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에 있는 노래는 용대와 아버지와의 대화에서, 밑에 노래는 성용이와 용대의 러브러브씬을 보실때 들으세요 !
그러는게 감정이입에 더 잘될거 같아서용 ♡
*
다녀왔습니다…. 11시를 조금 넘은 시각, 평소 같았으면 텔레비전 소리가 시끄럽게 들리고 부모님의 웃음소리가 끊임없이 이어질 시간이었지만 오늘은 누군가 물을 끼얹은 듯
무척이나 조용하고 어두웠다. 다들 주무시나 보네. 신발을 벗고 더듬더듬 거리며 집안으로 들어왔는데,아무리 안좋은일이 있었더라도 얼굴을 한번 비추는게 예의인것 같아
굳게 닫혀있는 부모님방 문을 조심히 열었다. 끼익, 듣기 싫은 소음과 함께 문이 열렸고, 방 안에는 많이 지치셨는지, 제대로 옷도 알아입지 않은채 침대에 널부러져서 주무
시고 계신 엄마의 모습이 보였다. 진짜 못났다… 이렇게 힘들어 하실거 알면서도. 한숨을 푹 쉬고 이불을 덮어드리고는 문을 닫고 방을 나왔다. 아빠는 어디를 가신걸까,
" … 후, "
" … "
방에서 나와,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는 터덜터덜 방으로 걸어가던 참이였다. 부엌쪽으로 갈수록, 희미했던 불빛이 점점 환해지는것 같았다. 이 시간에 누구지, 형인가… .
어두운데 오래 있어서 그런가, 갑작스럽게 시야에 들어오는 밝은 빛으로 인해 눈살이 찌푸려졌다. 희미하게 보이는 사람형체의 인영에, 눈을 비비적 거리곤 떴을때, 부엌에는
형도 아닌 한숨을 쉬며 술잔을 기울이고 계신 아빠가 계셨다. 아빠… 술도 잘 못드시면서 벌써 2병이나 마신듯 보였다. 술 가능하면 입에 잘 안대시는데, 얼마나 속상하셨으면
별로 좋아하지도 않은 술을 저렇게 드셨을까. 술 마시면 안좋았던 일들이 잠시나마 잊혀진다는데 오늘 있었던 일을 머릿속에 지우기위해 저러시는걸까, 나한테 엄청난 실망감
느끼셨겠지, 나도 내 자신한테 그러는데. 술잔을 기울이고 계시는 아빠께 고개를 숙이며 조용히 말했다. 다녀왔습니다,
" 아빠 "
" … "
" 저 다녀 왔어요 "
" … "
" 들어가볼게요, 많이 드시지 마세요. "
들어가볼게요, 힘없는 말투에도 내쪽은 돌아보시지도 않고 꿋꿋히 술잔을 비우셨다. 이런 반응이 당연한건데, 아니 더럽다고 욕하시면서 내쫓지 않는것만으로도 엄청 행복한
건데, 이기적이게도 터져 쓰라린 입술보다도 마음이 더 쓰라린다. 부모님 몰래 사랑 키우다가 이제야 말씀 드려서 당연히 배신감 느끼실만한 일인데, 그것도 축복받지 못하는
동성간의 연애라면 더더욱. 방안으로 들어와 의자에 털썩 앉았다.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너무 힘든데 이 상태에서 잠은 죽어도 안올거 같아서. 의자에 앉아 무심코 책상을
봤는데, 내 시선이 향한건 작은 액자에 끼어있는, 환하게 웃으며 찍은 가족사진이었다. 이때가 아마 1년전에 바다 놀러갔을때 사진 같은데, 지금과는 너무 다르게 다들 세상
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들처럼 행복감이 차있는 얼굴이었다. 내가 이런 행복은 깨뜨린걸까, 내 사랑 하나 때문에. 돌아갈수 있을까, 두려움이 몰려왔다. 이대로 유리처럼 깨져
버릴까봐. 덜덜 떨리는 손으로 가족사진을 꺼내 한참 동안이나 바라보고 있는데, 닫혀있던 내 방문이 조용히 열리며, 누군가 들어왔다.
" … 용대야 "
" 아빠 "
" 아빠랑 밖에서 술한잔 하고 올까. 얘기도 할겸 "
" … 술 많이 드셨잖아요 "
" 그냥, 우리 아들이랑 얘기하고 싶어서. "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고개를 돌렸을때 보이는 사람은 다름아닌 아빠였다. 아빠는 무척이나 피곤한 얼굴로 슬쩍 웃으며 말씀하셨다. 아들,아빠랑 술 한잔 하고 올까.
아빠일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는데, 나도 웃긴게 아빠의 한마디에 걱정했던 마음이 싹 달아나는 느낌을 받았다. 평생 나랑 얼굴도 안보고, 아까처럼 보기 싫은 화난 얼굴로
마주하려고 하시면 어떡하나 했는데, 저 웃음을 보니까 쿵 떨어졌던 심장이 다시 되살아나는것 같다. 너무 피곤해 보이시는데, 무리하시는거 아닌가… . 걱정스러운 얼굴로
아빠를 쳐다봤을때 아빠는 걱정하지 말라는듯, 웃으며 고개를 저으셨다. 네, 나가요. 내 말에 아빠는 먼저 집을 나섰고, 나도 가디건 하나를 챙기고 빠른 걸음으로 아빠옆에
서서 같이 걸었다. 꽤 춥네, 아까 소나기가 잠깐 내려서 그런가, 여름 답지 않게 꽤나 차가운 바람이 스쳐지나갔다. 아빠 옷도 엄청 얇게 입고 오신것 같은데,
" 아빠, 가디건 입으세요. 날씨도 쌀쌀한데 "
" 괜찮아, 너 입어 "
" 저 괜찮으니까 입으세요 "
" 아빠도 괜찮아, 날씨 선선해서 좋은데 그냥 바람 쐬지, 뭐. "
아빠는 마지막 말을 끝으로 슬쩍 웃으시고는 걸어가시다, 간간히 하늘을 쳐다보셨다. 하늘을 쳐다보며 무엇인가를 생각하는듯한 아빠의 행동에 하늘을 봤을때, 몇개의 별이
환하게 반짝 거리고 있었다. 어제 봤던 그 별인지는 확실히 모르겠지만, 어제처럼 유독 밝은 한개의 별은 마치 나를 향해 말을 하는듯 보였다. 힘내,너도 나처럼 반짝거릴수
있어, 하며. 물론, 마음속에서 내 자신에게 하는 말을 별을 통해 대신 전해들은거라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누군가한테 위로받은거 같고, 나도 저렇게 환하게 웃을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간간히 하늘을 쳐다보며 꽤 걸었을까, 아빠는 나보다 더 빠른 걸음으로, 조금 허름해 보이는 포장마차로 발걸음을 옮겼다.
