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박지민] 고백
지잉- 지잉-
삼십분 전 약속이 생겨 토끼 귀가 달린 후드티를 둘러입고 터덜터덜 집 근처 초등학교 정문으로 향한 여자는 누가 청혼이라도 하는지 꽃이며 촛불이며 잔뜩 세워진 길이 정문서부터 쭉 나 있는 걸 보고 눈이 휘둥그레 해 졌다. 조심조심 게걸음으로 뒷걸음질 치다가 눈치없게도 주머니에서 울리는 전화를 꺼내들어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우리 여기서 만나면 안될것 같애 여기 누가 이벤트 하고 있어.. 뒷문에서 보자! 모기만한 목소리로 다다다다 말한 후 조심스럽고 재빠르게 자리를 벗어났다. 잠시 손에 들렸던 막대사탕을 다시 입에 물고 잠시 늘어진 후드 끈을 제 맘에 들게 고쳐맸다.
"아... 누군지 진짜 부럽네."
"부러우면 그냥 한번 걸어보지 뭘 도망쳐 오냐."
여자는 익숙한 목소리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조금 어두웠지만 익숙한 귀여운 눈에 친근한 키까지. 제 남친을 발견하고 여자가 쪼르르 뛰어가 지난번에 같이 사입은 트레이닝복을 맞춰 입은 둘이 마주 섰다. 여자의 머리 위에는 긴 토끼귀가 나풀나풀, 지민이 입은 후드에는 강아지 귀가 달려있었다. 아 귀여워. 역시 사자고 하길 잘했어. 동갑으로 삼년간 알고 지내다 작년 지민의 고백으로 사귀는 사이가 된 둘은 곧잘 이렇게 귀여운 커플룩을 맞춰 입곤 해서 주변의 부러움을 사고 그랬다. 손을 쭉 뻗어 목뒤에 잘 있는 후드를 집어다 제 남친의 붉은 머리 위에다 척 씌웠다. 나 진짜 거기 걸을 뻔 했는데 다행히도 그렇게 눈치 없진 않았지 뭐. 그러고 헤 웃어보였다.
"구경 가자 우리."
구경? 고백 받는거 구경해? 제 팔목을 척 붙잡고 척척 걸어가는 지민이를 따라 토끼귀가 머리위에서 흔들리는 여자가 따라 걸었다. 힝 지민아 우리 그냥 맥주나 마시러 가면 안되나? 그래도 뒤도 안 돌아보고 척척 걸어가는 지민이를 보여 여자는 좀 울상을 지었다. 왜 그러지, 화났나 지민이?
다시 초등학교 정문으로 돌아와 쉿, 이리로 와, 그러면서 문 바로 옆에 찰싹 붙은 지민이 옆으로 살금살금 걸어가 섰다.
아까보다 초의 키가 더 작아졌나? 듬성듬성 꺼진데도 있었다. 그런데도 여전히 아무도 없다. 여자는 다시 문에 몸을 숨기고 저처럼 문에 붙어 선 제 남친 귀에 대고 종알종알, 그랬다.
"자기야 아직도 아무도 없어, 이 사람 까였나봐... 불쌍해........."
"응, 까인건 아니고 그냥 실패했지 뭐."
갑자기 제 손을 또 잡아끌어 아예 그 촛불길 안으로 밀어버리는 지민이 때문에 여자는 어? 어? 이상한 소리를 내며 정작 제 주인은 걷지 못한 길을 쪼르르 밀려 쭉 따라가 곧 고백을 위해 준비한 동그란 공간에 도착했다. 자기야 왜그래애; 이제 제 손을 잡고 마주 선 지민에게 작게 속삭여봐야 신경도 안쓰고. 주인 오면 어떻게 해, 다시 다급하게 말 해봤자 제 앞에 선 남친은 그냥 평소같이 웃어만 보였다.
"자기야. 오긴 누가 또 와.. 이거 니껀데."
"음.........?"
"왜 니꺼라곤 생각을 안해, 나 좀 속상하려고 그러네."
"이거.... 지금 니가 나한테 해 주려고 만든거라고?"
당황한 눈으로 저를 쳐다보는 여자를 보며 지민은 가만히 웃어보이고 굳은 촛농이 묻은 제 옷을 보여주고 그랬다. 장난 치는거 아니야, 진짜 너 주려고 내가 세시간 넘게 준비 한거래도? 그러면 여자는 정신을 못 차리고 아직 멍 하니 서있었다. 제 손을 잡아오는 지민을 정신없이 쳐다보니 멋적은 웃음. 힝....... 진짜야?
"아..... 미안해 자기야 내가 다 망쳤네...."
"망치긴... 내가 좀 더 생각을 했어야 되나보다. 처음 하려니까 엉망이네.."
여자는 천천히 제 주변을 둘러보다가, 지민을 다시 바라보다가 맞잡은 손을 꼭 쥐었다가 아직도 안절부절 그랬다. 눈 앞에서 어쩔 줄 몰라하는 제 여자친구를 보는 지민도 영 마음이 불편했다. 도대체 이게 뭐야... 몇시간 열심히 준비했는데 이럴거면 그냥 아까 맥주마시러 가자고 할때 그러자고 할 걸 그랬나 그런 생각도 했다. 그 때 저 쪽 정문에서 왠 아저씨가 쑥 들어왔다가 으익! 하는 이상한 소리를 남기고 황급히 돌아가 버리는 바람에 멍하니 바라보고 있던 둘은 당황스런 눈빛으로 서로를 마주보고 기어이는 웃음을 터뜨렸다.
여자는 어느새 손을 끌어당겨 안아버리는 제 남자친구의 품 안에 있었다. 나 너무 감동했어, 지민아. 응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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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짧은데다 치환이 없네욥.
연하남에서 지민이 너무 써먹어서 기여운 박지민한테 미안하니까 또 짧은 글이나마..
나도 귀여운 박지민이랑 손잡고 싶다! :D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