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븐틴] 세봉고등학교로 전학가게 됐어 00 이사를 가는 날이야. 어... 사실 이사라고 해봤자 원래 살던 집으로 돌아가는 거지만. 2년의 자취생활이 끝나는 날이기도 하네. 이 집 처음 올 땐 혼자 산다고 좋아서 방방 들떠있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뭐가 그리 좋았는지 모르겠다. 아마 그 잠깐의 해방감이 나를 설레게 했던 거 같아. 계속 혼자 지내다보니 좀 외롭더라고. 뭐, 외로움도 금방 익숙해지겠지- 생각했는데 그것도 아니더라. 그래도 좋은 친구들을 만난 덕분에 학교는 잘 다닐 수 있었고, 웃음도 잃지 않고 지낼 수 있었어. 나한텐 진짜 고마운 아이들이야. 지난 주 부터 이사짐 싸는 것도 많이 도와줬는데 짱 고마웠다ㅋㅋㅋㅋ 우리 여기서 자주 같이 놀기도 했었는데... 한창 애들 생각하면서 이젠 텅 비어버린 자취방을 마지막으로 둘러보고 있는데 짐 옮긴다고 열어둔 문으로 누가 들어오더라. 고개 돌려서 누군가 확인해보니 오빠였어. 친오빠! " 와 싹 비웠네. 짐은 다 옮긴 거야? " " 헐 최승철이다... " 와 이게 얼마만이야. 진짜 뻥 안치고 우리 1년 넘게 못 봤던 거 같아. 나는 나대로 연습하느라 바빴고 오빠도 작년까진 공부만 하던 고쓰리였으니까. 아, 나는 무용을 전공해서 예고 다녔어. 물론 며칠 전까지의 얘기고 지금은 아니야. 꽤 오래 했는데 부상으로 더 이상 춤을 못 추게 됐거든. 이사를 하는 이유도 이거 때문이고. 중학생 때부터 춤을 본격적으로 배우기 시작하면서 나 홀로 상경해 자취를 하고 있었는데 이제 춤을 못 춘다고 하니 더 이상 서울에 있을 이유가 없는 거지. 나 지금 담담한 척 하지만 되게 슬프다. 진짜 허무하고 막... 너무 막막해 지금도. 앞으론 어떻게 해야하나 싶고. 이제 전학도 가면 다른 애들처럼 공부도 해야할텐데 중학생 때부터 춤 추는 것 밖에 할 줄 모르던 내가 따라갈 수는 있을까? 걱정이 한 두가지가 아니야. 무엇보다 이젠 춤을 출 수 없다는 게 제일 슬프네. " 어쭈 최승처-얼? 오빠랑 맞먹지 아주? 너 근데 최너봉 맞냐? 우리 돼지 왜 이렇게 말랐어.. " 괜히 장난치는 오빠 보자마자 그냥 달려가서 와락 안아버렸어. " 오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 덤으로 오빠한테 안겨서 눈물 콧물 짜는 것도 잊지 않았고. 오빠는 그냥 아무 말 없이 나 안아주면서 등 토닥여주더라. 말은 안 했지만 괜찮다고 나 위로해주는 거 같아서 한참은 더 그러고 울었던 거 같아. * 오빠랑 같이 아빠차 타고 원래 살던 집까지 왔는데 차로 와서 그런진 몰라도 생각보다 가깝더라. 그 춤이 뭐라고 평소에 이 가까운 거리도 안 찾아왔는지... 결국 이렇게 될 거 뭣하러 춤에 목숨 걸면서 그리 열심히 였을까. 차에서 내려 근 1년만에 본 우리 집은 많이 바뀌어 있었어. 이게 할아버지가 물려주신 집이라 좀 오래된 거여서 내가 마지막으로 봤을 때만 해도 세월의 흔적이 팍팍 묻어나는 주택이었거든? 근데 지금은 리모델링을 했는지 색감부터가 더 화사해지고 우리집 맞나 싶을정도로 변해있었어ㅋㅋㅋ 예전의 집이 조금 그립기는 했지만 불만 없었다. 너무 예뻤거든. 낯선 본가의 모습에 들어갈 생각도 못하고 입을 떡 벌리고 있으니 오빠가 실실 웃으면서 어깨동무를 해오더라. " 많이 변했지? " " 와 대박. 이거 우리 집 맞아? " " ㅋㅋㅋㅋㅋㅋㅋㅋㅋ들어가자. " 오빠의 말에 정신을 차리고 대문을 열고 들어가려는데 우리가 열기도 전에 대문이 먼저 열리면서 웬 남정네가 나오더라. 응? 남정네? 아니 왜 우리 집에서 나오는 건가 싶어 오빠에게 설명이 필요하다는 눈길을 보냈어. 오빠는 그 남정네와 자연스럽게 웃으며 인사를 하다 그제야 내 눈길을 느낀 건지 남정네 한번, 나 한번 쳐다보다 금세 아-하고 탄식하며 입을 열었어. " 아- 너는 몰랐겠다. 얼마 전부터 우리 2층에 방 내놨거든. 거기 사는 애야. 인사해. 아 너도, 얜 내 동생. 출가해서 살다가 드디어 오늘 집 들어오신다ㅋㅋㅋㅋㅋㅋㅋㅋ " 오빠는 나와 남정네 사이에서 서로를 소개해주느라 바빴고 나는 저번에 엄마와 통화를 하면서 언뜻 얘기를 들은 거 같기도 해 고개를 끄덕이며 남정네에게 눈길을 돌렸어. 근데 대박 헐. 뭐야. 존잘. 진심 내 스타일. 내 이상형이 섹시한 남자인데 진짜 섹시하게 생긴 냉미남이었어. 