" 앉아 "
" … "
" 아주머니, 술 1병만 주세요. "
" 네 , 잠시만 기다리세요. "
아빠를 따라 포장마차로 들어왔을때, 따뜻한 공기와 함께 여러가지 음식 냄새가 풍겨왔다. 비가 와서 다들 집에 있는지, 손님도 우리빼곤 없는 한적한 공간이였다. 앉아,
앉으라는 아빠의 말씀에 의자에 앉고는 술을 시키는 아빠를 슬쩍 쳐다보다 가만히 들고온 가디건만 만지작 거리는데, 날 보는 아빠의 시선에 고개를 들었을때 아빠는 그런
나를 보며 힘없이 웃고 계셨다. 아빠 고민있을때 마다 맨날 오는곳이었는데, 처음으로 너랑 와보네. 아빠의 말씀에 죄송함이 물밀듯 몰려왔다. 내 일이 바빠서, 항상 일상에
치여살아서 아빠가 힘드셨던것도, 이런곳에서 혼자 술잔 기울이며 걱정 털어버리고 웃는 얼굴로 가족들 마주하셨다는것도 몰랐다. 항상, 무심하게 내 일만 신경 썼었는데…
아빠의 말씀에 조용히 고개를 끄덕거리자, 한숨을 내쉬던 아빠는 차분히 말을 이어나가셨다. 자주 왔어야 했는데,
" 아들이랑 자주 왔어야 했던건데, "
" … "
" 서로에게 너무 무심했던것 같네, 미안하다 "
" … 아니에요, 제가 죄송해요 "
" 아니야, 뭐 먹고 싶은거 있어 ? "
" … 아뇨 "
" 사내 자식이 그렇게 안먹어서 어떡해, 가뜩이나 운동하는 녀석이 "
아빠의 말씀에 할말도, 감히 내가 뱉을말도 있지 않아서 고개를 숙이고 멍하니 바닥만 쳐다보는데, 아주머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기 술이요, 자주 오시네요, 아들인가
봐요,인물이 잘 훤칠하네. 잘생겼죠, 우리 아들이에요. 이런 못난 아들이 뭐가 그리 자랑스러우신 걸까, 아주머니의 칭찬에 기분이 좋으신듯 환하게 웃는 아빠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실망 엄청 하셨을텐데,지금 짓는 웃음은 아무런 감정없이, 기뻐서 짓는 웃음이신거 같아 가슴이 더 아려왔다. 눈물이 나올것 같아서 입술을 꾹 깨물고 괜히 먼산만
바라보는데, 아빠는 내 앞에 술잔을 놓으며 술을 내게 건내셨다.
" 아빠가 한잔 따라줄게, "
" … 감사합니다 "
" 먹고 아무일 없었다는듯 푹 자고 일어나면 괜찮아질거야 "
술잔에 술을 따라주며 하시는 말씀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아버지의 술잔에 술을 채워드렸다. 많이 힘드신걸까, 채워드렸던 술을 금새 드시고는 계속해서 술을 따라드셨다.
아빠가 따라주셨던 술을 마시고는, 멍하니 아빠만 쳐다보는데 갈수록 술 냄새가 짙게 베여왔다. 어느새 한병을 다 드시고는 더 시키려고 입을 떼는 아빠를 다급히 붙잡고
말했다.아빠, 그만드세요. 아까도 2병 더 드신거 같은데… 내 말에 조금 취하신건지, 벌게진 얼굴로 술잔을 만지작 거리시며 가라앉은 목소리로 내게 말씀하셨다.
" 그만 드세요 "
" 괜찮아 "
" … "
" 이럴때 술 마시면서 속 푸는거지 "
내 말에 씁쓸하게 웃으시며 살짝 풀린 눈으로 바람이 세차게 부는 밖을 쳐다보는 아빠를 보고 있자니 눈가에 눈물이 고였다. 아빠 마음속도 지금 날씨처럼, 찬바람이 쌩쌩
불고 따뜻함 하나 없이 차가울까. 원래도 텅빈, 공허한 마음을 내가 더 외롭게 만든건 아닐까, 방패막이 되서 지켜드려야할 의무가 있는 내가 오히려 적으로 돌아섰으니… .
괜히 약한 모습 들키기 싫어 대충 눈물을 쓱 닦고는, 고개를 푹 숙였는데 원망스럽게 고인 눈물은 내 손으로 후두둑 떨어졌다. 우는 모습을 본건지, 아빠는 걱정스러운 표정
으로 나를 쳐다보셨고, 나는 떨어지는 눈물을 손등으로 훔치고는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괜찮아요.
" 사내자식이 그렇게 잘 울어서 어떡하려고 … "
" … 죄송해요, 아빠. 정말 죄송해요 "
" 죄송하긴, 아니야 "
내심 내게 잘잘못을 따지며, 몰아붙일까 걱정 많이 했는데, 따뜻하게 웃으시며 다정하게 아니야, 하고 말씀하시는 아빠의 말씀에 참았던 눈물이 터지는듯, 펑펑 쏟아지기
시작했다. 이런 모습 보이면 더 실망할까봐, 손으로 계속 눈물을 닦는데 너무 많이 흘러서 그런가, 닦아도 닦아도 끝이 없다. 이러다 진짜 시집가는거 아니야, 기분을 풀어
주려는지 아빠는 웃으며 농담을 하셨고 , 눈물 때문에 앞이 뿌옇게 보이지만, 최대한 아무렇지 않은척 하며 씩 웃었다. 전 괜찮아요, 하는 무언의 텔레파시를 보내며.
" 얼굴은 … 많이 부었네, "
" 괜찮아요 "
" 괜찮긴. 입술도 다 터졌네, 아빠가 너무 흥분을 했었나보다,"
" … 아니에요 "
" 이거 발라, "
이게 뭐… 눈물을 대충 닦고선, 내 손에 쥐어진 물체를 보는데 그건 다름아닌, 연고였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연고를 멀뚱히 보다가 아빠를 쳐다봤는데 아빠는 웃으며
입술을 가르키고는 말하셨다. 입술 많이 찢어진것 같은데 이거 발라, 발라도 된다고 하더라. 그럼 아까 주머니속에서 만지작 거리시던게… . 아빠 성격이 무뚝뚝하신 편이라
무심하신척 하면서, 뒤에서 가족 걱정 많이 하시는데 입술보고 걱정 하셨구나. 연고는 방금 샀다는걸 증명하는듯, 사람 손때를 타지 않아 깨끗해보였다. 웃으며 연고를 손에
꼭 쥐고는 웃으며 끄덕거리자, 머쓱하신지 슬쩍 웃으며 말씀하셨다. 잘 바르고 … 미안하다.
" 아니에요, 제가 … 제가 더 죄송해요."
" 울지마 인마, 울라고 이런거 산거 아니니까. 너 울면 아빠가 마음 많이 불편해 "
" 정말 죄송해요 , 저도 여기까지 오고 싶진 않았는데… 그게 마음대로 안되서 "
" 그래, 알아. 너도 어쩔수 없었겠지."
