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번외편 #_你好 (니하오) |
2년 뒤, 더 성장한 너와 내가 기대된다. 감정적으로 성숙된 모습에 솔직해질 수 있을 것 같았다. 2년 뒤 다시 만나면 그때도 우린 말하겠지, 쑨양? 서로를 바라보며 서로가 서로에게 가장 처음건냈던 말.
니하오, …니하오.
by.팊
런던올림픽을 앞두고 점점 해외훈련이 늘어갔다. 물론 코치님이 외국 사람인 영향도 있지만 중국의 시설보다 해외의 시설이 더 좋았기 때문이기도 했다. 정부에서는 고국에서 훈련을 하길 바랬지만, 더 높은 기록 향상을 위해 해외 전지훈련 시간은 나날이 늘어갔다. 좋았다. 언어의 장벽이라는 큰 벽이 있었지만, 통역해주는 형도 있었고 나는 그냥 가서 수영만 하면 되니까 상관이 없었다. “ -또 왔습니까? ” 아까부터 세인트 피터스 루터런 고등학교 수영장 밖 울타리 근처를 어슬렁 거렸더니, 순찰을 돌던 경비가 내곁에 다가왔다. 처음 나를 봤을 때 경비는 날 변태로 오인해서 큰 일이 터질뻔했지만, 때마침 울타리 주변을 걸어가던 ‘그’의 도움으로 가까스로 철창행을 피할 수 있었다. 경비는 그 후로 나를 보면 미간을 찌푸린째 또 왔냐며, 사람들이 수상하게 보니까 제발 정문을 통해서 똑바로 들어가서 보면 안되겠냐고 말해왔다. 영어를 못하는 나를 위해 한글자한글자 매일 똑똑히 말해주었지만 나는 그저 웃음으로 대답했다. “ -Park은 오늘 나오지않았어요 ” “ -뭐라구요? ” “ -오늘 나오지않았다구요 ” “ -왜죠? 어디가 아픈가요? 많이 안좋은가요? ” “ -그건 모르죠, 감기라고 들었어요. 컨디션 조절을 위해 얼굴만 비추고 돌아갔어요. ” “ Oh My God… ” 나는 감기에는 뭐가 좋은지 몰라서 그냥 근처 마트에 들려 초콜렛을 잔뜩 샀다. 아플때는 단게 최고라고 했던 어머니의 말이 떠올라서 였다. 초콜렛 한봉지를 든채 시계를 확인하고 달렸다. 열심히 달리고 달려서, 숙소 앞에 도착했다. 나의 ‘그’가 묶고 있는 숙소였다. 새하얗고 예쁜 숙소가 볼때마다 보기 좋았다. “ Park! Park!! ” 문을 한참 두드려도 나오지를 않자, 불안해진 나는 문을 더 쎄게 두드렸다. 얼마나 두드렸을까 신경질적으로 문이 확 하고 열렸다. 마침 문을 치려던 나는 움찔하면서 몸을 크게 휘청였다. 조금 짜증이 난듯한 ‘그’가 보였다. “ 시끄럽잖아 ” “ Park! 괜찮아? ” 나는 ‘그’를 내 품안에 꽉 끌어안았다. 그런 내 행동에 잠시 가만있던 그는 그대로 뒷걸음질을 쳤고, 그 덕에 나는 그에게 딸려서 현관 문 안으로 들어섰고, 문은 닫혔다. “ 너 그렇게 부르지 말라고했지. ” “ 다들 그렇게 부른다 ” “ 넌 임마 형이라고 불러 유교사상 몰라? ” “ My Park! ” 결국 나는 ‘형’에게 꿀밤을 얻어맞았다. 베시시 웃는 얼굴 뒤로 이런 폭력적(?)인 모습을 감춰두었다니, 믿을 수 없었지만 그런 모습까지도 나는 좋았다. 물론 맞는걸 즐기는 변태는 아니다. “ 형, 많이 아파? ” “ 아니, 그냥 몸살끼가 좀 있어서 ” “ 올림픽이 코 앞인데 조심해! ” 그 말이 끝나자 형은 또 내 머리를 따콩하고 때렸다. 