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 7 完 #그렇게 또 다시 |
“ …‥니하오. ‥니하오, 쑨양. ” 쑨양은 웃고 있었다, 2년전 보다 더 성장한 모습으로. 쑨양의 목에 걸린 목걸이의 돌고래 팬던트가 달빛에 반짝이며 빛을 냈다. 태환의 목에 걸린 돌고래와 같은 목걸이였다.
by.팊 쑨양과 태환은 인사만 나눈 뒤 한참 바라보다가 근처에 있던 작은 공원에 벤치에 앉았다. 공원의 조용한 적막에 조금 어색한 기류를 느낀 태환은 뺨을 긁적였다. 쑨양은 말 없이 하늘만 보고 있다가 시선을 내렸다. “ 편지, 못 읽었지? ” “ 어? ” “ 못 읽었지 편지? ” 쑨양은 고개를 돌려 시선을 맞추며 다시 말해주었다. 태환은 어색하게 웃다가 한숨을 푸욱 쉬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쑨양은 그럴줄 알았다는 듯 픽, 하고 웃으며 고개를 절레였다. “ 정말 못하는구나, 중국어 ” “ 아니 그게‥ 나도 노, 노력은 했지. 근데… 아 사실 나 내 이름도 한자 잘 못써 ” “ 바보 ” “ …인정 ” 태환이 두 손을 들며 고개를 푹 숙이자, 쑨양은 뭐가 그렇게 재밌는지 키득거리며 웃었다. 그리고 쑨양의 웃음소리가 끊기면서 두 사람 사이에 적막은 다시 찾아왔다. 두사람은 그렇게 말없이 서로 다른곳을 응시하고 있었다. “ 잘‥ 지냈어? ” 먼저 적막을 깬건 태환이였다. 아무래도 자신이 형이니까, 뭐라도 먼저 말을 걸어야겠다 생각한 모양이다. 쑨양은 그런 태환을 힐끗 봤다가 작게 웃었다. “ 별로 ” “ 어? 왜? ” 잘 지냈다는 대답을 생각했던 태환은 적지않게 당황하며 고개를 돌려서 쑨양을 바라봤다. 쑨양은 여전히 입가에 미소를 띈채 다른곳을 응시하고 있었다. “ 나 힘들었다. 중국와서 슬럼프. ” “ 어? 슬럼프? ” “ 계속 졌어. 이길 수 있었는데, 지고 또 지고 또 졌다. ” 태환은 멍하니 쑨양을 보고있었다. 쑨양의 얼굴에는 씁쓸함과 패배자의 아픔이 그대로 묻어나있었다. 태환은 기본적으로 거의 승자로 비춰지지만 사실상 패배자의 쓴맛도 알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태환은 쉽사리 입을 열지 못하고 쑨양을 바라보던 시선을 떨궜다. 바닥을 바라보니 개미들이 줄을 지어서 지나가고 있었다. “ 태환형은 ” “ 응? ” “ 형은 잘지낸거같다. ” “ 뭐? 왜? ” “ 베이징 왔어, 국가대표로. ” “ 그거야‥아직 우리나라에는 그렇게 기량이 좋은 선수가 없으니까… ” “ 400m 세계 1위다, 형. ” “ 음… ” 태환은 항상 칭찬에 익숙치않았다. 그래서인지 별다른 말 없이 입술을 달싹이며 시선을 굴렸다. 쑨양은 그런 태환을 보며 또 웃었다. 여전히 수줍음이 많은거 같다고, 그리고 부럽다고 했다. “ 그치만 너도 잘하잖아 ” “ 부족해 ” “ 나도 그랬어 ” “ 빨리 가야해 ” “ 어? 어디를? ” 쑨양은 고개를 돌려서 태환을 바라봤다. 태환도 그런 쑨양을 바라봤다. “ [형의 옆으로 가야해, 뒤도 돌아보지않고 열심히 앞만보는 바보같은 형이니까.] ” “ ‥? 욕하냐? ” “ … 태환형, 이상해. 왜 내가 중국어 하면 맨날 욕이야? ” “ 그, 그거야 나는 중국어를 모르니까! ” “ 자랑아니다 ” “ 알고 있거든요?! 아‥, 아무튼! 