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거렁뱅이 효자 남우현
"아아, 아직도 돈 안 갚은 애가 있어?"
"예, 형님. 있습니다."
내 귓가에 그 아이의 프로필을 조곤조곤 읊조려주겠니? 이름 남우현에 스물두살 현재 울림대 휴학중이랍니다. 얼굴은 이렇게 생겼구요. 어머, 잘생겼네. 성규가 프린트 된 종이에 얼굴을 바라보며 미소지었다. 그러나 갚아야 할 총금액을 보니 절로 미간이 찌푸려졌다. 미친 놈, 스물두살이라고 했으면서 돈은 왜이렇게 많이 빌렸대. 얼굴 반반하면 다 되는 줄 아나! 어린 새끼가. 성규는 잊고있었다, 저도 스물여섯살밖에 되지않았다는 것을. 야 야 거남아. 예?
"차 준비해, 가자 돈 받으러."
말을 끝낸 뒤 성규가 손을 뻗어 곁에 둔 재킷을 잡으려다 방향을 틀어 두툼한 후드집업을 챙겼다. 12월이라 춥기도 춥고 무엇보다 호피가 이쁘니까. 그런 성규를 뒤에서 지켜보고 있던 거남은 미간을 구겼다. 지가 치타야 뭐야, 슈발. 성규가 최근들어 밝은 갈색으로 염색한 머리카락을 정돈하곤 다른 직원이 준비한 거남의 차에 올라타 자연스레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다 눈을 감았다. 졸려.
*
"여기야?"
"예, 그런 거 같은데요."
"이런데서 사람이 어떻게 살아!"
성규가 눈 앞에 보이는 달동네의 풍경에 안 그래도 작은 눈을 크게 떴다. 26살이 되도록 호화로운 생활만 계속 하던 성규였기에 이런 풍경은 낯설기만 했다. 콩나물시루처럼 따닥따닥 붙어있는 자그마한 판잣집들 사이에서 우현의 집을 어떻게 찾으란 건지. 성규는 우현이 사채를 쓴 이유를 알것같기도 했다. 존나 어지간히도 못 사는 새낀가보네. 성규가 조소를 지으며 거남에게 말했다. 그래서, 남우현 집이 어딘데?
"…그건 저도 잘 모르겠는데요."
"에라이, 바보새끼야. 주소없냐?"
"있어도 이렇게 따닥따닥 붙어있는데 어떻게 찾습니까, 형님. 그냥 인내심을 가지고 한집한집 돌아보죠."
정말 성규의 말에 한마디도 안 지는 거남이었다, 그런 거남의 뒷통수를 한대 때린 성규가 마른 세수를 하곤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뭐하시는 겁니까 형님? 병신아, 이런 동네는 이웃끼리 잘 알거아냐. 성규는 눈을 치켜뜨며 주위를 두리번거리자 이내 금발을 한 사내가 방정맞게 뛰어다니는걸 발견했다. 오 암 쏘 큐리어스 예에! 사진 속 니가! …저거 저거 미친 놈같은데.
"저기요."
"왓썹?"
"…혹시 이 동네 사세요?"
헉, 당신 이 동네 사람이 아니구나. 이 동네 사람이라면 나 만능열쇠 키를 모를 수가 없을텐데! 성규와 관련된 일이 아니라면 욕을 하지않는 거남이 욕을 했다, 저 미친새끼. 성규도 애써 몰려오는 짜증을 누르곤 웃으며 말했다. 그럼, 남우현이라고 아세요? 기범의 눈이 반짝였다. 아 나의 프렌드! 기범이 입꼬리를 말아올리며 성규의 손을 덥썩 잡았다. 아 누구 손을 잡는 거야, 시발. 목구멍까지 올라온 욕을 삼키곤 손을 살며시 빼며 성규가 뒷머리를 긁적였다.
"내 친구, 하트하트 나무! 아는 사람이에요?"
"…하트하트 나무는 뭐래, 튼 그건 그쪽이 알 필요없구요. 걔 어디 살아요?"
"저기, 저 골목으로 쭉 들어가면 어떤 미친 개새끼가 짖어댈텐데 그 옆집이 남우현 집이에용."
감사합니다, 성규가 가볍게 목례를 하곤 기범이 가르쳐준 길을 따라 달동네를 올랐다. 시발, 힘들어. 땀이 별로 나지않던 성규가 땀을 뻘뻘 흘리며 등반 아닌 등반을 하고있었다. 그렇게 올라가길 몇십분, 또 다른 골목으로 들어선 성규가 거남에게 업혀 잠시 숨을 돌리고 있을 때였다. 컹컹! 월! 워르르르 컹! 초록색 페인트가 거의 다 벗겨진 녹슨 철문에서 개짖는 소리가 동네가 떠나가라 울렸다. 오 좆됐다, 여기가 그 미친개 집인가보군. 성규는 개라면 혐오를 하는 자였기에 거남의 목을 조르듯이 강하게 감싸곤 빽 소리를 질렀다. 빨리 가!
