지수 선생님..."
"다 큰 숙녀가 이런 데 털썩 털썩 앉는 거 아니에요"
힘없이 몸이 땅바닥에 닿았을 거라고 생각하던 순간, 뒤에서 굳건하게 나를 받쳐주는 팔을 느끼고는 눈물이 팽 돌 것 같았다.
"산책도 좋지만 몸도 아직 회복 덜 됐으면서. 나한테 말을 하거나 간병인이랑 같이 나오지 그랬어"
항상 그렇듯이 다정한 눈빛과 손길로 나를 대해주는 그를 마주하자 부끄러워선지 아까 상황이 야속해서인지 맘에도 없는 말이 튀어나왔다.
"너무하세요... 아까부터 그렇게 선생님만 불렀는데... 무슨 생각하신거예요"
"미안.. 원래 산책할 때는 딴 생각을 많이 해서..."
그의 두 팔이 나를 안아올리는 느낌이 들자 새침하게 대했던 태도는 어디갔는지 얼굴이 새빨갛게 변하기 시작했다.
아까 넘어지면서 달려와서... 그대로 안아올리면 의사 가운이 더러워질텐데... 하지만 그런건 그는 이미 안중에도 없는 듯 했다.
"휠체어도 안 타고 나오고 아주 혼나야겠어. 안그래요?
어쨋든 숙녀분을 이렇게 지치게 한 건 내 잘못이니까 오늘은 내가 휠체어 몫까지 하도록 하겠습니다."
홍지수, Dr. Joshua hong
그는 내가 더 아파서라도 이 병원에 계속 있고 싶게 만드는 , 그런 나쁜 의사선생님이다.
선생님은 내 병을 낫게 해주시려고 항상 노력하시는데... 난 점점 회복해만가는 내 몸이 살짝 미워질만큼 그가 좋아져버린 것 같다
지수 선생님은 이런 나를 꿈에도 모르시겠지만.
"그래서 차도는 좀 있는 것 같아요?"
"아니요... 잘 모르겠어요, 요즘은 점점 더 감각도 없어진 것 같고... 무서워요 선생님"
거짓말이다. 아프기 전과 비교하면 거의 비슷해졌을 정도로 빠르게 감각은 돌아오고 있는 중이다.
긴 거리는 아니더라도 아까처럼 짧은 거리는 꽤 달리기도 할 수 있을 정도니
"어쩌면 좋지... 나로서도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 오히려 악화된다니... 약은 잘 챙겨먹고 있는 건 맞죠?"
그의 눈을 보고는 느리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슬픈 표정을 지으며 내 이마를 한 번 쓸어주더니 헝클어진 머리를 정리해주었다.
"칠봉씨 미안해요... 그렇게 아파하는데 이 정도밖에 해주질 못해서"
안정을 취하고 있으라며 천천히 나가는 그의 뒷모습을 조용히 쳐다봤다.
낫고 싶지 않은 마음에 약을 몰래 버린 지도 벌서 2 주 째다.
처음엔 그저 독감이 너무 심해져서 잠깐 진찰을 받으러 온 거였는데... 그 때 나를 진찰하던 의사가 그였다. 홍지수
그의 친절하던 태도와 다정하던 눈빛을 본 후부터 무슨 수를 써서라도 병원에 더 있고 싶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마침 거짓말처럼 그가 발견해 낸 다리 부분의 이상 덕분에 나는 입원 할 수 있었고, 그와 더 가까이 할 수 있었다.
병원에 입원한 후 내 멀쩡하기만 했던 몸 상태는 점 점 나빠지기 시작했다. 다리부터 몸이 마치 돌처럼 굳어오기 시작하는 증세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정말 죽을 정도로 아팠지만 그를 더 오래 보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약까지 버려왔다.
그런데 거짓말처럼 좋아진 내 몸 때문에 복잡한 감정이 들었다.
입원하자마자 갑자기 건강이 악화되서 그와 가까워질 수 있었고
나는 더 아파지고 싶어서, 그래서 그를 더 오래 보고 싶어서 죽을 각오를 하고 약까지 걸러왔는데. 건강해지다니
"뭐...?"