나는 미간을 찌푸리며 머리를 감쌌고 왜 자꾸 때리냐고 투덜거렸더니 형은 나를 소파에 앉혀두고 부엌으로 가서 간단히 마실거리를 가져다 줬다. “ 멍청아, 너도 올림픽이 코 앞인 국가대표잖아 ” “ 알고 있다 ” “ 아는 놈이 자꾸 이렇게 쫄래쫄래 나돌아다니냐?! ” “ 그치만 보고싶… ”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나는 또 머리를 붙잡고 끙끙 거려야했다. 내 옆자리에 앉은 형은 미간을 손가락으로 꾸욱 누르다가 한숨을 쉬며 시선을 돌려서 나를 바라봤다. 나는 금새 또 바보같이 웃으며 형을 보고있었다. 2010 광저우아시안게임이 끝난 이내로 매일매일이 이렇게 행복했다. 1500m 금메달이라는 기록과 동시에, 얻은 내 '소중한' 사람 덕분 이였다. “ 너 코치님이 뭐라고 안하셔? ” “ 훈련 다했는걸 ” “ 너랑 나는 라이벌이야 ” “ 알고 있다, 나도. ” “ 근데 자꾸 이렇게 찾아오면 돼, 안돼? ” “ 돼 ” “ 뭐 임마? ” 나는 눈썹을 꿈틀거리다가 미간을 찌푸린채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런 내 행동에 형은 고개만 들어서 나를 바라봤다. 형의 품에 초콜렛이 가득들어있는 검은 봉지를 툭 안겨주고 휘적휘적 현관으로 나섰다. 그 순간까지도 형은 소파에 기댄채 상체만 돌려서 나를 바라보고있었다. “ 어디가? ” “ 가라며 ” “ 삐졌어? ” “ [삐지긴 누가 삐졌다고 그래] ” “ 삐졌구만? ” “ [무슨 내가 10대 소녀냐, 그까짓일로 삐지게] ” 신발을 다시 구겨 신고 나가려는데 뭔가 내 뒷덜미를 팍 낚아챘고, 앞으로 나가려던 나는 켁, 하는 소리와 함께 뒤로 넘어갔다. 다행히 뒤에 서있던 형이 내 등을 받쳐줘서 넘어지진 않았다. 옷에 눌린 목이 아파서 목을 쓸어내며 콜록거리다 형을 보니, 메롱 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 무슨 짓이야! ” “ 넌 니가 중국어 쓰는지도 몰랐지? ” “ 무슨… ” “ 으이구, 멍청이 ” “ 아니다 ” “ 어떻게 저렇게 솔직할까 ” “ 뭐, 뭘 ” “ 너 삐지거나 화나면 중국어 쓰는거 너도 몰랐지? ” “ …그, 그래? ” 형은 다시 미간을 짚고 꾹꾹 누르며 눈을 감았다가 떴다. 그리고 벽에 걸린 시계를 확인하더니 나를 봤다. “ 저녁훈련은? ” “ 새벽 훈련, 점심 웨이트 트레이닝, 저녁은 휴식 ” “ 그래, 그럼 가자 ” “ 응? ” 나는 신발을 채 벗기도 전에 그대로 형에게 손목을 잡혀서 방으로 끌려들어갔다. 어, 형 신발 신발. 이라고 외치자 형은 욕하는거냐면서 흘겨봤고, 그게 아니라고 나는 또 변명을 하느라 허둥대는 사이 이미 나는 형이 내던진 침대 위에 누워있었다. “ 형? ” “ 쉿쉿 ” “ ‥형? ”
찌푸둥한 느낌에 눈을 가늘게 떴다. 낯선 천장이 보이고, 익숙한 숨소리가 들린다. 멍하니 그렇게 있다가 시선만 굴려서 숨소리의 행방을 찾았다. 내 어깨에 얼굴을 뭍은채 자고 있는 내 사람이 보였다. 아‥ 그래 그러고보니, 형이 머리가 울린다며 기왕 온김에 배게 노릇이나 하고 가라고 해서 누웠다가 그대로 잠들었구나‥ 손을 올려서 얼굴을 쓸어내리고 숨을 길게 내쉬었다. 시계를 보니 아직 두시간 정도 밖에 안지났다. 형을 깨우기에는 아쉬워서 곤히 자는 얼굴을 한참 바라보다가 고된 새벽훈련에 지친 나는 그렇게 또다시 잠이 들었다. . . . . . . . . . . . . . . . . . . . . . . .