우는 내 모습에 아빠는 내 옆으로 와 내 등을 토닥이며 말씀하셨다. 괜찮아, 너도 어쩔수 없었겠지. 이 말을 듣는데 얼마나 안도감이 들던지 … 내 마음을 인정 받은거 같아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만약, 쉽게 포기하고 놓을수 있는 마음이였다면 진작에 여기까지 끌고 오지도 않았겠지. 차갑게 내치고는, 내 갈길 갔겠지만 그렇게 안되니까, 이
사랑을 놓쳤다간 내 자신도 놔버릴까봐 아직도 붙잡고 있는거라 생각한다. 아빠의 토닥임을 받으며 눈물을 참는데, 망설이시는듯 하더니 입을 떼시곤 내게 말 하셨다.
" 아빠 친구 있잖아, 친구 아는사람 아들이 너 같은 경우였나봐 "
" … "
" 아는 사람도 아니고, 나한테는 그런일이 없겠지, 생각하고 남일인지만 알고 무심했었어 "
" … "
" 근데 너가 그렇게 고백하니까 정신이 멍해지더니, 순간 화가 나더라, 실망감도 들고 "
" … 죄송해요. "
" 실망할 문제는 아니였는데… 너도 힘들었을텐데, 미안하다 "
아니에요, 제가 더 죄송해요. 이렇게 말해주시는것 만으로도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등을 토닥이던 손으로 내 두 손을 꽉 잡아주시는 아빠를 쳐다보며 희미하게 웃었다.
억지로 웃는 내가 안타까우셨는지, 아빠의 눈시울이 붉어지기 시작했다. 저 괜찮아요, 정말. 웃는 내 모습에 아빠는 결국 고개를 숙이고는 눈물을 흘리셨다. 이러면 내가 너무
못된 아들이 되는것 같아서 죄송한데…. 맞잡은 두 손을 더 꽉 잡자, 아빠는 목소리를 가다듬으시더니, 잠긴 목소리로 힘겹게 입을 떼셨다. 난, 아직도 꿈같아.
" 아빠는 겪어보지 못해서 확실히 너가 어떤 느낌인지 모르겠어 "
" … 네, "
" 너가 예쁜 신부 데리고 와서 잘 살것만 같은데 "
" … "
" 아빠 당분간은 니 얼굴 보면서 웃을 자신 없어. 아직 … 부담스러워. "
" … 네, 이해해요. "
" 아빠가 집 구해줄테니까 따로 지낼래, 어차피 너 자취 하려고 했고. "
그건… 예전부터 쭉 해 왔던 생각이지만,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서 망설이기만 했는데 갑자기 정하려니까 머릿속이 복잡해져왔다. 물론, 지금같이 서로 얼굴보기 껄끄러운
상황에서는 떨어져 있는것도 괜찮지만, 이럴수록 서로 더 멀어질까봐 한편으로는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안그래도 해외에 많이 가있어서 얼굴 볼 시간 얼마 없는데… 자취
까지 하면 1년에 볼 날이 손으로 꼽을수 있을거 같아서, 너무 그리울것 같은데. 당황스러워하는 내 모습에 아빠는 진지한 표정으로 말을 꺼내셨다.
" 너가 뭘 걱정하는지 알겠는데 . "
" … 네 "
" 지금 이상황에서 서로 얼굴 보면 심란해 질거같다, 집이야 자주 들림 되는거고 "
" … "
" 아빠가 시간을 갖고 싶어서 그래, 널 이해하고 받아들일 시간이 필요한것 같다 "
" … "
" 얼마나 걸린지는 모르겠지만 이해해주길 바랄게 "
" … 네, 아빠 "
아빠도 많이 복잡하시겠지, 갑작스레 이런 얘기를 꺼낸 아들이 원망스러우면서도 화낼순 없고. 이해하기엔 그렇게 간단하게 이해하고 받아들일 문제가 아니니까, 또 나와
기성용이 사회에 알려진 사람들이니. 아빠의 눈을 바라보자, 아빠도 나의 눈을 바라보시며 차분하게 말씀하셨다. 그렇게 해주겠니, 아빠와 언제 다시 내 책상에 놓여진 그
사진처럼, 환하게 마주보고 웃을지는 모르지만 , 기다려야지. 다시 그럴날이 있다고 믿으면서, 나는 아빠의 말씀에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 성용이 어머니랑 너 엄마랑 통화하는것 같았는데 "
" 어머님이랑요 ? "
" 응, 성용이도 자취할 생각인거 같은데 둘이 잘 알아봐서 같이 사는것도 나쁘지 않을거야 "
" … 아빠 "
" 서로 진정되면 밥 한끼 같이 먹자. 성용이도 초대하고, 그만 아빤 집 가볼게, 피곤하네. "
저도 갈게요, 취기가 몰려오시는지 살짝 휘청이며 자리에서 일어나시는 아빠를 따라 일어나자 일어나지 말라는듯한, 동작을 취하시는 아빠를 쳐다보았다. 너 이러고가면
엄마 더 속상해, 눈물 제대로 그치고 마음 정리되면 천천히 와, 내가 잘 말해놓을게. 아빠는 마지막말을 끝으로, 계산을 하고는 포장마차를 나가 터덜터덜 걸어가셨다. 점점
멀어져가는 아빠의 모습을 한참동안 멍하니 봤을까, 학생.하며 나를 부르시는 아주머니의 목소리에 놀라, 자리에서 일어나며 고개를 꾸벅 숙였다. 죄송해요,
" 죄송하긴, 오늘 내가 빨리 가게를 닫아야 할것 같아 "
" 아, 너무 앉아있었네요. 안녕히계세요 "
" 그래그래, 아버지랑 무슨 일 있는거 같은데 얼른 풀고, 또 같이와 "
" 네, 안녕히 계세요 "
*
응원해주시는 아주머니를 향해 살풋 웃고는 포장마차를 나왔다. 벌써 12시가 넘었네, 비온뒤라 그런가 오늘따라 더 한적하다. 아까 걸어왔던 길을 따라 집을 향해 가는데
너무 익숙한 길이라 봤더니 기성용 집쪽이었다. 아… . 아까는 너무 착잡해서 주변 신경 쓸 겨를이 없었는데, 아까 지나왔던 공원이 기성용 집앞 공원이였구나. 기성용은 뭐
하고 있으려나, 자고 있나.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전화나 해볼까 하고 번호를 눌렀다가 다시 핸드폰을 집어넣었다. 이렇게 복잡한 마음으로 전화하면, 횡설수설 하겠지.
