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김민규
"칠봉 누나~!"
"아 깜짝이야...."
안그래도 어두운데 커다랗고 시커먼 녀석이 튀어나와서 간이 떨어지는 줄 알았다.
이 녀석은 대체 언제 자기가 생각보다 꽤 위협이 되는 존재라는 걸 깨달을까. 갓 중학생이 된 주제에 벌써 180은 넘은 것 같다.
멀대 같아서는 뭐가 그렇게 좋은건지 실실 웃고 있는 녀석을 지나쳐서 그냥 걸어갔다.
"누나~ 왜 그래 화났어?"
정색을 하니 갑자기 풀죽은 강아지마냥 꼬리를 내리는 녀석에게 조용히 읊조렸다.
"김민규... 내가 이렇게 갑자기 나와서 놀래키는 장난 싫다고 몇 번을 말했어?"
"난 근데... 누나 보니까 반가워서"
"반가우면 막 갑자기 나와서 놀래키고 그래?"
쏘아붙이고 걸음을 재촉했더니 기가 죽은 녀석이 조용히 따라오기 시작했다. 정말 성가시다
초등학생 때 칠봉 누나와 결혼할거라며 동네 방네를 뛰어다닐 때만해도 귀엽게 생각했지만
이 나이가 될 때까지 저럴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는데... 집에 들어오자마자 가방을 신경질적으로 던져버렸다.
"이사를....간다고? 엄마... 나 고2야 나도 이제 입시 준비도 해야하고"
"너 전학할 학교랑 이미 다 정해놨으니까 딴소리 하지 말고 짐이나 잘 챙겨"
당황해서 말도 나오지 않았지만 생각보다 훨씬 더 단호한 엄마의 말에 반박을 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리고 순간 귀찮은 누군가를 확실히 떼어놓을 수 있는 기회가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알았어요 . 엄마 이사 가요"
"김칠봉 대리는 좋겠어?"
"네?"
"아까 보니까 또 왔던데? 꽃. 이번에는 어우 더 화려해졌더라 이제 곧 국수 먹여주는거 아니야?
남자 친구가 정말 로맨티스트인가봐~"
"국수는 무슨... 남자 친구 없는 지 2년이 다 되가요"
갑자기 놀리듯이 말을 거는 박주임의 말을 듣고 사무실로 돌아가던 발걸음을 더 빠르게 재촉했다.
아니나 다를까 내 사무실 책상에는 화려한 꽃다발이 자태를 자랑하듯이 고고하게 서있었다.
사무실의 시선이 쏠린 것이 민망해 급히 정리하는데 꽃다발에 묶여있는 리본에 편지가 매달려 있었다.
[오랜만이에요. 보고싶었어]
'무슨 오랜만은 오랜만이야...'
더 시선이 쏠리는 것이 무서워 더 누가 볼새라 꽃다발을 죄지은 듯이 책상 아래로 밀어넣었다.
먹고 살기위해서라지만 야근을 하고 돌아가는 밤길은 항상 익숙치가 않고 꺼림칙하다.
게다가 오늘같이 골목에서 왠지 모를 인기척이 느껴질 때는 더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순간 누구의 것인지 모를 발 소리가 들려왔다. 덕분에 빠르게 옮기던 발걸음이 나도 모르게 멈춰섰다.
달려야 하는데. 피가 얼어붙을 것만 같은 느낌에 두 눈을 꼭 감았다.
'이젠 나도 몰라'
두 눈을 감고 나 죽었다 하고 뛰어가는 순간, 누군가가 덥썩 껴안는 느낌이 들었다.
"헉!!"
너무 놀라서 눈도 뜨지 못한 상태로 바들바들 몸이 떨려왔다.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눈물이 나올 것만 같았다.
순간 익숙하면서도 더 묵직해진 목소리가 낯선 향수 냄새와 함께 들려온다.
"깜짝 깜짝 놀라는 건 여전하네"
"오랜만이야. 칠봉아"
2. 최승철
나에게는 이복 오빠가 한 명 있다.
오빠는 말이 별로 없는 타입이긴 하지만, 이복 여동생인 나에게는 언제나 살갑게 대해준다. 남들이 보면 이상하다고 할 정도로.
사실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본가에 들어온지 몇 년 되지도 않아서 그와 나는 남남이나 다를 것이 없는데
오빠 말로는 아래로 여동생을 꼭 가지고 싶었다고 하긴 하지만
"칠봉아 학교 가는거야?"
"네..."
"네가 뭐야. 오빠인데 내가 편하게 대답하라고 했잖아"
웃으면서 가방 끈을 정리해주려는 오빠의 손길을 만류하고는 늦었다고 말하고 뛰어갔다.