입을 안 다물게 하면 재잘재잘 지치지도 않고 잘도 떠들어대는 쑨양은 가끔 날 피곤하게 했다. 내 어린 연인은 너무나 솔직하고, 순진하고, 꾸밈이 없었다. 심심할 틈이 없기도 했지만, 이렇게 몸이 안좋은 날에는 입을 좀 다물게 할 필요가 있었다. 내가 피곤해서 녀석을 침대에 눕히고 자자고는 했지만, 이 녀석은 반항도 없이 눕더니 나보다 먼저 잠이 들어버렸다. 정말 대단했다. 눕힌지 5분도 안돼서 쑨양은 내가 건들여도 모를만큼 깊게 잠이들었다. 훈련을 끝내고 왔다더니 많이 피곤했던 모양이다. “ 멍청이‥ ” 그렇게 피곤하면 숙소에 가서 쉬지 왜 나를 찾아와서는‥. 하여튼 못 말리는 나의 어린 ‘연인’이였다. 문득 잠이든 쑨양을 바라보다가 자는 모습이 귀여워서 푸흐흐 웃으며 머리를 쓸어넘겨주었다. 내 작은 손길에 미간을 찌푸리며 입술을 달싹거리는 그 모습도 귀여웠다. 큰일이다. 이렇게 다 큰 남자애가 귀여워지는걸 보니 나도 꽤 중증이였다. “ 이건 몸만컸지, 아직 애야 애. ” 뺨을 작게 꼬집어 주었다. 인상만 찌푸릴뿐 쑨양은 깨지않았다. 괜히 장난을 치고싶어서 뺨을 늘렸다가 놨다가 쓸어줬다가 볼을 꾹 눌렀다가, 온갖 장난을 다 해봤지만 정말 쑨양은 깨지않았다. 왠지 쑨양의 코치진들이 불쌍해졌다. 이걸 아침마다 깨워야한다니‥. 물에다 아이를 풀어놓은 기분이였다. “ 쑨양, 런던 올림픽이 끝이나면 어쩌지? ” 사실 그 생각을 하느라 컨디션 조절에 실패한 나는 그만 몸살이 걸려버렸다. 한번 쑨양에게도 그런 말을 한적 있었지만 쑨양은 쓸데없는 생각이라고 했다. 나중 일은 나중에 생각해도 충분하니까 지금을 즐기자고 말했다. 어리지만, 또 굉장히 성숙한 녀석이였다. 문득 나보다 늦게 호주에 도착한 녀석이 날 찾아왔을 때 했던 말이 생각났다. “ -My Park을 만나러 왔어요! ” “ -‥…My Park‥? ” “ -네, 아! 저기 있네요! My Park!! " 훈련을 끝내고 숙소로 돌아오던 나는 기겁을 하며 냅다 달려가 쑨양의 입을 틀어막고 프렌드! 프렌드!를 외친후에 급하게 방으로 들어갔다. 물론 나보다 키가 큰 쑨양은 질질 끌려들어왔지만, 그것까지 챙길만큼 여유가 있지는 않았다. 숙소 문을 닫은 뒤에야 쑨양은 내 손을 뿌리치며 왜 그러냐고 했고, 우선 나는 그를 흠씬 때려주었다. “ 아파! 형! 그만 잠깐만! 아! 왜! 내가 뭘 잘못했는데!! ” “ 멍청아, 그렇게 부르지!말!라!고! ” 말의 강세에 맞춰서 등을 찰싹찰싹 때렸다. 이내 쑨양의 허리가 뒤로 휘더니 곧 바닥에 들어누워 굴러다니기 시작했다. 힘을 너무 실어서 때린 모양이다. 왠지 미안해졌지만 애써 외면했다. 외국 전지훈련에서 자주 마주친 쑨양은 그때마다 사람들이 나를 Park이라고 부르는걸 유심히 듣다가 자신도 형보다 이름을 부르고 싶었던지, 계속해서 My Park이라고 불렀다. 사실 앞에 붙은 My- 가 너무 듣기에 간지러워서 부르지 못하게했다. 쑨양은 그 날, 자신도 동생이 아니라 멋진남자로 보이고 싶다며 내게 My Park이라고 부르게 해달라며 칭얼거렸지만 나는 단호하게 거절했다. 이게 어디서 하극상을 일으키려는거냐며 되려 화를 냈더니, 쑨양은 그 후 눈치를 살피며 간간히 My를 뺀 Park 이라고 불렀다. 왠지 귀여워서 거기까지는 눈 감아주었다. “ 그럼 너는 My Sun이야? 어‥ 뭐야, 나의 태양 이라는거 같잖아. ” 잠든 쑨양을 바라보며 혼잣말을 하고 있자니, 괜히 쑥쓰러워져서 허허 거리며 웃었다. 새근거리는 숨소리를 내뱉으며 오르락 내리락 하는 쑨양의 가슴팍을 보고있다가 팔을 뻗어서 꾹 끌어안았다. 