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 6 #_2년 |
편지를 가만히 보던 태환은 편지에 고개를 뭍었다. 어렴풋이 쑨양의 체취가 나는거 같았다. 태환은 그렇게 눈을 감은채 허탈하게 어깨를 들썩이며 웃었다.
“ 중국어로 써놓으면 읽을 수 가 없잖아‥ ” 태환이 알아 볼 수 있었던 글자는 단 하나였다. 소원! 이라고 적힌 한글 단 하나뿐이였다.
by.팊
쑨양이 한국을 떠난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났다. 그 사이 나는 다시 일상생활로 돌아왔고, 아무일 없었다는 듯 그가 한국으로 다시 돌아오기 전처럼 지냈다. 사실 한동안은 계속해서 쑨양의 그림자를 찾았지만, 시간이 지날 수 록 나는 그게 너무 덧없는 행동이라는걸 깨달았고 내가 해야 할 일이 있다는걸 깨달았다. 나는 대한민국 국가대표 수영선수 였고, 매일매일을 정신없는 훈련속에 보냈다. 큰 대회를 앞두었을때는 학교도 가지 못했다. “ 좋았어, 잠시 쉬자. ” 기록을 겨우 맞추고, 훈련시작 3시간만에서야 쉴 수 있었다. 미칠거같았다. 몸은 비명을 지르고있었지만 절대 못하겠다거나 쉬자고 말 할 수 없었다. 물에서 나와 사람들이 없는 탈의실로 들어가 평상에 누워 눈을 감았다. 이미 호흡은 엉망이됐고, 숨을 쉬면 심장이 아파왔다. 하루하루 나 자신과의 싸움에서 지쳐갔다. 문득 서늘한 느낌에 눈을 뜨고,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봤다. “ 아‥눈 온다. ” 언제부터 내린건지 이미 창밖이 새하얗게 변해있었다. 그렇게 쑨양과 함께했던 푸르른날의 여름날은 끝나고, 어느새 추운 겨울이 다가왔다. 문득 쑨양의 생각이 떠오르자 머리가 지끈거리며 아파왔다. 언제부터인가 쑨양을 떠올리려고 하면 머리가 너무 아팠다. 그 얼굴은 흐려져서 이미 잊혀진지 오래였고, 목소리는 자꾸 귓가에 웅웅거리며 울렸다. 정확히는 그 목소리조차 이젠 기억나지 않는다. 내가 무심한건지, 아니면 시간이 흐름에 따라 정말 자연스레 잊혀진건지 모를만큼 그렇게 멀게만 느껴졌다, 쑨양은. “ 박태환 선수, 이번 멜버른 세계선수권 어떻게 보고계신가요? ” “ 예? 아‥ 그냥 저는 열심히 할 뿐입니다. 좋은 결과가 있으면 좋겠죠, 물론. ” “ 좋은 결과가 한국까지 들리길 기대하겠습니다. ” “ 관심과 응원 감사합니다. 열심히하고 돌아오겠습니다. ” 웃으며 비행기에 올라탄 나는 그 날 미칠듯한 압박감에 시달려 비행기에서 악몽을 꿨다. 도착을 해서도 내가 어떻게 현지적응 훈련을 했는지, 뭘 먹었는지 기억도 안날만큼 정신이 없었다. 그러나 그런 긴장감은 오래가지않았다. 오히려 경기가 시작되고 결승에 가까워 올 수 록 마음은 가벼워지고, 정신은 맑아졌다. 결승전은 빠르게 흘러갔고, 이겨야겠다는 생각조차 없었다. 이미 이성은 사라진지 오래였고, 본능에 의지해서 움직였다. 수면 위로 떠올라 전광판을 확인한 후 소리를 질렀다. 이겼다. 내가 세계선수권에서 금메달을 땄다. “ 잘했어! ” “ 넌 임마, 한국 수영계의 전설이야! ” 기뻤다. 가슴이 벅차오를만큼 기뻤다. 웃으며 전담팀들과 장난도치고 그렇게 멜버른 세계선수권대회는 금메달이라는 영광을 안고서 끝이났다. 한국으로 귀국하자말자 엄청난 관심을 받았다. 그저 쑥스럽고 적응이 안되서 인터뷰도 어떻게 했는지 모르겠다. 집으로 돌아오자말자 나는 한동안 잠만 잤다. 꽤 스트레스가 심했던 모양이다. 자고 일어나서 가벼워진 몸을 이끌고 가족들과 영화도 보고, 밥도 먹고, 또 방송촬영도 하고 바쁜 나날을 보냈다. 