한숨을 쉬고는 신호등을 건너기 위해 발을 멈췄을때, 신호등 반대편에는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설마, 내가 잘못본거겠지, 이제 헛것도 보이는건가. 부은 눈을 살짝 비비고는
다시 반대편을 쳐다봤을때, 헛것이 아니라 정말 기성용이 서있었다. 왜 저기있어 … . 기성용은 나를 못 본듯 했다, 놀라 멍하니 쳐다보는데, 신호가 바뀌고 기성용은 내쪽으로
걸어오기 시작했다. 이런 꼴을 보이기 싫었던걸까, 마음은 잡으라고 하는데 내 몸은 자연스럽게 기성용이 나를 못보도록, 옆으로 숨었다.
" 아, 얜 왜 전화는 안받아 "
" … "
신호등을 건넌 기성용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핸드폰을 꺼내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 시간에 누구한테 전화를 거는걸까, 그런 기성용을 뚫어져라 쳐다보는데 기성용이
전화함과 동시에 내 핸드폰 진동이 울렸다. 다행히 진동이라서 그런가, 나를 발견하지는 못한것 같았다. 발신인은 기성용, 아까 그렇게 전화하고 싶었는데 막상 전화가 오니까
망설이는 내 모습에 웃음이 나왔다. 이용대 지금 뭐하냐, 방금전 아빠와 얘기한것도 그렇고, 지금 전화받아서 하하호호 웃기엔 내가 너무 나쁜 놈이 되는것같아 전화를 무시
하고는 주머니에 다시 핸드폰을 넣었다. 미안해, 내일 얘기하자. 오늘은 무슨일 있었구나, 하고 넘어가줘.
*
" 누나 저 왔어요 "
" 어 , 용대 왔네. 오랜만이ㄷ … 어, 너 얼굴 왜그래 ! "
" 네? 하하, 그냥 어디 부딪혔어요 "
" 부딪혔다기엔 너무 심한데 ? 왜 그런거야 ? 누구한테 맞았어 ? "
오늘부터 아침운동 시작이라서, 새벽 6시에 집에서 나와 선수촌으로 갔더니 이미 많은 선수들이 와서 몸을 풀고 있었다. 좀 있음, 운동할 시간이라 짐을 내려놓고선 갈아입을
옷을 꺼내는데 누군가 내 앞으로 다가가서 내 등짝을 후려쳤다. 깜짝 놀라서 고개를 들었더니 개구지게 웃으며 날 쳐다보는 정은누나가 보였다. 역시 언제나 과격하시다니깐,
웃으며 인사를 건내려고 하는데 내 꼴을 본건지 정은누나는 개구진 표정을 지우고는 걱정스럽다는 표정으로 날 쳐다보며 안 좋게 말하면, 호들갑을 떨었다. 무슨 동네방네
나 맞았어요, 하고 소문을 내려고 그러시나… 목소리는 성인 남자랑 다를바 없이 엄청 크셔서는 고래고래 소리를 치신다. 누나의 말에 내 얼굴은 시선집중. 아, 쪽팔려.
" 맞았어 ? "
" 아니에요, 넘어진거에요 "
" … 으휴 , 거짓말 하긴. 괜찮아 ? "
" 네, 괜찮아요. "
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누나. 웃으며 말하는 내 모습에 누나는 혀를 끌끌 차며 나를 샐쭉 노려봤다. 속도 좋다, 얼굴 다 터져서 웃음이 나오냐, 넌. 너무 긍정적이라니깐.
누나의 걱정어린 말에 괜찮아요, 하고 웃으며 시선을 돌렸는데, 내 시선이 닿은곳엔 나를 쳐다보고 있는 기성용이 보였다. 왜 그래 용대야, 내게 말을 거는 누나에게 고개를
젓고는 다시 기성용을 쳐다봤는데, 기성용은 내게 할말이 있다는듯 입을 떼었다 감독님의 등장으로 인해 입을 다물고는 나에게서 시선을 떼었다. 어제 일 뭐라고 해야하지.
" 누나, 저 옷좀 갈아입고 올게요 "
" 그래, 갈아입고 나와 "
" 네, "
변명을 하더라도, 운동은 하고 해야할것 같아 누나에게 양해를 구하고는 탈의실로 걸어갔다. 감독님과의 얘기를 마친건지, 나를 쳐다보는 기성용의 시선이 느껴졌지만 결국
고개는 돌리지 않았다. 몰아붙이면 어떡하지, 씹었다고하면 난리칠거고. 복잡한 심경으로 옷을 대충 갈아입고는 탈의실을 나왔는데, 탈의실 앞에 누군가가 서있었다. 나온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는 느낌이 들었지만, 이런 꼴 들키기도 싫고 해서 잠시만요, 하며 고개를 푹 숙이고는 옆으로 비켜 지나가려던 참이었다,
" … 어 , 기성용 "
" 나가서 얘기하자, "
" 잠시만, 운동해야 되는데 "
" 그거 하루 안한다고 안죽어. "
옆으로 비켜 지나가는데, 내 팔을 잡는 힘 때문에 고개를 들었을땐,살짝 화가난 표정으로 나를 내려다 보는 기성용의 모습이 보였다. 나가서 얘기하자, 아직 인사도 안했는데
다짜고짜 내 팔을 쎄게 잡고는 나를 밖으로 데려가려는 기성용의 손을 떼려고 안간힘을 쓰며 말했다. 운동시간 됬단 말이야, 기성용은 내 말에도 아랑곳 안하고 나를 도살장에
돼지 끌고 가듯 질질 끌고 나갔다. 하루 안한다고 안죽으니까 걱정마. 속 편한 소리하네, 저번에 운동 안했다고 감독님한테 맞았으면서. 내 말에 눈에 불 피어오를것 같이 나를
노려보는 기성용의 눈길을 살살 피하자, 기성용은 한숨을 쉬더니 선수촌 뒷쪽으로 날 끌고 나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내 얼굴을 쳐다봤다. 괜찮아, ?
" 이용대 "
" 응 ? "
" 괜찮아 ? "
" 어, 괜찮아 "
" 괜찮긴 뭐가 괜찮아, 이렇게 부었구만. "
어쩌라고 … 괜찮다고 해도 노려보고, 안괜찮다고 해도 노려볼거면서. 어젠 많이 쓰라렸는데, 이제 살짝 쓰라릴뿐이지, 별 느낌이 안든다. 괜찮다는 내 말에도 불구하고
자기가 다친 마냥, 온갓 인상을 찌푸리고는 내 얼굴을 살살 만지는 기성용을 보고 있자니 웃음이 나올것 같다. 여기서 웃으면 아픈데 웃음이 나오냐고 엄청 구박하겠지…
최대한 아무렇지 않은척하며 기성용을 쳐다보고 있었는데, 상처를 한참 보던 기성용은 나를 노려보며 말했다. 너 , 제대로 치료 안하고 잤지.