순간 온 몸을 관통하는 위화감 덕분에 정신이 확 깨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 나는
나는 입원하기 전까지만 해도 건강했었다. 그리고 입원을 하고 약물 치료를 하자마자 증세가 나타났고... 약을 안 먹자 거짓말처럼
'병이 나았다?'
"내 다리의 증세를 처음 발견했던 것도... 지금 담당의사도.... 홍지수...."
정신이 들자마자 잠겨있던 나 혼자쓰던 2인용 병동의 문을 열고 어두 컴컴한 복도를 미친듯이 뛰어갔다.
엘리베이터... 엘리베이터가... 마침 자정이 넘은 시간이라선지 운행을 멈춘듯했다. 13층이었지만 신발도 신지 않은 채로 미친듯이 계단을 뛰어내려갔다.
"...헉!!!"
아직 다 풀리지도 않은 다리로 경사진 곳을 내려가선지 계속 힘이 풀려서 몇 번이나 넘어졌다.
눈 앞이 노래질 정도로 숨이 가쁘고 한계가 느껴지는데도 미친듯이 달려갔다. 온 몸의 근육이 소리를 지르는 듯 했다.
'그'에게서 벗어나 살기 위해 나는 달려야했다.
겨우 로비에 도착해 출입문을 마구 두드렸다. 잠겨있는 모양인데 이거 깨버리면 안되나..?
온 힘을 실어 출입문을 깨버리기 위해 밀어댔지만 깨지라는 문은 깨지지도 않고 경보음만 울릴 뿐이었다.
뒤에서 검은 옷을 입은 경비 둘이 오는 것을 대충 본게 나의 마지막 기억이다.
정신을 차리자 익숙한 수술실의 눈부신 조명과 차가운 공기, 그리고 딱딱한 수술대가 느껴졌다.
"자 칠봉씨 나를 보세요.. 10을 거꾸로 세는거예요"
"그..그만..."
나를 반하게 했던 , 언제나 다정해보였던 그의 빛나는 갈색 눈이 보였다가 사라졌다.
"깼어?"
"......"
"좋아. 다행이야 수술은 성공적인 것 같네... 어? 아직 움직이진 말고 ... 뭐 어짜피 그럴 수도 없겠지만"
"처음 봤을 때부터 항상 같이 있고 싶었어. 그래.. 순진하게 내가 웃을 때마다 얼굴 붉히면서 따라웃는것도 귀여웠고
네가 가버리는 게 싫어서. 나한테만 의지하고 나만 봤으면 좋겠어서.. 그래 좀 더 같이 있고 싶어서 한 짓이야-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진 모르겠어도 결국 이렇게 되버렸네.. "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이렇게 우리가 둘 다 불행해지는 방법밖에 몰랐던걸까 그는?
"이제 다신 네 목소리를 들을 순 없겠지. 그래도 이렇게 항상 같이 있을 수 있다면-
이 편이라도 나는... 좋아"
내 눈에 입을 맞춰오는 그를 보며 눈을 감았다.
2. 왕족
전원우
"대군 마마 드십니다!"
"할아범... 벌써 3경일세, 오시는 건 이미 알고 있으니 조용히나 있게"
"예... 마마"
순간 장지문이 열리는 소리가 나는 동시에 익숙한 발소리가 들렸다. 그다
"부인, 이 시간까지 주무시지도 않고... 내가 늦는 것 같으면 일찍 잠자리 들라 하지 않았소.."
"지아비가 오시지도 않았는데. 어찌 소첩이 먼저 잠자리에 든단 말입니까"
"내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는데. 뭐 다 내 불찰이지... 노곤할텐데 어서 눈이나 붙이시오"
"아닙니다. 제가 곧 아랫것들을 시켜 씻을 물을 대령하라 이르겠습니다.
내일은 주상전하께서 행차하시는 날이니 어서 잠자리에 드시지요"
내가 벌써 자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지 어쩔 줄 몰라하는 그를 안심시키기 위해 잠시 나가있으려고 문을 나서는 순간
그의 자그마한 목소리가 비수처럼 나를 찌른다.
"마음에도 없는 못난 남편 모시느라 항상 고생이 많소"
"... 소첩은 방금 하신 말 못 들은 것으로 하겠습니다."
