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공공사]
[지유]
[너로 정한녀]
[서블리]
[누누]
[효과]
뾰로통한 상태로 아침을 대충 먹었다
뭐로 끓인건지는 모르겠지만 맛있는 수프였다
밥을 먹고나니 어제는 보이지 않던 기계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어제 승철이 굴려버린 플라즈마 불꽃은 한쪽에 금이 간체로 깜빡거리고 있었고
커다란 기계와 전압기, 전류계까지
꽤 많은 기계들이 있었다
근데 압출기가 없잖아?
내가 기계 앞에 서서 한참을 서성이자
뒤에서 누군가가 나를 콕콕 찌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뒤를 돌자
"뭐해?"
승관이었다
음, 아직 어색한데
"..기계 살펴봐..왜?"
"아니 그냥 궁금해서"
"............."
"니 친구는?"
"누구? 찬이?"
"응"
그러게 찬이가 어딨지?
주위를 둘러보니 승철과 함께 설거지를 하며 나를 애처롭게 바라보고 있는 찬이 보였다
입모양으로 SOS를 요청하자,
더욱 애처로운 표정을 지으며
"나 못 가. 걔랑 얘기하지마"
라고 얘기하곤 승철의 눈치를 보며 다시 설거지를 하는 그였다
일단 찬이는 나를 못도와주고..
눈만 데굴데굴 굴리고 있자
승관이,
"내가 많이 불편하구나.."
라며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다
아니..그게 아닌데.
"그럼 나 갈게..같이 물건 수집하러 가자고 할려했는데..
안녕..."
"아니...아니 잠시만! 잠시만 승관아!"
내가 그를 부르는 목소리에
승관은 킥킥거리며 가던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았고
찬이는 급하게 고무장갑을 벗곤 이쪽으로 뛰어왔다
(물론 승철의 어이없다는 표정은 덤이었다)
"왜. 내가 같이 가자니까 흥미가 생겼어?"
"지금 뭐 하는거야 아까부터"
"안녕 찬아?"
"김세봉, 내가 너 내 옆에서 떨어져있지 말랬지"
"니가 먼저 설거지 하러 간거잖아"
"끌려간거잖아아..!"
나와 찬이가 한참 입씨름을 하고 있자
승관이,
"사람 여기 앞에 세워놓고 이럴거야? 세봉아 빨리 결정해. 나랑 갈거야?"
찬이가 화들짝 놀라며
"가긴 어딜가?"
"물건 수집하러. 원래 명호형이랑 준형이 해야하는데
둘다 상태가 메롱이어서."
그가 턱짓으로 가리키는 곳을 보니
누워서 골골대는 명호, 준, 석민이 보였다
"세봉이 가면 나도 가.
"그래 그럼. 10분뒤에 출발이니까 둘다 준비하고 있어-"
"누구누구 가는데?"
"나랑 한솔이, 지훈이형 민규형, 너랑 너"
민규와 지훈까지 간다니.
꽤 골치 아플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지 않을 거라고 얘기하려 손을 들었지만
화난 표정으로 내 앞을 가로막으며 그르렁거리는 찬이에 막혀버렸다
"아, 또 왜그래?"
"내가 쟤 조심하랬지."
"나는 기계만 보고 있었어. 쟤가 먼저 말건거라고"
"그럼 대충 상대해주고 보냈어야지"
"앞으로 며칠 더볼지도 모르는데 어떻게 무시해"
"아 진짜 김세봉. 사람 자꾸 애타게 만들래?"
"무슨소리야?"
내가 되묻자 그의 얼굴이 갑자기 빨갛게 변했다
꽤 오랜 시간동안 친구였는데 이런 표정을 처음 보는 거였다
"내가 왜 이러는지 몰라?"
"왜 이러는데"
그가 잠시 숨을 헙, 하고 멈췄다
다시 후, 하고 내뱉곤
"아냐 됬어. 우리 둘이 있을 때 얘기하자. 얼른 나가야지"
라며 팔랑팔랑 현관문으로 걸어가버렸다
뭐야.
현관문에선 승관과 한솔, 민규와 지훈이 기다리고 있었다
낮의 LA는 어떤 모습일까.
기대되는 마음을 감추지 못한채 바깥으로 걸어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