그러는 사이 나는 학교를 졸업했고, 또 4년전 내게 엄청난 충격을 안겨주었던 '올림픽'이라는 놈이 다가오고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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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은 집에가서 푹 쉬어. ” “ 그래도돼요? ” “ 그래, 큰 경기 앞두고 체력 아끼는거도 중요하니까. ” “ 아싸 ” “ 어디 돌아다니지 말고 집에가서 쉬어라? ” “ 갈데도 없어요, 어차피. ” 옷을 갈아입은 태환은 가방을 매고 꾸벅 인사를 한 후, 돌아서서 집으로 향했다.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무거운 듯 가벼웠다. 올림픽을 앞두고 살인적인 스케줄에 시달려서 마침 쉬고 싶었는데 잘됐다싶었던 태환은 빠른걸음으로 집을 향해 갔다. 일찍 집에 왔더니 집에는 아무도 없었다. 텅빈 집안을 둘러보다가 방으로 들어가 짐을 내려놓고 기지개를 쭈욱 켰다. 문득 선반 위의 노란 인형이 하나 눈에 띄었다. 쑨양이 두고 갔던 인형이였다. 태환은 인형에 꽂아뒀던 종이를 집어서 오랜만에 펼쳐보았다. “ 무슨 생각으로 중국어를 쓴거지‥ 중국어를 배우라는건가? ” 삐뚤삐뚤한 중국어를 내려다보던 태환은 한숨을 푹 쉬었다.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태환은 전담팀의 권유로 중국어를 조금 배우기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중국어는 더 어려웠다. 영어도 힘겨워하던 태환은 두손 두발을 다들며 이건 도저히 아니라고 차라리 영어를 배우겠다고 중국어를 포기했다. “ 평생 못 읽는건가 이 편지는 ” 태환은 고개를 내저으며 다시 인형의 팔부분에 종이를 꼭 끼워두었다. 언젠가는 읽겠지, 라는 막연한 생각을 가진채 침대에 누워 애써 잠을 청했다.
“ 태환아, 짐은 다 잘챙겼어? 속옷은? ” “ 아, 누나! 내가 애야? ” “ 그럼 니가 어른이니? ” “ 어른이지! 나 이제 20살이거든? ” “ 웃긴다, 누나한테는 아직 쪼꼬맹이거든? ” “ 아~ 누나~! ” 혀를 쏙 내밀며 도망가는 누나를 보며 태환은 한숨을 푹 쉬고, 하여간.. 이라고 하며 다시 짐을 체크했다. 그러던 중에 고리에서 떨어져서 새로 고리를 달아줬던 핸드폰에 매달린 돌고래인형이 눈에 보였다. “ 너 참 명 길다. ” 낡아서 헤졌지만 아직도 건제한 인형을 보며, 괜히 손가락으로 톡톡 때려보았다. 그러다가 태환은 무슨 생각이 든건지 피카츄 인형을 짐꾸러미 안에 넣었다. 그리고 인형에 걸어뒀던 목걸이를 빼내어 제 목에 걸었다. 됐다. 라고 말한 태환은 마지막으로 짐을 한번 더 확인하고 집을 나서 공항을 향했다. 역시나 엄청난 기자들이 보였고, 박태환을 응원하는 팬들도 보였다. 태환은 그들에게 웃어보이며 좋은 결과 가지고 오겠다며 파이팅을 외치고 비행기에 올랐다. “ 형 ” “ 왜? ” “ 나 또 실격 당하면 어쩌지? ” “ 죽어야지 ” “ 뭐라고? ” “ 농담이야, 임마. ” “ 진심 같았는데‥? ” “ 으이구, 왜 괜찮다가 또 떠날 때 되니까 그러냐. 긴장돼? ” “ 아니‥, 아테네에서 그런일이 있었으니까… ” “ 그동안 4년이나 지났고, 너는 이미 세계 정상이야. 그런 실수는 또 없을테니까 걱정마. ” “ 그렇겠지? 난 박태환이니까. ” “ 그래, 너 박태환이다 임마. ” 태환은 애써 웃어보이며 중국으로 도착하는 내내 붕뜬 마음을 가라앉히느라 힘들었다. 그리고 문득 중국으로 간다고 생각하니 뭔가 설레였다. 자꾸 설레는 마음에 태환은 괜시리 목에 걸린 목걸이의 돌고래 팬던트를 살살 만졌다. ‘ 보러올까, 그녀석‥ ’ 태환은 잠시 전담팀이 짐을 가지러 간 사이에 공항에 서서 멍하게 있다가 통역사로 따라온 사람에게 다가갔다. “ 저기‥ ”