다행이다. ” “ 뭐가? ” “ ‥그냥, 그래도 너도 나름대로 열심히 수영하고 있었구나 싶어서. ” “ [그렇게 해야지 형을 볼 수 있으니까.] ” “ 음? ” “ [수영까지 그만두면 정말 형을 다시 볼 수 없을거라 생각했어, 항상. 그렇게 버텼어.] ” “ 한국어도 할 줄 아는애가 왜 자꾸 중국어 모르는 사람 앞에서 중국어 쓰냐‥ ” “ [아무리 나라도‥ 형이 알아들으면 아직까지는 부끄럽거든] ” “ 어릴 때 어떻게 얘랑 놀았지 ” “ [형이 날 끌고 다닌거지 그때는] ” “ 너 비꼬고 있지? ” 쑨양은 순간 움찔하고는 고개를 도리도리 거렸다. 태환은 딱 걸렸다는 시선으로 눈을 가늘게 뜨며 그를 흘겨봤다. 계속 그런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자 쑨양은 고개를 돌려버렸다. 그 모습에 태환은 푸흐흐하고 소리내서 웃었다. “ 나도 눈치가 있거든 ” “ 그래? 그러면 왜 쑨양 여기 있는지 알아? ” “ 어? ” “ 나는 올림픽 안나간다. 여기는 지금 올림픽 선수촌이고. ” “ 어‥ 아, 그래서 길거리가 조용한거 였구나 ” “ 진짜 바보야? ” “ 모, 모를 수 도 있는거야 임마! ” “ 형은 참‥ ” “ 뭐, 뭐 임마 뭐! ” 태환은 발끈해서 괜히 더 고개를 내밀었다. 그런 태환을 못마땅하게 보던 쑨양은 손을 들더니 태환의 이마를 손가락으로 꾸욱 눌러서 밀었다. 뒤로 밀린 태환은 더욱 더 눈에 힘을 주고 그를 노려봤다. 쑨양은 그런 태환을 보며 혀를 내밀어 메롱, 하고 시선을 돌렸다. “ 여전하네, 형은 ” “ 뭐 그럼 내가 변하냐 ” “ 그래서 좋다 ” “ 뭐가? ” “ 항상 그대로라서 ” “ 실력은 많이 늘었거든? ” “ 누가 그런거 말했나 바보 ” “ 너 자꾸 바보바보 거릴래? ” “ 바보 맞다, 형 ” “ 하지말라고 ” “ 바보 ” “ 하지마 ” “ 바보바보 ” “ 하지말라고 했을텐데? ” “ 바‥ ” 태환은 쑨양의 양뺨을 콱 붙잡더니 그대로 고개를 기우렸다 당황한 쑨양은 눈을 꽉 감아버렸다. 그리고 이내 꽈앙 하는 소리가 들리고 쑨양은 외마디 비명을 내지르며 바닥을 굴렀다. 물론 태환도 고개를 숙이며 끙 하고 앓는 소리를 냈다. “ [형! 뭐야, 이게! 이건 반칙이야!!] ” “ 아, 시끄러. 너 머리가 왜그리 단단해. 아오‥ ” 그렇다, 태환은 냅다 쑨양의 머리에 자신의 머리를 헤딩 해버린 것이다. 쌍방으로 끙끙 거리며, 두사람은 한참을 앓는 소리만 냈다. 그러다가 태환은 자신의 이마를 문지르며 쑨양을 바라봤다. “ 너 근데 뭘 기대한거야 ” “ 아프다‥, 기대라니? ” “ 나 니 표정 다 봤거든? ” “ ‥내가 뭐 ” “ 에이, 다 봤거든? ” “ …뭐, 뭘 ” 태환은 눈을 가늘게 뜨고 살짝 음흉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쑨양은 그런 태환을 보며 미간을 꿈틀이고는 머리를 문지르며 고개를 돌렸다. “ 쑨양 ” “ … ” “ 야, 쑨양 ” “ ‥… ” “ …양양 ” 쑨양은 그제야 고개를 살짝 돌려서 태환을 바라보았다. 뭔가 커다란 그림자가 눈앞에 다가오자 쑨양은 이번엔 아무런 생각도 없이 그대로 얼었다. 이내 시야는 어두웠지만 따뜻해지는 느낌에 눈을 꿈뻑이다가 겨우 정신을 차렸다. 태환은 그대로 일어나 팔을 벌려 자신의 품안에 자신보다 큰 쑨양을 끌어안았다. “ …형? ” 태환은 그렇게 한동안 말없이 끌어안은채 쑨양을 놓아주지않았다. 