" 응 ? "
" … "
" 너 치료 제대로 안했지, 완전 엉망이네 "
" … 기성용 진짜, "
" 너 왜웃어 ? 웃음이 나와 ? "
아니, 다친 당사자는 괜찮다는데 왜 자기가 더 난리야. 옛날에 제대로 치료 안해서 내가 다 치료해줬던거 생각도 안나나보지, 자기가 의사 선생님 마냥 아는척하면서, 나한테
훈계하고 있는 기성용을 보자니 어이없는데, 걱정해주는게 좋아서 결국 입꼬리가 슬슬 올라가기 시작했다. 이제 무서운척 해도 , 나도 내성이 생겨서 그냥 웃기거든. 실실웃는
내 얼굴에 기성용은 어이없다는듯, 헛웃음을 지으며 내게 말했다. 이게 웃을 일이야 ? 이렇게 다치고선… . 걱정해주니까 좋다. 뭐 ?'
" … 뭐 ? "
" 너가 걱정해주니까 좋다고. "
" 야, 이용대 너 지금 … "
" 고마워, 신경써줘서. 근데 나 정말 괜찮아, 이제 안 아파 "
신경써줘서 고마워, 내 말에 기성용은 어이가 없었는지 헛웃음을 짓다가 결국 표정을 풀고는 픽 웃었다. 기성용 정말 단순하다, 한마디 한마디에 표정이 어쩜 저렇게 바뀌냐.
그런 기성용이 신기하고, 귀여워서 한참 쳐다보고 있었는데, 내 시선이 너무 강렬했던 걸까, 기성용은 살짝 발그레진 얼굴로 시선을 피하며 말했다. 뭘 그렇게 쳐다봐, 사람
부담스럽게. 기성용의 말에 살짝 민망해져서 미안, 하고 씩 웃는데 기성용은 다시 날 쳐다보며 말했다.
" 어제 왜 전화 안받았어 ? "
" 아빠랑 얘기하고 있었어, 미안해 "
" 아버님이랑 ? … 뭐라고 하셨어 "
" 미안하시대, 지금 내 얼굴 볼 자신 없다고 그러셨어. 나도 그렇고, 그래서 원래 하려던것 처럼 자취하려고. "
" 아, 엄마한테 그 소린 들었어. 둘이 같이 살 집 구하라고 하시던데. "
어머님이 ? 너희 엄마 ? 재차 묻자 기성용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응, 엄마가. 어머님이 그러실리가 없는데… 지켜본다고 하시긴 했지만 하루아침에 거부감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고, 솔직히 우리 둘이 헤어지기를 바라실텐데 왜 그러신걸까. 궁금함이 가득 묻어있는 내 얼굴을 본 기성용은 웃으며 말했다. 내가 뭐랬어, 잘 풀린다고 했지.
자신감 넘치는 기성용의 행동도 그렇고, 어머님의 행동도 이해가 가질 않아 기성용을 흘끗 쳐다보며 말했다. 너, 설마 어머님한테 떼쓴거야 ?
" 내가 진짜 애겠냐, 그런거 아냐. "
" 그럼 뭔데 "
" 엄마가 이런 시기에 떨어져있으면 괜히 우울해지고 쓸떼없는 걱정 한다고 차라리 같이 살래 "
" … 아 "
" 너희 부모님 두분다 허락 하셨어. "
" … 우리 아빠도 ? 설마, 지어낸말 아니야 ? "
" 진짜야, 그런거 가지고 장난을 왜 쳐 . 하여튼, 와 이제 신혼생활인가. "
신혼생활은 개뿔, 우선 결혼을 해야 신혼생활이고, 그 전에 먼저 프로포즈를 해야할거 아냐. 웃으며 혼자서 들떠있는 기성용을 노려보며 말하자 기성용은 의기양양한 표정
으로 내게 말했다. 당연히 프로포즈 해야지, 내가 그런것도 모를까봐. 맨날 말만 번지르르하게 잘하지, 막상 실천한것도 없으면서 쟨 어떻게 뒷감당 하려고 설레발이야, 진짜.
의심스러운 표정으로 쳐다보는 내 모습을 본 기성용은, 믿지 못하는 내가 아니꼬왔는지 펄쩍 뛰며 말했다.
" 진짜야! "
" 프로포즈는 무슨 … 안할거면서 "
" 할거라니깐 ! 정말이야 "
" 다이아몬드 반지 아님 안 받아준다고 했다. "
도도한척 하며, 팔짱을 끼고선 말을 뱉자, 한참을 궁시렁 거리더니 기성용 입에서 조용히 내뱉어진 말이 글쎄, 와 속물. 이랜다. 저게 진짜… 개그를 다큐로 받아들이나.
표정은 세상에 온갓 어이없는 일을 다 겪었다는듯 보였다. 속물 ? 속물 ? 기성용을 노려보며 팔을 꼬집자 기성용을 소리 지르며 말했다. 왜, 맞잖아. 속물.
" 속물 ? "
" 어, 맞잖아. 너 속물이잖아 "
" 그래, 뭐 나같은 속물이랑 결혼하면 너 힘들겠다. 그치 "
" 왜이래 "
" … 그래, 뭐. 알았어, 프로포즈 하지마, 나같은 속물한테 해봤자 뭐해. 끝내자 "
" 용대야 "
" …왜 "
" 꼭 다이아몬드 큰걸로 준비할게. 사랑해 "
" … 됬거든. "
*
기성용과의 선수촌에서의 만남 이후로, 기성용에게서는 3일이 지난 지금까지 단 한번의 연락도 없었다. 물론, 계속 전화해도 들리는건 기성용 목소리가 아니라 신호음이었다.
무슨일 있나…. 집으로 전화해도 안받고, 선수촌에도 안나타나고. 다들 선수들한테 안부를 물어도, 뭔가 아는거 같은데 시치미 뚝 떼면서 모른척 하길래 계속 물어보다 결국
포기상태에 이르렀다. 기성용 개새끼, 진짜 죽일거야. 프로포즈 한다고 해놓고선 막상 다이아몬드 못구해서 내 전화 다 씹는거 아니야, 혹시. 3일동안 계속 핸드폰만 부여잡고
연락이 오기만을 기다리는데 갑자기 벨 소리가 크게 울리기 시작했다. 아, 깜짝이야. 너무 크게 설정해놨나. 귀를 살짝 틀어막고는 본 핸드폰에는 발신인으로 기성용의 이름이
뜨고있었다. 기성용 3일만에 전화했다 이거지, 연락 다 씹어놓고. 다 죽었어.
" … "
" 이용대, 잘 있었ㅇ … "
" 야 , 기성용 개자식아 ! "
웃으며 한가롭게 안부를 묻는 기성용의 목소리가 화가 솟구쳤다. 누군 엄청 걱정하면서, 핸드폰만 보고 있었는데 무슨일 있었냐는듯한 태평한 목소리를 들으니까 … 진짜.
화는 내지 말자, 생각했는데 막상 기성용의 목소리를 들으니까 걱정스러움과 안도감이 밀려와서 있는대로 화를 내며 소리쳤다. 개자식아, 너 진짜 뭔데, 짜증나. 잔뜩 화가 난
내 목소리에도 기성용은 웃으며 대답했다. 왜 그래. 왜 그러냐니,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하냐. 기성용, 진짜 넌 개새끼야.