따뜻하고 커다란 곰인형 같았다. 뭔가 끼고자는게 버릇인 나에게는 끌어안고 자기에 참 좋은 사이즈였다. 쑨양은 내가 끌어안자 잠결에 팔을 휘적거리더니 내 어깨를 감싸안았다. 나는 녀석이 깬줄 알고 놀래서 고개를 들어서 봤지만 여전히 세상 모르고 잠들어 있었다. “ ‥멍청이 ” 픽, 웃으며 남의 방에서 편안하게 자는 녀석을 보다가 고개를 숙여 조심스레 녀석의 입술 위에 짧게 쪽소리를 내며 떨어졌다. 분명 깊게 잠이든 쑨양이였지만 뭔가 부끄러워져서 으아, 거리며 고개를 푹 숙여 녀석을 더 꽉 끌어안았다. 미쳤다, 박태환. 분명 쑨양이 내게 마법을 건게 분명했다. 어떠한 이상한 마법에 걸려서 내가 이런 이상한 행동을 하는게 분명했다. 그래, 이건 내 어린 ‘연인’의 농간일거야. 혼자서 이랬다 저랬다 하는게 갑자기 우스워진 나는 눈을 감았다. 어째뜬, 녀석 덕분에 나는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 뒤로는 심심하지 않은 전지훈련을 보낼 수 있다는것에 감사하기로 했다. 국적이 다른 우리는 이렇게 남의 나라에 와서 매일매일을 행복하게 보냈다. 훈련 때문에 힘들고 지치기도 했지만, 서로가 서로에게 힘을 주며 그렇게 버텨나갔다. 남에서 친구로, 친구에서 연인으로, 지금은 연인보다 더 서로가 서로에게 애틋한 그런 소울메이트 같은 존재였다. . . . . . . . . . . . . . . . . .
태환과 쑨양은 동시에 잠에서 깼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부스스 눈을 떴고, 눈을 부비거리다가 상체를 일으켜 앉아서 멍하게 시계만 보다가 고개를 돌려 서로 바라봤다. 퉁퉁 부은 서로의 모습에 흐흐 거리며 웃었다. 그리고 태환이 팔을 벌리며 입꼬리를 올려 베시시 웃어보였다.
“ 니하오, 쑨양 ”
그런 태환을 보며 역시나 베시시 웃은 쑨양은 팔을 벌린 그를 자신의 품안에 끌어안고, 이마에 어린 참새마냥 쪽쪽 거리며 연신 뽀뽀를 해대다가 부끄러운 태환이 손사례를 치자 키득거리며 웃었다.
“ …你好, 태환형. ”
두사람의 목 언저리에서 반짝거리는 돌고래 팬던트 한쌍이 헤엄을 치듯 흔들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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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라블라 " 영어
" 블라블라 " 한국어
" [블라블라] " 중국어
팊.
니하오의 마지막 글입니다 ^.T !!!
번외편을 포함해서 총 8편으로 유종의 미를 맞이하네요 ㅇ<-<
이번 번외편은 완결편이 였던 7화로 부터 4년이 지난 런던 올림픽 전입니다!
그리고 광저우아시안게임 에서는 다들 아시다싶이 쑨양이 금메달을 하나 땄었죠 ㅋㅋ
달달한걸 좋아하시는 독자님들이 많아 보여서 달달하게 써보려고 노력은했는데
ㅋ...ㅋㅋ...이건 무슨 망작 ㅋㅋㅋㅋㅋㅋ 그냥 완결에서 끝냈어야 했는데
어휴 ㅠㅜㅜ 죄송합니다! 아무튼 감사합니다! 메일링은 조만간 공지글로 찾아뵐게요~
지금까지 " 你好 (니하오) " 를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되도록이면 빠른 시일내에 다른 글로 찾아올게요! 스릉흡느드.....S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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