속으로 연신 나이스를 외치면서 안녕하세요- 했지. " 아, 네. 안녕하세요. " " 야 원우야 너 고3이라 했던가? " " 예, 형. 고3이요. " " 너봉이가 한 살 아래네. 얘 이제 너네 학교 다닐 거니까 학교에서 보이면 잘 좀 챙겨줘라. " " 네 그럴게요ㅋㅋㅋ " " 그래 고맙다ㅋㅋ 그럼 우리 들어간다. " " 네 들어가세요 형. " " 그럼 또 봐요 " 오빠와 남정네의 대화를 빠르게 분석하며 들은 결과 남정네의 이름은 원우고, 나보다 한 살 많은, 앞으로 내가 다니게 될 학교에 재학 중인 3학년생임을 알게됐어. 무엇보다 남정네의 목소리는 발린다는 것도. 하 분명 내가 더 어리다는 걸 들었음에도 마지막까지 또 봐요- 라며 존댓말을 쓰는 남정네의 보이스는 내 심장을 후렸지. 네ㅠㅠㅠㅠ또 봐요 우리ㅠㅠㅠ 그 순간 만큼은 진짜 아까 했던 걱정들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고 어서 학교 다니면서 원우오빠 얼굴 보고싶다는 생각 뿐이었어ㅋㅋㅋㅋㅋㅋ 아 설렌다! * 그렇게 설레는 남정네와의 만남을 뒤로 하고 들어오는데 오빠가 얼굴이 왜 그렇게 빨개졌냐 묻더라... 나는 당황해서 어버버 거리고 오빠는 킬킬대며 놀리고..ㅎ 한창 투닥거리면서 마당을 지나 집 안으로 들어왔는데 제일 먼저 반기는 건 냄새였어. 스멜. 그냥 스멜아니고 맛있는 스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 다녀왔습니다! 엄마!!!!!!!!!!! " 울엄마는 하나뿐인 딸이 오랜만에 집 들어온다고 부엌에서 솜씨 좀 발휘하고 계셨지. 요리하는 엄마 뒤로 가서 오빠 봤을 때 처럼 또 와락 안아버렸어ㅋㅋㅜㅜ 엄마가 나 들어오는 소리를 못 들었는지 엄청 깜짝 놀라시더라. 그러곤 뒤 돌아서 우리딸! 하면서 안아주는데 너무 좋았어. " 아 엄마 기다려 나 손 씻고 와서 저녁 준비 도와드릴게! " " 됐네요. 오늘은 오느라 피곤할텐데 그냥 있어. 엄마가 할게. 좀 있으면 한솔이도 올거야. " " 아 맞아. 최한솔 어디갔어? " " 엄마가 심부름 보냈어. " 아 최한솔은 우리 아빠 동생네 아들이야. 응. 한마디로 사촌동생ㅋㅋㅋㅋㅋㅋㅋ 사실 나랑 학년은 같은데 내가 생일이 더 빨라서 족보상으론 내가 위야ㅎㅎ. 삼촌이랑 이모가 일 때문에 외국에 나가 계셔서 내가 자취 하기 전부터 우리집에서 지내고 있고. 지금보다 더 어릴 땐 한솔이도 외국에서 살았는데 삼촌이 한솔이 학교는 꼭 한국에서 졸업하게 하고싶다고 하셔서 중학생 때부터였나 우리 집에서 같이 지내게 됐어. 이모가 외국인인데 혼혈이라 그런지 솔직히 최한솔 생긴 건 개잘생김. 인정. 우리 집안 비주얼 최강자랄ㄲr... " 고모 저 왔어여. " 마침 최한솔이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고 나는 놀래켜줄 심상으로 냉장고 옆으로 바짝 붙어 숨어서 얘가 부엌으로 오길 기다렸어ㅋㅋㅋ. 근데 아무리 기다려도 애가 안 오는 거야. 아 뭐야 바로 방으로 들어갔나? 재미없게- 궁시렁 거리면서 냉장고에서 몸을 떼려는 순간 웍!!! 하는 소리와 함께 눈 앞으로 얼굴 하나가 불쑥 들어오더라. 와 나. 진짜 기절하는 줄. 최한솔한테 한 방 먹은 거지 뭐. " 웤!!!!!!! 미쳤ㅑ냐고ㅇㄴ!!!!!!!!"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안녕 누나 " 안녕 못 해. Sibal. 날 보며 쳐 웃는 최한솔의 등짝을 주먹으로 퍽퍽 내려치다 그제서야 현관에 둔 캐리어며, 신발장에 둔 내 신발이며, 집안에 내가 남겨놓은 흔적들이 떠오르더라. 와 나 진짜 멍청해. * 오랜만에 가족들 다 같이 모여서 저녁을 먹고, 거실에 모여서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보니 시간이 벌써 열시가 넘었더라. 내일은 새 학교에 처음 가는 날이라 얼른 씻고 일찍 자야겠다 생각해 먼저 씻는다는 말을 하곤 일어났어. 전학가는 게 괜히 떨려서 평소보다 더 길게 샤워했다ㅋㅋㅋㅋ 후에 왜 이렇게 늦게 나왔냐고 최한솔한테 욕을 바가지로 먹긴 했지만. 아 진짜 떨린다. 나, 전학 가서도 잘 지낼 수 있겠지? 안녕하새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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