" 너 연락도 다 씹고 뭐했냐 ? "
" 걱정했어 ? "
" 그럼 걱정하지, 안하냐 ! 잘 살던 애가 연락두절이 됬는데. "
" 사정이 있었어, "
" 뭔일 "
" 그건 묻지말고 오늘 저녁 6시쯤에 공원에서 보자. "
공원은 무슨, 말 같지도 않는 소리하고 있네. 사람 걱정시켜놓고 무슨일이냐고 물어보니까, 싹 다 무시하고 닥치고 만나자는데 누가 기분좋게 그래, 하고 만나겠냐. 자식아,
기성용의 웃음기 묻은 말투에, 기분이 나빠져서 대답도 안하고 핸드폰만 잡고 있는데 핸드폰 너머에서 기성용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무슨 일이 있었길래, 이렇게 좋아해.
삐진 내가 웃긴걸까, 용대야. 웃으며 내 이름을 부르는 기성용의 목소리에 툴툴거리며 대답했다. 내 이름 부르지마.
" 아, 왜 그래. "
" 됬어, 너 진짜 짜증나 "
" 화 풀어, 이유가 있었다니깐 "
" 그니까 그 이유가 뭔데, 납득이 가게 설명 해봐 "
" 그건 … 아, 좀있다가 알게 될거야. 우선 만나자, 우리 오늘 엄마가 봐두셨던 아파트 보러 가야지. "
아, 맞다 . 집 보러 가야지 … 오늘 집주인이랑 약속 잡아 놨다고 했는데. 그렇다고 기성용한테 따로 가자고 하기엔, 너무 쫌생이로 전락할것 같고, 무엇보다 인정하기 싫지만
기성용 얼굴이 살짝 보고 싶기도 해서 고민이 된다. 갈까, 아님 바쁘다고 가지 말까. 고민하는 나를 느꼈는지 기성용은 웃으며 말했다. 같이 가자, 같이 살집인데 같이 봐야지.
… 그럴까. 가구는 센스 좋으신 어머님이 다 배치 해놓으셨다고 했고, 뭐. 아주 잠깐 보고 오는것도 괜찮겠지. 그래, 가자.
" 맞다, 너 좀 있다가 만날때 정장 입고와 "
" 왠 정장, 안그래도 요즘 맨날 정장입어서 불편해. 집 보러 가는데 정장 왜 입어 "
" 아, 좀 그것 때문이 아니라니깐 "
" 그럼 뭔데 "
" 이유는 묻지말고, "
" 너 요즘 비밀 엄청 많아졌다 ? 뭐만 물어보면 묻지 말래, 이게. "
" 야, 이용대 ! 제발 말하면 그냥 고분고분 들음 안돼 ? "
야 ? 야 ? 요즘에 좀 힘든일 많았다고 다정하게 용대야, 할땐 언제고 일 조금 풀렸다고 바로 돌변하는것좀 봐. 뭐, 맨날 힘든일 있어야 되나. 대답없는 내 말에 기성용은 한숨
쉬더니 말했다. 그냥 고분고분 따라와줘. 내가 왜, 나도 성격이 있는데 아무것도 모른채로 따라가기 싫거든. 기성용의 어이없는 말에 삐뚤게 말이 나간다. 물론, 내 짜증에
가만히 넘길 기성용이 아니지, 내게 소리치는 기성용의 목소리를 듣고 있자니 짜증나서 똑같이 소리질렀다. 우리는 왜 좋게좋게 넘어가는 날이 없냐, 서로 좀 이해하고 다정
해지나 싶었는데 다시 연애초기로 돌아갔다. 초심을 잃지 않은거 좋긴 한데, 이건 너무 초심인데.
*
" 기성용 ! 너 30분이나 늦었거든 "
" 미안해 "
기성용이랑 그렇게 투닥거리다가 사과 해야 할것 같아 약속시간보다 더 일찍 나와서 기성용을 기다리는데, 약속시간에서 30분이 지나도 나타나지 않는다. 사과 하려던 내 마음도
동시에 싹 사라졌고, 온갓 짜증을 내며 핸드폰만 바라보는데, 멀리서 뛰어오는 소리가 들리더니 미안한듯, 웃으며 내게 다가오는 기성용이 보였다. 너야 말로 웃음이 나오냐, 미안
하다며 말을 건내는 기성용 꼴 보기가 싫어 고개를 돌리고 툴툴 거리자, 기성용은 내 팔을 잡으며 말했다. 아, 왜 그래 .미안해
" 너 연락도 안해놓고 이제 늦기까지 하냐 ? 내가 엄청 편해졌나 보지, "
" 에이, 왜 그래. 운동하다가 바로 뛰어온거야 "
" 어쩐지, 땀냄새가 나더라. "
진짜 ? 샤워 하고 택시타고 온건데 …. 장난인데 내 말에 속았는지 옷에 코를 대고 킁킁 거리며 냄새를 맡는 기성용을 보자니, 웃음이 나와 고개를 돌리고 웃다가 나를 쳐다
보는 기성용의 눈빛에 다시 정색하고 말했다. 냄새 나거든, 제대로 씻어. 냄새 안나는데 … 내 말에 기성용은 내게 밀착하고 웃으며 말했다. 진짜 냄새나 ? 어 ? 어 ? 더 끈적
하게 밀착에 오더니 내 허리에 손을 두르는 기성용의 행동에 옆구리를 살짝 찌르고는 노려보며 말했다.
" 떨어져, 더워 "
" 아, 왜 "
" 손 치워라, 너 싫어 "
" 손 치우기 싫은데 "
" 치우라니깐 "
" 싫ㅇ… 악 "
요게 진짜 얄미운 컨셉으로 나가려고 작정한건지, 내 말에 하나하나 대꾸 하며 얄밉게 실실 웃어대길래 좋은 말로 치워, 했는데 안 치울 심산인듯, 내 허리를 더 꽉 껴안았다.
치워라, 어금니를 꽉 깨물고는 어색하게 웃자, 재밌는지 아까보다 더 큰 소리로 웃으며 싫댄다. 이게 진짜… 진짜 마지막으로 말하는거야. 치워라, 이미 굳어진 내 얼굴을 못
본건지 웃으며 더 꽉 껴안는 기성용의 모습을 확인하곤, 팔꿈치로 복부를 쳤다. 악, 소리와 함께 기성용의 배를 부여잡고는 아픈듯, 얼굴을 찡그렸다. 이제야 떨어지네.