쑨양도 그런 태환을 밀어내지않은채 그대로 가만히 있었다. “ 형, 왜 그래 ” “ 또 그럴까봐 ” “ 응? ” “ 갑자기 나타났다가, 갑자기 사라지는거. 니가 제일 잘하는거. ” “ … ” “ 이렇게 잡고 있어야 어디 못가지. ” “ …형 ” “ 웃기는 놈이야, 나이도 어린게 사람을 들었다 놨다 ” “ 형, 나는‥ ” “ 어린애마냥 제멋대로에, 고집불통이고, 울기는 또 얼마나 우는지 ” “ … ” “ 애매하게 행동해서 사람 아주 골아프게 하고 ” “ ? ” “ 너 툭 까놓고 말해봐라 ” “ 까놓고? 뭘 까? ” “ 솔직하게 말해보라고 ” “ 솔직하게? 뭐를? ” 태환은 쑨양을 자신의 품안에서 놓아주었다. 쑨양은 앉아있고, 태환은 서있는 상태라 쑨양이 태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그 2년사이 쑨양 자신 만큼이나 태환은 많이 자라있었다. 태환은 뭔가 단단히 결심한 듯 눈에 힘을주고 쑨양을 바라봤다.
“ 너 왜 다시 한국 다시 왔던거였어 ” “ 어‥? 그거야 나는 형이랑 어릴 때 약속을… ” “ 진짜 이유 ” “ … ” “ 내가 그렇게 한심해뵈냐, 어릴 때 뭐 제대로 알지도 못했던 한국에서 친한 친구나 보자고 중국에서 한국까지 ‥도망을 와? ” “ ‥그걸 형이 어떻게…? ” “ 들었어, 너희 어머니한테. ” “ 우리 엄마? ” “ 퇴원하고 얼마 안있어서 전화가 왔었어, 안부차 전화 하신거 같은데… 다들었어 그때. ” “ … ” “ 너 정말 바보냐, 나이도 어린게 그 먼땅에 혼자 가출을 해? ” “ … ” “ 무슨 일이라도 났으면 어쩌려고 그랬어, 넌. 왜 그렇게 무모해. ”
태환은 사실 처음에 그 말을 들었을 때, 쑨양의 부모님께 너무 죄송했었다. 따지고보면 쑨양이 난데없이 수영이라곤 비인기종목인 한국에 유학을 보내달라고 했던 일부터, 반대하자 스스로 물어물어 수속을 다 밟아버리고 홀연히 한국행 비행기에 올라탄 일, 그리고 그렇게 힘든 맘을 안고 다시 중국으로 돌아가게 된 것도 모두 자신의 탓이였다. 죄송하고 또 죄송해서 태환은 그 전화를 받았을 당시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 그냥 연락을 하지, 왜 그렇게 무모하게 행동했어. 멍청아. ” “ 보고싶었으니까 ” “ 뭐? ” “ 태환형, 너무 보고싶었어. ” “ 그걸 지금 말이라고‥! ” “ 좋아해. ” “ …어‥ ” “ 형이 생각하는거 보다 더, 진짜로, 정말 좋아해 ” “ … ” “ 얼굴을 보고 말해주고 싶었다. 형이 알아들을 수 있게, 한국어로 말해주고 싶었다. ” “ 쑨양… ” “ 그래서 공부했어. 수영도 잘 못하지만, 공부도 못한다. 그치만 했어. 말해주고싶어서 ” “ 쑨‥ ” “ 좋아해. 좋아해, 좋아해요 형. 정말 좋아해. 참으려고 했는데 여기가 너무 아파서, 너무 아파 형. ” 쑨양은 금새 또 울먹이면서 자신의 가슴팍을 주먹으로 내려치기 시작했다. 고개를 숙인 쑨양의 뺨을 타고 눈물이 쉴새없이 흘려내렸다. 태환은 그런 쑨양을 달래 줄 수 가 없었다. 벙찐 상태로 그렇게 계속 쑨양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사실 예상하고 있던 상황이지만 당황스러운 현실은 어쩔 수 없었다. “ 좋아해. 이 말을 하고싶었다. 그래서, 그래서 쑨양 한국어 배웠어. 한국에 갔다. ” “ ‥… ” “ 그런데 아직 말도 못했는데, 형이 잠들어버렸어. 