'오빠'가 어색해서도 있지만 어제 아버지가 하신 말씀이 잊히지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행동을 좀 단정히 하고 다니거라"
"네?.... 네"
"승철이 놈과 너 두 사람에 대해서 소문이 돈다는 거... 모르진 않겠지?
크흠... 아니 땐 굴뚝에서 연기날 수도 있다지만 당사자부터 조심해야 하는 법이다. 최승철 이놈을 어떻게 해야..."
"알겠습니다."
"그리고 넌 내가 예전에 했던 얘기 항상 명심하고 있어야 한다. 중요한 혼사니까..응?
기집애가 행동을 잘 하고 다녀야지... 어떻게 된게 이놈의 자식새끼들은 내 속만 썩이는지 "
아무래도 아버지는 이복남매간의 걸쩍지근한 소문때문에
애써 겨우 잡아놓은 정략결혼건이 없는 일이 될까봐 신경이 쓰이신 모양이었다.
그리고 아버지가 타고다니던 차에 5톤 트럭이 감속도 안한채로 갖다 박은건 며칠 되지 않아서였다.
조직원들이 잔뜩 모인 분향소에서 하루 종일 있었는데도 상주인 오빠는 코빼기도 비칠 생각을 안했다.
사람들이 다 돌아가고 난 자정에나 오빠는 분향소에 들어왔다.
항상 엇나가던 오빠였지만 ,순간 감정이 북받쳐서 오빠의 품에 안겨서 꺽꺽대며 울었다.
"오빠 어떡해.... 아버지... 아버지가 돌아...가셨"
하지만 오히려 오빠는 오열하며 울고있는 내가 이상하다는 듯이 한참 쳐다보더니, 부드러운 손으로 눈물을 닦아주었다.
그리곤 양 손으로 내 볼을 감싸더니 천천히 물어왔다.
"넌...그 인간 죽은게 슬퍼? 말해봐 "
"무슨 소리야 오빠!.... 아버지가... 아버지가 돌아가셨다구!! 우린 이제 어떻게 해!"
"어떡하긴 뭘 어떻게해. 넌 걱정할 거 없어. 그 망할 인간 내가 아니라도 누군가가 보내버렸을 거니까"
"뭐?... 지금 뭐라 했어... 아버지를..."
"그래 내가 보내드렸어. 저 세상으로"
"미쳤어?.... 아무리 오빠가 망나니래도 그렇지 아버지 분향소에서 그런말을 해!!!"
순간 이성을 잃어서 오빠의 가슴을 정신없이 주먹으로 치면서 소리를 질렀다. 그는 내 주먹을 조용히 다 받아내면서
표정도 바꾸지 않은 채로 나를 내려다봤다.
힘이 다 빠지자, 오빠는 내 양 손목을 잡더니 천천히 입을 떼기 시작했다.
"그 인간이 널 멀리 보낸다잖아"
"그게 다야?"
"응"
"미친....놈"
"이젠 진짜 아무도 방해 못해. 우리 둘밖에 없어"
"그게 할 소리야?..."
"미안해... 그래도 울지마... 그 새끼 때문에 너 우는 거 보기 싫어"
웃고있는 오빠의 얼굴을 보며 현실이 아니기만을 빌었다. 하루종일 탈진할 정도로 울어댄 상태에서
악을 쓰면서 난리를 쳐선지 점점 눈이 감겨오는 것이 느껴졌다.
눈을 뜨면 이게 꿈이었으면.... 좋겠는데.......
3. 윤정한
"진짜 이상하다니까 오빠"
"왜 또 "
"자꾸 집에서 뭔가 없어지는 거 같애"
"네 기분탓이겠지 칠봉아-. 넌 원래 물건 잘 잃어버리잖아"
"아니 근데 없어져도 큰게 없어지는게 아니라 작은게 없어져. 진짜 기분 이상해. 차라리 금고나 통장 털리면 속쓰리긴 해도 그러려니하지
꼭 예전에 쓰다 내팽겨친 다이어리나... 그래 오빠가 저번에 예쁘다고 칭찬해줬던 머리띠나"
"내가 봤을 땐 우리 칠봉이 집 나간 기억력을 잡아오는게 우선인거 같은데? 하하 "
기껏 상담했는데 웃는 얼굴로 무시해버리는 오빠 때문에 심통이 난다.
지금 날 상담해주고 있는 사람은 어릴 때부터 친했던 성당 오빠 윤정한.
여자보다도 예쁠 것 같은 얼굴에 항상 상냥한 말투만 쓴다. 정말 성모 마리아의 현신 아닐까?