" 오버 하지마, 너 연기 신이냐 "
" … 아, 진짜 아파 "
" 일어나, 아픈척 하네 "
" … "
" … ? 야, 너 진짜 아파 ? "
… 헐. 쎄게 안쳤는데, 진짜 약하게 쳤는데. 이번엔 정말 아픈지 얼굴을 찡그리고는 배를 잡고 미동도 없는 기성용에게 슬금슬금 다가갔다. 괜찮아 ? 내 말에 대답도 못
하겠는지, 배만 부여잡고 있는 기성용을 보고있자니, 당황스럽다. 어떡하지, 기성용 배에 손을 얹기도 그렇고 그렇다고 가만히 있기도 그런데…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서
우물쭈물 하다가 결국 뜬금없는 등에 손을 올리고는 살살 쓰다듬으며 미안해, 많이 아파? 하고 말을 거는데 내 귓가에 웃음을 억누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설마,
" … 뭐야 "
" 내가 이거 가지고 아프겠냐, 너도 속고 속고 맨날 속는다 '
" 아, 짜증나 진짜 아픈지 알고 놀랐잖ㅇ … 야, 너 "
알수없는 소리에, 고개를 슬쩍 들었을때, 내가 웃긴지 나를 쳐다보며 눈웃음을 치고있는 기성용이 보였다. 잔뜩 찡그리던 표정은 어디가고, 여유로운 표정으로 날 보며 웃는다.
내가 이거 가지고 아프겠냐, 또 사람 잔뜩 걱정 시켜놓고선 이렇게 나간다 이거지. 짜증나서 등에서 손을 확 때고는 기성용을 노려보는데, 기성용은 주변을 둘러보며 눈치를
보고 있었다. 왜 저래, 솟구치는 짜증에 기성용에게 짜증을 내려는 순간, 내 볼에 기성용 입술로 추정되는 무엇인가가 짧게 닿았다 떨어졌다, 확트인 공원에서, 지금…
" … 너 진짜 "
" 밖이라서 짧게 하는거야 ! "
" 미쳤지, 너 ! "
벙찐 내 표정에, 기성용은 픽 웃더니 뛰어갔다. 쟨 정말 미친거 확실하다, 순간 놓고 있던 정신줄을 잡고 앞을 봤을때에는 이미, 저 멀리간 기성용의 모습이 보였다.
너, 얼굴 완전 빨개. 목청은 얼마나 큰지, 저 멀리서 내게 외치는 기성용을 한번 쳐다보다가 웃으며 나도 외쳤다. 니 얼굴도 만만치 않거든,
*
" 이용대 여기 멈춰서 가만히 기다려 "
" 뭐야, 왜 "
" 묻지 말고 "
" 기성용, 너 진짜 왜그래 ? 맨날 묻지 말래 "
" 진짜 딱, 5분만 기달려. 알았지 "
" 야, 야 ! "
기성용 집이랑 살 집은 40분 거리라, 차 타고 구경하고 다시 기성용 집 앞 공원으로 돌아왔더니, 시간은 9시가 좀 넘어있었다. 오늘은 집 까지 안데려다주고 공원 앞에서 내려
걷자는 기성용의 말에 알겠다고 끄덕이고 공원까지 왔는데, 뜬금없이 한다는말이 5분만 기달리랜다. 또, 이유는 묻지 말고. 이제는 내 잔소리 안들으려고, 내가 화내기 전에
멀리 뛰어가 버렸다. 쟤 진짜 왜저래… . 공원이 워낙 큰지라, 지금 가서 잡으러 가봤자 못 잡을게 뻔하고, 기성용 말대로 딱 5분만 기다리자. 하고 의자에 앉았는데, 5분은
무슨. 30분이 지나도 연락 한통 없다. 혹시 온 전화 있나 확인해도 없고, 전화를 해도 안받고. 이거 습관 된거 아냐… . 이러고 있어봤자 달라질거 없을거 같아서, 기성용이
걸어갔던 길로 쭉 걸어가던 참이였다,
" 아, 불 진짜 안붙네 "
짜증섞인 말소리에 고개를 돌렸을때, 거기엔 기성용이 있었다. 그냥 기성용만 있는게 아니라, 하트 모양으로 장식된 초들과 가운데에는 엄청 큰 케익까지. 케익 상자 옆에는
형형색깔의 풍선이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다. 저게 뭐야, 혹시 프로포즈 하려고 하는건가. 멋 없게도 한다, 누가 기성용 아니랄까봐. 기성용은 마지막 초에 불이 안 붙는지
온갓 짜증을 내다가, 붙은걸 확인하고 실실 웃더니 시계를 보고 정색했다. 아, 30분 지났는데 이용대 난리 나겠네 … . 이용대 여기 니 뒤에 있다. 서툴은 기성용의 프로포즈에
왜 이렇게 입꼬리가 올라가는지. 아깐 보지 못했는데, 초 뒤에 사람이 들어갈 만한 크기의 상자가 놓여져 있었다. 설마, 저기에 들어가겠어… 설마가 사람 잡는다더니,
기성용은 그 큰 덩치로 상자안에 힘들게 들어가더니, 핸드폰을 밖에 놓고 온걸 깨달았는지 낮게 욕을 읊조리며 상자 밖으로 나왔다. 아, 저게 뭐야. 조용히, 못본척 돌아가려
했는데 기성용의 행동에 실수로 풉, 하고 웃음이 나왔다. 헐, 어떡하지. 상자에 들어가려던 기성용도 놀라 뒤를 쳐다봤고, 그래도 눈이 마주쳤다. 어떡하지… .
" 너 언제 왔어 "
" 어 ? 바, 방금 "
" 거짓말치지 말고 사실대로 말해 "
" … 음, 너 마지막 초 붙일때부터 "
얼굴을 가리고 재빠르게 도망가려 했지만, 역시 축구선수한테는 못 당한다. 기성용에게 뒷덜미를 잡혀 초로 만든 하트속에 그대로 정착했다. 이게 뭐야, 프로포즈가 왜이래.
기성용도 쪽팔리긴 하는건지 얼굴이 엄청 빨개져 있었다. 아, 멋있게 프로포즈 하려고 했는데. 기성용의 말에 씩 웃으며 말했다. 그럼 다시 하면 되지, 처음부터.
내 말에 이해가 안간다는듯, 나를 멀뚱멀뚱 쳐다보는 기성용에게 다시 말했다. 모른척 해줄테니까 다시 들어가, 못본걸로 하면 되잖아.
" 뭐 ? "
" 왜, 나 뒤돌고 있을게. 원래 하려던대로 해 "
" 하하, 알았어. 기다려 "
기성용의 웃음기 섞인 말에, 웃으며 뒤 돌았고, 그렇게 2분정도 있었을까 . 기성용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제 봐도 돼, 뒤를 돌았을땐 기성용은 상자에 들어가 있는듯,
보이지 않았다. 빵 터진 웃음을 억누르며 상자에 다가가 국어책 읽듯 , 말했다. 기성용 어디갔지. 한번 열어볼까, 웃으며 상자를 열자 기성용은 상자에서 머리를 빼꼼 내밀고는
자기도 웃긴지 웃음을 참으며 말을 이어갔다. 놀랐지, 응 완전. 여기 너 있는지 몰랐다니깐. 내 말에 기성용은 웃으며 상자에서 나와 케익에 달린 하늘색 풍선을 내게 내밀며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우리 지금까지 많은 일 있었잖아.