나 때문에, 나 때문에 아팠어 형이. ” “ 그건 너 때문이 아‥ ” “ 그래서 접었어. ” “ 어? ” “ 그냥 나혼자 아프기로, 그렇게 생각했어. 그래서 중국에 다시 왔어. ” “ … ” “ 근데 생각보다 괜찮았어. ” “ …‥ ” 쑨양은 눈물을 닦아내고 고개를 들어 여전히 멍한 태환을 올려다봤다. 태환은 가슴팍을 꽉 움켜쥔채 자신을 올려다보는 쑨양이 많이 아파보였다. 언젠가 쑨양이 이렇게 고백을 할거 같았다. 자신을 형동생을 넘어 더 깊은 마음으로 바라본다는 걸 눈치는 채고 있었다. 태환은 그저 이 다정한 관계를 깨고 싶지않았다. 하지만 저렇게 아파하는 쑨양을 보는건 생각보다 더 힘들었다. “ 거짓말 ” “ ‥… ” “ 그렇게 아픈 얼굴로 그런말 해봤자, 설득력이 없잖아 너. ” “ ‥난 ” “ 치사하게 갑자기 그런 말 하는게 어딨어 ” “ … ” “ 그래서 그렇게 마음정리하고 떠났다는 놈이 왜 여기 있는건데 ” “ 나는‥ ” “ 멍청해 ” “ 형‥ ” “ 넌 내 생각보다 멍청해 ” “ ‥태환형 ” “ 겁쟁이 ”
태환은 그대로 돌아섰다. 쑨양은 태환을 잡을 수 없었다. 쫓아갈 수 도 없었다. 그냥 태환은 지금 이 상황보다 그렇게 홀연히 다시 중국으로 떠났던 쑨양이 얄미웠다. 태환은 아파하면서 괜찮아보이려고 하는 쑨양이 안쓰러웠다. 그리고 어떻게 해줄 수 없는 자신에게 화가 났다. 쑨양은 결국 그저 점점 멀어지는 태환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또 그렇게 가슴을 치고 울었다. 태환이 점이되어 보이지 않을때까지 그렇게 쑨양은 울고만 있었다. . . . . . . . . . . . . . . . . . . . “ 너 어디갔다 온거야? ” “ … ” “ 야, 야 박태환! ” “ 어, 어? ” “ 무슨 생각해? 시간이 몇신데 어딜 쏘다녔어. ” “ 잠깐 산책… ” “ 컨디션 관리가 관건인거 모르냐, 으이구. 얼른 들어가서 자 임마! ” “ 으,응‥ 안그래도 그럴려고 피곤해서‥ ” “ 뭐 산책으로 만리장성 돌았냐? 피곤하긴‥ 얼른 쉬어 ” 고개짓으로 대충 대답을 했더니, 내 전담팀 의무담당인 박 선생님이 얼른 들어가라며 등을 밀어줬다. 방에 들어가서 옷을 벗고, 침대에 눕는 순간까지 정신이 없었다. 방금 일어난 일이 꿈같았다. 그러나 아릿하게 아파오는 가슴이 꿈이 아니라는걸 말해주고 있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샤워라도 해야겠다 생각했고, 욕실에 들어가 샤워부스에 물을 틀고 찬물을 뒤집어썼다. 조금 정신이 맑아지는 느낌이였다. “ 설마가 진짜 사람을 잡았네‥ ” 나는 잠시 또다시 멘탈붕괴가 찾아왔다. 벽을 짚은채 눈을 감았다. 대충 쑨양이 나를 많이 좋아하고 특별히 여긴다는건 알고 있었고, 예상했었던 상황이였다. 그런데도 그 말을 직접들으니 여간 당황스러운게 아니였다. 물론 쑨양이 나를 보기위해 한국으로 가출했다는걸 들었을때도 이런 상황이 언젠가 생길거라는걸 생각은 하고 있었다. 설마 진짜겠어, 설마 라고 생각했는데 맞았다. 쑨양은 정말 나를 ‘좋아’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나는? “ 어떻게해야하지‥ ” 머리를 쥐어짜봤자 나오는 해답은 없었고, 내 마음을 사실 나도 잘 몰랐다. 대충 몸을 헹궈내고 속옷과 하의만 챙겨입고 머리를 털며 욕실에서 나왔다. 창밖을 바라보다가 문득 돌아섰을 때 선명하게 들리던 쑨양의 울음소리가 떠올랐다. 