밖에 나와 보는 새벽별은 눈이 부실 정도로 밝기만 했다.
제법 추워진 날씨에 옷깃을 여몄다. 그는 나에게 이상할 정도로 미안함을 느끼고 있다. 사실 그럴 필요가 전혀 없는데도
왕가의 약혼과 정혼이 다 그런것 아니겠는가
지금은 주상전하이신 소현대군께서는 그의 배 다른 형제로 세자전하의 동복동생이셨다. 그리고 그 분은
내 '원래' 정혼자이셨다.
그는 항상 내가 궁궐에 오면 여러 곳을 데리고 돌아다니며 설명해주곤 했다.
그 때 한적한 별궁 중 한 곳을 돌아다니면 가끔 마주치게 되는 작은 소년이 있었다. 마주치는 사람들은 한 사람 한 사람
이름이며 직책을 다 설명해주시는 전하인데도 그 소년은 본 척도 하지 않았다.
"전하 저 분은...?"
"아... 알 것 없다."
아무리 중요하지 않은 사람이래도 항상 설명해줬던 분이 이러시니 의문이 생겨 오래 일했던 상궁에게 조르고 졸라 물어본 대답은 이랬다.
'그 분은 소현대군 전하의 이복동생이시자 세 번 째 왕자님이십니다.
천하디 천한 무수리 소생이라... 거의 없는 사람 취급을 당하시지요. 세자폐하나 대군께서도 형제취급을 안하신답니다'
"아..."
그 말을 들으니 왠지 더 마음이 가서 였을까? 그를 마주칠 때마다 눈인사로 아는 척을 했다.
그는 궁에서 무시당하고 없는 사람 취급당하는 것이 너무 익숙해진건지, 내가 아는 척을 하자 처음에는 당황했다.
날 볼 때마다 허둥대며 살짝 미소를 띄우는 그가 안쓰러워 항상 미소를 띄고 인사했다. 그래도 일국의 왕자가 아닌가
"그대를 닮았습니다"
어느 날, 후원에서 연못을 보고 있던 나에게 속삭이듯 주고 간 노란 달맞이꽃을 보고서야 내가 잘못처신했음을 깨닫고
그 때부터는 그를 봐도 아는 척하지 않았다.
그는 처음엔 당황한 것 같지만, 얼마지나지 않아 곧 익숙해진 것 같았다.
나를 봐도 그는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지나가곤 했다. 나 역시-
그리고 세자폐하가 사냥에서 얻으신 부상으로 승하하신 건 얼마 되지 않아서였다. 그 충격으로 선왕폐하도 승하하셨고
나의 정혼자이셨던 소현대군은 하루 아침에 한 나라의 임금이 되었다. 하지만 나는 왕비가 되지 못했다.
승하하신 세자전하와 정혼상태여서 혼례가 미뤄진, 세 살 많은 언니가 내 원래 자리를 갖게 되었다.
아버지는 거의 애걸하듯이 나를 달랬다. 내가 결정할 수 있는 건 애초에 하나도 없었겠지만
"칠봉아... 이미 왕가와 맺어졌던 너를 어떤 집에서 데려갈 수 있겠느냐... 그러니 일단 내 말을 듣거라
천한 무수리 소생이라도 그래도 왕족아니더냐"
나는 그렇게 내가 한 때 마음을 짓밟았던 그, 전원우와 혼례를 올리게 되었다. 이젠 불쌍한 별궁의 소년 전원우가 아니라 양선대군 마마신가?
조금 기다리다가 방에 들어가니 그는 죽은 듯이 자고있었다. 뭘 하고 온건진 몰라도 피곤했던 모양이었다.
그는 나와 혼인한 이후로는 항상 늦게 들어오곤했다. 물론 뭘 하고 다니는 지는 말도 하지 않는 것은 물론이었다.
"대군은 오랜만에 보니 얼굴이 더 좋아진 것 같소"
"주상께서 다 살펴주신 덕분입니다."