*
쾅쾅거리는 소리와 함께 철문에 발길질을 해대던 성규가 신경질을 내며 담배를 찾아 불을 붙혔다. 씨발, 요새 속이 터질만큼 답답한 일들만 일어나네. 거남과 함께 우현의 집 앞에서 우현을 기다린 지도 벌써 몇시간 째, 거남도 슬슬 짜증이 나는지 차마 티는 못 내겠고 소심하게 돌멩이를 걷어차고 있었다. 새끼야, 정신사나워. 네. 그 마저도 성규에게 저지됐지만. 거남은 생각했다, 남우현인지 나무새낀지 오기만 하면 한대를 때려줄테야!라고.
"…누구세요?"
"어?"
"누구신데 저희 집 앞에서…."
그런 그들에게 구원의 손길이 펼쳐졌다. 바로 우현이 온 것. 성규는 우현의 옷차림을 살피곤 웃었다. 전형적인 돈없는 대학생 스타일이네. 12월인데도 그다지 두꺼워 보이지 않는 우현의 가디건에 거남이 때리겠다는 다짐을 취소했을 무렵 성규가 우현에게 걸어가 제 지갑에서 명함을 꺼내 우현에게 꺼냈다. 성규앤캐시에서 돈 빌리셨죠, 이번 1월에. 우현의 눈이 커졌다. 돈 갚으셔야 하는데요.
"조,조금만 더 기다려주시면 안 돼요? 아직 돈을…."
"우리도 장사를 해야죠. 그렇게 미루면 어떻게 될지 모르는데."
성규가 우현의 곁에 바짝 붙어 자신의 핸드폰을 보여주었다. 자연스레 갤러리에 들어가 [완료♥]라는 폴더명을 가진 폴더를 클릭하니 피떡이 된 남자와 여자들의 사진이 컬렉션처럼 늘어져 있었다. 돈 안 갚으면, 우현씨 이렇게 될수도 있는데. 우현의 등골이 오싹해졌다. 죽어도 이렇게 되기는 싫었다, 하지만 돈이 없다. 우현은 속으로 절망했다, 그 놈의 돈이 뭐길래 저를 이리 비참하게 하는지.
"문자 계속 받으셨죠? 전화도, 카톡도."
"…예."
"근데 왜 돈을 준비 안 하셨어요. 삼천만원이 땅파서 나오나?"
원금이 삼천만원인건 그 쪽이 더 잘 아실테고, 성규가 베싯 웃으며 말하자 우현이 급기야 무릎을 꿇었다. 아아 왜 이러시나, 이러신다고 늘려주는거 아닌데. …엄마, 엄마 수술금이랑 동생들이랑 제 등록금이 없어요. 성규가 '엄마'소리에 우현을 커진 눈으로 바라보았다. 엄마요? …엄마가 아픈데, 돈이 없어서 수술을 못 해서. 그래서…. 성규가 어느새 우현과 눈을 맞춰 걱정스레 말했다. 그래서 수술은 잘 되셨어요?
"……."
"우현씨. 울지마요."
어느새 눈물이 흘러내렸다, 우현은 저도 눈물을 흘리는지 모르곤 눈물을 슥슥 닦아내 옅게 웃으며 성규에게 말했다. 아직도 병원에 계세요, 근데 병원비가 없어서. 성규가 우현을 끌어안았다. 우현이 놀라 성규를 바라보자 우현의 머리를 슥슥 쓰다듬곤 거남에게 말했다. 우리 남는 자리 있지? 성규의 말 뜻을 알아챈 거남이 작게 고개를 끄덕이자 성규가 우현을 일으켜 세우곤 웃으며 말했다.
"우현씨, 우리랑 일할까요?"
"…예?"
"빚은 일하면서 갚으시고, 병원비는 제가 따로 챙겨드릴 거고. 숙식제공. 콜? 급하시잖아요 지금."
거의 막무가내인 성규의 말에 우현이 벙쪄 성규를 가만 바라보았다. 우현에겐 솔깃한 제안이 아닐 수가 없다, 대학도 졸업 못 한 저가 취직을 하고 빚은 당장 안 갚아도 되고 그럼 동생들 등록금도 내줄수 있을테고. 무엇보다 어머니 병원비를 챙겨준다는 성규의 말에 당장이라도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리고 싶었지만 우현의 머릿속엔 또 다른 생각이 가득 찼다. 근데, 사채는 불법 아닌가? 우현이 한숨을 푹 내쉬다 성규에게 말했다. 이게 저에겐 최선이니까.
"콜, 하핫!"
성규가 빙그레 미소지었다. 웃는거 아 잘생겼어♥ 우현이 안쓰럽기도 했지만 성규의 머릿속에선 우현의 비주얼만 둥둥 떠다녔다. 그나마 외모가 되는 직원은 성규와 거남뿐이었고 다른 직원들은 전부 근육빵빵에 우락부락 깍두기st였기에 성규는 우현의 잘생긴 얼굴과 사연에 바로 우현을 스카웃하려 하였단건 비밀. 빚은 안 갚아도 얼굴이 되니까 뭐.
헐 분량똥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오글거리네용..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으아아아ㅏㅏㄺ 시공간이 오그라든다. 재미업ㅅ을거같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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