거기까지 생각이 떠오르자 나는 우선 생각은 접어두고 다시 트레이닝복 자켓을 걸친채 달리기 시작했다. 쑨양은 한번 울면 그치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정말 지쳐서 더 이상 울지 못할때까지 울던 아이였다. 사실 그렇게 달려가면서도 내가 왜 이렇게 그녀석을 생각하고 또 이렇게 가고 있는건지 이해 할 수 없었다. “ …하아, 하-‥ 쑨양! ” 아니나 다를까 쑨양은 그 자리 그곳에서 고개를 푸욱 숙인채 그대로 있었다. 숙였던 고개를 천천히 든 쑨양은 내가 샤워를 하던 동안 얼마나 울었던건지 얼굴이 잠깐사이에 헬쓱해져 있었다. 물론 눈물로 범벅이 돼서 보기 흉한 꼴이 되기도 했지만. “ ‥넌 진짜 ” “ ‥미안해, 형 ” “ 뭐가 ” “ 좋아해서 미안해, 형 ” “ … ” “ 참았어야 했는데, 미안해 형… 내가 형을 곤란하게 해서 미안해 ” 쑨양은 그렇게 또 다시 눈물을 뚝뚝 흘리며 나를 바라보고 미안하다고 연신 말했다. 그런 쑨양을 보고 있자니 내 가슴이 미어저왔다. 모르겠다. 정말 나는 모르겠다. 다시 나는 쑨양의 앞에 섰다. 팔을 뻗어 눈물 범벅이 된 쑨양의 얼굴에 눈물을 쓸어 닦아주었다. 물론 다시 우느라 금방 얼굴이 눈물에 적셔졌다. “ 쑨‥ 아니. ” “ … ” “ 양양 ” “ … ” “ 스마~일, 양양 ” 내가 달래주지 않으면 계속 울 녀석이였다. 생각은 접고 달려주고 싶었다. 애써 입꼬리를 올려 웃었더니 입가가 파르르 떨려왔다. 쑨양은 그런 나를 보며 울면서 웃었다. 분명 입은 웃고 있는데, 눈에서는 도통 눈물이 마를새가 안보였다. 그런 쑨양을 보며 결국 나도 눈물이 터졌다. 왜 울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 좋아해, 좋아해서 미안해. 미안해서 또 미안해, 형 ” “ …멍청이 ” “ 멍청해서 미안해‥ ” “ 나도 ” “ …? ” “ 나도 쑨양이 좋아 ” “ 어? ” “ 하지만 달라. ” “ …달라? ” “ 니가 좋아하는것과 내가 좋아하는 것이 같은 뜻인지 모르겠어 ” “ … ” 너무 혼란스러웠다. 어지러운 머릿속을 애써 뒤로하고 터진 눈물을 멈추려 마음을 가다듬으며 쉼호흡을 크게 했다. 그리고 손등으로 눈가를 슥슥 닦아내고 쑨양을 바라봤다. “ 기억나? ” “ 뭐를? ” “ 게임에서 이기면 소원 들어주겠다고 한거 ” “ 응 ” “ 한번 더 하자 ” “ 응? ” “ 금메달 ” “ 금메달? ” “ 또 중국에서 열리는 경기,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 ” “ … ” “ 나를 이기고 금메달을 따봐, 단 한경기라도 나를 이긴다면 소원을 들어줄게, 뭐든지. ” “ ‥그럼 미리 말해도 돼? 소원. ” “ 맘대로해. ” 쑨양은 나를 바라보다가 눈물을 손등으로 슥슥 닦아냈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키가 더 자란거같았다. 2년이란 시간은 짧은 듯 길었던 모양이다. “ 좋아해줘 ” “ 어? ” “ 내가 형을 이긴다면 나를 친구가 아니라 좋아하는 사람으로 봐줘 ” “ 그건… ” “ 분명 형도 쑨양이 좋다고 했어. 그러면 그렇게 할 수 있어. ” “ … ” “ 싫으면 지금 말해, 쑨양도 포기한다 그럼. ” “ 그… ” 쑨양은 조용히 입을 꾹 다문채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까까지 울던 녀석은 어디가고 표정에서 생기가 띄는거 같기도 했다. 