" 응, "
" 우리 잘 살자 "
" 이미 잘 살고 있거든 "
" 내 말 들어봐. 우리 힘든일도 많았는데 다 잊고 처음처럼 많이 웃고, 재밌게 살자고 "
" 그래, 알았어 . 근데 다이아몬드 반지는 없어 ?
기성용의 진지한 멘트에 슬쩍 웃고는 장난이나 쳐볼까 하고 말했다. 다이아몬드 반지 있어야 받아준다고 했잖아. 내 말에 기성용은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망설였다.
아니, 이런 분위기를 원한게 아닌데… 장난이야, 다이아몬드 반지 없어도 돼. 내 말에 기성용은 한숨을 쉬더니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 사실, 다이아몬드 반지는 아니고 다른 커플링 예약해놨거든 "
" 응 "
" 오늘까지 해달라고 주문해놨는데, 가니까 내일 찾으러 오라고 해서 급하게 케익이랑 찾아서 왔지 "
" 그래서 늦은거였어 ? "
" … 응, 다이아몬드 반지 아니여서 싫은거 아니지 "
" 내가 진짜 속물이겠어, 장난이야. '
" 너랑 오래 살다가 너가 나한테 발목 잡혀서 도망 못갈때 줄게, "
" … 뭐, 그래 "
기성용의 농담에 씩 웃었더니, 내 머리를 쓰다듬고는 상자 뒷쪽으로 가더니 무엇인가를 주섬주섬 꺼내왔다. 뭐가 그렇게 일급비밀인지, 뒷짐을 지고는 뒷쪽에 숨기며 뿌듯한
얼굴로 다가 오길래 뭔가, 하고 웃으며 봤더니 내 앞까지 온 기성용은 무릎을 꿇으며 내게 장미꽃 다발을 내밀었다. 여기, 장미꽃 백송이야. 와, 이쁘다… 장미꽃은 싱그럽게
붉은색을 띄고 있었다. 이거 나 주는거야 ? 내 말에 기성용은 실실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 이런건 언제 준비했대 "
" 당연한거지, 뭐 "
" 이쁘다, 고마워. 진짜 "
" 반지가 없어서 이걸로 대신하지만, 받아줄거지 "
" … 응 "
" 이 붉은 장미처럼 정열적으로 사랑하자 "
그런 말은 누구한테 배웠어… 1980년대 잘 먹힐법한 느끼한 멘트를 날리는 기성용을 보며 샐쭉 놀려보고 소름돋은 팔을 살살 만지자, 자기도 민망한지 뒷머리를 긁적이며
내게 말했다. 엄마가 이런말 하면 뻑간다고 했는데 … . 어머님도 참, 아버님한테 이 멘트로 반해서 결혼하셨나보네. 은근 순정파이시라니깐, 왜. 안받아줄거야 ?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며 긴장한듯, 말을 뱉는 기성용에게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니, 뭐. 받아줄게.
" 장미꽃 하나 너 가져 "
" 왜 ? "
" 프로포즈에 대한 보답이야 "
" … 참나, 그래 뭐. 내가 지금은 이렇게 프로포즈 하지만 일 제대로 해결되면 거대하게 해줄게 "
" … 말은 잘하지 "
" 아니야, 진짜야 "
" 알았어, 믿을게. 너네집 가자, 가서 케익 먹고 놀자 "
" 그래, "
기성용에게 장미꽃 다발을 받고선 장미꽃 한송이를 내밀자, 좋다고 받아서 정장 마이에 있는 주머니에 꽃을 집어넣는다. 어울리네, 무슨 탱고 추는애 같다. 아직도 무릎꿇고
있는 기성용을 일으키고는 웃으며 말했다. 너네집 가자, 부모님 안계신다며. 내 말에 기성용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벌여놓은 이벤트의 흔적을 치우기위해 이벤트 장소로
걸어갔다. 야, 기성용. 근데 저거 어떻게 들고 가,
" 이 촛불 100개 어떻게 들고가 "
" 다 끄고 들고 가면 되지 "
" 이 상자는 "
" 이것도 들고 가면 되ㅈ … "
" 야 ! 넌 어쩌자고 일을 벌려놔 "
" 뭐, 좋다고 웃어놓고선 "
" 니가 다 들어 ! "
같이가, 이용대. 기성용에게 툴툴 거리고는 먼저 걸어가자, 상자속에 대충 초를 던져 넣어놓고선 큰 상자를 한손으로 잡고, 한손으로는 케익을 가지고 내게 웃으며 달려오는
기성용을 보고 있자니 기가 찬다. 같이 가자니깐, 됬거든. 마지막엔 꼭 이렇게 끝난다니깐, 제발 정상적으로 연애 좀 하자, 우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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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 나올것 같아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벌써 첫만남 마지막화라뇨 ㅠㅠㅠ 헝 이 소설 시작한게 8월 1일이였는데 벌써 26일이네요 ㅠㅠ
와 26일을 독자님들과 달려왔다고 생각하니까 기쁘기도 하고 아쉽기도 하네요 ㅠㅠ
사실 이 소설 시작은 기성용대가 너무 좋아서 반응 생각안하고 쓴거였는데 이렇게 많은 사랑 받을지 몰랐어요 ㅠㅠ
정말 감사합니다 ㅠㅠ 가끔 쓰면서 내용이 왜이러지 ? 하면서 슬럼프가 올때도 있었는데 항상 많은 응원 해주셔서 감사해요 ㅠㅠ
독자님들이 아니였음 일찍이 포기했을거에요 ㅠㅠ 증말 사랑합니다!
글구 아직 끝난게 아님니다!
시즌2가 있죠 ㅎㅎ 설마 시즌2 보기싫다고 안보고 그럴건 아니졍 ?
시즌 2는 아마 거의 내일 모레~ 3일후 부터 빨리 시작할거구용 .
*월요일 저녁6시 ~ 화요일 6시 텍파나눔합니다 !
암호닉 적어주신 분들 , 메일주소 적어주시면 보내드리구요. 말했듯이 암호닉 적었는데 사정이 있어 제시간안에 메일을 못 적어주시면
선착순 10명정도 더 보내드릴게영 ^^ ! 그리고 메일주소가 올라오는 즉시 곧바로 소설 보내도록 노력할거입니당 !
제가 마지막화 가까이 와서 댓글을 못달아드렸는데 정말 죄송해요 ㅠ
정말 바쁘게 하루를 보낸거 같네요 ㅠㅠ 서운하셨던 감정 다 잊어주세요 ㅠㅠ 이제 정말 성실한 작가가 될게용.
사담이 너무 길었네요 ^^;; 시즌2로 다시 뵙길 기약하며
사랑합니다
모든 시리즈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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