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
꽃이 피어서가 아니라 네가 와서 봄이다.(영화 슬로우 비디오)
넌 나에게 봄이였다.
아니, 지금도.
시간은 흘러흘러 겨울이 왔고,
고등학교 2학년을 마무리 해야할 시기가 찾아왔어.
그날은 학교 축제날이였어.
기분이 들떠서 그런지 하루종일 웃고있었어.
내가 봐도 내가 예뻐보인날.
성이름이 세계 최강 즐거웠던날로 지정해야할만큼 좋았던 날.
학교 축제가 끝날때 쯤.
"성이름."
"응?"
"할말있어."
원우는 날 이끌고 학교에서 제일 크고 예쁜 나무 밑으로 갔어.
"뭔데?"
"너한테만 말하는거야."
"응?"
"나 전학가"
"뭐?이제 와서 뭔 전학이야...우리 3학년인데?"
"응...아마 오늘이 마지막 일꺼야."
"뭔 소리야...장난이지?장난치지마~"
"장난아냐."
"..."
"아 괜히 말했네...성이름 표정봐..."
"..."
"야...초상났냐...니가 그런표정하면 진짜 나 가기싫어져."
"갑자기 가버리는게 어딨어..."
"이름아..."
"나 너 진짜 싫어..."
"야...너 그런표정 짓고있는거 싫어."
"..."
"난 니가 웃는게 좋아."
"전원우 진짜 싫어..."
"난 너 좋은데."
원우의 장난스런 행동에
난 원우의 정강이를 살짝 찬 후
반으로 돌아왔어.
원우도 곧 바로 반으로 돌아왔지만
그 후 원우랑 눈도 마주치지 않고,
말도 하지 않았어.
다음날은 방학식이였어.
정말 원우는 없었어.
아무곳에도.
뒷문이 열릴때 마다 계속 뒷쪽을 보게되고,
혹시나 원우가 돌아오진 않았을까
원우자리를 계속 보고있게되었어.
선생님이 종례때 원우는 전학을 가버렸다는 말을 듣자
그제서야 실감이 난건지 울음이 터질것같아 미칠 지경이였어.
슬기가 원우 어떻게 된거냐며 아는게 없냐며 물어올때마다
가슴이 너무 아려왔어.
울것같을때마다 창밖을 바라보며 애써 담담한척을 했어.
그렇게 졸업을 하고, 시간은 흐르고 흘러 난 벌써 25살이되었어.
난 여전히 원우를 잊지 못하고있어.
원우와 헤어진 후 혹시나 마주치진 않을까 기대를 하고
핸드폰 번호도 바꿔버려서 원우 연락처도 모르고,
하는거라곤 얼굴과 이름뿐...
SNS에 원우의 이름만 수백번 써보는것 말곤 할수있는게 없었어.
길을 지나다니다가 원우를 닮은사람을 보면 달려가 얼굴을 확인해보고,
혹시 학교에 와 보진 않았을까 하고
학교에도 여러번 와 봤었어.
근데 마침 2학년 동창들과
동창회를 한다는 슬기의 문자를 받았어.
슬기와 문자를 주고받으면서도 원우 생각 뿐이였고,
슬기는 원우의 소식을 알까?하는 생각에
물어볼까?말까 를 반복하다 결국 물어보지 않았어.
동창회날
반애들은 모두 의젓한 어른이 되었고,
어린티는 하나도 볼수없었어.
슬기는 먼저 와있었는지 뒤늦게 온 나를 손짓하며 옆자리로 오라며 불러.
자리에 앉아 인사도 하는둥 마는둥 원우 찾기에 바빳어.
"어!전원우~"
"이야~"
"원우왔네~"
"이열~반장~"
원우?
전원우 라는 이름 세글자에 나는 반사적으로 입구쪽으로 눈이 향했어.
어른이 된 원우는 예전보다 더 멋있었어.
"어..."
"어..."
원우를 너무 뚫어져라 쳐다봤는지
시선을 느낀 원우는 내쪽을 힐끗 보다 나와 눈이 마주쳤어.
그러자 원우는 웃으며 내쪽으로 다가와.
"이름...이?"
"..."
"잘 지냈어?"
"응...너도 잘 지냈어?"
"나도 뭐...더 예뻐졌네."
"예뻐지긴...너도 더 멋있어졌어."
"..."
"..."
"하핫..."
"...아 진짜 어색하다."
남자애들이 원우를 지들 테이블로 데려가는 바람에
원우랑은 제대로된 말도 못 해버렸어.
슬기가 원우를 지켜보다
빵터져서 한참을 웃어.
"전원우 왜 저렇게 부끄러워해ㅋㅋㅋㅋㅋㅋ소녀스럽다."
"응?"
"쟤 나한테 뭐랬는지 알아?ㅋㅋㅋㅋㅋㅋㅋ쟤가..."
"응."
"강슬기."
"...들리나보네...뭐!"
"너 더 말하면 죽는수가 있어."
"뭐래...전원우 센척 쩔어."
슬기의 목소리가 컷던건지 멀리있던 원우가
슬기에게 협박아닌 협박을 하며 슬기의 입을 막아.
"웨줘뤱..."
"너한테 뭐라고 그랬는데...?"
슬기가 내 귀에 몰래 말하려고 하자 원우가 언제 왔는지
슬기와 나 사이를 때어놓은 후
내 손을 잡고 날 밖으로 끌고가.
"강슬기가 뭔말 안했지?!"
"응...!"
"하...다행이다..."
"하핫..."
"나 안 보고싶었어?"
"어...?"
"난 너 엄청 보고싶었는데."
"뭐...?"
"나 너 보려고 여기 온건데."
"뭐어?"
내가 엄청 놀란 표정으로 원우를 보고있었어.
그런 내가 웃겼는지 웃으면서 원우가 핸드폰을 내밀어.
"자."
"엥?"
"번호...찍으라고..."
"..."
"아!빨리!"
"어...!"
재빨리 내 번호를 찍은 후 원우에게 핸드폰을 돌려줬어.
"저장~"
"넌...번호 뭔데...!"
"이름이 내 번호 따는거야~?"
"아니...너만 내 번호 알고...불공평하잖아!"
"ㅋㅋㅋㅋㅋ알았어~줘봐~"
원우의 웃음은 고등학교때도 지금도 변함없이 예쁘게 빛났어.
원우를 보고있으면 왠지 모르게 그냥 기분이 좋아져.
그냥 원우가 좋아.
그때도 지금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