시선만 도로록 굴리다가 뺨을 긁적였다. 확실히 내 태도를 보면 나는 쑨양을 좋아하는것 같았다. 하지만 인정하기 싫었다. 아직은 이성적이고 싶었다. 그래서 너무 혼란스러웠다. 내 대답을 기다리는 쑨양의 눈을 바라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판사판 도전해보기로 했다. 2년 후 열리는 광저우아시안게임때 정말 쑨양이 나를 이긴다면, 그정도의 열정을 가지고 있다면 나는 이 내 감정에 솔직해지기로 다짐했다.
그렇게 쑨양과 나는 다음을 기약하며 또 다시 헤어졌다. 우리 둘은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헤어짐을 좋든 싫든 또 다시 겪어야 했다. 나는 숙소로 돌아가다가 잠시 멈춰서서 쑨양이 가버린 길을 가만히 바라봤다. 아마도 가슴이 이리도 먹먹해지는걸 보면 나 또한 그를 좋아하고 있는게 확실했다. 다만 역시 아직은 인정하기 싫었다. 정말 쑨양이 내게 자신의 마음을 한번더 보여준다면, 그럼 그때는 나도 내 마음에게 이 감정을 허락해야겠다.
베이징 올림픽 내내 나는 컨디션 조절을 위해 되도록 쑨양을 떠올리지않으려 했지만 꽤나 자연스럽게도 계속해서 내 머릿속을 지배하는 녀석이 조금 짜증나기도 했었다. 금메달을 따고서 시상식에 오르면서도 떠오르는건 쑨양이였다. 내 시상식에 내 머리를 아프게 하다니, 다음에 만나면 꼭 한 대 때려줘야겠다 생각했다. 나는 한국으로 돌아가는 내내 쑨양이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 나를 이겨주길 바랬다. 감정을 억누르는건 생각보다 많이 피곤하고 힘겨웠다. 이성과 본능 사이에서 지쳐서 포기하지않도록 쑨양이 좀 더 빨리 내뒤를 따라와주길 바라면서도, 나를 앞지르지않길 바랬다. 인간 박태환과, 수영선수 박태환의 싸움이였다. 2년 뒤, 더 성장한 너와 내가 기대됐다. 감정적으로 성숙된 모습에 솔직해질 수 있을 것 같았다. 2년 뒤 다시 만나면 그때도 우린 말하겠지, 쑨양? 서로를 바라보며 서로가 서로에게 가장 처음건냈던 말.
니하오, …니하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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팊.
여러분이 기대하시던 달달한 결말은 아니라 실망하셨나요~?
원래 애시당초 니하오는 그냥 새드엔딩쪽이 였는데
이야기를 써나가면서 처음 계획보다 스토리를 많이 바꿨더니
결말이 애매해지더라구요....ㅁ7ㅁ8 ... 미치게따 별드라.....ㅋ
본편과는 별개로 번외편을 생각하고는 있는데.. 허헣허허 ㅎㅎㅎ
텍파관련은 번외편이 나오느냐 안나오느냐 결정을 한 후에 받도록 하겠습니다!
두번째 팬픽이네요, 니하오를 읽어주신 여러분들 여태까지 감사했습니다ㅠㅜ
저는 ㅋㅋㅋ 항상 오픈엔딩을 지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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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비용 아끼려다 싸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