“ 네? ” “ 이거 혹시 해석해주실 수 있으세요? ”
“ 편지에요? ”
“ 아, 그게 그‥ 주, 중국 팬한테 받은건데! 제가 중국어를 몰라서‥하하하! ” “ 아~ 잠시만요. ” 오래되서 노랗게 바란 종이를 받아든 통역사는 편지를 꼼꼼히 읽어보았다. 사실 편지라고 하기에 뭣한 몇글자 없는 쪽지 수준이였다. “ 이거 음‥ ” “ ‥왜요? 혹시 뭐 욕이라던가… ” “ 아니, 그런건 아닌데 의미심장하네요. ” “ 네? ”
태환은 배정받은 숙소로 들어가자말자 대충 짐을 풀어놓았다. 밥을 먹고, 전담팀과 간단한 회의를 가졌다. 현지적응 훈련은 내일부터 하기로 하고 오늘은 쉬라고했다. 태환은 방으로 돌아와 누워있다가 잠이 오질않아서 일어나 가지고온 헤드셋들을 쭈욱 늘어놓았다. 여지껏 하나하나 모은것들이 꽤 됐다. 그는 뿌듯한 마음으로 보다가 하나 집어들어서 머리에 쓰고 아이팟을 켰다. 가볍게 숙소 주변을 산책하려는 생각이였다. 밖으로 나와 숨을 들이쉬었다. 중국의 밤은 생각보다 조용했다. “ 한바퀴만 돌아야지. ” 태환은 가볍게 조깅수준으로 앞만 보고 달렸다. 시간이 지날 수 록 조금씩 숨이 차올랐고, 거칠어진 호흡 속에 문득 공항에서 있었던 일이 떠올랐다. 종이를 받아든 통역사는 글을 보자말자 고개를 기우렸고, 편지라고 하기에 되게 애매하다며 웃어보였다. 무슨 말이냐고 되묻자 통역사는 먼저 중국어로 그 글을 읽어주었다. 태환은 고개를 기우렸고, 통역사는 한국어로 다시 한번 말해주었다. ‘ 앞만 보다가 지치면, 뒤도 돌아봐. ’ 태환은 문득 달리다가 멈추더니 그대로 가만히 있다가 헤드셋을 목까지 끌러내리고 천천히 뒤로 돌아섰다. 아무도없는 자신이 달려온 길을 멍하게 보고있던 태환은 괜시리 헛웃음이 나왔다. “ 나참, 뭘 기대한거야. ” 고개를 숙인채 웃던 태환은 내가 미쳤지. 라면서 얼굴을 쓸어내렸다. 한숨을 푹 내쉰 태환은 다시 가던길을 가려고 헤드셋을 고쳐잡았다. “ 밤에 혼자 다니면, 중국 위험해. ”
헤드셋을 잡은 태환의 손이 작게 떨려왔다. 다시 갈길을 가려던 태환은 발을 떼려다 그대로 굳어버렸다. “ …你好. ” 여전히 굳은채 있던 태환은 떨리는 손을 천천히 내렸다. 그리고 아주 천천히, 조금씩 몸을 다시 틀어서 돌아섰다. 태환의 머릿속에서 잊혀졌던 그리운 얼굴이 다시 떠올랐다. 잊혀졌던 그리운 목소리가 다시 기억났다. “ 너… ” “ 你好(안녕). ” 태환은 다시 들려오는 익숙한 너무나도 익숙한 중국어에, 금방이라도 울듯한 표정을 지어보였다가, 고개를 숙였다 들더니 이내 다시 입꼬리를 올려 활짝 웃었다.
“ …‥니하오. ‥니하오, 쑨양. ” 쑨양은 웃고 있었다, 2년전 보다 더 성장한 모습으로. 쑨양의 목에 걸린 목걸이의 돌고래 팬던트가 달빛에 반짝이며 빛을 냈다. 태환의 목에 걸린 돌고래와 같은 목걸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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팊.
으헣ㅎ허허헣ㅎㅎ 안녕하세요!
아마 다음화가 마지막편일거 같습니다 *^^*
사실 생각했던거보다 편수가 길어져서 좀 불안했는데
슬슬 끝이 보이는거 같아서 기쁘네요 ^.T
저번편에 댓글들을 보며 여러분과 저는 함께 울어따...또르르르..ㅁ7ㅁ8
ㅋㅋㅋ 항상 재밌게 읽어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다음편에 뵐게요! 독자님들 스릉스릉! 댓글 안달아주셔도 읽어주셨으니까 스릉스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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