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븐틴/전원우] 애가탄 늘보는 늑대가 되었다.
01
올해로 열 여덟인 고등학생 원우는 별명이 늘보다. 전늘보. 하는 짓 마다 느릿느릿하고 요즘 핫이슈라는 연예인 누구와 누구의 연애 소식에도 ..그래? 걔가 누군데? 하고 다시 엎드려서 잠이 드는게 일상이다. 워낙 자는 걸 좋아하고 운동도 싫어해서 친구 관계가 넓은 편은 아니다. 그래도 어릴 때부터 함께 놀던 민규와 순영이 있어 다행이다. 민규와 순영은 초등학교 때부터 원우의 친구로, 시끄럽고 운동 좋아하는 전형적인 남고딩이다. 원우와 어떻게 친해진건지 알 수는 없지만 지들끼리는 잘 맞는가보다.
그런 늘보 원우에게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다. 그것도 같은 학교 동갑 여학생. 2학년이 된지 얼마 되지 않은 지금, 남녀 분반인 학교에서 그 여학생과 옆반이 되어 원우는 나름 기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겉으로는 전혀 티가 나지 않지만.
"전원우 답답한 새끼야."
"뭘."
"좋아하면 티를 내야지!"
"야 냅둬, 쟤한테 뭘바래."
급식을 먹으면서도, 원우의 시선이 힐끔힐끔 향하는 곳은 이름이 방향이다. 그런 원우를 한심하게 보고있던 민규가 한 마디 내뱉자 순영이 뭘 바라냐며 제지한다. 원우는 둘의 반응에 뭐가 답답한거지..하고 생각에 잠긴다. 그 덕에 더 느려진 밥먹는 속도에 순영이 숟가락으로 원우의 급식판을 친다. 잠시 뒤에야 움찔한 원우가 순영이를 쳐다본다.
"밥 빨리 먹어 전원우."
"..티는 어떻게 내는거야"
"뭐?"
"..니들이 티내라며"
멀뚱히 자신들을 쳐다보는 원우에 민규와 순영이 더 바빠져서 이것저것 계획을 짜기 시작한다. 자 일단 저 여자애가 부담스럽지 않게 행동해야돼 알겠지? 야 근데 그러다보면 여자애가 눈치를 못챌수도 있잖아. 뭐가 걱정이야 쟤도 전원우 좋아하는데. 아, 그렇네.. 둘의 빠르고 정신없는 대화에 멍때리며 흘려듣던 원우가 민규의 한마디에 반응을 보인다.
"..성이름이 나 좋아한다고?"
"어 병신아, 몰랐냐? 복도에서 너만 마주치면 친구 때리고 얼굴 빨개지고 다 티나잖아."
"얘는 느린것만으로도 모자라서 눈치도 없냐."
절대 겉으로 티가 나지 않지만, 원우는 속으로 엄청나게 환호하고 있는 중이였다. 이름 이가 나를 좋아한다니. 슬슬 올라가는 입꼬리 때문에 그나마 좋아하고 있다는 걸 알수있다. 민규와 순영은 원우가 혼자 흐뭇해하는 걸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다. 친구들이 그러던 말던 원우는 바보같이 웃으며 혼자만의 설렘에 푹 빠져있는 중이였다.
*
손에 음료수 한 캔을 든 원우가 민규와 순영을 쳐다본다. 그러니까, 둘의 말은 열심히 급식을 먹고있는 이름이에게 가서 이 음료수를 주고 오라는 것이다. 포인트는 무심하게, 옆에 두고오는 것. 원우는 왜 꼭 그래야만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게다가 은근 소녀감성인 원우는 부끄러웠다. 하지만 자꾸 옆에서 부추기는 민규와 순영 덕에 큰 결심한 원우는 오물오물 하고있는 이름 이에게 다가갔다. 느릿느릿 다가오는 원우를 발견한 이름이는 ??? 하고 쳐다보는데 한마디 말도 없이 음료수만 놓고서 다시 느릿느릿 급식실을 나가는 원우다. 민규와 순영이 말한 무심한 표정은 항상 그 표정이기에 성공한 것 같다. 밥먹다가 좋아하는 사람에게 음료수를 받은 이름 이는 얼굴이 새빨개졌고 친구들은 좋겠다며 난리다. 주위에서 언뜻언뜻 보이는 부러움의 시선도 느껴진다.
"야 전원우도 너 좋아하나봐!!"
"아, 왜그래..그만해.."
"대박 내가 다 설레네 진짜 야 솔로탈출 축하"
부끄러워하는 이름 이를 옆에서 붕붕 띄우는 친구들 덕에, 얼른 급식을 흡입하고 급식실에서 빠져나와야 했던 이름이다. 이렇게 좋아하는 이름이를 아는지 모르는지, 그 시각 원우는 귀가 빨개진 채로 스탠드에 앉아서 민규와 순영이 열심히 축구하는 모습을 쳐다본다. 사실 눈만 운동장을 향해있지, 머릿 속은 아까 자신이 다가갈 때 눈을 동그랗게 뜨고 쳐다보던 이름이의 모습으로 가득하다. 성이름 예쁘다..라는 생각을 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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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그냥 늘보원우가 보고싶어서 찐 글..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