정한 오빠와는 이상할 정도로 이어지는 인연때문에 어릴때부터 지금까지 아는 사이가 됐다.
덕분에 가끔씩 이렇게 고민 상담도 하는 친오빠 같은 사이가 된 지 오래다.
"어 윤재야!! 여기야"
"어 형 안녕하세요?"
"...안녕?"
내 남자친구가 오자 반갑게 인사하는 녀석을 좀 떨떠름하게 받아주는 오빠때문에 좀 당황스러웠지만
오자마자 나를 데려가는 녀석 때문에 오빠한테 제대로 말도 못하고 까페를 나왔다.
우리를 바라보면서 미소를 띄는 오빠를 까페 유리창 뒤로 하면서 걸어나오는데, 윤재 녀석이 호들갑을 떤다.
"와 칠봉아 나 진짜 깜짝놀랐다. 저 형이 원래 저렇게 웃을 줄도 알았냐?"
"누구? 정한 오빠? 왜? 오빠 원래 맨날 웃고 다니잖아"
"아니... 나 저번에 길가다가 저 형 얼굴 기억 나서 아는 체 했는데, 그냥 본 척도 안하고 인상 찌뿌리더니 지나가 버렸어"
"야 거짓말하지마- 정한 오빠 별명이 천사인데 무슨... 니가 진짜 사람 헷갈린거겠지"
윤재는 왠만하면 괜찮은데 이렇게 가끔 헛소리를 하는게 문제다.
"오빠? 정한 오빠!!!!!!"
자취하는 정한 오빠에게 엄마가 만든 반찬을 나눠주려고 5분 째 오빠네 집 대문만 두드리는데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이상한데? 원래 이 시간엔 집에 있을텐데
미리 말하고 올 걸 그랬나..
왠지 모를 호기심에 오빠의 집 비밀번호키에 아무 번호나 눌러봤다.
어디 보자 오빠 생일인 10...04?
"삑-."
새침한 소리를 내며 붉은 색으로 변하는 기계를 보니 오기가 생겼다.
오빠네 엄마 생일?... 이것도 아니고
오빠 핸드폰 뒷자리?.... 얘도 아니네
설마 내 생일인... 0824...? 에이 너무 무리수인가
"삐비비비빅-"
순간 파란색으로 변하며 철컥거리며 열리는 현관문 때문에 들고온 반찬을 떨어뜨릴만큼 놀랐다.
이러면 안되지만 나도 모르게 뭐에 홀린듯이 오빠의 집안으로 들어갔다.
반찬을 대충 식탁에 올려놓고 집안을 대충 둘러보자
왠일인지 평소에 항상 잠겨있던 방의 문이 살짝 열려있었다. 문을 살짝 열고 들어가자마자 내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내 ... 머리띠"
거기엔 지금까지 내가 없어졌다고 생각했던 물건들이 여기저기 가지런히 정리되 있었다.
심지어 벽 한 쪽에는 내 사진이 여기저기 붙어있었다. 도대체 언제부터 이런짓을 한거야
순간 여기서 빨리 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다리를 움직이려는 순간-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최대한 숨을 죽이며 방 문 뒤로 숨었다.
숨어있다가 오빠가 화장실에 들어가서 씻는 순간 조용히 나와서 도망가야지
'아.... 내 신발....'
동시에 머리에 번개처럼 치고지나가는 생각이 있었다. 현관에 가지런히 벗어놓은 내 신발 두 짝.
"칠봉아? 거기서 뭐해?"
어느때나 다름없이 살갑게 들려오는 오빠의 목소리에 식은땀이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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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ㅎㅎㅎㅎㅎ 일단 썰들이 다 굉장히 현실성이 없네요.... 저렇게 잘생긴 애들이 집착이라니... 그래도 빙의글의 재미는 이런 비현실성 아니겠습니까! 이건 거의 뭐 초현실이긴 하지만 기억하실 분이 있으실지 모르겠지만 독방에서 썼던거 생각이 계속나서 거기에서 멤버도 한 명 바꾸고 내용도 살짝 보충하고 수정해서 글잡에 올리게되었습니당 ㅠㅠ 네 사실 시험공부 하기 싫어서도 있지만 .//// 그래도 쓰면서 좋아서 헤실거리다가 귀가 입에 걸리는 줄 알았습니다.. ㅠㅠ.. 좀 무섭긴 한데.... 뭐 소설이니까요^^! 세봉이들 다 싸랑한당! 아 그리고 댓글은 아무리 짧아도 힘이 됩니다ㅠㅠ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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