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략결혼_
01
"오늘 한국 돌아오지?"
"네."
"몇시쯤에 오니?"
"저녁 7시쯤이요."
"한국 도착하면 곧장 집으로 와."
"제가 집 말고 갈데가 어딨어요."
"공항으로 차 보낼꺼야...그거 타고와."
"네."
오랜만에 한국에서 온 전화.
어머니의 전화였다.
12살부터 지금까지 7년을 미국에서 보냈다.
이때까지 연락 한번을 하지않으셨는데,
전화를 하신걸보니 무슨 용건이 있나보다.
하지만 무슨 일 인지 물어보지 못 한다.
왜인지 모른다.
어릴적부터 그래왔다.
비행기 안에서의 긴 시간을 책을 읽기도하고,
음악을 듣기도 하고,
이것저것하며 시간을 보내다 보니 벌써 한국에 도착했다.
"아가씨!"
"아...네."
"짐 주시죠."
"여기요."
차를 타고 가며,밖을 보니 거리가 많이 달라졌다.
내가 알던 거리가 아니라 낯설었다.
"도착했습니다."
차에서 내리니 많은 사람들이 날 반겨주었고,
그중엔 어머니는 안계셨다.
집안에 들어서니 그제야 날 내다 보신다.
"어~왔니?"
"네."
"빨리 옷갈아 입고 와~손님 오셔."
"네?"
"아버지도 일찍 오신댔으니까...얼른 준비해라."
"..."
"왜 대답이없어."
"네."
2층구석 내 방으로 들어가 짐을 풀고 옷을 갈아입었다.
한참을 앉아 책을 읽다, 밖이 소란스러워져 방문을 열고 1층으로 내려갔다.
"니가 이름이구나."
한 가족을 어머니께서 환영해주시고 계셨다.
"인사해,슈아 그룹 회장님이셔."
"안녕하세요."
"그 옆엔 홍지수,너랑 동갑."
"아...안녕...하세요."
크고 동그란 눈을 가진 아이는 신경질적인 표정으로 날 훑어보았다.
"이쪽으로 오세요~이름이도 따라와."
어머니는 나와 이 가족들을 부엌으로 이끌었다.
"입에 맞으실까 모르겠네요~"
"맛있는데요 뭘~"
어른들 끼리 하하호호 웃으며 얘기를 나누셨다.
지수라는 그 아이는 한숨을 한번 쉬곤 숟가락을 상에 쾅 하고 놓은 후 입을 열었다.
"지금 어른들 얘기나 들으라고 부른거에요?"
"홍지수,뭐하는 짓이야!당장 사과드려."
"사과?지금 쟤도 엄청 지루해보이는거 안보여요?"
"홍지수!"
"용건만 말씀하세요...용건만."
"용건이라..."
"있으시잖아요...용건."
"너희 결혼할꺼다."
지수와 난 놀라 서로 눈만 마주치고 있었다.
그러더니 지수가 머리를 한번 쓸어넘기고 말했다.
"지금 제가 얘랑 구면도 아니고...초면인데 결혼?"
"..."
"장난쳐요?"
"예전부터 정해졌던거야~그래야 우리 회사도살고 이쪽 회사도 살고~"
"어른들 좋자고 이짓거리 하는거에요?"
"너네도 좋은거지~미래에 니 자식들 한테도 좋은거고~"
"누가 결혼 한데요?"
"누군 결혼 하고싶은줄 아나."
"성이름,조용히 해."
"7년만에 처음 연락해놓고 말도 없이...뭐?결혼?"
"성이름...!"
자리를 박차고 밖으로 나와버렸다.
밖은 어둡고 추웠다.
어디로 가야할지 몰라,
몇분을 걸어 놀이터로 왔다.
어릴적 자주왔던 놀이터다.
"여보세요..."
"야~너 한국왔다며~"
"응..."
"왜 연락을 안해~"
"아...미안."
"너 왜 이렇게 목소리에 힘이 없냐?"
"아냐~"
"너 지금 어디야?"
"알아서 뭐하게~"
"알아서 그쪽으로 가게."
"오지마..."
"어디냐고."
"...놀이터."
"놀이터?어릴때 거기?"
"응..."
한참을 그네에 앉아 발을 굴리고 있는데 뒤에서 누군가 날 밀었다.
그대로 난 앞으로 넘어져버렸다.
"아...아파...김민규!!"
"헐...야 괜찮아?미안..."
민규는 놀란표정으로 내 상태를 살폈다.
"야...괜찮아?"
"괜찮아보여?"
민규는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이거 어떡할꺼야!"
난 까진 다리를 들어 보였다.
"이게...!치마도 입었으면서...다리를 어디서 들어...!"
그러자 민규는 조용히 입고있던 겉옷을 벗어 내 다리에 덮어주었다.
"아!"
"왜?아파?많이아파?"
"이것 좀...치워주면 안돼...?"
"이거 치우면 너 다리..."
"안치우면 나 엄청 따가울텐데...?"
그러자 민규는 허둥지둥 제 겉옷을 다시 입었다.
"이젠 괜찮아?"
"뭐...근데 이거 상처 어떡하지~?"
"밴...밴드...밴드 붙여야지...기다려봐..."
민규는 어디론가 달려가더니
금세 다시 돌아왔다.
"짜잔~연고랑 밴드 사왔지~보자..."
민규는 내 다리에 살짝 연고를 바르고 밴드를 붙여줬다.
"됐다~이제 안아프지?"
내가 푸훗 하고 웃으며 민규에게 고맙다고 하자
부끄러운듯 고갤 숙이며 웃었다.
"근데 무슨 일이야?"
"응?"
"너 무슨 일 있어서 여기 있는거 아냐?"
"뭐..."
"왜그래..."
"김민규."
"응?"
"너...내가 결혼하면 어떨것같아?"
"뭐?"
"어떨것같냐구~"
"너 어릴때 나랑 약속했잖아."
"뭘?"
"나랑 결혼한다고."
"그렇지..."
"뭐야...약속 깨겠단거야?"
"..."
"뭔데...멋진사람이라도 나타난거야?"
"..."
"스무살 되자마자 결혼이라도 하겠단거야?!"
"그건 잘..."
"..."
"멋진사람이 나타난게 아냐."
"뭔데...그럼..."
"어머니께서..."
"응?"
"하래..."
"역시...재벌은 뭔가 다르네..."
"..."
"나 엄청 기대했는데...너랑 나랑..."
"..."
"넌 그사람 맘에 들어?"
나는 조용히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러자 민규는 살짝 웃으며 내 머릴 꾹 눌렸다.
"어떡하냐~성이름~오빠한테 시집 못 와서~"
"오빠는 무슨..."
"그거 안하면 안돼?"
"응?"
"결혼..."
"..."
"응?안돼?"
"민규야..."
"안돼는거지..."
"나도 하기싫어...진짜 하기싫은데...내가 뭘 어떡해..."
"..."
결국 참았던 눈물을 쏟아내고 민규의 품에 안겨 울었다.
한참을 민규의 품에 안겨 울다
집에 가야겠다며 민규와 헤어졌다.
놀이터에서 몇걸음 걸었을까,
지수가 보였다.
"...어."
"남자친구?"
"아...아니...요."
"그냥 친구야?"
"ㄴ...네."
"집에 가자."
"예?"
"니네 부모님이 너 찾아오래."
"아...가자...요!"
"그 존댓말 좀...쓰지말지?"
"..."
"짜증나게...내가 왜 이짓을 하고있냐..."
"..."
"너나 나나...가자...!"
"네...가아니라 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