오랜만에 내 옛 정혼자였던 주상 전하를 뵙는 것은 그다지 유쾌한 자리가 아니었다. 그에게 마음이 아예 없었던 것도 아니니
이상한 기분이 들어 자리가 파하자마자 별채의 호숫가에 가 숨을 가다듬고 있었다.
"또 여기 있었구나"
"폐하..!"
"폐하는 무슨... 편히 불러 , 난 달라진 거 없으니까. 너도 그런 것 같군
맨날 심란하면 여기 와서 가만히 물에 비친 달만 보기만 했지"
"폐하... 아랫것들이 걱정합니다. 성상께서 이렇게 자리를 비우시면 얼마나 불안해하겠습니까"
"칠봉아 그래.. 말해보거라 너는 나를 영영 잊었느냐?"
술이 오른건지 갑자기 나를 끌어안는 임금 때문에 놀라서 입이 떨어지지 않을 것만 같았다.
"폐하... 제발... 제발 제 언니와 제 지아비를 생각해주셔서라도 이러시면 안됩니다 제발....폐하"
"다른 사람들이 무슨 상관이냐. 내가 이 나라의 임금인데
넌 원래 내 것이 아니었더냐? 그새 그래도 지아비라고 그 천한 것에게 마음을 줘버린게야?"
"폐하...."
나를 껴안은 그와 실랑이를 하고있는데 갑자기 본채쪽에서 커다란 소리가 났다. 그리고는 다급한 사람들의 고함소리가 들려왔다.
"불이야!!! 불이다....!!! 사람살려!!!"
사람들을 깨우기 위해 정신없이 안채로 달려가던 도중 짓밟혀있는 달맞이꽃 다발이 발에 채였다.
뭔가 불안한 일이 일어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마마...!!! 마마 큰 일 났습니다. 역모가 일어났답니다... 이미 주상전하는 시해되셨다는 소문까지 ..."
"무슨 소리를 하는게냐... 네가 지금 어떤 말을 하는 지 정도는 알고있겠지?"
"물론입니다...마마 지금 시장이고 민가고 전부 난리도 아닙니다. 어디서 그런 군사들이 성도에 나타났는지"
"세상에..."
눈 앞이 깜깜해져 몸이 말을 듣지 않는 기분이었다. 역모라니...
"그리고 가장 흉흉한 소문은 역모의 주모자가 바로... 우리 양선대군 마마시라는..."
"닥치지 못하겠느냐! 이런 때일수록 정신을 차려야하거늘 어디서 들은 헛소문으로 주인을 욕보여!!"
"잘못했습니다... 마마..."
하지만 그 소문이 거짓이 아니라 사실이었다는 건 얼마 지나지않아 직접 확인하게 되었다.
"대군 마마" / "마마..."
한 무리의 군사를 이끌고 온 그는 어디서 묻혀왔을지 모를 피를 칠갑한 갑주를 벗어던지더니
무언가를 들고 나에게로 걸어왔다
"꺄아아아아아악!!!! 마마.... 이건"
"나 같은 놈에겐 ...과분할 정도로 고귀하신 부인이 제일 아끼시던 물건을 선물해 드리고 싶어서- "
내 옛 정혼자였던 주상전하의 목이 내 발치에 굴러떨어졌다.
"마마..."
피를 묻힌 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리는 손이 낯설다.
"앞으론 나 말고는 어떤 누구도 그 눈에 담지 마십시오. 그대의 반려자는 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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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스트레스 때문인가.. 이미 조각글이 아니네욤... -,-;; 쓰다가 제멋대로 긴 똥을 싸지르고 말았슴다;.... 아... 시험이 빨리 끝나야 좀 정신을 차릴텐데... 담주에나 끝나서 ㅋㅋㅎㅋㅎㅋ...ㅠㅠ 아무튼 예전부터 사극물을 써보고 싶어서.. 제 욕심을 ... 부렸습니다...ㅠㅠㅠ.... ㅋㅋㅋ...... 시대고 장르고 널을 뛰네요... 음... 이미 집착이 아니라 싸이코패스나 쏘시오패스의 영역으로 가버린듯한... 항상 봐주시는 독자님들 정말 감사합니다...ㅠㅠ... 작은 댓글만 봐도 정말 힘이 돼여ㅠㅠ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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